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비데' 등 400대, 1년에 1억 넘어...

무주군 렌탈 현황 확인해보니 관리·렌탈비 납부 천차만별, 전체 총괄 부서 없어...

재정 상태 비해 '과하다' 지적도

 


전북 무주군이 한해 정수기와 비데, 공기청정기 3개 품목의 물품 임차 및 유지관리비로 1억 원이 넘는 예산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주군 청사를 포함해 각 읍·면, 직속기관 등 무주군 예산이 투입돼 설치·관리하는 3개 품목만 400여 개에 달한다. 무주군의 재정 상태에 비해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서별로 설치 대수도, 유지관리비도 천차만별이다. 적게는 57만 원에서 많게는 2000여만 원에 이르는 관리비를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무주신문>은 지난 8월 중순, 무주군을 상대로 군 예산으로 설치·관리하는 정수기, 비데 등 품목과 관련해 설치 장소와 소요 예산, 관리업체 등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이후, 무주군으로부터 받은 22개 과와 6개 읍·면의 자료를 취합·분석했다.

분석 결과, 무주군 예산이 투입돼 매달 유지관리비가 지출되는 정수기는185대, 비데가 207대, 공기청정기는 5대 등 모두 397대였다. 공무원 현원이 550명인 점을 감안하면, 공무원 1인당 0.72대꼴의 건강가전 물품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 물품에 대한 유지 관리비는 1억1765만 원이다. 1년 치 분을 선납하거나, 1개월 단위로 납부하는 방식이다.

설치 대수로는 농업지원과, 관리·운영비로는 시설체육운영과 '최고'


현황을 보면, 가장 많은 물품이 설치돼 있는 부서는 '농업지원과'다. 총 48대를 설치 또는 렌탈해 사용하고 있다. 농업기술센터 본관에 5대, 농업과학관 1대, 농업인상담소에 6대, 농기계임대사업소 3대, 농산물 가공센터에 1대 등 모두 16대의 정수기를 렌탈·사용 중이다. 렌탈 유지관리비는 666만 원이다. 설치된 비데는 모두 32대다. 본관에 18대, 농업과학관에 4대, 농기계임대사업소에 5대, 농산물가공센터에 5대가 있다. 단, 비데는 2017~2019년, 2023년에 농업지원과에서 직접 구입해 설치한 까닭에 별도의 고정 관리비는 없다.

두 번째로 많이 설치된 부서는 관리 공공시설이 많은 '시설체육운영과'다. 이 부서에서 관리하는 정수기는 30대, 비데는 16대 등 총 46대다. 정수기 렌탈 설치 현황을 보면, ▲곤충박물관(천문과·매표소 포함) 7대 ▲전통생활문화체험관 2대 ▲공예공방사무실 1대 ▲무주반딧불청소년수련원 8대 ▲건승체련관 2대 ▲레저바이크텔 2대 ▲예체문화관 3대 ▲수달수영장 5대다. 비데는 전통생활문화체험관 화장실에 9대, 예체문화관 화장실에 7대가 있다. 이들 물품에 대한 임차료는 1928만 원이다.

세 번째로 많이 설치된 곳은 '산림녹지과'다. 본청 산림녹지과 사무실에 1대, 목재문화체험장에 2대 등 총 3대의 정수기를 렌탈해 사용하고 있다. 비데는 향로산자연휴양림에만 33대를 설치·사용 중이다. 렌탈 유지비는 511만 원이다.

이어 보건행정과에서 정수기 18대와 비데 15대 등 총 33대를 렌탈 사용 중이다. 정수기는 무주보건의료원 본관에 11대, 건강증진센터에 3대, 장례식장에 4대가 있다. 15대의 비데는 모두 공중보건의 관사에 설치돼 있다. 연 렌탈료는 정수기가 696만원, 비데가 290만원 등 총 986만 원이다.

그다음으로 많이 설치된 '의회사무과'에도 정수기 5대와 비데 13대를 렌트해 사용하고 있으며, 연 렌탈료는737만 원이다. 반대로 가장 적은 렌탈료가 책정된 곳은 재무과로 정수기 1대를 사용하고 있으며, 연 렌탈료는 57만 원이다.

민원인 위한 편의시설이라지만… 6개 읍·면 너도 나도 비데 설치 유행?

6개 읍·면에서 이들 물품이 가장 많이 설치된 곳은 설천면이다. 작은목욕탕을 포함한 설천면행정복지센터 청사 내 정수기 2대와 19대의 비데가 설치돼 있다. 소요 예산은 414만 원이다. 두 번째로 많이 설치된 곳은 안성면. 정수기 8대와 비데 10대가 행정복지센터(문화체육관 포함)에 설치돼 있고, 올해 편성된 관리 예산은 595만 원이다.

이어 무주읍과 적상면도 총 17대의 물품을 렌탈해 사용하고 있었다. 무주읍에서는 재활용선별장을 포함해행정복지센터에서 정수기 5대와 비데 12대를 사용하고 있고, 렌탈 유지관리비는 499만 원이었다. 또 적상면(작은목욕탕·쓰레기선별장 포함)에는 정수기 5대, 비데 8대, 공기청정기 4대를 사용하고 있으며 유지관리비는 151만 원이다. 그밖에 무풍면은 정수기 5대와 비데 11대 등 총 16대의 이들 물품에 대해 435만 원의 렌탈 사용료를 선납했다. 부남면은 4대의 정수기와 6대의 비데사용료로 426만 원을 선납했다.

'직원 등 배우자들이 영업 나눠먹기' 소문도...
무주군 "특성·필요 용도 다 달라 일괄 구매 어려워"

이렇듯, 무주군 예산 중 건강가전물품 관리·운영비로 한해 1억 원이 넘는 큰 예산이 쓰이고 있지만 정작 이를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담당 부서는 없다. 지금은 각 실과별로, 직영 시설과 읍면별로 필요에 의해 알아서 구입 또는 렌트해서 알아서 관리 및 납부하는 실정이다.

무주군의 공용 재산을 담당하는 재무과에서 그나마 부군수 관사를 포함한 청사 내에 있는 정수기와 비데 등 물품 현황은 파악하고 있지만 상품을 선택해 계약을 맺고 유지 관리하는 책임은 부서·읍면·직속 시설별로 다 따로따로다. 관련 물품의 설치와 렌탈 관리 부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정부의 고강도 긴축 재정으로 지자체마다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는 가운데, 예산이 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심지어 한때는 '직원과 정치인 등 무주군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관계자 배우자 서너 명이 무주군의 정수기와 비데 영업을 독식한 채 나눠먹기 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었다.

이와 관련해, 무주군 재무과 측은 "부서나 시설, 읍면 특성과 성격에 따라, 용도에 따라 필요로 하는 정수기와 비데 등이 다를 뿐 아니라 원하는 관리 사항도 각기 다르기 때문에 물품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라고 해서 일괄구매·렌트하거나 또는 일부 품목을 한정 지을 순 없다"라고 말했다.

유독 한 브랜드에 상품이 집중됐다는 점과 직원 배우자 영업 독식 소문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과장 된 부분이 많다"며 "기존에 써왔던 제품을 동일 구매·렌트하게 되면 오히려 재구매 혜택을 받게 돼 할인 폭이 더 커진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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