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환경 파괴’ 가리왕산 활강장 재고하라
경향신문 / 2014-08-25
강원도가 평창동계올림픽 활강스키 경기장 건설 예정지인 가리왕산에서
대규모 불법 벌목공사를 하다가 환경단체에 발각됐다고 한다.
지난 22일 녹색연합이 가리왕산 중봉 부근을 현장 조사하던 중
이를 발견하고 원주지방환경청에 연락해 작업을 중단시켰지만 약 2310㎡(700평) 면적에서
수백 그루의 나무가 베어진 뒤였다는 것이다.
이 지역은 올림픽을 치른 후 복원해야 할 숲으로서 엄격한 사전조치와 전문가 동행하에 벌목하도록 되어 있다.
강원도의 해명대로 벌목을 “시공사가 임의로 진행한 것”이라면 명백한 불법이다.
가리왕산은 한반도 남쪽의 유일한 원시림이라고 할 정도로 생태 환경이 매우 우수한 곳이다.
조선 세종대부터 나라가 직접 관리해왔고 2008년에는 핵심 구역이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강원도는 표고차 800m, 평균 경사도 17도, 슬로프 연장 3㎞ 등 국제 규격을 충족하는 곳이라고 해서
이곳에 활강경기장 건설을 추진했고 환경·시민단체는 단 일주일의 경기를 위해
800억원 이상을 들여 500년 된 국가보호림을 파괴해서는 안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결국 사후 복원을 전제로 활강장 건설이 추진되고 있지만 환경·시민단체의 반발과
환경당국과의 협의 과정이 만만치 않아 공사가 순조롭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번 벌목은 강원도가 제출한 생태복원계획에 대해
원주환경청이 최종 협의 의견을 전달한 바로 다음날 이루어졌다.
거기에는 분야별 연구진 구성, 이식 수목 재산정 및 표식 작업, 관목·초화류의 우선 이식,
매회 식생전문가 동행 등 벌목 이전에 반드시 이행해야 할 조치가 명기돼 있다.
그런데 이를 하나도 지키지 않고 벌목을 강행한 셈이다.
아름드리나무를 베는 데는 5분도 안 걸리지만 키우는 데는 100년도 더 걸린다.
환경당국과의 협의 내용마저 무시한 강원도의 행태는 사후 복원 의지도 능력도 없음을 스스로 입증해준 꼴이다.
가리왕산 활강장을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할 만하다.
최근 올림픽은 환경에 부담을 덜 주고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환경을 파괴하고 예산을 낭비해 시설을 지었다가 올림픽이 끝나고 애물단지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기존 시설을 보강하거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국제스키연맹(FIS) 등과 협의해
‘투런’(2Run·350~450m 표고차 슬로프에서 두 번 경기해 합산함) 방식을 관철시키는 등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중봉 활강경기장 동계올림픽 이후 원상 복구 반대”
정선 주민들, 새정치 국회의원 보좌진·환경단체에 존치 촉구
정선 중봉 숙암지구를 현지 실사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보좌진과 환경단체에게
현지 주민들이 동계올림픽 시설의 사후 존치를 촉구했다.
국회 환노위 소속 이인영·장하나·한정애 국회의원 등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실 보좌관 및 비서관,
녹색연합 정규석 자연생태국장 등 20여명은 2일 중봉 활강경기장 조성사업 현장사무소에서
지역 주민 대표들과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주민 대표들은 `슬로프를 축소하고 동계올림픽 개최 후
시설을 원상 복원해야 한다'는 환경단체 등의 주장에 강력히 반대하고,
슬로프와 곤돌라 시설 등의 존치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전달했다.
고충일 정선군번영연합회장은 “일부 환경단체들이 활강경기장 이외 부지까지 촬영해 언론 보도를 호도하고 있다”며
“동계올림픽 이후 곤돌라와 스타트하우스 등은 지자체에 이관해 관광상품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차주영 정선군의장은 “막대한 자금을 들여 올림픽 시설을 짓고, 또 이를 부수고,
다시 천문학적 자금을 들여 원상 복원을 한다는 것이 현실에 맞는 얘기냐”며
“주민들의 목소리 하나하나를 소중히 의원들에게 전달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노위 국회의원 보좌관들은
“오늘 현장 방문은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건설을 반대하기 위함이 아니라
지역발전에 대한 이해와 환경보존이 상생할 수 있도록 해법을 찾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방문을 통해 이해한 올림픽을 통한 지역 발전의 가치와
환경 보전이 상생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데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숙암분교 앞 공터에서는 100여명의 주민이 플래카드와 머리띠를 두르고
`슬로프를 당초 계획대로 2면을 설치할 것'과
`동계올림픽 개최 후 슬로프를 존치할 것'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갖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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