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꽃 그리고 가을 빛
정말 가을입니다
자연의 위대함을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유난히도 더웠던 여름이었습니다. 여름이 영원히 계속 될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사이에 더위는 실종되었고, 대신 선선한 가을이 웃고 있습니다.
자연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사람의 힘으로는 언감생심 생각도 하지 못할 일입니다.
때가 되니, 여름은 멀어졌습니다.
여름이 극성을 부리던 그 자리를 가을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가을은 국화의 계절입니다.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국화과'의 꽃들이 앞을 다퉈 피어나는 계절입니다.
'국화'라는 이름을 가진 꽃들도 있지만,
우리가 흔히 '들국화'라고 부르는 꽃은 다양한 이름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름 끝자락에 피어나기 시작하는 벌개미취, 코스모스 모두 국화과의 꽃입니다.
가을이 무르익었음을 알려주는 쑥부쟁이, 구절초 등도 국화과의 꽃입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가운데 부분에 수없이 많은 꽃들을 피워낸다는 점입니다.
그 작은 곳에 송이송이 작은 꽃들이 들어 있음을 아는 분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 한 송이 한 송이가 모두 하나의 씨앗이 됩니다.
여럿이 함께 만든 가을 빛, 가을에 피어나는 꽃들은 보랏빛이 많습니다.
오랜 시간 인내하다가 피어나는 꽃인 까닭이기 때문입니다.
이른 봄부터 싹을 틔우고 오랜 시간 준비하여 피워내는 가을꽃들을 만나러 갑니다
고마리
여기저기 습기가 많은 곳에 고마리가 한 무더기씩 피어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고마리 꽃이 피면 완연한 가을이고, 그들이 여물어갈 무렵이면 깊은 가을입니다.
그 작은 꽃들이 옹기종기 모여 피어있는 모습은 얼핏보면
며느리밑씻개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줄기에는 가시가 없습니다.
며느리밑씻개보다 부드러운 꽃입니다.
그들의 이름은 '고마우리, 고마우리' 물을 깨끗하게 해주니
'고마우리'에서 유래됐다고 합니다.
참취
솔직히 참취꽃은 국화과의 꽃이 가진 특유의 향기도 없지만
그런데도 참취의 향은 깊은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이른 봄 언 땅을 뚫고 올라온 참취를
쌈으로 먹거나 봄나물로 먹은 기억 때문일 것입니다.
물봉선
봉선화과의 한해살이풀로 주로 산과 들의 습지에서 무리 지어 자라며,
한국, 일본, 만주 등지에 분포합니다.
8~9월에 나팔과 비슷한 홍자색의 꽃이 줄기 끝이나 가지 끝에
총상꽃차례를 이루며 2~4송이씩 붙습니다.
노랑물봉선과 흰물봉선의 꽃 안쪽에 적갈색 반점이 있고
흰물봉선은 우리나라 특산종입니다.
물봉선은 꽃대가 밑으로 드리워져 꽃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모습으로 핍니다.
매달린 꽃의 앞쪽은 꽃잎을 활짝 벌린 모습이고 뒤쪽은 길게 좁아지는
깔때기가 도르르 말린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 부분을 꿀주머니또는 거(距)라고 하는데
꿀주머니 속의 깊숙한 꿀샘의 꿀은 흡입 대롱이 있는 나비나 나방만이 빨아 먹을 수 있습니다.
짙은 자주색의 꽃이 피는 것을 가야물봉선(for. atrosanguinea),
흰색 꽃이 피는 것을 흰물봉선(for. pallescens), 노란색 꽃이 피는 것을 노랑물봉선,
꽃색이 연한 것을 미색물봉선(for.pallida)이라고 합니다.
꽈리
꽃은 그닥 예쁘지 않은 것 같은데 열매는 어찌도 저리 고운지.
가을이 오면 꽈리줄기들을 모아 벽에 걸어두기도 했습니다.
문구점에서 팔던 고무꽈리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식물의 특유한 맛을 느끼며 연한 껍질 터질새라 조심조심 꽈리를 불던 어린 시절이 있었습니다.
원산지는 한국이며 한국, 중국, 일본, 만주에 분포합니다
홍고랑, 등롱초, 산장과, 산장초, 꾸와리라고도 불립니다
전국 각지에서 자생하며 산비탈, 마을빈터, 풀밭 등에서 흔하게 볼 수 있으나,
근래에는 그리 흔한 것은 아닙니다. 열매를 주로 이용하며 전초를 쓰기도 합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성질은 평하고 차며 맛이 쓰고 시며 독은 없다.
열로 가슴이 답답하고 그득한 것을 낫게 하고 오줌을 잘 나가게 한다.
난산에 쓰고 후비(喉痺)를 낫게한다.
<본초강목>에서는
곳곳에서 자라는 열매는 거푸집으로 만든 주머니와 같으며,
그 속에는 알갱이가 있는데 매(梅)와 자두만 하고 적황색이며,
맛이 신 좁쌀죽 웃물과 같기 때문에 산장(酸裝)이라 한다.
뿌리는 미나리 뿌리와 같고 색은 희며 맛은 몹시 쓴데 황달을 낫게 한다.
어린아이에게 먹이면 열을 내리고 몸에 좋다.
물매화
산지의 볕이 잘 드는 습지에서 자라는 범의귀과의 여러해살이풀입니다.
다른 이름으로 풀매화·물매화풀·매화초·다자매화초라고도 합니다.
물매화의 접두어 ‘물’은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자라는 특성 때문에 붙여진 것이며,
‘매화’는 꽃이 매화를 닮았다는 데서 유래된 것입니다.
매화초는 한방명이고, 다자매화초는 수술 끝에 헛 수술이 침처럼 많이 달려서 그렇게도 부릅니다.
북반구의 온대와 아한대에 분포하며 한방에서는 뿌리를 제외한
식물체 전체를 매화초라는 약재로 쓰는데, 종기·급성간염·맥관염에 효과가 있습니다.
자주쓴풀
용담과의 쓴풀속에 속하는 1년초 또는 두해살이풀입니다.
햇볕이 잘 드는 언덕, 산비탈, 풀밭, 밝은 소나무숲 등에 자생합니다.
쓴풀은 뿌리부터 잎 및 꽃까지 모두가 엄청 쓴맛을 가지고 있어서
뜨거운 물에 천번을 우려내도 쓴맛이 난다고 하여 '쓴풀'이라 하는데
용의 쓸개처럼 쓰다는 용담의 10배 정도 된다고 합니다.
생약명으로 장아채, 어담초, 당약으로 불리고
간, 황달, 이질, 습질, 위의 기능을 촉진한다고 합니다.
가을에 꽃이 필 때 채집하여 음지에서 말려서 보관했다가 이용합니다.
쓴풀의 수용액을 정맥 주사하면 피부 온도를 높일 수 있으며
이것은 부교감 신경 흥분약의 작용과 비슷해서 탈모증도 치료할 수 있습니다.
쓴풀속은 전세계에 약 80종이 분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 자생하고 있는 쓴풀의 종류로는
개쓴풀, 쓴풀, 자주쓴풀, 흰자주쓴풀,네귀쓴풀, 별꽃쓴풀, 큰잎쓴풀이 자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들은 크게 꽃잎이 넉 장인 것과 다섯 장인 것으로 나누어집니다.
꽃잎이 넉 장인 것으로 네귀쓴풀, 대성쓴풀, 큰잎쓴풀이 있고
다섯 장인 것으로는 쓴풀, 자주쓴풀, 개쓴풀이 있습니다.
용담
뿌리가 마치 용의 쓸개처럼 쓰다는...
햇빛이 비치면 줄기 끝과 윗부분의 잎겨드랑이에 청자색의 꽃이 위를 향해 핍니다
가을 날씨가 쌀쌀한 오후가 되면 벌들은 용담꽃으로 들어가
쌀쌀한 추운 밤을 꽃속에서 지내고 이튿날 오전이면 꽃잎을 열어주는데
밤새도록 온 몸에 꽃가루를 묻혀 이꽃 저꽃으로 옮겨가며 교접을 이룹니다.
용담의 영어명인 'Gentian'는 왕 젠테우스의 이름에서 유래합니다.
일류리아의 왕이었던 젠테우스는 백성들이 흑사병으로 죽어 가자
산으로 피해 들어가 신에게 기도했다고 합니다. "제발 특효약을 가르쳐 주십시오"
그렇게 말하며 화살을 쏘자 용담의 뿌리에 맞아 약으로 썼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용담은 그 빛깔 자체가 슬픔의 채색입니다. 꽃말은 슬픈 그대가 좋아. 정의
솔체
산토끼꽃과 체꽃속의 두해살이로 한국·중국에 분포합니다.
솔체꽃의 줄기는 곧추 서서 높이 50∼90cm까지 자라고
다자란 줄기 끝에서 연보라색의 꽃봉오리가 맺히며
초가을부터 피기 시작하면 9월 하순까지 피고지고 하니 비교적 오래볼 수 있습니다
산골소년을 사랑했지만 이루지 못하고 슬픔이 깊어 죽어간 요정이
솔체꽃으로 태어났다는 슬픈 전설이 내려옵니다.
이 전설 때문인지 꽃말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입니다.
잎과 꽃의 생김새가 조금씩 다른,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잎에 털이 없는 것을 민둥체꽃(var. zuikoensis),
잎이 깃처럼 갈라진 것을 체꽃(for. pinnata),
꽃이 필 때까지 뿌리에서 나온 잎이 남아 있고 자침이 다소 긴 것을 구름체꽃(for. alpina)
산박하
꿀풀과에 속한 여러해살이풀로서 일견 들깻잎의 축소판처럼 보입니다.
깨잎오리방풀, 깻잎나물이라고도 합니다
깻잎처럼 생긴 식물 중 잎이 작고 쪼글쪼글한 느낌이 있죠.
이름이 산박하지만 박하의 향과는 거리가 있는, 나름 독특한 향이 있습니다.
차로 끓이면 향은 정유성분이라 모두 날아가고 맛은 무지하게 쓴맛이 나는데,
농도를 잘 조절하고 감초와 끓이거나 꿀을 타서 차게 마시면 입에 차악~ 달라붙습니다.
꽃은 8∼9월에 파란빛을 띤 자줏빛으로 피고 줄기 위에 취산꽃차례로 달리는데
꽃 지름 길이 8∼10mm이며, 전체가 커다란 꽃이삭이 됩니다. 어린 순은 나물로 먹습니다.
담즙분비촉진, 건위, 식욕촉진, 속 더부룩, 가스제거, 위염등
여름철 소화기 트러블과 염증에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산박하속은 전 세계에 약 40종이 있습니다
방아풀(방아오리방풀, 회채화), 배초향, 산박하, 꽃향유 등은
얼핏 보면 모두 들깻잎 비슷하게 생겨 그게 그것 같지만,
한번 알아두면 그 후에는 쉽습니다.
꿀풀과의 산박하속 우리나라 대표 종으로는
오리방풀 (I. excisus (Max.) Kudo.)
흰오리방풀 (I. excisus for. albiflorus Hara.)
둥근오리방풀 (I. excisus var. chiisanensis (Nak.) T. Lee)
지리오리방풀 (I. excisus var. coreanus T. Lee)
산박하 (I. inflexus (Thunb.) Kudo)
털산박하 (I. inflexus var. canescens Kudo.)
깨나물 (I. inflexus var. macrophyllus Nak(Kudo.).
영도산박하 (I. inflexus var. microphyllus Kudo.)
긴잎산박하 (I. inflexus var. transiticus Kudo.)
방아풀 (I. japonicus (Burm.) Hara)
자주방아풀 (I. serra Nemoto)
파리풀
파리풀속은 지구상에 두 종류만 서식하는데
그 1종이 우리나라에 서식하고 있는 여러해살이 파리풀입니다.
주로 서식하는 곳은 산지의 습한 나무 그늘에서 자라고
입술 모양의 작은 자주색 꽃(5mm)이 약 70cm나 되는 긴 꽃줄기를 따라 핍니다.
꽃이 지면 맺히는 열매가 가시처럼 되어 다른 물체에 잘 달라붙도록 되어있어
사람이나 짐승들의 털에 붙어 이동을 합니다.
파리풀은 유독성 식물로 뿌리의 즙을 밥에 뿌리거나 종이에 발라 놓으면
파리가 먹고 죽기 때문에 파리풀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파리풀의 즙액을 재래식 변소에 뿌려 넣기도 합니다.
파리풀의 한자 이름을 승독초(蠅毒草)라 하는데
이를 풀이 해보면 蠅,파리+毒,독+草,풀이라는 뜻이 됩니다.
전초를 찧어서 옴, 벌레물린데 등에 붙이면 해독하는 효능이 있습니다.
들국화
가을에 피는 들국화들을 우선 세 무리로 크게 나눈다면,
쑥부쟁이류, 구절초류, 개미취류 정도로 크게 분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들국화 중에서는 아무래도 쑥부쟁이의 종류가 가장 많다고 할 수가 있는데,
제법 큰 도감들에서도 제각기 분류가 다르고 설명 또한 천차만별이므로,
흔히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분하는 데 있어 혼란을 겪는 분들이 많습니다
농장 여기저기서 한두 개 혹은 무더기로 피어 있는 구절초를 만납니다.
구절초는 언제봐도 청초함이 묻어나기에 곱습니다
순백의 빛이 밝음과 고상함의 꽃말을 대변하듯이 그 가을 향기에 빠져 들어봅니다
길가에 청초한 쑥부쟁이를 만납니다..
쑥을 캐는 대장장이 딸이라는 쑥부쟁이가 죽어서도 청년을 잊지 못해
해마다 가을이면 목이 긴 꽃대에 보라색의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고 합니다.
그리움과 기다림의 꽃말을 가졌기에 이 가을에 더 잘 어울리는 모습으로 다가 서는 것 같습니다
쑥부쟁이는 우선 잎의 모양이 선형 또는 피침형이거나 길쭉한 타원형으로서
잎의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조금 있거나 밋밋하면서 갈라지지 않는 반면에,
구절초류는 잎이 난형이거나 둥근 타원형이면서 아주 깊게 갈라지며,
대개는 우상으로 갈라진 열편조차도 선형 또는 피침형일 정도로
끝이 아주 뾰족뾰족한 편이랍니다.
투구꽃(초오)
투구꽃은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로, 우리나라에 25여종이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꽃의 형태가 아름다운 투구를 닮아 유럽에서는 관상용으로 재배하며
뿌리에는 약효를 나타내는 성분인 디테르펜계 알칼로이드가 있습니다.
사약에 사용된 식물을 부자라고 하는데,
부자는 손발이 차고 냉한 사람을 치료하는데 사용하는 약초로서
독성이 강해 따뜻하게 먹으면 혈압이 높아져 큰 화를 입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자는 중국에서는 오두의 뿌리를 가리키며,
우리나라 한약계에서는 투구꽃속에 속하는 모든 식물을 부자로 사용합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26가지의 초오속 식물이 자생하는데
지리바꽃, 놋젓가락, 그늘돌쩌귀, 쇠뿔투구꽃등이 있으며
지리바꽃의 특징은 다른곳에서 자라는 초오와는 다르게 잎이 깊게 5갈래로 갈라지고
다시 깃모양으로 가늘게 갈라지며 꽃자루에 많은 털이 있습니다.
진범
그늘진 계곡에서 흔하게 자라는 진범은 이름이 좀 귀에 설 뿐이지
'오독도기’라는 우리말 이름이 있습니다.
한 번 알고 나면 금방 알아볼 수 있는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진범의 꽃은 보라색이지만 꽃 색이 흰빛을 띠는 ‘흰진범’이 따로 있습니다.
그런데다가 우리가 산에서 보는 진범의 꽃 색은 이도 저도 아닐 때가 더 많습니다.
어떤 꽃은 전체가 진한 보라색이고, 흰색에 보랏빛이 도는 것도 종종 있습니다.
진범이 단연 돋보이는 모습은 꽃입니다.
투구를 닮은 꽃이 줄기 끝 잎 사이에 두세 개씩 달리어 핍니다.
가까이 가 보면 오리를 그대로 빼 닮았습니다.
궁둥이도 오리 궁둥이 그대로 입니다. 그래서 이 꽃을 볼 때마다 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한방에서는 진범을 흔히 ‘진교’라고 불러, 많은 이들이 그렇게 알고 있으며
주로 열을 내리거나 통증을 줄이는 데 쓰입니다.
와송
‘와송(瓦松)’은 기와지붕 위에서 자라는 모양이 소나무 잎이나 소나무 꽃을 닮았다고 하여
와송이라 부르고 있으며 또 바위솔 이라고도 불리고 있습니다.
주로 햇빛과 맑은 이슬을 먹고 자라는 2년생 초본입니다.
바람에 의해 수분이 이루어지는 풍매화(風媒花)로 자연 교잡이 잘 이루어지므로
자생지의 생육조건에 따라 같은 종이라도 모양과 색상이 다른 품종이 많은 식물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종류는 바위솔, 둥근바위솔, 좀바위솔, 연화바위솔, 난쟁이바위솔,
울릉연화바위솔, 가지바위솔, 포천바위솔, 정선바위솔, 진주바위솔 등이 있습니다.
한방에서는 와송(瓦松)이라는 생약명으로 풀 전체를 가을에 채취하여 약재로 사용하는데.
지혈, 항암, 소염 효능이 있고, 전염성 간염에 해열작용과 간(肝)기능 개선반응이 있습니다.
민간요법에서는 혈액순환을 돕고, 열을 내리며, 위암(胃癌)을 비롯한 소화기 계통에 사용합니다.
해국
이름에서 이미 짐작했듯이 해국은 여느 국화과의 꽃들과 달리
남쪽 바닷가 해안가 바위 틈이나 절벽에서 주로 자라며,
제주도에서는 한 겨울에도 푸른 이파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3~4 cm 크기의 꽃은 연한 보라색인데, 드물게 흰 꽃도 있습니다.
메마른 바위 틈에 뿌리는 내린 채 차가운 바닷바람에 부대끼면서
보랏빛 꽃 무리를 피어 내는 해국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꽃말은 ‘인고의 세월’.
산국ㆍ구절초ㆍ쑥부쟁이 등 국화과 무리들이 추위를 견디지 못해
그 빛깔을 잃고 스러지는 가을의 끝에서 오히려 절정을 이룹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해국의 빛깔이 고운 보라색을 띠면 겨울이 온 것입니다.
23일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절기, 추분(秋分)입니다.
백로와 한로 사이에 있는 24절기 중 하나로
추분을 기해서 낮의 길이는 점점 짧아지고 밤의 길이는 점점 길어집니다.
옛 문헌에서는 이 시기의 징후를
우렛소리가 비로소 그치게 된다, 동면할 벌레가 흙으로 창을 막는다.
땅 위의 물이 마르기 시작한다 등으로 표현했습니다.
농촌에서는 논밭의 곡식을 거두어들이고 목화를 따고 고추도 따서 말리며
그 밖에도 잡다한 가을걷이를 합니다.
호박고지, 박고지, 깻잎, 고구마순도 이맘때 거두고 산채를 말려 묵나물을 준비합니다.
올해 겨울은 11월부터 기온이 크게 떨어지는 등 초반부터 강추위가 예상되며
11월에 강원도는 찬 대륙 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추운 날씨를 보일 때가 있고
기온의 변동폭도 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기침·천식에 좋다는 수세미와 노란꽃이 있는 가을입니다.
이제 가을빛을 따라 가을꽃을 담으러 떠나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