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꽃이 하얗게 필 동안
밤은 세 걸음 이상 물러나지 않는다.
벌떼 같은 사람은 잠들고
침을 감춘 채
뜬소문도 잠들고
담비들은 제 집으로 돌아와 있다.
박꽃이 핀다.
물소리가 물소리로 들린다.
신대철(1945~ ) 시인의 '박꽃'이란 시 전문이다.
하얀 박꽃이 피는 계절이다. 눈이 부시도록 하얗게 핀 박꽃은 고향을 생각나게 한다.
그래서 동요 ‘고향’에도 박꽃이 등장한다.
'고향 고향 내 고향 박꽃 피는 내 고향 담 밑에 석류 익은 아름다운 내 고향
.'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주는 아름다운 노래다.
박꽃은 시골 초가지붕이나 기다란 돌담 위에 피어 있어야 제 맛이 나지만
요사이는 두메산골에 가도 박꽃을 보기가 어렵다.
가끔 시골길을 걷다 보면 밭 가장자리에 심어서 피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얗게 핀 박꽃은 순수미의 결정체처럼 보인다.
박꽃을 보면 금세 마음은 편안해지며 어머니의 품속에 안긴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된다.
박은 박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덩굴식물이다.
푸른색 줄기 전체에 짧은 털이 있으며, 덩굴손으로 다른 물건을 휘감으면서 자란다.
잎은 어긋나고 둥근 심장 모양으로 가장자리가 얕게 손바닥 모양으로 갈라진다.
하얀색 꽃이 7~9월 사이에 잎겨드랑이에서 한 송이씩 핀다.
저녁부터 피었다가 아침 햇살이 나면 시든다.
한 개체에 암꽃과 수꽃이 따로따로 피는데, 수꽃에는 긴 꽃자루가 있으나 암꽃의 것은 짧다.
꽃은 통꽃이지만 꽃부리가 있다.
가을에는 둥근 열매가 열린다.
잘 여문 박 열매는 원통 또는 둥근 호박이나 배 모양의 커다란 액과(液果)로서
긴 타원형의 씨가 있는데, 삶거나 말려서 바가지를 만들고 속은 먹기도 한다.
아프리카, 아시아가 원산지로 밭이나 주택가의 담장, 지붕 등에 올리어 재배하는데
한국, 중국, 일본 등지에 널리 분포한다.
옛날에는 박 속을 긁어내서 바가지로 많이 썼다.
안쪽에 여러 줄로 고랑이 지게 돌려 파서 만들어
쌀 따위를 씻어 일 때에 돌과 모래를 가라앉게 만든 이남박,
호리병박으로 만든 바가지인 조롱박,
조롱박이나 둥근 박을 반으로 쪼개어 만든 작은 바가지인 표주박,
통나무의 속을 파서 큰 바가지같이 만든 그릇인 함지박,
작은 바가지를 뜻하는 쪽박 등 다양한 바가지가 있었는데
요즘은 플라스틱 바가지를 많이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