관행을 깨자

 

강원도민일보는 춘천MBC와 공동으로 문제의식 없이 관행처럼 사용하고 있는

각종 용어나 행사,의전 등을 타파하기 위한 관행, 이제는 버립시다를 시작합니다.

 

 

1. 행사의전

 

기관장 서열 없애 행사의미 더한다

경제인대회 기관장 2열로

동해시 내빈 소개 등 생략

 

강원도청을 비롯해 일선 기관에서는 각종 행사에 의전의 근거가 되는 기관장의 서열순위가 있다.

일명 건제순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건제순은 권력기관 순서를 의미한다.

 

이를 테면 도지사,도의회의장,국회의원,법원장,검찰 등의 순으로 권력의 순서를 정해 의전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각종 행사는 이 기준대로 헤드테이블과 일반 좌석을 배치한다.

 

그러나 종종 이 건제순으로 인해 기관장들끼리 자리다툼이 빚어지고 행사주최측이 애를 먹기도 한다.

행사가 끝나면 의전이 반이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정작 행사 의미는 사라지고 자리배치만 남는 주객이 전도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경제인 행사에 주요 기관장들의 자리가 먼저 배치되고 문화행사나 학교행사까지 모두 기관장들이 우선이다.

 

지난 20일 개최된 ‘2016 강원 경제인대회에서는 행사 주역인 경제인들의 자리를 행사장 가장 앞자리인 1열에 배치하는 대신

최문순 지사,김시성 도의장,김중석 강원도민일보 사장, 경제관련 기관장은 2열에 앉는 등 자리를 파격적으로 배치했다.

 

한국여성경영자총협회 강원도지회도 지난 12월 개최한 강원여성경영자 대회에서 VIP좌석을 없애고

주요 기관장들이 회원들과 함께 자리에 않자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는 등 격식을 파괴했다.

 

동해시는 내빈 소개를 생략하고 행사 중 영접·환송을 금지했다.

충북 충주시는 축사를 기관 단체장 중심에서 행사 주인공으로 바꿨고 경북 포항시는 VIP석 및 내빈석을 폐지했다.

 

 

2. 일제 잔재 구호 파이팅

행사성격 맞춰 구호 다양화

 

체육대회를 포함해 여러 분야의 행사를 시작하기 전이나 진행하는 과정에서

또는 기념사진을 찍을 때 흔히 파이팅이란 구호를 외친다.

 

내부결속을 다지고 목표한 바를 성취함은 물론 서로를 격려하기 위한 행동이다.

이 구호는 복싱에서 시합개시를 알리는 ‘Fight!’에서 유래됐지만

 2차대전 당시 일본군이 싸워~ 잘 싸워의 의미로 파이토,화이토(ファイト)’를 외치면서 응원 구호로 변질됐다.

 

일제의 통치를 받은 한국에서는 과거 파이팅~이 부족해,파이팅을 발휘했다등으로

스포츠 경기에서 쓰이다 오늘날 파이팅,파이팅으로 변질된 것으로 추정된다.

 

 영단어 ‘Fight’기운을 내자는 의미보다는 주먹으로 치고받다의 뜻이 강하다.

영미권에서는 응원을 할 때 힘을 내라는 의미로 ‘Go for it!’,‘Go ahead!’,‘Do your best!’를 외치며

팀단위의 응원에서는 ‘Go! (팀명)! go!’가 많이 쓰이고 있다.

 

이처럼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는 일재 잔재의 흔적이 묻어있는 파이팅이란 구호를 의미없이 사용하고 있다.

지난 20일 원주에서 열린 ‘2016 강원경제인대회 및 신년인사회에서는

강원경제 발전을 위한 구호로 파이팅대신 지화자를 사용해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지화자는 나라가 태평하고 국민이 평안한 시대에 부르는 우리 옛 노래로 강원경제 발전을 위해 건배사로 채택됐다.

또 일부 기관·사회단체는 행사성격에 맞춰 강원도’,‘아리랑등 다양한 구호를 사용하고 있다.

 

 

3. 지방을 지역으로

서울중심에서 지역중심으로

 

동남아시아는 일본입니다!’

우리는 태국,필리핀 등의 지역을 관행적으로 동남아시아라고 부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할때 동남아시아는 일본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태국,필리핀 등을 동남아시아로 부르는 것은 그 기준을 서양 사람들이 정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을 묶어 동남권이라고 부른다.

이 역시도 수도인 서울을 기준으로 부르는 잘못된 표현이다. ‘··이라 불러야 맞다.

 

지방은 앞선 사례와 같이 일정한 중심 또는 기준으로 어느 쪽()에 있는 땅()을 일컫는다.

하지만 지역은 중심이 없이 지리적 특성,언어나 풍습 등 문화적 특성에 의해 자연스럽게 경계지어진() ()을 말한다.

 

, 행정적으로 나눈 구역이나 중심을 가진 지방과 달리 지역은 문화적 경계로 나뉜 땅이다.

서양과 서울이라는 중심을 없애면 지방은 원래 지역이다.

 

지방자치에서 지방이란 중앙정부의 지도를 받는 아래 단위의 기구나 조직을 이르는 말로

지방이라는 말에는 중앙정부의 아래에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렇다보니 중앙의 지방특별행정관서에는 강원지방경찰청과 같이 지방이 붙는다.

  반면 지역이란 그냥 지도상에 있는 어떤 곳을 객관적으로 가리킨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스스로 지역지방이라 부르며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다.

지방에서 지역으로 생각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중앙의 지방특별행정관서들과 지역에서도 기관명칭에서 지방이라는 단어를 없애고 있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은 동해해양경비안전본부로 명칭을 개정했다.

 

강원지방행정동우회는 강원행정동우회, 강원도지방분권추진위원회와 강원도지방보조금관리조례는

 각각 강원도지역분권추진위원회강원도보조금관리조례로 이름을 변경했다.

 

 

4. 일제 잔재 지명·놀이

식민놀이문화 우리 고유의 것 둔갑

 

광복 70년이 지났지만 일제가 남긴 식민 잔재는 쉽게 걷히지 않고 있다.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각종 지명은 물론 동심의 추억이 깃든 놀이문화에도 가면을 쓰고

우리 고유의 전통인 양 행세하는 일제 잔흔이 적지않다.

 

동해상 황금어장 대화퇴(大和堆)’는 지난 2006일제가 이름 지은 해저 지명이라는 본지 보도이후

우리 이름으로 바꾸자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었으나 아직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바닷속 해산인 대화퇴는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일본의 해양탐사선 야마토(大和)’ 호의 이름을 따 붙여졌다.

 

1927년 좌초된 일본 군함의 이름을 따 일향초(日向礁)’로 불리던 흑산도 주변 암초가

지난 2006년 가거초(可居礁)로 이름을 바꾸고,

동해상 해저 지명인 쓰시마분지를 우리가 울릉분지라고 고쳐 부르고 있는 것처럼

대화퇴 어장또한 적절한 우리 이름을 붙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어린이들의 놀이 이름에서도 아픈 식민문화의 생채기를 발견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오재미이다. ‘오재미놀이에 대해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은

일제 강점기 때 학교 운동회가 실시되면서 함께 들어온 일본 놀이문화 중의 하나라고 연원을 밝히고 있다.

 

 ‘오재미라는 이름 자체가 일본어 오자미에서 연유했다.

백과사전 등에는 오자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순우리말로 알고 있으나

원래 콩이나 모래를 집어넣은 놀이주머니를 가리키는 일본말 おじゃみ’”라고 기록하고 있다.

 

도내 교육계 관계자는 일본의 식민교육에서 비롯된 놀이의 일본어 이름이

우리 고유의 것인 양 그대로 사용되는 등 역사성·정체성을 뒤흔드는 식민 놀이문화가 적지 않다

“2018년 올림픽을 한국적 전통을 빛내는 문화올림픽으로 만들려는 이때에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5. 명패(命牌)

신분의식이 낳은 관문화 상징

명패는 조선시대 왕이 신하를 부를 때 사용한 패에서 유래됐다.

 

왕은 3품 이상 관원을 부를 때 이 패에 성명을 적어내려 보냈고,이것을 받은 신하는 참석 여부를 적어 되돌려 보냈다. 

명패가 고위 관직을 뜻하는 의미로 풀이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최근까지도

높은 관직에 오르면 자신의 직책과 이름을 알리는 명패를 만들고 있다.

 

명패는 출세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

도내에서 고위직으로 퇴임한 몇몇 사람들의 집을 방문해 보면 자랑처럼 자신이 맡았던 직책의 명패를 진열해 놓은 것을 볼수 있다.

 

전문가들은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신분의식이 낳은 ()’문화의 상징으로 볼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명패를 가장 많이 쓰는 의회다. 지정석 마다 명패가 놓여져 있어 금배지와 함께 권위의 상징이 됐다. 

그러나 명패는 이제 소통을 막는 권위주의나 계급의식, 서열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 

 

외국에서는 명패 문화를 좀처럼 찾아 볼 수 없다.

미국과 유럽 등의 의회에서는 명패를 만들지 않고, 일반 회사도 특별한 이유가 아니면 명패를 제작하지 않는다.

 

명패가 필요한 사람은 이미 구성원들이 알만한 위치에 오른 사람이고

,사무실도 독립된 공간에 있기 때문에 책상의 명패는 불필요한 허례허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인혜 강원대 심리학과 교수는 명패를 원하는 사람들의 심리에는 보상받고자하는 마음이 강하게 자리한다

 명예욕을 보상받기 위해 필요한 것이 남에게 보여주는 명패라면 불필요한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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