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변생태계 복원과 도시 생태숲'
식생 복원 20년 후 식재한 나무보다 자연 이입된 나무 생존율 훨씬 높은 것으로 확인
5월 12일, 시민생태모임 ‘공지천사람들’이 주관하는 ‘강 안내자 양성과정’
세 번째 강좌가 약사동 집수리도서관에서 열렸다.
이날 세 번째 강좌에서는 에코탑플러스 지용주 소장이 ‘수변생태계 복원과 도시 생태숲’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각종 개발사업이 잇따르면서 자연생태계가 급격하게 훼손돼 자연환경 복원 필요성이 증대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1990년대 후반 이후 수변 공간을 중심으로 태복원사업이 이루어졌다. 생태하천 복원이란 하천 내외의 인공적인 생태계 교란 요인을 제거해 자연에 가깝게 복원하고 건강한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하거나 관리하는 활동을 말한다.
최근 생태하천 복원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과거에 복개했던 하천을 복원하는 사례가 많아졌지만, 실상을 보면 생태하천 복원이라는 말이 낯 뜨거울 정도로 토목사업 벌이듯 하천을 직선화하고 축대를 쌓고 수변에 콘크리트 자전거 길을 조성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공지천처럼 사람의 왕래가 많은 도심 하천은 사람과 자연생태계가 공존하는 공간으로서 생태적 관점에서 세심한 유지·관리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 지용주 소장은 “하천 양쪽 수변 구역을 모두 생태친수공간으로 이용하기보다는 한쪽은 자연 그대로 모습을 유지해 하천의 생태 볼륨을 최대한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지천만 보더라도 양쪽 수변은 콘크리트나 시멘트로 조성된 자전거도로와 보행도로가 폭넓게 차지하고 있고 각종 운동시설 등이 설치돼 있는 반면, 양쪽 수변 어디고 숲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수변에 무성했던 자연림은 대부분 인위적으로 제거했고 과거에는 하천법에 따라 수변에 식재 등 인위적으로 숲을 조성하는 것도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에는 하천의 치수 기능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생태적 측면을 고려해 공익적 차원에서 나무 식재가 가능해졌다. 다만, 제방 근처에 나무를 심을 때는 제방의 붕괴 위험과 홍수 시 유속의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적절한 간격과 높이를 유지해야 한다.

이에 따라 다시 도심 하천 수변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공지천에도 지난해 ‘도시바람길숲’이라는 이름으로 물푸레나무와 야광나무 등 교목 200여 그루와 삼색버드나무와 목수국 등 교목 1만7천여 그루를 식재했다. 그러나 ‘도시바람길숲’이 조성된 공지천 현장에 나가보면 가로수처럼 1열로 띄엄띄엄 식재한 나무들이 어떻게 숲이 될 건지 의아할 뿐이다. 이번 강의에서 이런 의문은 어느 정도 해소됐다.
지용주 소장은 서울 강동구 고덕수변생태공원의 사례를 연구한 결과를 소개했다. 2003년 고덕수변생태공원을 조성할 당시 교목으로 붉나무 1종과 관목으로 국수나무·병꽃나무·조팝나무 등 7종을 식재했는데, 20년이 지난 2024년에는 교목이 1종에서 15종으로고, 관목은 7종에서 12종으로 늘어나 숲을 이루었다.
교목은 붉나무 외에 고욤나무·귀롱나무·느티나무·두충나무·버드나무·벚나무·산뽕나무·산수유·수양버들·아까시나무·잔털벚나무·참느릅나무·층층나무·풍게나무 등 새로 11종이 서식하고 있었고, 관목으로는 인위적으로 식재한 국수나무·병꽃나무·산딸기·조록싸리·조팝나무·찔레꽃·참싸리 7종 외에 구기자나무·오갈피나무·족제비싸리·쥐똥나무·키버들 등 5종이 새로 서식하고 있었다.
서울 강동구 고덕수변생태공원 숲길.
지용주 소장은 다른 여러 사례를 봤을 때, 대체적으로 식생을 복원한 뒤 20년이 경과했을 때, 식재한 수종의 생존율은 낮았고 외부에서 자연적으로 이입된 수종의 생존율이 훨씬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자연적인 식생의 천이遷移는 바람과 물에 의한 풍수산포나 새 등 동물에 의한 동물산포로 진행된다. 이에 따라 식생을 인위적으로 복원한 곳과 자연 그대로 방치한 곳의 20년 후 식생 구조는 거의 유사했다는 것이다. 이는 산불이 발생한 산림에서도 동일하다고 지 소장은 설명했다.
따라서 수변생태를 복원할 때는 풍수나 동물에 의한 산포散布 전략을 반영해 수목을 식재해야 하며 수변을 식재 위주로만 유지·관리하면 오히려 자연 이입종의 활착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연 이입종의 원천적인 차단 이유는 여기에만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공지천의 경우 해마다 수변 양쪽 언덕의 풀들을 제거하면서 이미 두드러지게 자란 나무를 제외하고는 삭발하듯 벌초작업을 진행해 자연 이입에 의한 묘목 자체가 설 자리가 없다. 뿌리를 내려 채 자라기도 전에 풀과 함께 제거되는 것이다. 이런 무분별한 제초작업이 20년이 지나도 수변에 자연림이 조성되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수변의 무분별한 제초작업은 공지천에 토착화된 흰뺨검둥오리 등 텃새들의 둥지를 초토화시키기도 한다.
인위적인 식재를 할 때는 수종도 잘 선택해야 한다. 지 소장의 자료에 따르면, 청계천·여의도샛강·수원천·양재천·홍제천·중랑천 등 6개 하천에서 자연 이입된 수종을 보면 6곳 모두에서 관찰된 수종은 가죽나무·버드나무·산뽕나무·수양버들·참느릅나무 등 5종이었고, 5곳에서 공통으로 보이는 수종은 왕버들·뽕나무·양버즘나무·족제비싸리·찔레나무 등 5종이었다.
청계천 등 수도권 6개 하천 수변 지역의 자연 이입 수종 현황. 출처=지용주
이는 국토부 등 공공기관과 전문가들이 수변에 식재하기에 알맞은 수목으로 추천한 수목들과 일정 부분 겹친다. 참고로 지난해 시가 공지천에 도시바람길숲을 조성한다면 식재한 교목 수종은 ▲물푸레나무 60그루 ▲야광나무 54그루 ▲노각나무 10그루 ▲느릅나무 12그루 ▲팽나무 2그루 ▲메타세쿼이아 31그루 ▲참빗살나무 45그루 등이다.
공공기관 및 전문가가 수변에 식재하기 좋은 나무로 추천한 수종들. 출처=지용주
'사는이야기 > 구암동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림청 헬기가 물 뿌린 후 벌어진 끔찍한 일 (0) | 2025.05.09 |
---|---|
낙동강유역 물관리의 현안과 미래 비전 토론회 (0) | 2025.04.24 |
캠프페이지 도시숲 조성 재정 손실 (0) | 2025.04.23 |
한덕수 흑역사 (0) | 2025.04.23 |
지방 소멸의 해법을 찾아서 ⑤ (0) | 2025.0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