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 새벽 1시.
캄캄한 한밤중.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를 한다.
백운봉 산장에서
아침과 점심 두끼의 도시락과 오이 2개
그리고 물 한병씩을 받아 배낭에 챙긴다.
현지 가이드는
중국인 남자 1명과 조선족 통역여자 1명으로 2명.
출발 하려는데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아 ~ 이럼 않되는데...
오늘 하루만 날씨가 좋아 달라고 빌었는데…
마음이 불안 해진다.
새벽 3시30분
서백두에 위치한 백운산장을 나와
백두산의 관문인 산문을 통과하여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종착지인 정류장에 도착
찦차를 타고 서파쪽으로 올라 주차장에 내렸을땐 새벽 4시.
광주 산악팀과 성남 마운틴 산악회는 벌써 출발하고 없다.
비가 제법 많이 내리고 춥고 바람도 많이 불었다.
배낭 카바를 씌우고 판쵸우의를 입는 동안
우비를 준비 못한 일부 회원들은 현지에서 구입한
4천원짜리 1회용 상, 하로 된 우비를 입고 있다.
벼르고 별러 힘들게 온 중국 백두산.
국내 같으면 다음에 오기로 하고 포기하겠지만
그냥 되돌아 갈수 없어 진행하기로 한다.
간단한 장비를 점검한 후 더욱 세차지는 비바람을 맞으며
천지 모습을 본다는 욕심을 아예 접어두고
앞으로 우리 모두의 안전산행만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아직 곳곳에쌓여 있는 눈얼음을 밟기도 하면서
숨을 고르며 길고 긴 계단을 통과
이북과의 경계인 5호경계비가 서있는 마천루를 오른다.
주차장에서 천지를 만나는 5호 경계비 까지 계단으로만 30분.
그러나 우리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백두산신께서는 장엄하고 웅장한 천지의 모습을 보여주는
행운을 우리 모두에게 주었다.
더욱이 비바람이 몰아치는 최악의 악천후 속에서 보았던
천지에 웅대한 모습에서
더욱 희열을 느끼며 감격스럽게 보았는지도 모른다.
비록 10여분의 짧은 순간이었지만
7천만 배달민족의 개국신화가 서려있는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 천지의 장관을
가슴 벅찬 마음으로 뚜렷이 바라보면서
우리의 조그마한 희망을 저바리지 않음에 감사한다
광주팀은 천지를 보고 되돌아 계단으로 하산하고
마운틴은 먼저 출발하고
우리팀은 천지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바쁘다.
뒤늦게 출발한 우리 팀은 진행이 더딘 마운틴을 추월해가며
오른쪽의 천지를 감상했는데 서서히 안개가 밀려오더니
천지를 덮어 버려 볼수가 없다.
저마다의 발자취를 카메라에 담은 후 10시방향으로 진행되는
청석봉(옥주봉)의 5봉우리 중 1번째 봉우리를 좌회하여
2번째 봉우리의 확 트여진 천지외륜 가장자리 능선을 오르자
이때부터 살인적인 광풍과 얼굴을 도려내려는 듯한 세찬 빗줄기는
마치 귀곡성과 같은 세찬 바람소리와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이 된다.
누군가 한입 먹다 버린 오이가 얼어 투명한 빛이 되어 버린 현장.
6시가 조금 지난 시각.
아침 식사. 도시락을 풀고 쓰린 속을 채우려고 했는데
밥은 차고 비바람 불어 춥고 밥이 넘어 가지 않아
다시 배낭 속에 챙기는데 마운틴이 우리를 앞질러 간다.
청석봉의 5봉을 지나 백운봉과의 사이에 있는
뚝 떨어진 안부로 한참을 내려가자
시시각각으로 떨어지는 기온의 급강하로 인하여
일부 대원들의 저체온에 증상이 예견되면서
종주대열은 조금씩 조금씩 벌어지며 간격이 벌어진다.
조그만 내를 건너 오르막…
고산병 때문에 숨이 몹시 차고 어제 잠을 설친 탓인지 많이 졸립다.
몇 걸음 걷고 쉴 때마다 눈을 감는다.
한 20분만 자고 갔으면 정말 좋겠는데…
능선을 오를적마다 강풍에 밀려 휘청…
그대로 엎드려 못 일어나니 옆에서 부축해 주고.
나뿐이 아닌 모든 회원이 강풍에 휘청휘청 술취한 듯 걸었고
날아갈까봐 두세명씩 잡고 걷기도 했다.
비가 얼굴에 맞으면 우박으로 때리는 것처럼 얼굴이 얼얼하다.
강풍으로 누군가의 썬캡이 천지로 날아가버리고
비닐이 조각조각 하늘로 날아가버리는데…
현지에서 구입한 1회용 우비가 강풍으로 갈기갈기 찢겨져
모두 날아가 버리고 그냥 비를 맞고 있었다.
역시 우비도 국산이 최고~
백두산 바람은 정말 대단하다!
약간 비탈진 곳에서 강풍에 밀려 날아갔는데
그냥 있으면 끝없이 날아갈 것 같아 강제로 엎어졌다.
순간적으로 5m를 날았는데 가이드가 놀라서 일으켜주었고
바지가 젖고 등산화속에 물이 들어가 걸을 때마다 꿀쩍꿀쩍 소리가 나고
내 몸이 점점 춥고 얼어온다.
입이 얼어 말을 잘 못하고 손이 얼어 감각이 둔하고
몸이 덜덜 떨리고 이가 딱딱 마주칠 정도로 춥다.
오래 지체 하다간 저체온증으로 다 죽을 것 같다.
살려면 빨리 하산 할 수밖에…
속도를 내서 선두로 붙었다.
악천후 산악사고는 말만 들었지…
우리가 이런 경험을 하리라곤 정말 몰랐다.
준비가 소홀한 것 같기도 하고…
후미에 쳐진 일행이 보이지 않아 잠시 기다리는 시간의 두려움.
길을 잃었을까? 몸은 얼어 떨리고,
사고가 날것같아 모두 불안한 눈치인데…
어느 틈에 가이드가 되돌아가 후미를 데려오고.
부지런히 걸어 하산하는데 간식도 못 먹고
아침점심 두끼를 지니고만 다녔더니 속이 비어 기운이 없다.
바람은 천지를 삼킬듯이 더욱 매섭게 불고
체감온도가 급강하되는 등 상황이 급격하게 나빠짐에
부득이 백운봉을 포기하고 9시 방향으로 좌회하는
지름길이 나있는 곳으로 방향을 바꾸어진행하기로 한다
한참을 지나 내리막에 있는 급경사의 절개지면은
두껍게 붙어있는 얼음과 잔설은 갈길을 더욱 힘들게 하였으며
정면으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을 피하려고 전 대원은
몸을 최대한 낮추어 한참을 추위와 싸우며 후미를 기다리기도 했다.
얼음 구간을 통과하여 녹명봉 구간으로 올라서자
선두와 후미에 진행속도는 현저히 떨어지고
제자리에서 기다리는 선두대원들도 저체온에 증상이 나타나
녹명봉 너덜길과 급경사구간을 자욱한 안개속을 헤치면서
가파른 경사구간을내려가 용문봉으로 향한다.
용문봉과 갈라지는 소천지로 향하는 희미한 길로
장백폭포를 오른쪽으로 끼고 돌아 내려 오면서
흑풍구 아래 호텔이 운집해 있는 하산기점까지
일곱시간 만에 하산 완료. 11시 15분.
중국가이드가 가이드 생활을 오래 했지만
이런 악천후에 등산 해보긴 처음이라고 한다.
비가 오면 등산객이 먼저 포기하고 안 간다는데 우린 좀 달랐나보다.
하루 뒤 연변 공항에서 마운틴 산악회 가이드를 만났는데
마운틴은 산행시간이 12시간 걸리고 부상자가 3명이나 됐다고 한다.
악천후에 부상자 없이 낙오자 없이 하산한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우리 백두산 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되리라 믿으며..
누구의 지시도 없이 자신의 위험함을 감수하면서
상황이 긴박한 회원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고자
입던 옷을 벗어주고 옷가지며 장비와 비상식을 건네주며
남을 배려하는 회원님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에 거듭 감사를 드린다
극한 상황속에서도 남을 생각하는 정신이야 말로
산을 사랑하고 아끼는 우리 산악인들만이 가질수 있는
진정한 산악인의 정신과 도리이며 용기가 아닐런지..
이번 5박6일의 여정동안 서운하고 불쾌하셨던 점이 있으셨다면
이를 버리시고 좋았던 순간의 추억만을 간직하시고
백두산 서파종주 산행하시느라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5박 6일 동안 즐겁게 여행하도록 마음써주신
여행사 김상무님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백두산
2010. 1. 10. 14: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