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에도 태양광이'
수질 오염 노출된 저수지 태양광, 수질 오염·생태계 파괴
수면 10% 설치 규정, 현실과 거리
패널 망가지면 중금속 유출 우려
강원 3곳 수익 연간 5억원 수준
현재 저수율 기준, 용산저수지 수면의 15%가 태양광 발전 패널로 덮여있다. (사진=박지영 기자)
5일 오전 춘천 신북읍 용산리. 옛 102보충대 인근 시골길을 따라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자,
초록빛 물을 담은 용산저수지가 나타났다.
저수지의 한가운데 잔잔한 수면 위로 수백 개의 태양광 패널이 하늘을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그리스 로마신화에 나오는 온몸에 눈이 100개 달린 거인 '아르고스'를 닮아있었다.
이곳은 춘천에서 가동 중인 태양광 발전 시설 500여곳 중
설치면적으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용산지구 수상 태양광 발전소’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사업비 8억1200만원을 들여 2021년 12월 용산저수지에 설치한 498㎾ 규모의 시설이다.
태양광으로 인한 국토 훼손은 강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수상 태양광 발전 시설은 미관상 문제 뿐 아니라 빛을 가로막는 차광 효과로 수질을 오염시키고,
중금속 누출 우려까지 있다. 한마디로 물 위의 애물단지다.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시설만 강원도내
강릉 동막저수지, 고성 도원저수지, 춘천 용산저수지 등 3곳이다.
▶현실 고려 안 한 수면 위 설치기준
수상 태양광의 가장 큰 문제는 패널 설치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녹조 현상이다.
이후승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수지 전체 면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수상 태양광 시설은 햇빛을 차단해 수상식물의 광합성을 막아 용존산소량을 떨어뜨린다.
이렇게 되면 식물성 플랑크톤이 지나치게 늘어나 수상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수면을 뒤덮은 태양광 패널은 저수지 면적 대비 일정 비율을 넘어선 안 된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댐에 패널을 설치할 경우 면적의 5% 미만이란 조건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자체 규정조차 유명무실하다.
용산저수지의 경우 현재 수면의 15%가 패널로 덮여있다.
농어촌공사가 허가 받은 것은 저수지 물 면적의 10% 이내다.
저수지 물이 가득찼을 만수위 면적을 기준치로 삼은 것이다.
문제는 평상시 저수율이 만수위에 한참 미치지 못해 실제 물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커진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강수량이 많은 여름철임에도 저수율이 70%대에 머문다.
이 때문에 실제 수면에서 태양광 시설 면적이 차지하는 비중이 10%가 아니라 15%를 넘어선다.
용산저수지의 만수 면적은 5.9㏊지만, 5일 현재 저수율은 70.5%(4.2㏊)다.
이 위에 전기사업 허가 기준 현재 저수 면적의 15.3%를 차지하는
6435㎡(공사 6000㎡, 용산1리 435㎡ 합계)의 태양광 시설이 설치됐다.
지난해 9월 춘천 용산저수지의 부유물질량은 보통 기준치의 4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용산저수지에서는 태양광 패널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는 수질 오염이 실제로 나타난다.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용산저수지의 부유 물질량은 ℓ당 62.7㎎이었다.
농어촌공사 수질 환경기준에서 부유물질이 ℓ당 5㎎ 이하이면 ‘좋음’~‘약간 좋음’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에 비교해 4배 이상이나 됐다. 질소는 ℓ당 5.216㎎이 검출됐는데,
보통(0.6㎎ 이하)의 8배가 넘는 수치다.
▶‘농촌의 생명수’ 수질 오염 가속화
중금속 유출 우려도 있다. 한국환경연구원이 국립환경과학원의 협조로 실험한 결과,
태양광 폐패널에서 구리‧납‧비소‧크롬 등의 중금속이 검출됐다.
특히 다량 검출된 납은 낮은 농도일지라도 흡수 시 신경, 소화기, 심혈관 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수상 태양광이 철새를 비롯한 수생태계를 교란한다는 연구 결과도 다수다.
저수지는 철새들의 주요 서식지이기 때문에, 조류 배설물로 인해
태양광 발전 효율이 떨어질 수도 있다.
발전 효율을 위해 조류 퇴치 시설을 설치해, 새가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일도 부지기수다.
태양광 패널에 묻은 철새 배설물을 화학 세정제를 사용해 닦아낼 때도 수질 오염이 발생한다.
2020년에는 고성 토성면 도원저수지의 수상 태양광 시설이
태풍 ‘마이삭’ 영향으로 유실되면서 인근 교각까지 떠내려간 사고도 있었다.
2020년 고성 토성면 도원저수지의 수상 태양광 시설이 태풍 ‘마이삭’ 영향으로 유실되면서
인근 교각까지 떠내려간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구글어스 갈무리)
도내에 설치된 수상 태양광 설비는 설치면적만 다를 뿐 비슷한 부작용이 나타난다.
강릉 구정면 동막저수지의 경우도 현재 수면의 12.8%를 차지하는
6348㎡ 규모의 태양광 시설 설치를 허가받았다.
고성 토성면 도원저수지는 만수 면적 38.8㏊ 중 현재 54.3%(21.1㏊)의 물이 차 있고,
그 위에 4588㎡의 패널(수면의 2.2%)이 있다. 설비 발전량과 발전단가로 추산했을 때
세 곳의 수상 발전소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을 모두 합해도 연간 5억611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공공기관에서 환경에 미칠 부작용은 고려하지 않고 수익사업에만 치중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수상 태양광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치고 있다.
농어촌공사는 당초 춘천 서면 서상저수지와 신북읍 지내리저수지에도
각각 설비용량 800㎾, 설치면적 9600㎡ 규모의 수상 태양광 발전 시설을 추진했다.
2018년 전기사업 허가까지 받았으나, 주민들의 반대로 사업을 포기했다.
자칫하면 농어촌공사에서 관리하는 춘천지역 저수지 7곳 중 3곳이 태양광 시설로 덮일뻔했다.
최근 충남 서천 부사호에 한국농어촌공사가 추진 중이던 90㎿ 규모의
수상 태양광 시설도 주민들의 반대로 제동이 걸렸다.
충북 제천의 백곡저수지에도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려는 농어촌공사의 계획을 두고
주민들이 집회를 여는 등 반대 여론이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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