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의 질문 "왜 한국가구는 '질 낮은' 나무를 쓸까?"

 

국내 가구업계 '친환경' 포장 들통... '포름알데히드' 논란 재점화

 

 

2014년 한국에 들어온 이케아가 국내 가구시장에 친환경 논란을 다시 지폈습니다.

리는 왜 일본, 유럽보다 위험한 가구를 써야하는 것일까요.

 

"집에 애가 있어서…. 아토피 같은 걸 생각하면 유럽회사가 만든 가구를 사야 하나 싶기도 하고…."

마포구에 사는 임지연(가명)씨는 최근 가구 구입 때문에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실내 가구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에 대한 글을 접하고 고민에 빠졌다. 시중에 판매되는 대부분의 가구에서 '포름알데히드'라는 유해물질이 나오는데 국내 가구회사의 경우 유럽 등 선진국 제조사에 비해 그 정도가 더 심하다는 내용이었다.

2000년대 말, '새가구 증후군'이라는 조어를 낳으며 불거졌던 친환경 가구 문제가 다시 불붙는 분위기다. 지난해 한국 시장에 진출한 세계적인 가구 제조업체 이케아의 상품들이 불씨 역할을 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이 업체와 국내 업체들의 친환경 수준을 비교하는 글을 인터넷에 공유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구용 목재 발암물질 배출량, 이케아가 국내기업보다 많게는 3배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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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광명점
ⓒ 이봉우

 


'포름알데히드'는 파티클보드, 섬유판(MDF) 등의 가공목재에서 다량 방출되는 대표적인 발암물질 중 하나다. 가공목재는 톱밥에 접착제를 섞어 고온·고압으로 쪄내는데 이때 사용하는 접착제에 포름알데히드가 포함된다. 이 물질의 40% 수용액이 장기 보관용 생물 표본을 만들 때 널리 사용되는 포르말린이다.

포름알데히드는 화학적 특성상 적은 양으로도 눈 따가움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 아토피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장기간에 걸쳐 계속 공기중으로 확산되기 때문에 실내 등 갇힌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더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가공 목재를 만들 때 제작 단가를 높여 중화제가 첨가된 친환경 접착제를 사용하면 방출량을 줄일 수 있다. 세계 여러 국가들은 저마다 이 물질의 방출량을 기준으로 목재 등급을 나누고 등급에 따라 실내 사용 강제 규정을 두고 있다.

한국에서는 단위 면적당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이 0.3mg/L 이하면 'SE0' 등급을 받는다. 0.3~0.5㎎/L 이면 'E0' 등급, 0.5~1.5mg/L 이면 'E1' 등급이 매겨진다. 국내에서 실내용 가구를 만들 때는 E1 등급 이상의 목재를 사용하면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의 규제 기준은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006년부터 약 0.4mg/L 이하인 목재만 실내 가구용으로 허용해왔다. 한국보다 한 등급 엄격하게 관리하는 셈이다.

미국의 경우 한국이 사용하는 측정방식으로 환산하면 최소 E0 등급 이상만 실내용 가구로 사용할 수 있다. 한국과 같은 측정법을 쓰는 일본은 실내용 가구를 제작할 때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이 0.3mg/L 이하인 목재는 자유롭게 쓸 수 있지만 그보다 저질의 목재는 일정면적 이상 사용할 수 없게끔 제한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은 이케아가 한국에 진출하자 이 점을 주목했다. 환경 규제 수준이 낮은 한국에서 가구를 파는 국내 업체들보다는 전 세계에 가구를 판매하는 이케아의 제품이 평균적으로 더 좋은 목재를 쓸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이같은 논리가 확산되자 지난해 말 '클리앙' '오늘의 유머' 등 몇몇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한국 가구 불매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내용의 게시물들이 공유되기도 했다. '오늘의 유머' 사용자 '친네'는 이케아의 가공목재 규격에 '모든 생산품은 일본의 F****(포름알데히드 방출량 0.3mg/L 이하) 등급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는 구절이 있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이케아가 한국산 가구들보다 두 등급 이상 엄격한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 가구협회 "자재 등급과 완제품 가구의 유해성은 별개"


소비자들의 추론은 대체로 사실이었다. 이케아 코리아 관계자는 "세계 모든 생산품이 동일한 기준 아래서 생산된다"라면서 "가구용 목재의 경우 유럽 기준으로 E1(한국 기준과 이름만 같음, 약 0.4mg/L 이하) 등급 수준을 넘어서는 자재만 사용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F**** 등급을 만족하는지에 대해서는 확답을 하지 않았다.

이케아가 준수하는 유럽연합의 E1 등급은 포름알데히드 최대 허용치가 한국 실내가구 기준의 1/3 수준이다. 그만큼 가구 구입자들이 포름알데히드의 위험을 덜 받는다는 의미다. 일본이나 유럽에 팔던 물건을 그대로 한국에 가져와 팔다보니 나타난 풍경이다.

국내 가구 제조업체들은 대부분 국내 기준을 충실히 지켜 E1 등급 목재를 주로 쓰는 형편이다. 한 가구업계 관계자는 "현행법상 E1 등급만 지키면 되는데 기업들이 추가 비용을 부담하면서 그 이상을 쓸 이유가 없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대기업은 그나마 E0과 E1 목재를 섞어 쓰지만 중소·중견기업들은 100% E1 등급 자재를 쓴다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국내 가구의 유해성 문제가 불거지자 가구업계에서는 '별 의미없는 비교'라고 일축하고 나섰다. 이용원 한국가구협회 사무국장은 지난 3일 보도자료를 내고 "자재의 등급과 완제품인 가구의 유해성은 별개"라고 설명했다.

통상 가구 완제품은 가공목재를 도장, 포장한 상태로 판매되는데 그 과정에서 마감을 잘 하면 E1 목재를 썼더라도 포름알데히드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제조업체들은 시판되는 온라인 상품의 설명 페이지에 'E1 등급 목재를 사용한 친환경 제품'이라는 표시를 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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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광명점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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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대기업 중 하나인 '한샘' 역시 E1 등급 목재와 E0 목재를 혼용해 제품을 만들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E0 자재를 쓰는 쪽으로 바꿔가고 있는 추세"라면서도 "E1을 썼다고 해서 친환경 제품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문제의 유해물질은 자재가 그대로 공기 중에 노출됐을 때 나오는 것"이라면서 "이케아의 경우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은 마감 처리를 안 하기도 하지만 우리 제품은 전면을 꼼꼼하게 감싸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현재처럼 목재 자체의 유해물질 발산량을 측정하는 방식보다는 완성품의 유해물질 발산량을 측정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시각이다. 그러나 이같은 반응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렵다. 마감이 잘 된 가구를 샀다 하더라도 사용하다가 가구가 손상되면 다시금 포름알데히드의 위험에 노출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임업진흥원에서 나온 '목재제품의 포름알데히드·VOC 관리' 보고서는 이에 대해 "방출 기준을 초과한 저급 제품이 표면마감에 의해 우수제품으로 왜곡됨으로써 국민 건강에 위해를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업체라고 모두 이와 비슷한 관점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가구업체 현대 리바트는 지난해 4월부터 국내외에서 생산 및 판매하는 모든 제품에 E0 등급 자재만을 사용하고 있다. 리바트 측의 설명에 따르면 E1 자재를 E0 자재로 바꿀 경우 원가는 10% 정도 상승한다.

리바트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자재 등급을 올린 이유에 대해 "친환경 가구에 대한 고객 신뢰도와 기업의 진정성도 전달을 감안했다"라면서 "고객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실생활에 불편함을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당신이 '위험가구' 쓸 때 공무원은 친환경제품 썼다

조달청 2010년부터 E0 이상만... 민간은 4년간 '무규제'

 

2014년 한국에 들어온 이케아가 국내 가구시장에 친환경 논란을 다시 지폈습니다.

우리는 왜 일본, 유럽보다 위험한 가구를 써야 하는 것일까요. 취재해봤습니다. [편집자말]

 

"왜 한국가구는 '질 낮은' 나무를 쓸까?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를 규제하는 국내 기준이 느슨해

한국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공무원들만큼은 이 피해에서 예외였다. 관공서용 비품 공급을 관장하는 조달청은

지난 2010년부터 실내용 가구 목재의 최저 등급을 시중 유통 등급보다 한 단계 높은

 E0(포름알데히드 방산량 0.3~0.5㎎/L)으로 설정해 관리하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을 '질 낮은' 가구의 위험에 노출시켜 놓고,

공무원들은 국민 세금으로 친환경 제품을 사서 써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무원이 쓰는 가구 기준은 '친환경'... 민간은 4년간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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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청이 정부 납품용 가구의 포름알데히드 기준치 강화 방침을 밝힌 것은

지난 2009년 11월. 당시 조달청은 '새가구 증후군' 등 실내 유해물질 논란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자

합판 등 목재제품의 친환경 기준인 포름알데히드 기준치를 E1(방산량 1.5mg/L이하)급에서 E0(0.5mg/L이하)급으로 높였다.

정부 내 친환경 기준도 2010년을 기준으로 한꺼번에 E0 등급으로 강화됐다.

조달청의 친환경 기준은 환경부의 '환경표지 인증'을 참고삼아 정해지는데 이 인증도 2010년 4월에 E0 등급 이상부터 가능하도록 내용이 바뀌었다.

환경표지 인증을 만드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관계자는 정부 기준이 강화된 이유로

 "국제 표준제도나 규격을 참고해서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름알데히드는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기 때문에 국제적인 흐름에 맞게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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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의 환경표지인증 이런 규제는 당시로서는 매우 획기적인 조처였다.

시장에 E1 등급 기준도 못 맞추는 업체가 상당히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9년 E1 등급을 기준으로 실시됐던

조달청 가구납품 시제품 검사의 불합격률은 31.6%였는데 이중 59%가 포름알데히드 기준치 초과 문제로 탈락했다.

내용상 시중 업체들이 소화하기 다소 무리한 규제였지만

정부는 오히려 '현재 시장이 요구하는 친환경 수준에 뒤늦은 감이 있다'면서 규제를 밀어붙였다.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공급되는 책상·걸상도 모두 E0 등급 목재를 사용한 제품들로 바뀌었다.

 그러나 정부 규제는 민간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여기서 멈췄다.

시중에 유통되는 실내용 가구의 포름알데히드 관련 규제는 그로부터 4년 후인 지난 2013년

 '목재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생겼다.

 

이 법률의 시행령을 보면 산림과학원장이 각각의 목재 품목에 대한 규격을 정해서 고시하도록 돼 있다.

산림과학원은 지난해 4월 이 고시에 포름알데히드 방산량이 1.5~5mg/L인 'E2' 등급 목재의 실내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을 넣었다.

한 목재업계 관계자는 "이 고시가 정해지기 전까지 국내 시중에는 E2 등급 나무를 쓴 가구들도 적지않게 유통됐었다"라고 설명했다.

 

공무원들이 쓰는 가구는 친환경으로 설정해놓고, 일반 소비자들이

많게는 10배가 넘는 포름알데히드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수년간 방치한 셈이다.

 다량의 포름알데히드에 노출되면 눈따가움이나 어지러움·메스꺼움을 느끼게 된다.

포름알데히드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백혈병 또는 폐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 납품용 기준으로 민간 기준 맞추면 기업 부담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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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구 매장의 모습

 

 

정부 납품용 가구는 최저 E0 등급을 만족해야 하지만, 민간 유통 기준은 여전히 E1이다.

정부는 4년 늦게 규제를 정하면서도 왜 관공서 납품용보다 한 단계 떨어지는 기준을 정했을까.

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영세 업체들이 못 따라오니까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된 측면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포름알데히드 양을 적게 하면 가공목재의 접착력이 떨어지고 여러가지 면에서 품질이 나오지 않는다"라면서

 "E0 등급으로 올리면 가격도 올라가야 하는데 기업의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기관이라 (고시를 정할 때) 산업과 소비자를 동시에 감안해야 하는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산림과학원 고시를 보면 업계와 소비자를 동시에 고려한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일반 가구용 가공목재 유통 기준은 E1 등급이지만 실내 바닥재인 목질 바닥판의 최소 유통 기준은 E0 등급이다.

 

이 관계자는 "포름알데히드는 가열이 되면 잘 확산된다, 한국의 집은 (보일러 난방 등의 이유로) 바닥에서 열이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은 E0로 설정했다"라면서 "가구용 기준도 1~2년 정도면 E0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실내 공기질 관련 규격을 명시하고 있는 현행법은 총 5개.

그중 실내용 가구 자재의 포름알데히드 방산량을 강제로 규제하는 법규는 산림과학원 고시가 유일하다.

 

목재업계 전문가들은 'E1 등급까지 허용하도록 돼 있는 현행 고시가 친환경이라고 부를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비교적 현실적인 안인 것은 맞다'는 말도 함께 덧붙였다.

<오마이뉴스>의 취재에 응한 전문가들은 모두 익명을 요청했다.

소비자들의 건강을 생각할 때 바람직한 방향은 분명하지만 업계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는 게 한쪽을 매도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어 부담스럽다는 이유였다.

 

한 전문가는 "산림과학원 고시는 법을 개정하지 않아도 내용을 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인 요구나 시장 상황이 주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라면서 "결국 국민적 공감대가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저질' 중국산의 잠식... '친환경' 이케아 어떻게 가능했나"

판상목재 업계 "이대로면 국내업체 고사... 제대로 규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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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광명시 일직동 이케아 광명점 내부
ⓒ 연합뉴스

 


"국내 가공목재 시장은 이미 중국산, 베트남산 저질 나무판에 서서히 잠식당하고 있어요. 가격 면에서 경쟁이 안 돼요. 일본, 유럽 수준으로 환경 규제만 제대로 되어 있으면 한국으로 들어올 수가 없는 나무들인데 말이죠."

설명을 이어가던 한상목(가명)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대로 가면 국내 업체는 모두 생존이 어렵다"면서 "제발 나라에서 제대로 규제를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그는 국내 한 판상목재 제조업체에서 10년 넘게 근무중이다.

한씨뿐만이 아니었다. 13일 만난 판상목재 업계 관계자들은 모두 한목소리였다.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기사(이케아의 질문 "왜 한국가구는 '질 낮은' 나무를 쓸까?") 에 대해서는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설명했다.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낮은 국내 환경규제 기준 탓에 소비자뿐 아니라 목재업계도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 최저 사용 기준을 현행 E1(방산량 0.5mg/L 초과 1.5mg/L이하)급에서 E0(0.3mg/L 초과 0.5mg/L 이하)급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속 이대로면 국내 업체들, 점점 생존 어려워질 것"

실내용 가구를 만들 때 사용되는 가공목재는 크게 합판, 파티클보드(PB), 섬유판(MDF) 세 종류다. 제조된 목재에는 포름알데히드 방산량을 기준으로 'SE0(방산량 0.3mg/L이하)', 'E0', 'E1', 'E2(방산량 1.5mg/L 초과 5mg/L 이하) 등 환경 등급이 매겨진다. 이중 국가가 인정하는 친환경 나무는 SE0와 E0 둘뿐이다. E2 등급은 포름알데히드를 많이 뿜어낸다는 이유로 현재 실내용 가구로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국내 업체들이 가장 많이 생산하는 등급은 E1이다. 대성목재, 성창기업, 동화기업 등 6개 국내 주요 목재 가공업체들이 지난해 생산한 섬유판은 약 201만㎥. 이중 90% 이상을 국내 가구업체들이 가져다 쓴다. 지난해 생산량을 보면 74% 이상이 E1 등급이었다. 가장 친환경적인 SE0 등급 생산량은 전체의 약 0.3%에 불과하다.

국내 판상목재 제조업체들이 어떤 등급의 목재를 생산하느냐는 대부분 가구 업체의 주문에 달려 있다. 한 목재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중반까지 섬유판 쪽에서는 가구 뒤판에 들어가는 판재들은 E2로 생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E2는 포름알데히드 문제가 있지만 '갑' 입장인 국내 가구업체가 오더(주문)을 내리면 우리로서는 생산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2 등 '등급외'로 간주되는 섬유판의 지난해 생산량은 전체의 15% 정도다.

이런 풍경은 판상목재 제조업계의 오랜 고민 중 하나다. E2, E1 등 비 친환경적 목재들은 중국, 베트남 등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 A업체 관계자는 "E2, E1의 경우 국내산보다 중국, 베트남 제품이 모두 10% 정도씩 싸다"고 설명했다. 이미 기술적으로는 보편화된 제품이라서 가격 경쟁이 치열한데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비싼 국내 제품에 비해 수입 제품들이 경쟁력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베트남 인건비는 한국의 1/5 수준 "이라고 말했다.

잇달아 체결된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목재 수입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유럽의 경우 한·EU FTA로 가구와 판재의 관세가 지난 2011년부터 매년 1.1%씩 감소중이다. 오는 2017년 7월 1일부로 유럽에서 오는 나무 및 가구의 관세는 0이 된다. 동남아에서 들어오는 판재 관세도 지금은 8%지만 2016년부터는 6.4%로 떨어진다.

밀려오는 수입 목재들 대신에 수출로 활로를 열 수 있는 여건도 못 된다. 판상목재 제품의 경우 부피 대비 단가가 낮아 물류비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 이 관계자는 "수출은 수지가 안 맞는 상황"이라면서 "계속 이대로라면 국내 업체들은 점점 생존이 어려워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발효된 산림청 고시도 판상목재 제조업체들의 공통적인 고민거리다. 산림청이 E2 등급을 실내용 가구 재료로 사용하면 규제하겠다고 해놓고 막상 시장에 실질적인 규제를 가하지는 않고 있기 때문.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법인들은 정부가 규제 한다고 하니까 E2 생산량을 깨끗하게 다 줄였는데 막상 단속을 안 하니까 해외산 E2 자재들은 국내 시장에 유통되고 있다"면서 "국내 업체들만 손해를 보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2월 말에 지자체와 지방청 공무원들에게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라면서 "3월부터는 단속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E1→ E0로 자재 바꾸면 가구 완제품 원가 0.6% 올라"

판상목재 업계가 꼽는 유일한 해결책은 '정부 규제 강화'다. 국내 환경규제 기준을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고 기준에 미달하는 제품이 유통되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단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B업체 관계자는 "일단 지금 E1인 실내용 가구 사용 기준을 E0 등급 이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포름알데히드가 덜 나오는 판재를 만들려면 좋은 수지(접착제)를 써야 하는데 국내 업체들은 수지 제조업체를 대부분 자회사로 가지고 있고 이와 관련된 기술들이 충분히 축적되어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반면 E1, E2 위주로 생산하는 중국 업체들은 E0로 맞춰서 납품하려면 수지를 별도로 사야 해서 상대적으로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이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환경규제 강화 얘기가 나오면 따라붙는 반대논리 중 가장 유력한 것이 가격인상론이다. 가구 자재를 좋은 등급으로 올리면 자연히 원가가 올라가고 소비자가 부담하는 가구 가격도 올라간다는 것. 그러나 C업체 관계자는 "환경규제 기준을 올린다고 해서 가구 원가가 크게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케아는 어떻게 E0 등급으로 가구 공급하겠느냐"는 말도 덧붙였다.

파티클보드(PB) 판상목재 소판(가로 2.4m, 세로 1.2m) 기준으로 E1 판재를 E0 등급으로 올리면 단가가 20% 정도 올라가지만 가구 완성품 가격에서 파티클보드 판이 차지하는 원가가 3% 정도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3% 정도인 나무 가격이 20% 올라서 3.6%가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구 완제품만을 구매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거의 원가상승 요인이 없다"면서 "실내 가정용 가구는 매출액 중에서 제품 원가를 제하면 35%가 남을 정도로 마진이 높은데 이 정도 때문에 소비자 가격을 크게 올린다는 것도 이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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