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은 배려다.
많은 사람이 배낭을 맨 채 버스를 탄다.
더구나 바닥에 물기가 질펀하다면
배낭은 어깨에서 내려올 줄 모른다.
뒷사람과 부딪힌다.
세 사람이 설 공간에 두 사람이 서기도 불편하다.
배낭 위쪽 끝에 박음질 된 고리를 보자.
괜히 달려있는 게 아니다.
나와 남의 편의를 위해 달려있는 손잡이다.
배낭을 잠깐 어깨에서 내려 손잡이를 움켜잡자.
조금 힘들겠지만 모르는 사람과 얼굴 붉히며
자리싸움할 필요는 없잖은가.
넉넉해진 공간. 넉넉해진 마음.
등산은 배려다.
등산초입, 쿵쾅쿵쾅 누군가 달려 내려온다.
초입 땅만 바라보고 오르막을 걷다가
그 사내와 몸이 엉킨다
가끔 이정표만 있을 뿐,
신호등이 없는 산에서 접촉사고는 비일비재하다.
만약 보험사에서 사고현장을 조사한다면
하산자에게 중대과실을 줄 것이다.
하지만 등산로교통법이란 것은 없다.
하산자에게는 상대적으로 시야가 좁고
리듬을 타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아래쪽 등산자에게 양보해야할 매너가 필요하다.
등산은 배려다.
갈림길
암릉을 넘는 길과 우회로가 있다.
직선로를 택한다.
왁자지껄! 바위 위에 10여 명이 앉아
막걸리를 곁들이며 점심을 들고 있다.
그들의 눈엔 적의가 충만하다.
알아서 돌아가라며 미동도 않는다.
산에서 벌어지는 실랑이 중의 대부분은 길 다툼에서 비롯된다.
길을 막고 벌이는 그들만의 잔치는 추태로 변한다.
넓게 보고 다른 곳을 찾는 여유를 가져보자.
등산은 배려다.
노랫소리가 들린다.
라이브가 아니라 앰프를 통해 흘러나오는,
둔탁한 기계음이 섞인 노래다.
객의 배낭 멜빵에 걸려있는 라디오에서
하염없이 흘러나오는 곡.
그리고 소리. 곡소리다.
바람 없어 적막한 그대로,
바람 있어 부산한 그대로,
산에서는 그렇게 즐겨야 한다.
등산은 배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