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40명 암으로 사망... 이게 혹시 너 때문?

['밀양의 미래' 봉두마을①] 송전탑 25개... 주민들, 지중화-집단이주 요구



기사 관련 사진

 1970년대 송전탑이 들어선 이후 마을 주민 40명이 각종 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도 7명이 암과 투병 중이다. 전남 여수 봉두마을 위성사진에 '암 사망자가 살던 곳(빨강)', '암 및 백혈병 투병자가 살던 곳(검정)', '송전선 주변 사고로 사람 혹은 가축이 사망한 곳(파랑)'에 점을 찍었다.

ⓒ 신원경

 


윙~윙~ 지직, 지지직!

바람이 불고 비가 오는 날이면 전남 여수 봉두마을 뒤 앵무산 자락의 송전탑이 울기 시작합니다.

이럴 때면 마을 주민들은 소름이 끼치고 무서움이 밀려든다고 합니다.

동네 어르신들은 텔레비전 음량을 키운 채 이불을 뒤집어쓰고 일찍 잠자리에 듭니다.

1970년대부터 송전탑으로 둘러싸인 봉두마을에선 지금까지

폐암·대장암·위암·간암·혈액암·백혈병·뇌종양·전립선암·심혈관계통질환 등으로 40명이 사망했습니다.

현재도 각종 암과 신경계질환·뇌경색·뇌졸중·피부염 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분이 30명에 이릅니다.

그동안 병들어 죽는 사람이 생겨도 '그러려니' 했던 마을 주민들은 밀양 주민들의 송전탑 반대 운동을 보고 '아차' 싶었습니다.

자식 혼삿길 막힐까봐 가족의 병조차 알리기 어려웠던 주민들은 송전탑이 부모형제를 빼앗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4개 송전선로 따라 25개 송전탑이 마을 휘감아

봉두마을에 전기도 안 들어오던 1970년대, 한전은 거대한 송전탑을 마을에 세웠습니다.

당시 한전은 주민들에게 '동양최초' 시공이라고 말했답니다.

마을에 전기가 들어올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푼 주민들은 울력하여 작업자를 도왔습니다.

새참도 해 먹였습니다. 하지만 정작 전깃불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서슬 퍼런 박정희 정권에 불만을 표시하지도 못하고 주민들이 한참 뒤 돈을 모아 옆 동네에서 전기를 끌어왔다고 합니다.

당시 송전선로는 마을의 약 100m 뒤쪽에 154kV와 345kV짜리 두 개, 마을 앞에 154kV짜리 한 개가 세워졌습니다.

선로를 따라 송전탑 19기가 마을을 휘감았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6월부터 다시 '여수국가산업단지'에 사용할 전기를 끌어가기 위해 송전탑 공사를 하면서

 지금은 봉두마을에 있는 송전탑만 따지면 25개가 넘습니다.

주민이 200명인 걸 고려한다면, 주민 8명당 송전탑 1기가 들어서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지난해 7월 '봉두마을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를 만들어 공사장 인근에 농성장을 꾸렸습니다.

주민들은 송전선의 지중화(선로를 땅으로 묻는 공법)와 마을 뒤편 앵무산 너머로 송전탑 이전 또는 마을 전체 집단이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전은 "봉두마을의 요구만 받아주면 다른 마을에서도 유사한 주장이 나올 수 있다"며 주민의 요구를 무시했다고 합니다.

"500년 동안 17대가 건강하게 살았는데... 삶이 망가졌다"

기사 관련 사진
 봉두마을 주민이 17일 전남 여수 봉두마을회관에서 마을 위를 지나는 송전선로와 이를 연결하는 송전탑을 가리키고 있다.
ⓒ 소중한

 


대책위는 1970년대부터 송전탑이 들어선 이후 마을을 떠나지 않고 거주하던 주민을 상대로 전수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조사 결과 40명이 각종 암으로 사망했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현재도 7명이 암과 투병 중입니다.

그리고 각종 질병에 걸려서 거동이 불편한 주민들이 30명이 넘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송전선과 20m 떨어진 ㄱ씨의 축사에서는 어미소가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 기형 송아지까지 태어났다고 합니다.

소가 반복해 죽자 이웃 분들이 알까봐 인근에 파묻기도 했답니다.

80여 가구 200여 명에 불과한 봉두마을에 40명의 암환자가 지속적으로 쏟아져 나왔다는 사실과

송전선로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한전에서는 송전선로가 암을 유발했다는 근거가 있느냐고 따져 묻습니다.

주민들은 송전을 시작한 이후 암환자가 급증한 것은 사실이며 그 원인으로 송전탑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현재 위암을 앓고 있는 위상복(83) 할아버지를 만났습니다.

"500년간 17대가 다들 건강하게 이곳에서 살아왔다. 하지만 송전선로가 건설된 뒤로 삶이 망가졌다.

밭갈이하려고 소를 몰고 송전탑 밑을 지나다 보면 소가 뭔가에 놀란 것처럼 폴짝폴짝 뛰면서 몸부림을 치고,

졸졸졸 따라다니던 강아지도 송전탑 근처론 따라오지 않는다.

비 오는 날이면 우산이 송전탑으로 빨려 올라가고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찌릿찌릿 거린다. 송전탑 근처는 죽음의 장소로 변해 버렸다."    

최근 마을 주민들은 형광등을 들고 송전탑 아래에 섰습니다.

 형광등을 머리 위로 올리자 반짝반짝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관련기사 : "워매, 우리마을도 형광등이..." 765kV 송전탑 이어 345kV도).

위 할아버지는 "밭에서 농사짓던 사람이 3명인데 모두 폐암·위암이 걸렸다"며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전선을 연결하지 않아도 형광등에 불이 들어오는 그런 곳에서

온종일 농사를 지으며 살았던 게 원인이었던 것 같다"고 의심했습니다.

위성산(남, 60)씨 역시 원인을 알 수 없는 신경계 질환으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봉두마을회관 앞에서 위씨를 만났습니다.

"2009년, 처음에는 어깨와 목을 움직일 수가 없더니 지금은 다리까지 마비가 오면서 잘 걷지 못하고 있다.

통증을 잊기 위해서 하루도 안 빼고 약을 챙겨 먹고 있다.

지금은 농사를 접고 가까운 거리에 사는 손자와 시간을 보내면서 아픔을 잊으려고 하고 있다."

위씨는 두 살 배기 손자 기저귀를 갈아야 한다며 아픈 다리를 끌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기사 관련 사진

 이미 송전탑 19기가 있는 봉두마을에 지난해부터 추가 송전탑 공사가 진행 중이다.
ⓒ 봉두마을송전탑반대대책위

 


기자는 50여 일 밀양에 머무르며 취재를 했습니다.

밀양 주민들은 "송전탑에 가축이 죽고 사람들까지 병에 걸려서 죽어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밀양의 미래가 봉두마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기자의 가슴 깊숙이 박혔습니다.

봉두마을 어디에 서든 송전탑 여러 기가 눈에 들어옵니다.

눈 앞에 얽히고설킨 전선만큼이나 질병에 시달리고 우려하는 마음에 어르신들의 고통도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 모두가 밀양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서 암울할 뿐입니다.

 

밀양 이어 여수도... "사람이 우선, 송전탑 철거"

[현장] '율촌면 봉두마을 송전탑 철거 시민대책위' 발족 기자회견

 
기사 관련 사진
 전남 여수 봉두마을의 송전탑 건설 반대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마을 주민과 인근 지역의 시민단체가 뭉쳐 19일 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이들은 오전 11시 봉두마을 입구에 새로 지어진 송전탑 앞에서 '율촌면 봉두마을 송전탑 철거 시민대책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을 열어 "사람이 우선이다. 송전탑을 철거하라"고 발표했다.
ⓒ 문나래

 


전남 여수 봉두마을의 송전탑 건설 반대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마을 주민과 인근 지역의 시민단체가 뭉쳐 19일 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이들은 이날 오전 11시 봉두마을 입구에 새로 지어진 송전탑 앞에서

 

'율촌면 봉두마을 송전탑 철거 시민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 발족 기자회견을 열어

"사람이 우선이다, 송전탑을 철거하라"고 발표했다.

대책위는 기자회견에서 "사람의 목숨은 안중에도 없는 정부의 전력정책으로 인해

500여 년 동안 오순도순 정겹게 살아온 여수의 작은 시골마을이 죽어가고 있다"며

"우리는 봉두마을 주민들의 투쟁을 사회적 문제로 받아 안아 함께 투쟁하기 위해 대책위를 발족하고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그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전까지 마을주민 단위의 '봉두마을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가 운영되고 있었으나

 이날 시민단체가 참가한 대책위가 꾸려져 봉두마을 송전탑 건설 반대운동에 힘이 붙게 됐다.

"마을 둘러싼 송전선로, 재산권·생명권 침해"

이날 기자회견엔 마을 주민 10여 명과 시민단체 회원 30여 명이 참석했다.

봉두마을 이장인 위성초 대책위원장은 "송전탑과 송전선로가 우리 마을을 둘러싸고 있어 재산권과 생명권의 침해를 받고 있다"며

 "주민들은 정부와 한전과 대화를 원하지만 그들은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종 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도 "사방에 널려 있는 송전선로 밑에서

 전기를 연결하지 않아도 형광등에 불이 켜지는 모습을 보았다"며

"여기 봉두마을 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빌딩짓고 잘 살고자 하는 게 아니라

지금껏 살아온대로 부모님 모시고 어린 자식들을 잘 키우며 편안히 살고자 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기자회견 직후 '사람이 우선이다! 송전탑을 철거하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송전탑에 내걸었다.

 또 '건강하게 살고 싶다', '송전탑을 뽑아가라' 등이 적힌 천 조각을 송전탑에 묶기도 했다.

1970년대 고압 송전선로 3기(송전탑 20기)가 지어진 봉두마을에

지난해 6월 송전선로 1기(송전탑 5기)가 추가로 설치되고 있어 주민들이 반대에 나섰다.

 주민들은 "송전탑으로 인해 마을 주민 40명이 각종 암으로 돌아가셨고, 현재도 암·백혈병 등으로 7명이 투병 중이다"며

"기존 송전탑의 이전, 새 송전탑 철거, 이도 안 된다면 집단이주를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책위의 기자회견문 전문과 대책위에 참가한 시민단체는 다음과 같다.

기사 관련 사진
 전남 여수 봉두마을의 송전탑 건설 반대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마을 주민과 인근 지역의 시민단체가 뭉쳐 19일 '율촌면 봉두마을 송전탑 철거 시민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를 꾸렸다. 대책위 발족 기자회견에 참석한 마을 주민들이 송전탑 앞에 앉아 있다.
ⓒ 문나래

 


사람이 우선이다. 송전탑을 철거하라!

사람의 목숨은 안중에도 없는 정부의 전력정책으로 인해 500여 년간 오순도순 정겹게 살아온 여수의 작은 시골마을이 죽어가고 있다.

여수시 율촌면 산수리 봉두마을 주민들은 40여 년간 마을을 둘러싼 고압송전선로로 인해

 건강권, 재산권 등 기본권을 빼앗기며 고통속에서 살고 있다.

 

마을을 통과하는 송전탑이 무려 19기, 박근혜정부와 한전은 그것도 부족해서 6기의 추가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대부분이 70~80대 연로하신 주민들임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반인륜적인 국가의 전력정책으로 인해 피해의 당사자가 되는 것을 단호히 거부하며,

전체 마을주민들이 똘똘 뭉쳐 박근혜정부와 한전을 향해 투쟁해 나가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란 말인가! 마을 사람들을 모두 죽일 것인가!
언제까지 한전과 정부는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무참히 짓밟을 것인가!

80호 작은 마을에 암으로 돌아가신 분이 벌써 21명, 현재도 암으로, 백혈병으로,

환경성 질환으로 대부분의 마을 주민들은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당신들의 주장대로 송전탑이 인체에 아무런 해가 없다면 청와대에 세우고 당신들의 집마당에 세워야 할 것이다.

이에 우리는 봉두마을 주민들의 투쟁을 사회적 문제로 받아 안고 함께 투쟁하기 위하여

율촌면봉두마을송전탑철거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발족하고,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그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

대책위는 정부와 한전이 추진하고 있는 송전탑 추가설치 공사강행을 마을 주민들과 함께 기필코 막아낼 것이다.

 또한 오랜 세월 주민의 생명을 빼앗아간 봉두마을의 기존 송전탑을 철거하는데 모든 노력을 다해 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박근혜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련의 전력정책을 시대착오적인 산물로 규정하고,

 전기보다 사람의 생명이 존중받는 함께사는 전력정책의 수립할 수 있도록 투쟁해 나갈 것임을 천명하는 바이다.   

2014년 2월 19일(수)
율촌면봉두마을송전탑철거시민대책위원회
여수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여수진보연대/여수지역사회연구소/여수시민협/여수경실련/일과복지연대

/여수YMCA/여수YWCA/전교조여수지회/여수환경운동연합/순천환경운동연합/민주노총 여수시지부

/여수사랑청년회/여수산단민주노동자회/여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통합진보당 여수시위원회/

노동당 전남도당/노동당 여수당협/녹색당 전남도당

 

소·염소 시름시름 죽고, 주인은 백혈병

['밀양의 미래' 봉두마을②] 떠날 수도 없는 주민들, 왜?




기사 관련 사진
 봉두마을 위아무개씨 축사 앞의 땅을 파니 소 사체가 나왔다. 위씨 축사의 건강하던 소 여러 마리는 수 년 전부터 이유 없이 죽기 시작했다. 기형소가 태어나거나 태어난 뒤 일어서지 못한 채 시름시름 죽어간 사례도 여러 차례 발생했다. 위씨는 현재 백혈병을 앓고 있다.
ⓒ 소중한

 


거적을 들어내고 몇 차례 삽질을 하자 소뼈가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전남 여수 봉두마을의 한 축사 앞에 묻힌 소 사체입니다.

'음머'하고 소 우는 소리가 들리는 축사 바로 앞에 죽은 소가 묻혀있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내가 밤을 따러 요 앞을 지나간디 냄시가 나서 말이제. 죽은 소를 묻었다 하드라고. 요 축사에서 하도 소가 죽어브러갖고….  

원래 저 멀리 끄꼬 가서 묻어야 한디 계속 죽어난께 여따가 묻어서 거적때기만 덮어놨겄제. 여그여 여그."

봉두마을 강옥순 할머니(71)가 손가락질 하는 곳을 파니 대번 소 사체가 나왔습니다. 등 뒤론 바로 축사가,

머리 위론 송전선로가 지나는 곳입니다. 강 할머니에 따르면 수 년 전부터 이곳 축사의 건강한 소 여러 마리가 이유 없이 죽어갔습니다.

기형소가 태어나거나 태어난 뒤 일어서지 못한 채 시름시름 죽어간 사례도 여러 차례 있었다고 합니다.

송전탑 밑에서 부모님 잃고 자신은 신장암에

축사엔 10여 마리의 소가 울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현재 축사의 주인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주인 위아무개(남, 55)씨가 백혈병에 걸려 서울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축사는 이웃 주민이 종종 돌봐주고 있습니다.

축사 앞집에 살던 김용균(남, 55)씨의 사연은 더욱 안타깝습니다.

92년 아버지(당시 60세)가 집 대문을 나서다 쓰러져 뇌줄중으로 사망했고,

97년엔 거의 비슷한 위치에서 어머니(당시 62세)가 쓰러져 검사도 못해본 채 세상을 떠났습니다.

김씨도 2009년 신장암 판정을 받고 현재 치료 중입니다.

위씨의 축사와 김씨의 집 옆 송전탑 부근은 지난해 4월 한전 직원의 참여 하에 이뤄진

전자파 측정 결과 6.0밀리가우스(mG)의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봉두마을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는 "많은 선진국의 전자파 국제기준치는 2mG이다"며

"한전이 2009년 대한전기학회에 용역을 줘 실시한 조사 결과 '전자파 4mG가 초과할 경우

각종 암 발병률이 5.6배 증가한다'는 보고서도 있다"고 말합니다.

이에 한전은 "송전선로 전자파 국제기준은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 비전리방사선 보호위원회에서 정하고 있으며

2010년 11월 일반인에 대하여 2000mG를 국제기준으로 발표했다"며

"우리나라는 국제기준인 2000mG보다 낮은 수치인 833mG를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전의 의견을 두고 장하나 민주당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미국, 스웨덴 등은 전자파 기준치를 1~2mG로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이보다 400배 더 높은 기준치를 두고 있는 셈이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염소도 벌도 모두 죽어나가"

기사 관련 사진
 한전이 봉두마을에 1970년대 고압 송전선로 두 기(송전탑 19기)를 설치한 데 이어 지난해부터 송전선로 1기(송전탑 6기)를 추가로 건설한 가운데, 봉두마을 주민들이 새로 생긴 철탑에 각자의 바람이 담긴 천 조각을 묶어뒀다.
ⓒ 소중한

 


축사 위 송전선로와 이어진 봉두마을 뒤 앵무산 어귀의 송전탑은 김근수(남, 49)씨가 염소 10여 마리를 잃은 곳입니다.

2010년 처음 10여 마리의 염소로 축사를 꾸린 김씨는 현재 한 마리의 염소만 기르고 있습니다.

 2012년부터 알 수 없는 이유로 염소가 죽어갔기 때문입니다.

"송전선로 밑에 가둬놓고 키웠었제. 어느 날 자고 일어나서 보니 비실비실 하더라고.

그러더니 갑자기 죽기 시작하는 거여. 처음에 종자도 좋은 놈으로 샀었고,

변 상태도 문제가 없었당께. 확실히 일반적인 질병으로 죽진 않았던 것 같어."

역시 염소를 키우던 신순례 할머니(67)도 8마리의 염소를 송전선로 밑에서 잃었습니다.

신 할머니는 "5년 전부터 송전선로 밑에서 염소를 키웠는디 좀 클라하믄 죽어블고 그러더라"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염소와 함께 키우던 개도 지난해 죽었습니다.

벌을 키우던 네 명의 주민도 모두 양봉업을 접었습니다. 박

아무개씨는 마을 뒤편 345kV 송전선로 밑에서 벌을 키웠었는데 2004년 벌 유충이 모두 녹아 내리면서 양봉업을 접었습니다.

박씨는 2009년 폐암 선고를 받고 치료를 해 현재는 완치 통보를 받은 상황입니다.

박씨가 양봉을 하던 곳의 전자파 수치는 8.7mG를 기록했습니다.

기사 관련 사진
 봉두마을 주민인 김근수씨는 2010년부터 송전선로 밑에서 키우던 염소 10여 마리 중 한 마리를 제외하고 모두 잃었다.
ⓒ 김근수

 


"공사 시작된 지난해부터 부동산 매매 전무"

사정이 이렇다보니 봉두마을의 부동산 매매는 공사가 시작된 지난해 6월부터 끊겼답니다.

마을 주민들은 하나 같이 "(땅을) 팔려고 내놔도 누구 한 명 와서 물어보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봉두마을이 속해 있는 여수시 율촌면사무소 부근의 부동산을 들러 봉두마을의 부동산 매매 분위기를 들어보니

"전혀 매매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등기에 송전탑이 지나간다는 내용이 들어가면

압류가 된 거나 다름없다"고 표현했습니다.

다른 중개업자는 "율촌면에 율촌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에

봉두마을이 속한 산수리는 택지지구로의 개발 가능성이 있어 요새 부동산 매매가 괜찮은 편이다"면서

 "그럼에도 봉두마을은 송전탑 때문에 아무래도 손해보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키우던 소가 죽어가고, 사람마저 살기 힘든 상황에서 땅을 팔지 못해 마을을 떠날 수도 없는 게 봉두마을 주민의 현실입니다.

주민들은 ▲ 1970년대에 생긴 기존 송전탑의 원거리 이전 ▲ 주민건강을 위한 역학조사

▲ 현재 공사 중인 송전선로 지중화(땅 밑으로 송전선을 묻는 공법) ▲ 위 사항이 어렵다면 마을 전체의 집단이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사 관련 사진
 봉두마을 강옥순 할머니가 17일 마을을 지나는 송전선로와 송전탑을 가리키고 있다. 이곳은 박아무개씨가 벌을 키우다가 2004년 벌 유충이 녹아 내려 양봉업을 접은 곳이다. 박씨는 2009년 폐암 선고를 받고 치료를 해 현재는 완치 통보를 받은 상황이다.
ⓒ 소중한

 

 

여수산단 화려한 불빛, 이 마을의 눈물입니다

['밀양의 미래' 봉두마을③] 마을주민 안중에 없는 한전과 여수시

 


기사 관련 사진
 지난해 공사가 시작된 여수산단과 율촌변전소를 잇는 송전선로. 이 선로가 전남 여수 봉두마을을 지나면서 마을 주민들이 반대에 나섰다.
ⓒ 소중한

 


한국전력(아래 한전)이 이미 3개의 송전선로(송전탑 20기)가 지나가는 전남 여수 봉두마을에 또 고압 송전탑을 세우고, 송전선로를 잇는 이유를 밝혔습니다.

여수국가산업단지(아래 여수산단)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봉두마을에 또 송전선로가 지나가야 한답니다.

여수산단은 과거 몇 차례 정전사고로 큰 손해를 본 적이 있습니다.

한전은 여수산단에 공급하는 전기를 단일 전력계통에서 이중 전력계통으로 바꿔 대규모 정전사태에 대비하려 합니다.

이를 위해 봉두마을에 송전선로가 새로 설치되는 것이고요. 즉, 여수산단 정전을 막기 위한 철탑입니다.

사업은 여수 율촌변전소에서 여수산단개폐소(여천변전소)까지 20.1km를 연결합니다.

앞서 말했듯 봉두마을에는 이미 수십 개의 송전탑이 있습니다.

봉두마을 뒤편에는 두 개(154kV, 345kV)의 초고압 송전선이 지나갑니다.

그 중 154kV 송전선로는 여수 소라변전소에서 서순천변전소로 흘러가는 전선이고,

 345kV 송전선로는 여수산단에 있는 여수화력발전소에서 광양변전소로 갑니다.

또 마을 앞 154kV 송전선로는 여수산단을 위해 만들어진 송전선로입니다.

그리고 지난해 6월부터 또 하나의 송전선로가 지어지고 있습니다.

여수산단의 화려한 불빛은 봉두마을의 눈물입니다.

기사 관련 사진
 전남 여수에 있는 여수국가산단의 야경.
ⓒ 여수시청

 


이왕 송전탑 있으니 좀 더 짓겠다?

웃지 못할 일이 있습니다. 한전이 이번 공사를 하는 와중에 송전탑을 옮기려고 계획을 세웠는데

 이 소식이 마을 사람들을 더 화나게 만들었습니다.

한전은 봉두마을 앞에 있는 154kV 송전탑 4개를 뽑고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지점에 새롭게 송전탑 5개를 더 세우겠다고 발표합니다.

한전은 봉두마을 앞에 송전탑 5개를 세우면서 그 선정 배경을 밝혔습니다.

내용은 "기설 3개 송전선로가 밀집되어, 주거지역인근 경과,

철탑 분포면적 최소화를 위해 기설 송전선로 철거 4회선 송전선로 신설"입니다.

즉 '이왕 기존에 송전탑이 있던 곳이니 그곳에 좀 더 짓겠다'는 말입니다.

 한전은 이미 송전탑이 빽빽하게 들어찬 봉두마을에 더 많은 철탑을 세우겠다고 합니다.

 

이 말 듣고 화내지 않을 사람은 없습니다. 봉두마을은 이미 송전탑이 충분히 많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가족과 이웃, 그리고 가축이 원인 모를 병에 걸려 죽거나 앓고 있는 원인으로 송전탑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전은 아랑곳 하지 않습니다. 죽음의 마을로 변해가는 봉두마을 상황을 전하며

어떻게 된 일인지 한전 관계자에게 물었습니다.

그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전자계가 인체에 유해한지 여부는 한전이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세계보건기구에서 발표한 내용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사 관련 사진
 여수산단과 이어지는 율촌변전소에 전력을 공급하는 여수MPC(화력발전소). 이곳에서 나오는 전력은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봉두마을의 송전선을 지난다. 현재 제 2발전소가 지어지고 있다.
ⓒ 소중한

 


여수시 "봉두마을 위해 할 일이 별로 없다"

또 한전 측은 "세계보건기구(WHO)는 833밀리가우스(mG) 이하를 유지하라고 권고했고

2011년인가 2012년에는 세계보건기구에서 기준을 더 높였다.

 

 2000mG 이하를 유지하도록 해서 한전에서는 그 기준을 따르고 있다"며

 "법적기준이나 세계보건기구에서 권고하는 기준을 따르고 그 기준 이하가 나오도록 송전탑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한전은 봉두마을에 송전탑을 세우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견해입니다.

봉두마을은 어디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할까요? 여수시도 썩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18일 오후 여수시청 지역경제과 담당자와 통화했습니다.

그는 "주민 건강조사는 아직 검토중이다. 주민 건강 예비조사를 추진하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23일 통화했을 때와 같은 대답입니다. 건강조사 용역발주를 위한 예비조사조차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충남 당진시처럼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할 생각은 없을까요?

담당자는 "행정지원은 해야 하지만 여수시가 나서서 대책위를 구성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기자는 "봉두마을 주민들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물었습니다.

담당자는 "한전과 주민 사이에 간담회를 수차례 주선하며 중재 역할을 했다"며 "행정기관에서 할 일이 별로 없다"고 답했습니다.

봉두마을 고통, 전기 마음 편히 쓰는 우리 모두의 책임

기사 관련 사진
 전남 여수 봉두마을의 송전탑 건설 반대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마을 주민과 인근 지역의 시민단체가 뭉쳐 17일 '율촌면 봉두마을 송전탑 철거 시민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를 꾸렸다. 대책위 발족 기자회견에 참석한 마을 주민들이 송전탑 앞에 앉아 있다.
ⓒ 문나래

 


여수시는 여수를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는 여수산단이 여수를 먹여 살리는 또 하나의 발전축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시가 봉두마을 송전탑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인 듯합니다.

한전은 당연히 하루라도 빨리 송전탑에 전선을 걸고 싶어 하겠죠.

봉두마을 사람들은 기존에 있던 송전탑을 좀 더 마을에서 먼 쪽으로 옮기고,

새로 짓는 송전선로가 마을 앞을 지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마을 주민들은 "여수산단의 화려한 불빛 아래 봉두는 죽음의 마을로 변해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전기가 어디서 흘러왔는지 생각해 보셨나요?

고압 송전선이 집 안방의 콘센트에 이르는 동안 송전선이 지나는 마을은 이처럼 고통을 겪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죽음의 행렬을 끊어야 할 책임은 전기를 편히 쓰고 있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기사 관련 사진
 봉두마을 입구에 '봉두어르신께 미안한 시민모임' 명의의 "전기는 우리가 쓰고 봉두어르신 미안합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 소중한

 

 

 

 

암으로 죽은 사람만 40명... "대통령한테 싣고 가"

['밀양의 미래' 봉두마을④] 송전탑 아래 농성장 지키는 할매들
 


기사 관련 사진
 송전탑으로 고통을 겪고있는 봉두마을 주민들이 18일 송전선로가 지나는 마을길을 따라 걷고 있다.
ⓒ 문나래

 


늘어진 송전선이 밭 위를 길게 지나고 있다. 그 밭 위에서 일한 세월이 40년이다. 마을 구석구석 송전탑이 가깝지 않은 곳이 없다.

이곳에 한전은 지난해부터 또 송전선로 공사를 시작했다.

주민들은 언제 추가 선로를 연결하러 올지 모를 헬기 때문에 무섭다. 전남 여수의 봉두마을은 지금 아프다.

80여 가구가 사는 이 마을에 송전탑이 세워진 이래로 40명이 각종 암으로 죽었다

(관련기사 : 주민 40명 암으로 사망... 이게 혹시 너 때문?).

 

걷지 못하는 소가 태어나거나, 이미 죽은 소를 낳는 것을 보면서도

그것이 송전탑 때문이라고 의심한 적이 없다

(관련기사 : 소·염소 시름시름 죽고, 주인은 백혈병).

하지만 지난해 4월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마을 집단 거주 지역 및 논밭 전자파를 측정해 보고,

송전탑 이후 사망한 주민들의 사망 이유를 조사한 뒤로 주민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현재도 암 및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주민이 7명이다.

컨테이너 박스 농성장 할매들 "'죽었다'하는 각오로..."

봉두마을 사람들은 지난해 7월 송전탑철거시민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를 조직했다.

대책위는 지난해 10월 마을 입구에 컨테이너 박스를 세웠다. 농성장이다. 월화수목금 5일 동안 조를 편성해 농성장을 지킨다.

 송전선로 신설 공사를 막기 위해서다. 농성장 뒤편으론 새 송전탑이 세워져 있다.

송전탑은 한 쪽으로만 송전선을 이어받은 채 공사가 중단돼 있다.

기자가 지난 18일 농성장을 찾았다. 열일곱에 봉두마을로 시집 온 덕천댁(82)은 8년 전 암으로 남편을 잃었다.

 "평생 아픈 줄 모르고 농사만 짓던" 할아버지는 정월에 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고 2월에 세상을 떠났다.

"잘 잡숫지도 못하고 해서 병원에 갔더니 암이랴. 머리에 종양이 있다고.

그때 의사가 이미 상황 끝났다고 다른 병원 다닐 것도 없다여. 내가 겁이 많거든. 가슴이 우들우들 하더라고.

 처음 송전탑 들어왔을 때는 해로운지도 몰랐어. 전기 들어온다고 좋다고 했지.

그래 가꼬 기냥 자갈도 여 나르고, 물도 여 나르고, 밥도 해 멕이고 그랬제. 인자는 송전탑 뽑아냈으믄 쓰것어.

 빼내야 동네 사람들이 살 것인디. 끝이 어찌고 날까."

열아홉에 봉두마을에 시집 온 말언댁(84)은 헬리콥터가 지나면 "혹시 줄(송전선) 내려블까 싶어서 하늘만 쳐다봐"라고 말했다.

"낮이나 밤이나 그것(송전선로 공사) 생각뿐"이라는 할매는 "밭에 콩이 다 죽어브렀다"며

 "우리는 인자 '죽었다'하는 각오로 여기 있제"라고 말한다.


"비 올 때 신발이 찌릿, 애가 타고 속이 타서 잠을 못자"

할매들은 할 말이 많은 듯했다. 무서웠던 일, 억울했던 일, 쓰러졌던 일을 연신 늘어놓았다.

좁고 어두운 컨테이너 박스에서 이불을 나눠 덮은 채 할매들은 2시간 넘게 하소연을 늘어놨다.

"비 올 때 걸으믄 신이 찌릿 거리고, 송전탑도 '우웅~' 하고 울고. 두드럭 두드럭 거리고. 그라믄 '아이고 나 죽겄다' 하고 집으로 뛰가제.

무서워. 왜 그런고 그랬는디 알고 보니 전기가 겁나게 세서 그런거라 하더라고. 형광등 들고 있음 불이 온단갑네.

멍청하게 살았지. 그런 것도 모르고. 아이고. 송전탑을 산으로 쑥 올려브믄 좋지.

앵무산 꼭대기로 가기만 해도 나을 것인디." - 20세에 봉두마을로 시집 온 상두댁(72)

"2000평 밭에 있는 감나무도 다 없애브렀어. 언제 벤다는 말도 없이 강제로다가.

평소처럼 밭에 갔는디 나무를 싹 다 베놔서 사무실로 쫓아갔다가 그대로 쓰러져 브렀제.

 그 뒤로 애가 터지고 속이 상해서 잠을 잘 못 자.

아들이 '엄마 죽어블면 돈도 필요 없고, 밭도 필요 없다'고 '밭에 가지 말라' 해서 (농)약도 안 치고 그대로 놔뒀어.

인제 밭에 안 갈라고. 철탑 지나가는 자리에는 논 짓던 사람도 인자 안 질라고 그래. 마을에 망조가 들었나벼.

우리 죽으믄 박근혜 대통령한테로 싣고 가." - 21세에 봉두마을로 시집 온 상임댁(71)

"마을이 송전탑으로 뺑뺑 둘러져 버렸잖아. 숨 쉴 구멍도 없이 감아버리니까 사람이 살 수가 없어.

철탑하고 생명하고 바꿀 수 없잖아. 생명이 제일 소중하고 귀하니까.

쓰러지고 아픈 것이 넘의 일이 아니야. 항상 불안해. 들에 가도 불안하고, 누가 아프믄 또 송전탑 땜시 아닌가 의심이 들고.

 자꾸 빈집이 늘어 싸. 부부가 암으로 죽어 블거나, 병으로 돌아가셔서 빈집이 여러 채야(현재 봉두마을엔 19채의 집이 비어있다)."

- 23세에 봉두마을로 시집 온 새동댁(73)

시민단체 합류, 면 단위 대책위 꾸려져

기사 관련 사진
 봉두마을 할매들이 송전탑 밑의 컨테이너 박스 농성장에 모여 있다. 봉두마을 주민들은 조를 짜 평일 내내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 소중한

 


19일 대책위와 인근 지역 시민단체 여럿이 모여 콘테이너 박스 뒤 송전탑에서

'율촌면 봉두마을 송전탑 철거 시민대책위' 발족 기자회견을 열었다

(관련기사 : 밀양 이어 여수도... "사람이 우선, 송전탑 철거").

 마을 단위의 대책위에서 시민단체까지 참여한 면 단위의 대책위로 규모가 커졌다.

봉두마을 이장인 위성초 대책위원장(67)은 "우리는 이제부터 싸움 시작"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마을 주민을 이끌고 '밀양 희망버스'로 두 차례 밀양을 찾았던 위 위원장은 "'보통 각오가 아니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더는 송전선로 밑에서 살 수 없다는 주민들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위 위원장은 "한전에서 계속 합의하자는 전화가 오는데

우리는 송전탑을 멀리 옮겨주지 않으면 합의할 수 없다"며 "돈으로 합의할 생각도 없다"고 덧붙였다.

아래는 봉두마을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농사를 하고 있는 위 위원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주민들은 송전탑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나.
"전자파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전자파로 인해서 이런 일이 생기는 줄은 진짜 몰랐다.

신문, 방송에서 전자파에 대한 위험성이 보도된 이후 우리도 '우리 주민들이 아프거나 죽는 이유,

가축들이 사산하거나 기형을 낳는 이유가 전자파 때문일 수 있겠구나' 의심하기 시작했다. 요즘에 와서 알게 된 사실이다."

- 양봉, 가축, 농사가 잘 안되기 시작한 시점은.
"철탑 들어선 지 40여 년 지났다. 10년 전부터 암으로 돌아가신 분들이 늘어났고, 가축도 잘 안됐다.

과거 병으로 사람들이 죽어갈 때 그것이 송전탑 때문일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

현재도 두 명이 백혈병과 싸우고 있고 암투병 중인 주민도 다섯 명이다.

농토도 많지 않고 다수가 축산에 의지했는데 현재는 많이 접는 추세다."

- 송전탑의 유해성을 알게 된 이후 주민들 반응은 어땠나.
"주민들의 의지는 확고하다. 더는 송전탑 밑에서 살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신설된 송전탑은 물론이거니와 기존에 있던 송전탑도 마을과 너무 가까이에 있다. 송전탑을 인가에서 먼 뒷산으로 올려야 한다."

"돈으로 합의 없다... 밀양 가보고 '각오 단단히 해야겠구나' 느껴"

기사 관련 사진
 위성초 봉두마을 이장이 18일 마을 입구에 걸린 플래카드 앞에 서 있다. '봉두어르신께 미안한 시민모임' 명의의 플래카드에는 "전기는 우리가 쓰고 봉두어르신 미안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 문나래

 


- 대책위의 어떤 활동을 해 왔나.
"처음에는 장관, 국무총리, 대통령 등에게 탄원서를 내고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다들 한전에 위임해 버렸다. 탄원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시민연대, 환경단체 등과 연대를 시작했다.

 연대 이후 주민 20여 명과 밀양에도 두 번 방문했다."

- 밀양에선 어땠나.
"추운 날씨에 밀양 할매들이 많은 고생을 하고 있더라. 이미 우리 마을 철탑은 90% 마무리가 된 상태인데

 밀양은 하기 전부터 철탑자리에 구덩이를 파고 생활하고 있었다. 각오가 대단하다.

 그걸 보고 '보통 각오가 아니면 안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우리도 이제 구덩이를 파면 거기 폭삭 들어가 지키겠다."

- 한전은 현재 어떤 입장인가.
"한전의 답변은 아주 무의미하다. 현재 봉두마을의 전자파 수치는 기준에 벗어나지 않고,

때문에 송전탑의 전자파로 인한 피해는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다."

- 주민들의 건강검진 계획은.
"현재 여수시에 역학조사(암 사망자와 송전탑의 상관관계)를 요구한 상태다.

마을 주민들이 조사한 전자파 수치, 사망 이유 등의 자료를 여수시에 제출했고,

여수시는 자체 조사 이후 어떤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여수시의 입장이 결정되면 마을 주민 전체가 건강검진을 받아야겠다."

- 마을의 요구는 무엇인가.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 송전탑이 있다 보니 재산권은 말할 것도 없고 생활권, 제일 중요한 생명권까지 위협받고 있다.

25개나 되는 송전탑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어 매일이 불안하다. 그렇다고 대대로 500년 가까이 살아온 부락을 어찌 떠나겠나.

아늑한 앵무산 밑 내 평생 살아온 이 좋은 고향을 어찌 버리겠나.

송전탑을 지중화 시키든지 원거리로 보내야 한다. 충분히 뒷산으로 옮길 수 있다.

조그마한 마을을 왜 이렇게 못살게 하는지 모르겠다. 이제 아무도 우리 부락에 오려고 하지 않고, 땅도 팔리지 않는다."

- 앞으로 걱정되는 부분은.
"한전에서 계속 합의하자는 전화가 온다. 송전탑은 그대로 두되,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겠다는 식이다.

하지만 우리 입장은 전혀 다르다. 송전탑을 멀리 옮겨주지 않으면 합의할 수 없다. 돈으로 합의점을 찾을 생각은 없다."

 

 

"송전선로 갇힌 감옥같은 마을
 시골 주민들은 토달지 말라고?"

['밀양의 미래' 봉두마을⑤] 김제남 정의당 의원 인터뷰


기사 관련 사진
 지난해 전남 여수 봉두마을을 찾아 '송전탑 건설 반대 기자회견'을 연 김제남 정의당 의원이 한 마을 주민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김제남 의원실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전남 여수 봉두마을을 찾았을 때를 떠올리며 "송전선로로 갇힌 감옥"이라고 표현했다.

'아이들에게 핵 없는 세상을 위한 국회의원 연구 모임' 대표이기도 한 김 의원은

당시 천호선 대표와 함께 봉두마을을 찾아 "송전선로 공사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1970년대 3기의 송전선로(송전탑 20기)가 건설되고 지난해

추가로 송전선로 공사가 진행되는 봉두마을의 하늘은 베틀의 실처럼 송전선으로 얽혀 있다.

마을 주민들은 "송전탑 건설 후 40명이 각종 암으로 사망했고,

현재도 7명이 암·백혈병을 앓고 있다"며 송전탑 이전과 신설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의 요구에 부응해 김 의원은 "봉두마을은 초고압 송전선로가 마을을 관통하다시피 건설돼 있고

특히 사람이 사는 집 바로 위로 지나간다,

 정말 충격적"이라며 "정부와 한전은 전자파가 국제기준치인 833밀리가우스(mG)보다 낮아

인체에 아무 영향이 없다고 앵무새처럼 반복할 뿐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전이 지난해 새 송전선로를 설치하는 이유로 "여수국가산단 전력 공급"을 든 것을 두고는

"한낱 시골주민들은 '토'달지 말라는 것"이라며

 "21세기를 살고 있지만 송전선로 건설과정은 봉두마을에 송전탑이 처음 들어선 1970년대와 전혀 다르지 않다

. 봉두마을의 시계는 여전히 1970년대에 머물러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송전탑 갈등 원인 전원개발촉진법 폐지해야"

기사 관련 사진
 지난해 11월 전남 여수 봉두마을을 찾아 '송전탑 건설 반대 기자회견'을 연 김제안 정의당 의원이 봉두마을회관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김제남 의원실

 


김 의원은 "송전탑과 암 발병에 연관성이 없다"는 주장을 강력히 비판했다.

김 의원은 "한전이 말하는 전자파 기준치 833mG는 '단기노출' 기준일 뿐 봉두마을 주민들처럼

집과 논밭에서 항시적으로 전자파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장기노출에 대한 기준은 전혀 없는 상태"라며

 "미국 국립방사선 방호학회는 2mG, 샌디에이고시는 건물 신축시 2~4mG,

스웨덴은 2mG, 스위스는 유치원과 병원 등의 경우 10mG 등 선진국의 대부분은 2mG 안팎의 기준치를 채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4월 한전 직원의 참여 하에 봉두마을 주민이 마을 주변 전자파를 직접 측정한 결과를 보면

최고 8.7mG를 기록했다"며 "봉두마을 주민들이 전자파에 공포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 의원은 송전탑 공사로 갈등 지역이 생기는 원인을

"'전원개발촉진법'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이 법을 전면 폐지하는 것을 의정활동의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원개발촉진법은 1970년대 개발독재시대에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전력 공급이 원활해야 한다는 명분 하에

전기사업자(한전)에 최소한의 요건만 갖추면 각종 인허가권을 면제해 속전속결로 전원설비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해 준 법"이라며

 "그렇다보니 전원개발자들은 이 법을 무기로 온갖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며 사업을 추진해 왔고,

해당 지역주민들과 끊임없는 갈등을 일으켜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원개발촉진법 때문에) 송전선로 건설 사업이 결정되는 과정에

해당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창구가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밀실에서 졸속으로 결정을 하고 있다"며

 "경과지를 투명하게 선정해야 하고 보상문제도 신중하고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래는 <오마이뉴스>가 보낸 서면 질문지에 20일 김제남 의원이 답한 내용의 전문이다.

"집 바로 위 송전선로 충격... 전자파 수치, 선진국 기준 4배 이상"

기사 관련 사진
 지난달 25일 전남 여수 봉두마을의 345kV 송전탑 아래에서 형광등을 들어 올리자 전기를 연결하지 않았는데도 형광등에 불이 들어왔다.
ⓒ 황주찬

 


- 지난해 11월 봉두마을을 찾은 바 있다. 어느 정도 심각하던가.
"봉두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송전탑에 둘러싸인 마을임을 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초고압 송전선로가 마을을 관통하다시피 건설돼 있고, 특히 사람이 살고 있는 집 바로 위로 지나가는 모습이 정말 충격적이었다.

봉두마을을 처음 본 느낌은 말 그대로 송전선로로 갇힌 감옥과 같은 모습이었다."

- 한전은 봉두마을 송전탑 건설이 여수 국가산단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한마디로 국가산업단지에 전력공급을 하겠으니 한낱 시골주민들은 '토'를 달지 말라는 것이다.

21세기를 살고 있지만 송전선로 건설과정은 봉두마을에 송전탑이 처음 들어선 1970년대와 전혀 다르지 않다.

봉두마을의 시계는 여전히 1970년대에 멈춰 있다.

우리나라의 전력산업과 관련기술은 이미 상당한 수준이다. 345kV 송전선로의 지중화 기술도 충분히 쌓여 있다.

단지 가공선로보다 시간과 비용이 늘어날 뿐이다. 

정부가 피해 주민들의 반대로 인한 사회적 갈등비용과 향후 전자파 민원 등으로 예상 가능한 비용 등을 고려한다면

전자파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지중화가 훨씬 경제적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한전은 송전탑과 암 발병에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전은 송전선로의 전자파 국제기준은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 비전리방사선 보호위원회에서 정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국제기준인 2000mG보다 낮은 수치인 833mG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수치는 '단기노출'에 대한 기준일 뿐 봉두마을 주민들처럼 집과 논밭에서

 항시적으로 전자파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장기노출에 대한 기준은 없는 전혀 상태다.

특히 소아가 3~4mG이상의 전자파에 만성 노출되면 소아백혈병 발병률이 2배 이상 증가한다는 것은 이미 의학계에서 공히 인정된 사실이다.

 해외의 전자파 수치 기준 사례를 보더라도 미국 국립방사선 방호학회는 2mG, 샌디에이고시는 건물 신축시 2~4mG,

스웨덴은 2mG, 스위스는 유치원과 병원 등지의 자기장은 10mG 등 대부분 2mG 안팎의 기준치를 채택하고 있다.

봉두마을 주민이 지난해 4월 한전 직원의 참여 하에 마을 주변의 전자파를 직접 측정한 결과를 보면 최고 8.7mG까지 나왔다.

이는 선진국의 기준치인 2mG의 4배 이상에 해당하는 수치다. 봉두마을 주민들이 전자파에 공포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의 <전국 고압송전선로 주변 지역주민 암 관련 건강영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11월부터 2013년 2월까지 154㎸와 345㎸ 송전선로에 노출된 전국 67개 지역 주민 암 발병 상대위험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남성의 경우 35곳, 여성은 27곳에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화 해결 가능성 충분... 보상은 불가피한 경우에만"

기사 관련 사진
 지난해 11월 전남 여수 봉두마을을 찾은 천호선 정의당 대표(왼쪽에서 네 번째)와 김제남 의원(왼쪽에서 세 번째)이 봉두마을회관에서 '송전탑 건설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 김제남 의원실

 


- 갈등 해결을 위해 가장 선행되어야 하는 건 무엇일까.
"무엇보다 주민과 한전과의 대화가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른 사업설명회 혹은 공청회는 아주 극소수 주민들을 상대로 밀실에서 졸속으로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다수 주민들은 송전탑 공사가 시작되어서야 사업을 아는 경우가 많다.

봉두마을의 경우는 주민들과 대화로 문제를 풀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주민들은 불가피하게 마을 근처로 송전선로가 지나갈 수밖에 없다면 지중화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고,

 아니면 마을 뒷산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선로가 마을 뒷산으로 돌아가게 될 경우 주민들은 부지까지 제공할 의사도 밝혔기 때문에

봉두마을 갈등 해결은 온전히 한전의 결정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송전탑 건설과 같은 국가사업의 진행에 있어서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앞서 지적했듯이 송전선로 건설 사업이 결정되는 과정에 해당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창구가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결정이 밀실에서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것을 가능케 해주는 것이 바로 '전원개발촉진법' 때문이다.

그리고 경과지 선정과정이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송전선로 경과지 선정은

 '한국전력기술'이 한전의 용역을 받아 수행해 왔는데, 경과지 선정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의 의견수렴이 거의 안 되고 있다.

보상문제는 가장 신중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

송전탑 건설뿐만 아니라 다른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국책사업의 공통 결과는 보상으로 인한 '공동체 파괴'가 가장 심각한 문제다.

보상은 다른 가능한 방법을 다 동원한 다음 정말로 불가피한 경우에만 실시해야 하며

해당 주민들에 대한 완전한 보상이 기본전제가 되어야 한다."

- 전원개발촉진법과 관련된 의견과 향후 계획이 있다면.
"전원개발촉진법은 1970년대 개발독재시대에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전력 공급이 원활해야 한다는 명분하에

전기사업자(한전)에게 최소한의 요건만 갖추면 각종 인허가권을 면제해 속전속결로 전원설비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해 준 법이다.

지금까지 일부 개정되긴 했지만 기본 골격은 그대로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렇다보니 전원개발자들은 이 법을 무기로 온갖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며 사업을 추진해 왔고,

 해당 지역주민들과의 끊임없는 갈등을 일으켜 왔다.

 

의정활동 목표 중 하나가 전원개발촉진법을 전면 폐지하는 것이다.

 지방분권시대에 전원개발에 대한 인허가권은 최대한 지방정부로 이양하고,

전원설비의 절차와 관련된 부분은 '전기사업법'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기사 관련 사진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전남 여수 봉두마을 주민들이 지난달 시민대책위원회를 꾸린 가운데 6일 한국전력공사 고위 직원이 봉두마을을 방문해 대책위와 대화를 나눴지만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최준식 한전 광주전남건설지사장이 봉두마을 주민들 앞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
ⓒ 신원경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전남 여수 봉두마을 주민들이 지난달 시민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를 꾸린 가운데

6일 한국전력공사(아래 한전) 고위 직원이 봉두마을을 방문해 대책위와 대화를 나눴지만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날 오후 1시부터 약 3시간 동안 봉두마을을 둘러 본 최준식 한전 광주전남건설지사장을 비롯한 한전 직원들은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고 공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다만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154kV 송전선로와 관련해 한전 측은 선로방향 수정 검토를 거쳐

11일 다시 대책위와 만남을 갖기로 하고 이때까지는 공사를 강행하지 않기로 했다.

1970년대 고압 송전선로 3기(송전탑 20기)가 지어진 봉두마을은 지난해 6월 송전선로 1기(송전탑 5기)가 추가로 설치되고 있어

주민들이 대책위를 꾸려 농성을 벌이는 등 반대 운동에 나선 상황이다.

 새 송전선로가 지어지면 기존 송전선로 중 마을 앞을 지나는 송전선로 1기는 철거될 예정이다.

대책위는 ▲ 1970년대 지어진 기존 송전선로 중 마을 뒤편을 지나는 2기 이전

▲ 새로 짓는 송전선로 철거 혹은 방향전환

▲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면 마을 집단이주를 한전에 요구하고 있다(관련기사 : 밀양 이어 여수도... "사람이 우선, 송전탑 철거").

"공사 중단 약속해 달라" vs "안정된 전력공급 위해..."

기사 관련 사진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전남 여수 봉두마을 주민들이 지난달 시민대책위원회를 꾸린 가운데 6일 한국전력공사 고위 직원이 봉두마을을 방문해 대책위와 대화를 나눴지만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한전과 대책위 측이 봉두마을회관에서 논의를 하고 있는 가운데 한 주민이 한전 직원들 앞에서 답답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소중한

 


특히 이날 대책위와 한전 측은 현재 새로 건설중인 송전선로의 공사 진행 여부를 두고 가장 큰 갈등을 보였다.

봉두마을 할머니들은 최 지사장을 붙잡고 "공사 중단을 약속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결국 11일 재협의를 하기로 하고 그때까지 공사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최 지사장을 비롯한 한전 직원들은 현장답사를 진행한 후 선로방향 변경 검토를 하겠다면서도 공사는 진행하겠다고 해 대책위로부터 반발을 샀다. 

최 지사장은 "여수 쪽엔 석유 화학공단이 있어 전력을 많이 필요로 한다"며

"한전 나름대로 검토를 통해 송전선로 방향을 정했으니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개통을 할 수밖에 없음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봉두마을 이장은 위성초 대책위원장은 "왜 우리 마을 주민들이 암으로 죽고,

 지금도 암과 백혈병에 시달리는 등 고달픔 속에 살아야 하나"라며

"이럼에도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말을 하는데 절대 우리 주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전 "대책위 요구 수용 어려워"

기사 관련 사진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전남 여수 봉두마을 주민들이 지난달 시민대책위원회를 꾸린 가운데 6일 한국전력공사 고위 직원가 봉두마을을 방문해 대책위와 대화를 나눴지만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한전과 대책위 측이 논의를 하고 있는 봉두마을회관 앞에 마을 할머니들이 앉아 있다.
ⓒ 신원경

 


이날 봉두마을을 찾은 한전 직원들은 대책위의 요구에 난색을 표했다.

 '기존 송전선로 중 마을 뒤편을 지나는 2기 이전'과 관련해서 배형석 한전 광주전남건설지사 송전건설팀장은

 "기존에 있던 송전선로 중 마을 뒤편을 지나는 2기는 계속된 민원으로

2006년 높이를 올리는 등 조치가 취해져 지금 당장 산 위로 옮기긴 어렵다"며

 "또 신설 선로가 아니기 때문에 건설지사 보단 운영사업소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새로 짓는 송전선로를 두고 최 지사장은 "2011년 여수국가산단에 대규모 정전이 일어났을 때 700억 원의 손해가 났다"며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선 시급히 새로 짓는 송전선로 공사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집단이주 역시 한전 측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장흥 위씨, 광산 김씨 집성촌인 봉두마을은 1970년대 지어진 송전선로와 지난해 공사를 시작한 송전선로로 인해 한전과 갈등을 겪고 있다. 

봉두마을 주민들은 "1970년대부터 있던 송전탑으로 인해 마을 주민 40명이 각종 암으로 돌아가셨고,

현재도 암·백혈병 등으로 7명이 투병 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