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생명의숲 식목일 나무 나눠주기

춘천생명의숲은 아름다운가게 춘천점과 함께 식목일인 5일 나무 나눠주기 행사를 진행한다. 
이날 행사는 춘천 몸짓극장 앞마당인 봄내누리 벼룩시장에서 열리며 모든 시민에게 1인당 최대 5그루의 나무를 무료로 나눠준다. 

묘목은 비타민나무, 소나무, 느티나무, 마가목 등 총 10종으로 2,700그루가 전달된다. 
삼성생약(대표:한상노)과 산림청 후원으로 진행되는 행사에는 재사용 가능한 물품을 기증받는 나눔 행사도 실시된다.

 

 

 

 

 

 

 

 

 

 

 

 

아름다운가게 기증행사

 

 

 

 

 

 

봄내누리벼룩시장

 

 

 

 

 

/강원일보

사랑 심고 온정 나눈 식목일
나무 나눠주기 인파 몰려

식목일인 지난 5일 오후 1시께 춘천시 효자동 몸짓극장에는 150m의 긴 줄이 이어졌다. 

시민단체인 춘천생명의숲과 아름다운가게 춘천점이 주관하는 `나무 나눠주기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비가 오는 쌀쌀한 날씨에도 행사 시작 2시간 전부터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진 것. 더욱이 이날은 본인에게 필요 없는 물품을 아름다운가게에 기부하는 행사도 함께 마련돼 그 의미를 더했다.

첫 번째 기부자 최재섭(66·춘천 거두리)씨는 “남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기증하고 나무도 받으니 기쁨이 2배가 됐다”고 말했다. 이날 400여명의 시민은 각자가 필요한 나무를 받아가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바로 옆에 열린 벼룩시장도 모처럼 북적이는 인파로 문전성시를 이루며 나눔의 의미를 더했다.

박명순 춘천생명의숲 대표는 “많은 시민이 몰리면서 준비한 나무가 1시간30분 만에 동이 났다”며 "나무를 키우는 소중함을 통해 생명의 기쁨을 나누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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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시리즈(2) 태백산권
 
 함백산은 야생화, 태백산은 주목… 민족 시원지이자 3대강 발원지 있어

글·박정원

 

삼수령~금대봉~함백산~태백산~부소봉까지 31km 답사

백두대간 설악산권이 남방식물과 북방식물의 교차구역으로 대표된다면, 남쪽으로 내려온 태백산권은 야생화와 주목으로 대표되는 구간이다. 함백산과 그 주변 금대봉을 중심으로 한 인근지역은 한국 최고의 야생화 군락지로 꼽힌다. 금대봉과 대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자연생태경관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주목 군락지인 태백산은 2011년 산림유전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천연기념물 주목군락지로 유명하다. 주목은 특히 ‘산림행정 3.0’ 정책 일환으로 추진하는 산림생태축 복원 관련 보호 수종이다.

백두산에서 뻗어내려 온 백두대간 태백산권은 아직 강원도 고산의 위력을 그대로 과시한다. 남한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함백산(1,573m)을 기점으로 북쪽으로는 금대봉(1,418m), 남쪽으로는 태백산(1,567m)이 버티고 있다. 태백산과 함백산 사이에는 화방재, 함백산과 금대봉 사이엔 두문동재(싸리재), 금대봉 북동쪽엔 낙동정맥이 갈래를 치는 피재(삼수령)가 있어 이 높은 산봉들이 백두대간을 이어주고 있다. 특히 태백산권의 피재는 백두대간에서 분기하는 낙동정맥의 결절점으로서 중요한 의미와 특징을 지닌다.



	함백산 정상 오르기 전 백두대간 주능선을 바라본 전경.
▲ 함백산 정상 오르기 전 백두대간 주능선을 바라본 전경. 주목과 야생화, 사방으로 뻗은 산 능선들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 사진 박정원 부장대우
산 능선의 결절지는 문화와 역사를 구분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된다. 태백산권역을 기점으로 영동과 영서, 그리고 영남지방으로 나눠지는 것이다. 태백산과 화방재 사이에 있는 사갈령(치)이 영남과 영서를 구분하는 고갯길이다. 또한 피재(삼수령)는 낙동강 유역권과 한강 유역권, 영동의 동해안 유역권으로 나누는 지점이다.

태백산은 특히 우리 생활과 문화에 있어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단군신화에 대한 시원이 된 영산(靈山)이 바로 태백산이다. 태백산 정상의 천제단은 고대로부터 하늘에 제사를 올리던 곳이다. 지금도 매년 그곳에서 제사를 지내고 있다. 장소적으로도 낙동강과 한강의 발원지가 있으며, 생활공간을 구분하는 정신·문화사적으로 나뉘는 권역이기 때문이다.

설악산 권역의 고산 위력을 일정 부분 이어받은 태백산 권역은 북방계 식물 가운데 특별히 귀한 종들이 이곳까지 내려와 서식하는 특징도 보인다. 금대봉까지 내려와 자라는 대성쓴풀과 개병풍, 함백산까지 내려와 자라는 분홍바늘꽃과 노랑투구꽃, 태백산까지 내려와 자라는 좀미역고사리, 찝빵나무, 숲바람꽃, 한계령풀 등이 태백산 권역을 중심으로 분포의 남방한계를 이루는 식물들이다.

태백산에는 천연기념물 주목 외에도 분비나무, 잣나무 등 고산성 침엽수가 분포하고 있다. 이런 침엽수들은 해발 1,400m 이상의 고지대에 주로 자란다. 군데군데 자라는 이런 침엽수 사이에 사스래나무, 신갈나무, 마가목, 함박꽃나무 같은 큰키나무들이 섞여 있다.


	금대봉에서 대덕산 가는 길에 서식하고 있는 야생화 군락이 등산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있다.
▲ 금대봉에서 대덕산 가는 길에 서식하고 있는 야생화 군락이 등산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있다. / 사진 정정현 국장
태백산 주목 외에도 식생 풍부

해발 900~1,400m 지역에는 소나무, 거제수나무, 산벚나무, 함박꽃나무, 신갈나무, 귀롱나무 등 큰키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중간층으로는 물참대, 말발도리, 고광나무, 노린재나무, 괴불나무, 백당나무 등이 자라고 있다. 풀로는 덩굴개별꽃, 족도리풀, 나도바람꽃, 너도바람꽃, 모데미풀, 노루삼, 동의나물, 피나물, 선괭이눈 등이 분포한다.

숲의 중간층은 까치밥나무, 민둥인가목, 매발톱나무, 철쭉나무, 털진달래, 만병초 등이 있다. 숲의 밑바닥에는 만년송이, 뱀톱, 꿩의다리아재비, 꿩의바람꽃, 큰산장대, 노랑갈퀴, 나도양지꽃, 눈개승마 등이 자라고 있다.

산림청이 2011~2015년까지 산림생태축 복원 관련 ‘산림행정 3.0’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백두대간 5개 권역 실태조사에서도 몇 가지 특징을 나타냈다. 신갈나무 군락의 분포는 고도 900~1,000m 범위에서 가장 높은 수고를 나타냈고, 고도 1,200m 이상에서는 10m 이하로 점차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당단풍나무와 미역줄나무는 일부 구간을 제외한 나머지 고도구간에서는 동반출현하며, 사스래나무와 분비나무 등의 수목은 1,200m 이상의 고도범위에서만 나타났다. 특히 고도 1,200~1,300m 구간에서는 물푸레나무, 팥배나무, 당단풍나무, 층층나무, 피나무, 고로쇠나무, 야광나무, 사스래나무, 귀룽나무, 분비나무 10종이 동반 출현해 타 구간에 비해 수종이 다양했다.

태백산권은 이와 같이 여느 국립공원 못지않게 훌륭한 생태계를 간직하고 있다. 현재 강원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몇 해 전 환경부가 국립공원 지정을 추진했을 정도였다.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지정되지는 못했다. 이 구간은 백두대간 종주와 관련된 등산통제구역은 없으나 금대봉~대덕산 구간만 생태경관보존구역으로 태백시에 예약을 통해서만 등산할 수 있다.

태백산권 답사를 위해 삼수령(피재)에 도착했다. 이곳은 3개 강의 분수령이 된다고 해서 삼수령이다. 서해로 흘러가는 한강과 남해로 흐르는 낙동강, 그리고 동해로 합류하는 오십천이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삼해로 물길을 뻗는 곳이다. 출발하려고 백두대간 마루금을 단절하는 35번도로를 건넜다. 순간 ‘위험하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면 동물에게는? 치명적이다. 그래서 ‘로드킬이 문제가 되겠구나’ 하고 떠올랐다. 지금 한창 생태축을 복원하기 위한 작업이 다각도로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식물뿐만 아니라 동물들의 생태터널이 시급히 조성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백두대간 훼손실태에 대한 2007년 조사결과, 백두대간 남한 구간만 총 63개 구간이 도로 등으로 인해 단절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조사에서는 백두대간 마루금을 관통하는 도로가 군사도로까지 포함해서 총 71개였다. 그러니 동물들이 능선을 따라 가다가 갑자기 도로로 변한 능선에서 하루 10여 마리 이상씩 차에 치여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산림청은 국토부·환경부·국립공원관리공단과 협조, 2011년부터 백두대간 마루금 생태축 복원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2012년 이화령이 복원된 데 이어 2013년엔 육십령과 벌재가 이어졌다. 이 도로들은 전부 일제 강점기 수탈을 목적으로 건립된 것이다. 곧 경북 상주의 비재도 연결될 예정이다. 2017년까지 단절된 50개 구간을 복원할 계획이다.



	태백산 유일사에서 오르는 등산로에서 한 등산객이 천연보호수 주목 옆으로 지나고 있다.
▲ 태백산 유일사에서 오르는 등산로에서 한 등산객이 천연보호수 주목 옆으로 지나고 있다. / 사진 박정원 부장대우

	태백산은 역시 주목이 압권이었다.
▲ 태백산은 역시 주목이 압권이었다. 주목 뒤로 등산객이 하산하고 있다. / 사진 정정현 국장
2017년까지 마루금 생태터널 50개 완성

피재에서 백두대간 남쪽으로 가장 먼저 나오는 봉우리가 매봉산(1,303m)이다. 매봉산이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의 정확한 분기점이다. 삼수령목장과 고랭지배추밭이 매봉산 자락에 넓게 펼쳐져 있다. 매봉산 정상 비석 앞면엔 매봉산, 뒷면엔 천의봉이라 적혀 있다. 매봉산과 천의봉은 이름은 다르지만 같은 봉우리를 가리키는 것이다.

매봉산 전망대에서는 백두대간 능선 줄기가 길게 펼쳐져 있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비단봉에 이어 금대봉, 은대봉, 함백산까지 선명하다. 남한에서 차가 다니는 가장 높은 봉우리인 만항재(1,330m)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인 두문동재(일명 싸리재·1,268m)까지 손에 잡힐 듯하다. 한국의 5대 적멸보궁의 하나인 정암사를 세울 때 조성된 금탑, 은탑에서 금대봉과 은대봉이 유래했다. 금대봉과 은대봉을 잇는 두문동재(싸리재)는 고려 말기 유신들이 새 조정인 조선에 반대해 벼슬살이를 거부하고 은거해 살며 두문불출하던 곳이라고 해서 ‘두문동’이라 이름 붙여진 것으로 전한다.

매봉산에 이어 수아밭령(水禾田嶺·수화전령) 고갯길이 연결된다. 수아밭령은 한강 최상류 마을 창죽과 낙동강 최상류 마을인 화전을 잇는 백두대간 상의 고개다. 옛날 화전에서 벼를 재배한 관계로 수화전(水禾田)이라는 지명이 생겼다가 다시 줄여서 화전(禾田)이 됐다. 지역민들은 ‘쑤아밭’이라고 불렀다고 안내문에 소개하고 있다.

숲은 대부분 참나무들이 점하고 있다. 완전 우점종이다. 금대봉으로 갈수록 서서히 야생화들이 눈에 많이 띈다. 금대봉 정상에는 대덕산까지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으니 예약을 하고 탐방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마침 두문동재에서 카메라를 들고 야생화 출사하러 온 팀들과 마주쳤다. 금대봉에서는 등산보다는 울긋불긋 눈길을 끄는 야생화들로 발걸음이 지체될 정도다. 정말 야생화가 끊임없이 널려 있는 ‘야생화천국’이다. 

금대봉과 은대봉을 가르는 두문동재의 구도로도 동식물의 생태를 단절하고 있다. 산 밑으로 긴 터널이 뚫렸음에도 아직 그대로 방치돼 있다. 간혹 차 한 대씩 다닐 뿐이다. 다행히 차가 거의 없어 로드킬은 발생할 것 같지 않다.

은대봉 정상 헬기장 주변은 온통 야생화로 가득 차 있다. 은대봉 지나서는 조금 줄어드는 듯하더니 만항재가 가까워지자 다시 형형색색의 야생화들이 방긋 미소를 터트리며 유혹하고 있다. 북방계 식물 중에 금대봉까지만 내려와 자라는 대성쓴풀과 개병풍, 함백산까지 내려와 자라는 분홍바늘꽃과 노랑투구꽃, 태백산까지 내려온 좀미역고사리, 찝빵나무, 숲바람꽃, 한계령풀 등이 남방한계를 이루는 식물들이다.
삼수령~금대봉~함백산~태백산~부소봉까지 31km 답사
노랑투구꽃 함백산 일대서만 서식

대성쓴풀은 금대봉 북쪽 해발 900m쯤 되는 계곡의 숲 가장자리에 자라고 있다. 세계적으로 몽골, 러시아, 중국 등지에 자라는 대성쓴풀은 북한에도 자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귀한 종이다. 금대봉에서 자라는 개병풍도 이곳이 남방한계에 해당하는 희귀식물이다. 함백산의 분홍바늘꽃도 마찬가지다.

노랑투구꽃은 금대봉과 함백산 일대에서 서식한다. 남한에서는 이 일대 이외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희귀식물이다. 금대봉의 경우 해발 900~1,200m 지역에 걸쳐 자라고 있다. 함백산에서는 만항재 부근의 양지바른 곳에서 자란다. 좀미역고사리는 북방계 상록성 양치식물로 남한에는 설악산까지만 내려와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최근에 태백산에서 발견됐다. 찝빵나무는 눈측백이라고도 하며, 만주지역부터 태백산까지 자란다.


	한계령풀.
▲ 한계령풀.
야생화 이름을 확인하고 똑같은 모양을 찾으려 해도 도무지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여기저기 널린 야생화가 전부 비슷하면서 또한 다르게 보인다. 이름을 외우고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전문가가 가르쳐 줘도 그때뿐이다. 안타깝다. 자주 봐서 눈에 익지만 이름과 도저히 연결되지 않는다. 야생화와 최단기간 가까워지는 방법이 없을까.

중함백을 지나면서부터는 야생화와 함께 천연보호수 주목이 서서히 자태를 드러낸다. 나무마다 번호가 매겨져 보호받고 있다. 곳곳에 흩어져 있는 주목은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를 정도로 어떤 나무는 심재가 텅텅 비어 수피만 남아 있고, 어떤 나무는 가지가 전혀 없이 몸통만으로 지탱하고 있다. 별칭 그대로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의 모습 그대로다.

남한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함백산(1,572.9m)에 도착했다. 함백산은 신경준이 저술한 <산경표>에는 대박산으로 기록되어 있다. <정선총쇄록>에는 ‘상함박, 중함박, 하함박 등의 지명이 나오는데, 왜 함백으로 바뀌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태백(太白), 대박(大朴)과 함백(咸白)이라는 말은 모두 크게 밝다는 뜻’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삼국유사>에서는 ‘함백산을 묘범산(妙梵山)으로 기록했는데, 묘범산은 묘고산(妙高山)과 같은 말로, 불교에서 말하는 수미산과 같은 뜻이다’고 전하고 있다.


	대성쓴풀.
▲ 대성쓴풀.

	노루귀
▲ 노루귀.
함백산에서는 주변 조망이 확 트여 지나온 능선과 지나갈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역시 백두대간이다. 미끈하게 빠진 능선들이 사방팔방으로 뻗어 있다.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모습이다. 압도적이고 위협적인 외국의 산과는 스케일 면에서 확연히 다르다. 우리 산에 올라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자연이 얼마나 친인간적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친근할 수 있나!’ 감탄할 정도다.

함백산 아래 고개가 남한에서 차가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도로인 만항재(1,330m)다. 만항재라는 지명은 원래 동네말로 능목재(늦은목이재)라고 불리던 이름을 한자로 ‘晩項(만항)’이라고 붙인 데서 비롯됐다. 만항재도 역시 백두대간 마루금을 절단 낸 고갯길이다. 아마 머지않아 생태터널이 조성될 성싶다.


	나도양지꽃
▲ 나도양지꽃.

	분홍바늘꽃
▲ 분홍바늘꽃
만항재는 남한 최대의 야생화 군락지

만항재에서는 남한 최대의 야생화 축제가 열린다. 산상의 화원, 하늘숲 정원, 바람길 정원, 야생화공원 등 천만가지 야생화가 만발한 정원이 곳곳에 널려 있다. 눈만 돌리면 아름다운 야생화를 사시사철 볼 수 있는 곳이 만항재이기도 하다.

만항재에서 화방재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태백산으로 올라간다. 화방재는 어평재라고도 불린다. 바로 옆에 어평휴게소가 있다. 고갯마루 서쪽 기슭의 ‘어평’이라는 마을 이름에서 유래했다. 어평(御坪)이라는 말은 태백산신이 된 단종의 혼령이 이곳에 이르러 ‘여기서부터 내 땅(御坪)’이라 했다는 전설에서 비롯된 지명이다. <태백의 지명유래>에는 고갯마루 기슭에 진달래와 철쭉이 많아 화방재라 불렀다고도 전한다.

어평마을 인심 좋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사는 집 마당에서 아침을 해 먹었다. 밥을 해 먹을 때마다 배낭무게는 가벼워지고 몸조차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실제로 이틀을 꼬박 해 먹었더니 짐 무게가 상당히 줄었다.

함백에서 내려와 화방재를 지나 태백으로 올라가는 길에 사길령이라는 고갯길이 하나 더 나온다. 사길령을 알리는 커다란 비석에는 ‘사길령은 경상도에서 강원도로 들어오는 교통의 요충지로 중요한 고갯길이었다. 신라시대에 태백산 꼭대기로 통하는 고갯길이 있어 천령(天嶺)이라 했는데, 높고 험하여 고려시대에 새로이 길을 낸 것이 사길령이었다’고 적혀 있다. 아니나 다를까 사길령 입구쯤에 서낭당 돌탑이 몇 기 쌓여 있다. 마을을 떠나는 길손들이 안녕을 기원하는 풍습으로 쌓은 돌탑이다. 우리나라 마을 어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서낭당이다.

이어 태백산 산신인 단종을 모신 태백산산령각이 나온다. 단종의 탱화가 중앙에 걸려 있다. 보부상들이 길을 지날 때마다 안녕을 기원하며 산령각에서 제사를 지냈다. 그 풍습은 지금까지 매년 음력 4월 15일 제사를 올리는 것으로 계속되고 있다. 

함백산에서 태백산으로 능선을 옮겨 탔더니 야생화는 사라지고 주목이 차츰 더 많이 보인다. 태백산은 역시 주목의 산이다. 주목 한 그루마다 전부 번호가 매겨져 보호받고 있다.

태백이라는 말은 <세종실록지리지>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비슷하게 전한다. ‘태백산(太白山)은 부(府)의 서남쪽에 있다. 신라에서 오악을 정할 때 북악으로 했다. 사당이 있는데, 이름을 태백대왕당이라 했다. 여러 고을 사람들이 봄·가을에 제사를 지낸다’고 돼 있다.

태백산 정상에는 천제단이 있다. 고대로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낸 제단으로 알려져 있다. 천제단 중심 위패석에는 한배검이라는 이름이 있다. 이 한배검이 겨레의 시조인 단군의 장소라고 주장한다. 태백산 정상부에 3개의 천제단이 있다. 가운데 천왕단을 중심으로 북쪽 300m 지점에 장군단이 있고, 남쪽 300m 지점에 하단이 있다.

태백산에서 군데군데 자라고 있는 주목은 가히 압권이다. 그 기묘한 자태는 천 년의 세월을 이겨낸 듯한 모습이다. 긴 세월의 풍파가, 그리고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한편으론 애처롭고, 다른 한편으론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태백산에서 백두대간은 부소봉(일명 부쇠봉)을 이어 깃대기봉~구룡산~도래기재로 이어지지만 부소봉에서 문수봉으로 갈래를 친다. 문수봉 정상 봉우리는 대머리같이 너덜지대로 돌탑이 하나 우뚝 솟아 있다. 그 직전에 당골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그 길로 하산하면서 태백산권 답사를 마친다.

 

 
[백두대간 시리즈  | 덕유산권]
 
 깊고 신령스러운 십승지 중의 한 곳… 구상나무 북방한계선
 
덕유산권은 빼재~육십령까지… 북덕유는 육산, 남덕유는 골산의 형세

백두대간 덕유산권은 속리산에서 내려온 한반도 산줄기를 빼재(신풍령 또는 수령)에서 이어받아 육십령~백운산을 거쳐 지리산으로 연결해 주는, 식생학적으로나 산지체계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높이 면에서도 덕유산(德裕山·1,614m)은 남한에서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에 이어 네 번째이며, 최고봉은 향적봉이다.

덕유산은 산세와 위치로 흔히 북덕유와 남덕유로 구분된다. 북덕유는 이름처럼 넉넉하고 웅장한 육산(肉山)인 반면, 남덕유는 장쾌하고 힘찬 골산(骨山)이다. <대동여지도>에 따르면 원래 덕유산은 현재 무주의 북덕유산을 나타내고, 남덕유산은 봉황봉을 가리킨다. 갈천 임훈(林薰·1500~1584)의 <등덕유산향적봉기(登德裕山香積峰記)>와 성해응(成海應·1760~1839)의 <동국명산기(東國名山記)>에서도 조선시대에는 남덕유산을 황봉(黃峰), 무룡산을 불영봉(佛影峰)이라 했으며, 최고봉인 향적봉과 함께 덕유산의 3대봉이라 불러왔다고 기록하고 있다. 남덕유의 황봉은 봉황봉으로도 불렸다.



	 덕유평전에서 남덕유 방향으로 너울 지듯이 굽이쳐 있는 백두대간 능선을 바라보고 있다.
▲ 덕유평전에서 남덕유 방향으로 너울 지듯이 굽이쳐 있는 백두대간 능선을 바라보고 있다.

이중환의 <택리지>에 ‘덕유산은 충청, 전라, 경상 3도가 마주친 곳에 있다’고 적혀 있다. 이와 같이 덕유산은 한반도에서 삼도의 중점이 되는 전략적 요충지에 있으며, 행정적 경계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된다. 지정학적 요충지는 고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신라, 가야, 백제의 접경지가 바로 덕유산이었다. 그 대표적인 지명이 덕유산 북쪽에 위치한 백제와 신라의 관문인 나제통문(羅濟通門)이다. 나제통문은 신라와 백제가 치열한 영토다툼을 벌였던 대표적인 곳 중의 하나다. 지금 구천동 33경 중 제1경으로 꼽힌다. 삼국통일 시기에 김유신 장군이 드나들던 길목에 세워져 ‘통일문’이라 했다고도 전한다. 


삼도의 경계는 수계로도 연결된다. 덕유산은 낙동강의 지류가 되는 황강과 남강의 발원지가 될 뿐만 아니라 금강의 상류를 이루는 하천도 여기서 발원한다. 즉 낙동강 수계와 금강 수계의 분수령인 것이다.


명재 윤증(尹拯·1629~1637)이 1652년(효종3) 24세 때 덕유산을 유람한 후 남긴 장편 시문(詩文)인 ‘유여산행(遊廬山行)’에서 ‘여산은 곧 금산군 안성현에 있는 덕유산의 별명이다. 토산이면서 매우 거대하며, 호남과 영남 지방 사이에 웅거하고 있다. 내가 3일 동안 이 산의 안팎을 두루 돌아보고 돌아와 이를 기록하고, 이 시편을 짓는다…’고 기록하고 있다. 여기서 볼 때 덕유산의 별칭은 여산임을 알 수 있다. 원래 여산은 중국 강서성 구강시 남쪽 파양호 근처에 있는 천하 명산을 가리킨다. 일명 광산(匡山), 또는 광려산(匡廬山)이라고도 한다. 덕유산이 그 명산과 견줄 만큼 깊고 신령스럽다는 것이다.


덕유산권은 대체로 빼재~육십령 27.4km 구간


깊고 신령스러운 부분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가 전한다. 임진왜란 때 수많은 사람들이 전쟁을 피해 덕유산으로 피신해 왔다. 신기하게도 왜병들이 이곳을 지나갈 때면 짙은 안개가 드리워 산속에 사람들이 숨어 있는 것을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쳤다. 그 안개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전쟁의 참화를 면할 수 있었다. 여산의 신비로움으로 사람들은 덕이 있는 넉넉한 산이라 하여 덕유산이라 부르게 됐다고 전한다.



	무룡산에서 삿갓재로 내려오는 등산로에서 솜털 같은 구름이 가을의 정취를 더욱 느끼게 한다.
▲ 무룡산에서 삿갓재로 내려오는 등산로에서 솜털 같은 구름이 가을의 정취를 더욱 느끼게 한다.

또 조선시대 <정감록>에는 십승지(十勝地)의 한 곳으로 꼽고 있다. 정감록에 ‘무주 무풍 북쪽 동굴 옆의 음지이니 덕유산은 난리를 피하지 못할 곳이 없다. 비장처에는 전라도 무주 덕유산 남쪽에 원학동이 있는데, 숨어살 만한 곳이다’고 적고 있다. 이 외에도 많은 유학자들이 은거하며 살았던 산으로 전한다.


산이 깊으면 식생도 그만큼 뛰어나다. 덕유산에는 주요 식물만 꼽더라도 주목, 구상나무, 신갈나무, 철쭉, 서어나무, 졸참나무, 들메나무, 함박꽃나무, 산수국, 백작약, 동자꽃, 난쟁이바위솔, 바위채송화, 관중, 광릉요강꽃, 너도바람꽃, 털진달래 등이 넓게 분포하며 자라고 있다.


특히 멸종위기야생식물Ⅰ급인 광릉요강꽃, Ⅱ급인 복주머니란, 특정식물종인 솔나리, 자주솜대, 흰참꽃나무, 모데미풀 등이 다수 분포해 있다. 서봉 일원에 분포하는 덕유산국립공원 깃대종인 구상나무군락지가 있으며, 덕유산이 구상나무의 북방한계선에 해당한다. 현재는 향적봉, 남덕유산, 서봉, 무룡산, 삿갓봉을 중심으로 한 북사면에 주로 자생하고 있다. 그 외 멸종위기 야생생물로는 수달, 붉은박쥐, 하늘다람쥐, 무산쇠족제비, 감돌고기, 검독수리, 잿빛개구리매, 긴꼬리딱새, 꼬마잠자리, 멋조롱박딱정벌레 등이 서식하고 있다.


덕유산의 주요 식생과 지명 등 현장을 확인하기 위한 답사는 빼재와 설천봉을 두고 저울질한다. 빼재는 덕유산권의 백두대간 출발점이다. 대체로 백두대간 덕유산권은 빼재에서 육십령까지 27.4km를 말한다. 빼재로 37번국도가 지난다. 한때는 이 도로로 인해 동식물의 생태로가 단절됐지만 지금은 산림청의 산림생태축 복원 관련 ‘산림행정 3.0’ 국정과제로 백두대간 마루금을 관통하는 도로에 생태터널을 연결해 로드킬 당하지 않도록 안전하게 동식물의 활동영역을 넓혀 주고 있다. 빼재도, 육십령도 생태터널이 완공된 구간이다.


빼재 고갯마루와 일부 지도엔 빼재를 수령(秀嶺)으로 표시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은 잘못된 지명이라고 말한다. 원래 이 고개 부근에는 사냥꾼과 도적들이 많아 그들이 잡아먹은 동물뼈가 가득 쌓여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명이 ‘뼈재’라 붙여졌다고 한다. 그런데 뼈재가 경상도 발음으로 빼재가 됐는데, 이 고개 이름을 한자로 옮겨 적으면서 ‘빼’를 ‘빼어나다’로 해석하면서 빼어날 ‘수(秀)’자를 썼다고 입을 모은다. 빼재의 또 다른 이름 신풍령(新風嶺)은 추풍령을 본 떠 바람도 쉬어 넘는 새로운 고개라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또 다른 명칭인 상오정고개는 고갯마루 북쪽 무주에 있는 상오정마을에서 빌어와 붙인 것이다.



	향적봉에서 중봉으로 가는 등산로 옆에 운치 있는 주목이 등산객들의 눈길을 끈다.
▲ 향적봉에서 중봉으로 가는 등산로 옆에 운치 있는 주목이 등산객들의 눈길을 끈다.

한국의 대표적 多雪多雨 지역


빼재 주변을 둘러보고 고민하다 향적봉으로 향했다. 비록 향적봉은 백두대간 능선을 살짝 벗어나긴 했지만 덕유산 최고봉을 그냥 지나칠 수 없기 때문이다.


향적봉 부근에는 주목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여기서는 주목을 향목(香木) 또는 적목(積木)이라고 한다. 조선 명종 7년(1552) 갈천(葛川) 임훈의 <등덕유산향적봉기>에 보면 ‘향림(香林 : 주목을 일컬음)이 즐비하게 있으므로 산봉우리 명칭을 향적봉이라 했다’고 기록하고, 또한 ‘이 나무를 향나무라 하면서 어찌 잎에서 향기가 없느냐고 물었더니, 안내하는 스님이 대답하기를 이 향목은 미륵불이 이 세상에 와서 살게 되면 그때야 비로소 향기가 나게 된다고 대답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향적봉 이름에 대한 유래다.


설경과 어울린 향적봉의 주목은 겨울을 나타내는 대표적 장면 중의 하나다. 덕유산은 작은 히말라야라고 불릴 만큼 아름다운 설경을 자랑한다. 향적봉에서 중봉에 이르는 구간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구상나무와 주목에 핀 설화는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이같이 덕유산 일대는 어느 산 못지않게 눈이 많이 내린다. 가장 큰 이유는 백두대간이 한반도 남부의 한복판을 동과 서로 가르며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겨울철 시베리아 고기압의 확장으로 서해를 건너며 수증기를 흠뻑 머금은 대기는 빠른 속도로 내륙으로 진입한다. 이때 높은 장벽을 이룬 덕유산의 산사면을 타고 강제 상승한 대기가 단열·팽창해 냉각됨으로써 눈이 되어 내리는 것이다. 덕유산 능선을 중심으로 무주의 적상산, 두문산, 거창의 투구봉, 대봉 등도 겨울철 눈이 많기로 이름난 곳이다. 이 지역은 여름철 강우량도 같은 이유로 많다. 한국의 대표적인 다설다우(多雪多雨)지역이다.



	덕유산의 풍부한 식생을 잘 보여 주는 장면. 구상나무와 주목이 어울려 있고, 중간에 참나무 군락도 보인다.
▲ 덕유산의 풍부한 식생을 잘 보여 주는 장면. 구상나무와 주목이 어울려 있고, 중간에 참나무 군락도 보인다. / 사진 덕유산국립공원 제공

향적봉 주변엔 주목과 함께 덕유산이 북방한계인 구상나무도 군락을 이루고 있다.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에서만 자생하고 있다. 향적봉 일대는 구상나무뿐만 아니라 북방계 고산식물들이 많이 자란다. 두메닥나무, 선좁쌀풀, 나도바람꽃, 족도리풀, 덩굴개별꽃, 꿩의다리, 모데미풀, 동의나물 등이 어우러져 자라고 있다. 봄에는 처녀치마, 금강애기나리, 동의나물, 철쭉, 진달래가 만발하고, 여름에는 원추리, 물봉선, 동자꽃, 말나리, 가치수영, 산오이풀, 짚신나물 등이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가을엔 산부추와 구절초, 쑥부쟁이, 돌쩌귀, 용담 등이 꽃의 향연을 벌인다.


그러나 산죽(일명 조릿대)의 군락 확대로 이 식물들의 서식공간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산죽이 끊임없이 서식지를 넓히고 있다. 관목으로서의 조릿대는 가도 가도 끝이 없다. 정말 심각할 정도다. 조릿대가 많다는 사실은 이미 생태균형이 무너졌다는 반증이다. 이른 봄 조릿대의 새순, 즉 죽순을 먹어 없앨 산토끼나 노루 등 초식동물의 개체수가 엄청나게 줄었기 때문이다. 조릿대 군락에 질세라 철쭉도 기세 싸움을 벌이고 있다. 덕유산 철쭉도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군락인데, 조금 밀리는 듯한 느낌이다.


머지않아 식생 파괴하는 조릿대 뉴스에 오르내릴 듯


향적봉 일대부터 넓은 덕유평전이 펼쳐진다. 덕유평전은 지리산의 세석평전, 소백산의 소백평전과 더불어 한국의 3대 고산평원이다. 1,500m 내외의 고지에서 이렇게 넓은 평원이 펼쳐지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어떻게 해서 1,000m 이상의 고도에 이렇게 드넓은 구릉성의 평원이 생겨났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학자들은 약 2,300만 년 전 한반도에서 동해의 해저 지각이 확장하면서 대륙 지각을 밀어붙이자 횡압력을 받으며 대대적인 습곡 및 요곡운동이 일어난 영향이라고 주장한다. 이로 인하여 한반도는 대대적으로 융기하게 되는데, 서쪽에 비해 동쪽의 지반이 더 높이 융기해 동고서저(東高西低)의 경동지형을 이루게 된다. 덕유산과 지리산 일대는 이때 솟아오른 것이라고 한다.



	1 덕유산 등산로 주변에서 가장 눈에 많이 띄는 식물은 조릿대였다. 조릿대가 급속히 그 영역을 확산시키고 있었다. 2 하늘거리는 가을 억새를 옆에 두고 한 등산객이 무룡산으로 오르고 있다. 3 삿갓봉에서 향적봉과 중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을 바라보고 있다.
▲ 1 덕유산 등산로 주변에서 가장 눈에 많이 띄는 식물은 조릿대였다. 조릿대가 급속히 그 영역을 확산시키고 있었다. 2 하늘거리는 가을 억새를 옆에 두고 한 등산객이 무룡산으로 오르고 있다. 3 삿갓봉에서 향적봉과 중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을 바라보고 있다.

덕유평전에서는 특히 각시원추리, 골잎원추리, 노란원추리 등 원추리(백합과 식물)들이 무리지어 자란다. 원추리가 노랗게 꽃을 피우는 6~8월이면 덕유평전은 온통 노란꽃 세상이 된다. 원추리는 해발 1,000m의 높은 지역의 아고산대에서 잘 자라며, 지리산 노고단, 소백산 비로봉 등지에서도 무리 지어 자라고 있다. 지금은 땅 속에서 내년을 기약하고 있다.


중봉에 이어 송계삼거리 백암봉에 이르렀다. 여기서부터 다시 백두대간 능선으로 합류한다. 굽이쳐 흐르는 능선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산 능선이 정말 너울같이 출렁이는 듯하다. 백두대간 종주나 답사가 힘들기는 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보는 순간 힘든 건 잠시 잊는다.


동엽령까지 그대로 내달린다. 동엽령은 옛날엔 영호남 사이의 큰 장사길이었으며, 일명 동업이재라고 한다. 경상도와 전라도 지방의 토산품을 교역하기 위해 넘나들던 고개지만 지금은 등산객이 오가는 등산로일 뿐이다.


덕유산의 모든 등산로가 사계절 내내 개방되는 건 아니다. 총 16개 구간의 등산로 중에 연중 상시 개방구간은 서창탐방지원센터~안국사, 설천봉~향적봉, 구천동탐방지원센터~백련사~향적봉, 황점~삿갓골재까지 4개 구간이다. 나머지 12개 구간은 매년 산불조심기간인 11월 15일~12월 15일, 3월 1일~4월30일 통제한다. 이에 해당하는 구간은 치목~안국사, 인월담~설천봉, 향적봉~영각탐방지원센터, 백련사~중봉, 신풍령~횡경재, 송계사~횡경재~백암봉, 안성탐방지원센터~동엽령, 황점~월성재, 육십령~남덕유산, 병곡~동엽령, 양악~월성재, 안국사~남문지 등이다. 12월 15일까지는 등산객들이 개방여부를 잘 확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간혹 등산로 옆에 소규모 군락으로 피어 있는 억새들이 늦가을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어,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더욱 느끼게 한다. 등산로 주변은 조릿대가 너무 심하게 확산되어 있다. 안타깝다. 머지않아 식생을 파괴하는 조릿대가 뉴스에 오르내릴 것만 같다. 그러면 무슨 대책이 나오려나. 



	덕유산 서봉(장수덕유산) 일원에서 구상나무가 대형 군락을 이루고 있다. 구상나무는 덕유산이 식생 북방한계선이다.
▲ 덕유산 서봉(장수덕유산) 일원에서 구상나무가 대형 군락을 이루고 있다. 구상나무는 덕유산이 식생 북방한계선이다. / 사진 덕유산국립공원 제공

광릉서 300km 떨어진 이곳에서 광릉요강꽃 발견


덕유산 백두대간 마루금은 나침반이 별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등산로가 뚜렷하다. 등산로 정비도 잘 돼 있어 ‘알바’할 우려가 전혀 없다. 그 길을 따라 계속 걷기만 하면 된다. 정말 이름 그대로 넉넉한 산이다. 푸근하기까지 하다. 전형적인 육산의 모습을 보여 준다.


덕유산 일대에서 자라는 국화과 식물 중에 금방망이가 있다. 그동안 한라산 정상에서만 살아남은 빙하기 잔존식물로 알려져 왔다. 이후 희한하게 덕유산 능선과 태백산 일대에서 발견됐다. 또 광릉요강꽃도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경기도 광릉에서 발견돼, 지명을 그대로 딴 식물이다. ‘요강’이라는 이름은 꽃 모양에서 유래했다. 다른 이름은 치마난초인데, 잎에 난 주름과 잎 모양이 치마를 연상하게 해서 붙여졌다. 광릉에서 처음 발견된 이래 경기도 북부의 명지산, 천마산, 포천, 화천 등지에서 추가로 확인됐다. 식물학자들은 이 식물이 어떻게 해서 300여 km 떨어진 덕유산에서 발견됐는지 의아해하고 있다.


이윽고 무룡산(舞龍山·1,492m)이다. 거창군 북상면 산수리에 위치하며, 무주군 안성면과 경계를 이룬다. 산수마을 사람들은 ‘흰덤뿌대기’라고 부르는 깨끗하고 신령스런 산이다. 옛 이름이 불영봉이다. 산 양쪽으로 삿갓골재와 동엽령(동엽이재)를 안고 있다.


덕유산은 마루금이 명확히 드러나 봉우리 어디서나 너울지는 능선 조망이 가능하다. 무룡산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북덕유와 남덕유의 우아한 곡선이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남덕유로 향하는 등산로 앞에 삿갓같이 우뚝 솟은 봉우리가 나타난다. 말 그대로 삿갓봉이다. 그 아래는 삿갓골이다. 산세가 날카롭고 삿갓 모양이라 붙여졌고, 거창에서 무주로 통하는 길목이다. 삿갓재대피소는 종주하는 등산객을 위해서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10여 년 전에 건립했다. 다른 대피소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아담하게 지어져 있다. 삿갓재대피소 입구에 ‘유산여독서(遊山如讀書)’라는 글귀가 눈에 띈다. 여기서 이런 문구를 보다니…. 미소가 지어진다. 산에 노니는 것이 책을 읽는 것과 같다는 의미다.



	1 솔나리  2 솔체꽃  3 광릉요강꽃  4 모데미풀  5 복주머니란  6 자주솜대.
▲ 1 솔나리 2 솔체꽃 3 광릉요강꽃 4 모데미풀 5 복주머니란 6 자주솜대.

삿갓봉(1,419m)으로 올라서면 북덕유와 완전 다른 산의 형세를 보여 준다. 북덕유에서 밟고 왔던 육산이 삿갓봉에 접근하면서부터 악산이 갑자기 나타난다. 같은 산줄기이면서 이렇게도 달랐다.


월성재와 남덕유~서봉(장수덕유산)까지 이어지면서 장쾌하고 힘찬 골산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 준다. 월성재는 고갯길 정상부가 반달모양을 닮아 월성치, 혹은 월성현(月城峴)이라 불린다. 지금은 등산로 구실만 하고 있지만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사람들의 왕래가 많았던 고갯길이었다. 남덕유(1,507m)는 암벽 위에 정상이 있다. 기(氣)가 우뚝 솟아 있는 형세다. 옛날에 황봉, 또는 봉황산(鳳凰山)으로 불렸다.


육십령은 굽이만큼 많은 사연을 가지고 있어


남덕유산 일대에서 철쭉 비슷한 가지를 지닌 관목이 유달리 많이 보인다. 흰참꽃이라는 진달래과의 떨기나무다. 이 식물도 알고 보면 매우 특이하다. 세계적으로 일본과 우리나라에만 분포하며, 우리나라에서도 지리산·가야산·남덕유산 정상 일대의 바위지대에만 분포하는 희귀식물이다. 꽃이 흰색으로 매우 작다.


덕유산 일대에서 고산식물 또는 북방계 식물이 가장 많이 분포하는 지역은 서봉과 남덕유산 일대다. 등대시호, 솔나리, 땃두릅나무, 구름병아리난초, 가야산은분취, 참바위취, 큰앵초, 개회향 등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남덕유산의 솔나리는 가야산, 구미 금오산과 함께 이 식물의 남방한계선을 형성해서 자라고 있다. 등대시호 역시 남덕유산이 분포의 남방한계선이다. 남한에서는 설악산과 소백산 도솔봉, 속리산 등지의 바위지대에만 분포하는 식물로서 솔나리보다 생육지나 개체수가 적은 식물이다.


장수덕유산(서봉)에서 할미봉을 거쳐 육십령까지 가는 등산로는 밧줄이 없으면 오르기 힘든 구간이다. 오르락내리락하는 등산로에 거친 암벽에 밧줄을 잡고 올라가야 하는 구간이 많이 초보 등산자에게는 매우 힘든 코스다.


대포바위~할미봉을 거쳐 백두대간 덕유산권의 마지막 목적지인 육십령에 도착했다. 육십령도 일제시대 때 단절된 백두대간 마루금을 국정과제 ‘산림행정 3.0’의 적극 추진으로 생태터널을 복원해서 개통했다. 동식물들이 안전하고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도록 했다.


육십령은 옛날에는 육십현(六十峴) 또는 육복치(六卜峙)라고 불렀다. 해발 734m로 고갯길이 높아 그렇게 부른 것으로 짐작된다. 육십령은 남북으로 지리산과 덕유산, 동서로는 호남과 영남을 이어주며, 옛날에는 백제와 신라의 군사 요충지인 곳이었다. 육십령에 관한 유래는 그 굽이만큼 많은 사연을 가지고 있다. 우선 안의 감영과 장수감영에서 60리라 해서 붙여졌다는 설, 이 고개를 넘기 위해서 크고 작은 60개의 고개를 넘어야 닿을 수 있다는 설, 옛날 산적이 많아 산 아래 주막에서 60명이 모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떼를 지어 넘어야 화(禍)를 면했다는 설, 일제시대엔 재몬당까지의 고개가 60개라 하여 육십령이라 붙여졌다는 설 등 여러 이야기가 전한다.


백두대간 덕유산권은 설천봉에서 출발해 향적봉~중봉~동엽령~무룡산~삿갓봉~월성재~남덕유산~서봉(장수덕유산)~할미봉을 거쳐 육십령까지 24.4km를 답사했다.

 

[백두대간 시리즈  속리산권]
 
 소백산은 설경·바람·철쭉… 속리산은 암릉·운무 속 비경
 
세계적 희귀식물 ‘솔나리’ 서식… 고치령·우복동 등은 명당으로 알려져

설악산권에서 시작한 백두대간 시리즈는 어느덧 세 번째 구간으로 접어들었다. 세 번째 권역은 남한의 중간 지점에 해당하는 속리산권이다. 속리산권은 소백산·월악산·속리산 등 큰 명산만 해도 3개나 포함한다. 월악산은 백두대간 능선에서 살짝 비켜 있어 제외하고 소백산과 속리산을 답사하기로 한다. 소백산과 속리산을 구분해서 싣는다.



	문장대에서 사방 팔방으로 뻗은 속리산 능선들이 운무와 어울려 마치 산해를 이룬 듯하다.
▲ 문장대에서 사방 팔방으로 뻗은 속리산 능선들이 운무와 어울려 마치 산해를 이룬 듯하다.

세석·덕유와 함께 초원평원 펼쳐져


소백산  백두대간은 강원도를 지나면서부터 우락부락한 악산(嶽山)에서 완연히 높이를 낮추는 육산(陸産)으로 확연히 변한다. 소백산의 가장 큰 특징은 지리산의 세석평전과 덕유산의 덕유평전처럼 부드럽게 이어지는 산릉이 광활하게 펼쳐진다는 점이다. 이것이 일본 지질학자 고토 분지로(小藤 文次郞)가 지형에 따라 한반도의 산지체계를 분류한 산맥 개념이 나오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우리 전통의 산지체계인 백두대간은 산의 흐름, 즉 능선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진 산줄기로 나눠 이름 붙였지만 산맥은 지형지질에 따라 체계를 달리했다. 지질이 유사한 지형을 산맥이라는 이름으로 연결시킨 것이다. 그래서 산맥은 산줄기가 사라진 강으로도 연결돼 산의 맥이 가끔 끊어지기도 한다. 소백산맥도 그중의 하나인 것이다. 


중부권의 대표적인 육산인 소백산은 지형적으로는 온화한 평원을 이루고 있지만 바람과 눈(雪)에 있어선 어느 산보다 세차고 적설량이 많다. 이는 소백산이 위치한 지세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는 겨울철 시베리아에서 발원한 북서계절풍이 불어온다. 이때 내륙 깊숙이 진입한 대기는 소백산맥의 높은 장벽에 부딪혀 강제 상승한다. 수증기를 머금은 대기는 산사면을 타고 오르면서 단열팽창으로 냉각돼 눈으로 변해 내린다. 바로 동서로 길게 소백산 줄기가 바람을 가로 막으며 커다란 장벽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눈이 많을 수밖에 없다. 세찬 바람에 휘몰아치는 눈은 그래서 생기는 것이다. 일종의 ‘푄(Föhn)현상’이다. 소백산이 설악산과 함께 우리나라의 제일 설경(雪景) 명산으로 꼽히는 이유다.


이로 인해 소백산의 북쪽인 단양·제천은 얼굴을 들 수 없을 만큼 차갑고 강한 바람이 부는 데 반해 남쪽의 영주 지방은 기온이 더 높게 나타난다. 반면 여름철의 경우 기온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동서로 가로지르는 소백산이 날씨와 기온조절 역할까지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백산 비로봉을 등산객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 소백산 비로봉을 등산객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뒤로는 연화봉과 제2 연화봉 등 백두대간 주능선이 길게 뻗어 있다.

북서계절풍 영향 눈·바람 많아


산림청이 2011~2015년까지 산림생태축 복원 관련 ‘산림행정 3.0’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백두대간 5개 권역 실태조사를 통해 드러난 결과에서 소백산의 대표 동식물은 멸종위기Ⅱ급인 담비와 취약종으로 희귀식물인 노랑무늬붓꽃이고, 대표수종은 철쭉꽃이다. 백두대간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식물인 신갈나무와 철쭉 중에 소백산 철쭉은 그중 으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월 말~6월 초의 늦봄에 연화봉~비로봉~국망봉 일대의 광활한 초원지대는 그야말로 연분홍 철쭉꽃이 만발하면서 천상화원으로 변한다. 그 명성은 조선시대 퇴계 선생의 <유소백산록(遊小白山錄)>에 그대로 나타난다. 이 일대 철쭉꽃 화원은 조선시대부터 유명했던 것으로 보인다.


소백산 정상 비로봉 바로 아래 주목 군락은 천연기념물 제244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주목은 백두대간 상에서 지리산·덕유산·태백산·청옥두타산·오대산·점봉산·설악산 등지에서 서식한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으로 불리며 생명력을 자랑하는 주목은 빙하기 때부터 한반도에서 살아남은 대표적 희귀식생군락이다.


그 외의 주요 식물은 멸종위기Ⅱ급이자 희귀식물인 가시오갈피, 금강소나무, 한국특산종인 노랑갈퀴, 멸종위기Ⅱ급이자 희귀식물인 복주머니란, 앉은부채, 한국특산종 자란초, 한국특산종이자 희귀식물인 자주솜대, 희귀식물인 왜솜다리와 솔나리·날개하늘나리·모데미풀·등대시호, 촛대승마, 한국특산종이자 희귀식물인 홀아비람꽃 등이 서식하고 있고, 조류 등 포함 동물은 멸종위기Ⅱ급인 조롱이와 담비,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Ⅰ급인 수달, 멸종위기Ⅱ급이자 한국고유종인 금개구리와 돌상어, 대륙유혈목이 등이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백산 희귀식물(사진 소백산국립공원 제공) 1 날개하늘나리  2 노랑무늬붓꽃  3 등대시호  4 모데미풀  5 복주머니란  6 솔나리  속리산 희귀식물(사진 속리산국립공원 제공)  7 깽깽이풀  8 망개나무  9 솔나리  10 연잎꿩의다리
▲ 소백산 희귀식물(사진 소백산국립공원 제공) 1 날개하늘나리 2 노랑무늬붓꽃 3 등대시호 4 모데미풀 5 복주머니란 6 솔나리 / 속리산 희귀식물(사진 속리산국립공원 제공) 7 깽깽이풀 8 망개나무 9 솔나리 10 연잎꿩의다리

이 중 북방계 식물인 솔나리와 등대시호가 이곳까지 내려와 서식하고 있다. 솔나리는 만주와 우수리에서부터 한반도까지 분포하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가야산·남덕유산·속리산·조령산 등을 남쪽 경계로 하여 경북·충북·경기·강원 지역 바위 등지의 높은 산에서 드물게 발견된다. 꽃은 6~8월에 줄기 끝에서 밑을 향해 핀다. 잎이 소나무 잎처럼 가늘어서 ‘솔나리’라는 우리말 이름이 붙여졌다. 세계적으로도 희귀식물에 속하며, 꽃이 아름다워 함부로 캐서 절멸 위기에 놓여 있는 종이다. 


등대시호는 세계적인 분포가 솔나리와 비슷한 산형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만주와 우수리, 그리고 한반도에만 자라므로 세계적으로 볼 때 분포지역이 매주 좁다. 백두산에서는 해발 2,000~2,500m 지역의 수목한계선 부근의 고산초원에서는 무리 지어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남한에서는 70cm까지 크게 자라는 경우를 거의 볼 수 없다.


소백산의 모든 등산로는 항상 개방하지만 산불조심기간에는 통제한다. 가을철 탐방로 통제기간은 11월 15일부터 12월 15일까지이다. 이 기간 동안에는 총 17개 등산로 중 9개 구간만 허용한다. 개방 탐방로는 천동~천동삼거리, 어의곡~어의곡삼거리, 삼가~비로봉, 죽령~연화봉, 희방주차장~연화봉, 연화봉~비로봉, 주정골~죽령, 달밭골~초암사, 버들밭~소아 등이고, 통제 탐방로는 연화동~연화삼거리, 국망봉~늦은목이, 초암사~국망봉, 비로봉~국망봉, 묘적령~죽령, 율전~늦은맥이재, 점마~하좌석, 당골~유석사하단부 등 8개 구간이다. 백두대간 지도를 놓고 소백산을 제대로 답사할 수 있는 적당한 지점으로 고치령이 눈에 띈다. 여기서부터 오르기로 한다. 


소백·태백 이어주는 고갯길이 양백지간 명당


고치령(760m)은 백두대간 상에서 태백산과 소백산을 이어주는 고갯길이다. 이른바 양백지간이다. 양백지간 일대는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외부 침입이 없는 명당으로 알려진 곳이다. 영월, 영주 일대가 이에 해당한다. 십승지 중의 한 곳이기도 하다.


고치령 고갯길에 아담한 산령각이 한 채 있고, 성황당나무와 장승들이 앞과 옆을 감싸고 있다. 산령각은 태백산 산신인 단종과 단종의 복위를 꾀하다 세조에 죽임을 당한 금성대군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금성대군은 소백산 산신으로 화했다고 한다. 태백의 산신인 단종과 소백의 산신인 금성대군을 모셨으니, 이곳 산령각은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는 영험하기로 이름났다고 한다. 이것도 백두대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문화다. 여기 오지 않으면 누가 이 사실을, 이 역사를 알겠나.



	황혼이 질 무렵 소백산 정상 비로봉 올라가는 백두대간 등산로.
▲ 황혼이 질 무렵 소백산 정상 비로봉 올라가는 백두대간 등산로. 억새가 산들거리는 사이 구절초가 활짝 꽃을 피워 더욱 운치를 자아내고 있다. 사진 소백산국립공원 제공

태백산에서 내려온 백두대간 능선은 다시 소백산 정상을 향해 서서히 올린다. 일반적으로 등산할 때 1,000m를 오를 때 가장 힘들다고 한다. 일종의 고비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1,000고지를 넘었을 때 느끼는 희열과 성취감은 그 뒤부터는 힘이 덜 든다고 알려져 있다.


막상 각오를 하고 오르는데 전혀 힘들지 않다. 완만한 능선이 계속된다. 등산객 발길도 많이 닿지 않은 듯 주변의 참나무들은 수백 년은 족히 된 듯하다. 아침 일찍 나선 발길은 산의 찬 기운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정말 가을이다. 오전 10시를 넘기자 손이 시리듯 찬 기온은 어디 간 듯 사라지고 따뜻한 햇살이 등산로를 비추고 있다. 어느덧 땀까지 나게 한다. 일교차가 만만찮다.


해발 1,000고지도 쉽게 넘었지만 여전히 평평한 등산로를 걷고 있다. 하지만 숲으로 뒤덮여 조망은 별로다. 저 멀리 국망봉 봉우리가 얼핏 보인다. 참나무들은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이곳은 벌써 아침저녁으로 영하 5도 이하로 내려간 듯하다.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온도가 5도 이하다. 벌개미취 등 가을 야생화들은 번식을 위해 꽃잎을 떨어뜨리고 한창 씨를 퍼뜨리고 있는 중이다.


날개하늘나리가 서식한다는 상월봉을 지나 소백산 제2봉인 국망봉을 저 앞에 두고 철쭉 군락이 모습을 드러낸다. 백두대간 최고의 군락으로 꼽히는 철쭉이다. 이제 맛보기에 불과하지만 성인 키를 웃도는 철쭉이 만개했을 때는 정말 천상의 화원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겠다.


상월봉을 지나서부터 드넓은 평원이 펼쳐지면서 서서히 바람이 본색을 드러낸다. 처음엔 시원한 느낌이지만 비로봉으로 갈수록 옷깃을 여밀 정도로 세차고 강해진다.



	소백산 정상 비로봉 아래 천연기념물 제244호인 주목 군락지 안에 자라고 있는 주목 한 그루.
▲ 소백산 정상 비로봉 아래 천연기념물 제244호인 주목 군락지 안에 자라고 있는 주목 한 그루. 기이하게 뻗은 줄기가 신비롭기까지 하다.

국망봉에는 마의태자 전설 서려


바람이 아직 본색을 조금 감춘 국망봉(國望峰·1,420.8m)이다. 경순왕의 아들인 마의태자가 왕건에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한 노력이 허사로 끝나자, 엄동설한에 베옷 한 벌만을 걸치고 망국의 한을 달래며 개골산으로 들어갔다 한다. 개골산으로 가는 도중, 이곳에 올라 멀리 옛 도읍 경주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 국망봉이라 부르게 됐다고 전한다. 국망봉과 제2 연화봉 주변 외진 곳에서 희귀식물인 복주머니란이 몸을 감추고 자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망봉부터는 백두대간의 긴 능선줄기가 그대로 이어진다. 국망봉~비로봉~연화봉~제2연화봉 등 소백산 주능선이 길게 펼쳐진 모습이 한눈에 조망된다. 소백산의 삼봉이 국망, 비로, 연화봉이다. 이 삼봉을 중심으로 지맥을 타고 사방으로 뻗어내린 산능선들이 앞뒤를 다투며 거대한 산해를 이룬 비경이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삼봉의 마루금 위로 등산로도 잘 조성돼 있다.


능선 초원에서는 억새들이 가을 햇빛을 받아 반짝거린다. 늦가을 정취 그대로다. 바람도 이제부터는 제대로 본색을 드러낸다. 억새만 흔들릴 뿐만 아니라 사람 몸까지 중심을 잃게 만든다. 바람을 받은 억새들은 죄다 한쪽 방향으로 드러누워 있다.


비로봉(毘盧峯·1,439.5m) 정상이다. 금강산·오대산·치악산·묘향산도 정상이 비로봉이다. 정상은 아니지만 속리산에도 비로봉이 있다. ‘비로’는 비로자나(毘盧遮那)의 준말이다. 몸의 빛, 지혜의 빛이 두루 비치어 가득하다는 뜻으로, 부처의 진신을 일컫는 말이다. 산봉우리를 영험하게 여겨 불교에서 유래한 지명으로 보인다.


비로봉 정상에 서면 사방이 시원하게 트이다 못해 몸이 날릴 지경이다. 비로봉 정상엔 충북과 경북 영주에서 세운 비석 두 개가 나란히 서 있다. 도경계가 백두대간 능선이기 때문일 뿐만 아니라 철쭉 행사를 두 지자체에서 나란히 개최하기 때문에 서로 자기 영역임을 내세우고 있다.


비석 뒤에는 ‘태백산에 이어진 소백산, 백리에 구불구불 구름 사이 솟았네, 뚜렷이 동남의 경계를 그어, 하늘 땅이 만든 형국 억척일세’라고 적힌 조선 초기 문신이자 학자였던 서거정(徐居正·1420~1488년)이 지은 시 한 수가 있다. 시에서 알 수 있듯 소백산 줄기가 자연적으로 북쪽의 중부 지방과 남쪽의 영남 지방의 경계를 이루는 능선으로서 역할을 해왔음을 알 수 있다.


비로봉 바로 아래는 천념기념물 제244호인 주목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일반인 통제구역이다. 옛날 통제하지 않던 1960년대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국망봉과 비로봉~연화봉 능선을 따라 3만여 그루가 분포되어 있었으나, 지금은 이곳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안내판에 적어 놓았다. 주목뿐만 아니라 왜솜다리, 모데미풀 등 희귀식물도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로봉에서 연화봉 가는 등산로 주변엔 억새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거센 바람 때문에 전부 한 방향으로 키를 낮춰 자라고 있다. 늦가을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억새 잎은 더욱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일찍이 소백산 언저리에 움을 트고 살았던 북쪽의 단양 사람들과 남쪽의 영주 사람들은 서로 간에 큰 장벽과 같은 소백산을 가장 낮은 산마루에 고갯길을 뚫어 서로 오갔다. 소백산 능선 가운데 가장 낮은 구간이 도솔봉과 제2연화봉 사이를 통과하는 고갯길인 죽령(竹嶺·689m)이다.


문경새재인 조령, 추풍령과 함께 영남과 기호지방을 잇는 3대 관문의 하나였던 죽령 또한 소백산을 남북으로 가르며 북서~남동 방향으로 발달한 단층선을 따라 양쪽으로 침식이 크게 이루어진 결과로 저지대를 이루게 됐다. 죽령은 이곳 양쪽의 저지대인 계곡을 따라 나란하게 길을 낸 고개다. 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가 심해지기 전에 대나무 북방한계선이라고 해서 죽령이라 이름 붙여졌다 전한다. 지금 대나무는 이미 경기도까지 북상한 상태다.


그 죽령에 도착했다. 이 구간의 종착지다. 연화봉과 천문연구원~제2연화봉을 거쳐 죽령탐방지원센터까지 23.1km를 오전 8시 고치령에서 출발해 하루 꼬박 12시간 이상 걸려 저녁 8시를 훌쩍 넘겨 끝났다. 



	 1 소백산 비로봉 가는 길(오른쪽)과 연화봉 가는 길(왼쪽) 사이에 등산객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주목 군락지가 확실히 구분된다. 사진 소백산국립공원 제공 2 속리산 정상 천왕봉에서 법주사를 향해 한 등산객이 기도를 올리고 있다.
▲ 1 소백산 비로봉 가는 길(오른쪽)과 연화봉 가는 길(왼쪽) 사이에 등산객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주목 군락지가 확실히 구분된다. 사진 소백산국립공원 제공 2 속리산 정상 천왕봉에서 법주사를 향해 한 등산객이 기도를 올리고 있다.

 

한국 8경, 제2금강으로 불리기도


속리산  하루를 건너 뛰어 속리산으로 향했다. 백두대간 상에 있는 속리산 구간은 늘재~밤티재~문장대까지 6.8km는 항상 비개방이다. 암릉이 우뚝 솟은 위험한 구간이기도 하거니와 희귀식물이 많이 서식하고 있어 연중 통제하고 있다. 따라서 상주시 화북분소에서 출발해서 문장대에서 백두대간으로 접속한 뒤 정상 천왕봉~형제봉을 거쳐 갈령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백두대간 등산로는 늘재~문장대까지 구간과 밀치~대야산~장성봉~악휘봉까지 14.9km도 비개방 구간이다. 국립공원인 속리산은 공단에서 총 25개 등산로를 관리하고 있다. 11개 구간은 산불조심기간에 통제한다. 통제하는 11개 탐방로는 다음과 같다. 문장대~북가치~묘봉, 용화지구~매봉~묘봉~북가치~민판동, 미타사~북가치~민판동, 세목이~삼가리, 자연학습원~가령산~낙영산, 옥양폭포~백악산~수안재~입석, 각연사~칠보산, 각연사삼거리~칠보산, 갈론~애기봉~옥녀봉~갈론, 운교리~갈론, 상촌~옥녀봉 등이다.



	속리산 문장대에서 백두대간 주능선 상에 보이는 봉우리들이 이어져 있다. 헬기장 위 왼쪽부터 칠형제봉, 신선대, 비로봉 이어 오른쪽 끝이 정상 천왕봉이다.
▲ 속리산 문장대에서 백두대간 주능선 상에 보이는 봉우리들이 이어져 있다. 헬기장 위 왼쪽부터 칠형제봉, 신선대, 비로봉 이어 오른쪽 끝이 정상 천왕봉이다.

반면 상시 허용 탐방로는 법주사탐방지원센터~신선대, 오송지구~문장대, 세심정~도화리, 장각동~천왕봉~문장대, 사담리~낙영산~도명산, 학소대~첨성대, 세심정~문장대, 천왕봉~형제봉, 소금강~군자산~도마골, 떡바위~칠보산~쌍곡폭포, 절말~쌍곡폭포~장성봉~제수리재, 비로산장~상고암, 선유봉~제비소, 형제봉~만수리 구간 등이다.


속리산의 주요 식물 군락은 참나무와 조릿대, 소나무, 서어나무, 박달나무, 층층나무, 물푸레나무, 느티나무, 느티나무, 굴피나무, 꼬리진달래나무 등이 무리를 지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속리산의 식생은 대부분 2차림으로 매우 안정적으로 천이가 진행되고 있었다.


백두대간의 형제봉~천왕봉~문장대로 이어지는 능선부의 신갈나무 군락은 군락 발달이 매우 양호했다. 산의 정상부, 사면 중·상부, 능선 지역은 신갈나무가 주로 분포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은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능선부 식생의 군락을 보면 남부 지역의 형제봉~천왕봉 지역의 사면 상부 및 능선부는 신갈나무와 굴참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고, 사면 상부의 계곡에는 층층나무와 물푸레나무가 소규모로 군락을 이루며, 암석지대에는 소나무가 군락을 이뤄 자라고 있다.


천왕봉에서 문장대로 이어지는 지역은 식생이 가장 양호한 지역으로서 신갈나무가 우점하며, 계곡부에 층층나무 군락, 암석에는 구실사리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눌재에서 백악산~가령산으로 이어지는 지역의 식생 역시 신갈나무가 우점이나 굴참나무 군락의 분포지역도 상당히 넓게 나타난다.


속리산의 멸종위기종은 대야산 부근에서 일부 서식하는 연잎(자주)꿩의다리가 있다. 군자산 갈론계곡에 최대 군락을 이루고 있는 망개나무와 군자산 일원의 솔나리, 천왕봉 일원의 깽깽이풀은 2012년 멸종위기종에서 해제됐으나 속리산 일원에서 좋은 서식환경으로 자라고 있는 종이다.


자주꿩의다리는 문장대에서 천왕봉에 이를 때까지 여러 곳에서 나온다.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특산식물이다. 이 식물은 양지에 자랄 때는 자주색 꽃이 피지만, 음지에서는 흰꽃이 핀다.


비로봉 직전의 석문 부근은 커다란 바위들이 너덜을 이루면서도 층층나무, 시닥나무, 함박꽃나무 같은 키 큰 나무들이 많아서 숲을 이루고 있다. 회나무, 산수국 같은 떨기나무들도 자라며, 바위 겉에는 바위떡풀이 붙어서 자라고 있다. 또 속리기린초도 자란다. 속리산에서 처음 발견되어 이름 붙여진 여러해살이 풀이다. 기린초와 같은 식물로 보기도 한다.


입석대 직전에서는 떨기나무숲이 나온다. 노린재나무, 조릿대, 미역줄나무 등이 떨기나무와 덩굴나무가 얽혀 자라고 있다.


속리산이란 이름의 유래는 두 가지 설이 있다. 법주사가 창건된 지 233년 만인 784년(선덕왕 5)에 진표율사가 김제 고을의 금산사로부터 이곳에 이르자, 들판에서 밭갈이하던 소들이 모두 무릎을 꿇고 율사를 맞았다. 이를 본 농부들이 ‘짐승도 회심이 저리 존엄한데, 하물며 사람에게 있어서랴’ 하며 머리를 깎고 진표율사를 따라 산으로 입산수도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이 때부터 사람들이 ‘속세를 떠난다’는 뜻에서 속리산(俗離山)이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다른 하나는, 신라 말 최치원이 이곳 속리산에서 읊었다는 시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바르고 참된 도는 인간을 멀리하지 않는데, 인간은 그 도를 멀리하려 든다. 이 산은 매양 세속을 떠나려 하지 않는데, 세속은 산을 떠나려 한다.(道不遠人/ 人遠道// 山非離俗/ 俗離山)’.


속리산은 우리나라 8경의 하나로, 예로부터 제2금강인 소금강이라고도 불러왔다. 또 구봉산·광명산·지명산·이지산·형제산·자하산 등 총 8개의 이름의 갖고 있다. 그만큼 신비롭고 천변만화하는 산인 것이다. 


짙은 운무와 어울린 산줄기는 마치 山海 같아


속리산은 소백산과 달리 8개의 이름만큼이나 기암괴석과 암릉이 울창한 산림과 어울려 뛰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또한 주봉인 천왕봉을 중심으로 비로봉, 길상봉, 수정봉, 문수봉, 관음봉, 비로봉 등 1,000m 내외의 봉우리가 연이어 사방팔방으로 뻗은 산줄기는 짙은 운무로 산해(山海)를 이룬 듯 신비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백두대간 속리산의 신비감을 느끼기 위해 화북분소에서 출발, 단숨에 문장대로 올라섰다. 사방에 확 트인다. 주위는 온통 암벽 능선이다. 헬기장도 있고, 이전에 있던 휴게소는 이제 완전히 철거됐다. 문장대가 한결 넓어진 느낌이다.



	법주사의 가을.  사진 소백산국립공원 제공
▲ 법주사의 가을. 사진 소백산국립공원 제공

<신증동국여지승람> 보은현편에 ‘속리산 문장대 위에 구덩이가 가마솥만 한 것이 있어, 그 속에서 물이 흘러나와 가물어도 줄지 않고 비가 와도 더 많아지지 않는다. 이것이 세 줄기로 나누어서 반공(半空)으로 쏟아져 내리는데, 그중 한 줄기는 동쪽으로 흘러 낙동강이 되고, 또 한 줄기는 남쪽으로 흘러 금강이 되고, 다른 한 줄기는 서쪽으로 흐르다가 북으로 가서 달천이 되어 금천으로 들어간다’는 기록이 있다.


달천은 충주시 서편에 흐르는 하천으로, 남한강과 합류한다. 따라서 한강, 금강, 낙동강 3대강이 속리산을 기점으로 서로 물길을 달리해 나누어져 흐른다. 바로 그 삼파수의 중심이 속리산인 것이다. 일부에서는 문장대가 아니라 정상 천왕봉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어쨌든 속리산이 삼대강의 발원지가 되는 삼수지원(三水之源)인 것이다.


문장대 이정표에는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문장대는 원래 큰 암봉이 하늘 높이 치솟아 구름 속에 감추어져 있다 하여 운장대(雲藏臺)라 하였으나, 세조가 속리산에서 요양을 하고 있을 때 꿈속에서 어느 귀공자가 나타나 “인근의 영봉에 올라 기도를 하면 신상에 밝음이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찾았는데, 정상에 오륜삼강을 명시한 책 한 권이 있어 세조가 그 자리에서 하루 종일 글을 읽었다 하여 문장대라 불리게 됐다고 한다.’


문장대 위에 올라서니 정말 가마솥만한 웅덩이에 물이 고여 있다. 가뭄에도 마를 날이 없다고 하니 신기하기만 할 뿐이다. 사방은 확 트여 있고, 백두대간, 아니 속리산 주능선이 길게 굽이져 흘러 있다.


문장대에서 천왕봉을 향하여 주능선을 따라가면 신선대와 신선대 삼거리가 나오고, 곧 이어 입석대가 나온다. 신선대 삼거리에서 서남쪽 금강골로 한 20분 내려가면 경업대가 있다. 이곳은 조선시대 임경업 장군의 무예 수련장으로 전한다. 속리산에는 이뿐만 아니라 배석대·학소대·봉황대·산호대 등 이름난 대(臺)만 해도 8개가 있다. 이들은 전부 유불선 삼교를 아우르는 공간이다.


문장대는 한강·낙동강·금강 발원지로 알려져


임경업 장군이 독보대사(獨步大師)에게 무예를 사사하면서 불철주야 훈련하고 7년을 수도한 끝에 그의 힘을 시험해 보기 위해 누워 있던 집채만 한 바위를 일으켜 세워 놓았다는 것이 등산로 옆에 곧추 서 있는 입석대다. 입석대는 숲에 가려 등산객들이 무심코 지나치지만 고개를 약간만 돌리면 비석 같은 바위가 신기하게 세워져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능선 가는 길에는 산죽(조릿대)이 의외로 넓게 분포돼 있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산죽의 북방한계도 계속 올라가고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산죽이 지금과 같이 확산되고 있는 주요 원인은 생태계의 파괴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산에서 있어야 할 멧토끼와 노루, 산양, 사슴 등과 같은 초식동물들이 이른 봄 솟아나는 산죽의 새순을 잘라 먹어야 하는데, 이들의 개체수가 현저히 줄어 지금과 같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파괴된 생태계 복원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어 상고암 이정표가 나오더니 상고석문도 지나쳤다. 마치 지리산의 천왕문과 같이 거대한 바위 사이로 난 길을 간다. 뭔가가 있을 것 같은 분위기지만 아무 이정표가 없어 알 수 없다.


정상 비로봉이 저만치 보인다. 몇몇 등산객이 천왕봉에서 법주사를 향해 기도를 올리고 있다. 지극정성이다. 가까이 다가 갈 때까지 정상 비석 바로 뒤에서 여전히 합장 자세로 앉아 있다. 저 아래로 법주사 경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목적지인 형제봉도 손에 잡힐 듯 저 멀리 솟아 있다. 그래도 3시간 이상 더 가야 한다. 천왕봉에서 형제봉까지 등산로는 조금 무미건조하다. 숲도 신갈나무 위주로 다양하지 않고, 조망도 없어 지겨운 느낌을 준다. 백두대간 종주 등산객 외에는 잘 다니지 않은 듯하다. 옆으로 탈출하려고 해도 탈출로가 없다. 피앗재에서 빠지는 등산로가 표시돼 있으나 사람이 다니지 않은 지 제법 됐는지 묵은 길로 변했다. 그대로 가야 한다. 지겹다 보니 힘이 더 빠진다. 지친 발걸음은 본능적으로 빨리 끝내기 위해 옮길 뿐이다.


몇 개의 암봉을 지나 형제봉에 도착했다. 긴장이 완전 풀리는 느낌이다. 갈령으로 하산 방향을 잡았다. 갈령삼거리에서 백두대간 종주길인 비재로 가는 길과 갈령 방향으로 나뉜다. 비재 방향으로 우복동이란 안내판이 있다.


우복동은 소의 뱃속 모양의 명당터를 말한다. 상주 화북면의 7개 동리 사람들 은 저마다 자기 동네가 진짜 우복동이라 주장한다. 우복동은 정감록의 10승지에 해당한다. 실제로 한국전쟁 당시 이곳 에 피란 온 사람들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그만큼 산이 깊다는 반증이다. 우복동은 지리산의 청학동이나 경기도 가평군의 조종천 상류 지역 협곡에 있었다는 유교사회의 이상향인 판미동과 함께 전설적인 이상향으로 알려진 곳이다.


그 우복동을 뒤로하고 갈령으로 내려와 모든 답사를 끝냈다. 화북 탐방안내소에서 출발해서 문장대~비로봉~천왕봉~형제봉을 거쳐 갈령으로 내려온 거리는 총 15km로, 8시간 15분쯤 소요됐다.  



 
 
 
 
 세계의 명품 숲
 
 보는 이를 가슴 벅차게 하는 지구촌의 거대 숲들
 
/월간 산

 

빈에는 전원교향곡 영감 준 베토벤 숲도 있어
독일은 가문비나무, 미국은 세쿼이아, 동남아는 맹그로브숲으로 유명

독일 슈바르츠발트의 울창한 독일가문비나무숲에서는 인간이 만든 숲의 장대함, 미국 캘리포니아의 세쿼이아숲에서는 자연이 뿜어내는 웅장함, 4,000년이 넘는 브리슬콘소나무에서는 세기를 아우르는 생명력이 사진만으로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또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동남아시아의 열대우림과 맹그로브숲, 슬로바키아의 원시림, 산행 시 고도마다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키나발루산의 열대우림과 산악림, 몽골의 초원과 숲, 알프스의 고산림은 우리나라의 산악지대와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다가와 숲 자체로 가슴 가득 진한 감동을 준다. 이와 같이 세계의 명품 숲은 어디에 있으며, 어떤 모습을 갖추고 있을까.


▲ 뉴질랜드 로토루아에 있는 세쿼이아와 관목으로 고사리가 울창한 산림을 이루고 있다.

 


▲ 독일 하르츠에 있는 독일가문비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뤄 하늘로 쭉쭉 뻗어 있다.

먼저 미국부터 살펴본다. 미국은 대서양 연안, 애팔래치아산맥(Appalachian Mts.), 대평원(Great Plains), 로키산맥(Rocky Mts.), 대분지(Great Basin), 태평양 연안 등 6개 지역으로 구분된다. 숲 면적은 3억4,000만㏊로 국토 면적의 33%이다. 서부(알래스카를 포함한 미시시피강 서쪽)가 1억4,800만㏊로 가장 많고, 남부(오대호 남부)가 8,700㏊, 북부(오대호 북부) 7,000㏊ 등이다. 임목축적량은 150㎥/㏊로 우리나라 임목축적량보다 반 이상 높다.


태평양 연안의 캘리포니아주에는 다양한 숲이 분포한다. 그 중 대표적인 수종이 세쿼이아숲이다. 세쿼이아숲은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세쿼이아숲은 대부분 주립공원이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다. 이 중 유명한 공원은 해안지역에 있는 제드다이아스미스 레드우드주립공원(Jedediach Smith Redwoods State Park), 델노르테이 레드우드주립공원(Del Norte Coast Redwoods State Park), 훔볼트 레드우드주립공원(Humboldt Redwoods State Park), 프레이리 크릭 레드우드주립공원(Prairie Creek Redwoods State Park), 레드우드국립공원(Redwood National Park) 등으로 전체 면적이 425㎢이다.


레드우드국립공원 근처엔 키큰나무숲(Talltree Grove)이 있다. 우리 나무들은 아무리 커도 40m 이상인 것은 드물지만 큰키나무숲의 세쿼이어들은 말 그대로 키 큰나무들로 이뤄져 있다. 이 숲에서 참나무가 30m 이상 자라지만 70m 이상 되는 세쿼이어가 많아 참나무는 마치 작은 나무처럼 보일 정도다. 세계에서 가장 키 큰 나무도 이곳에서 자란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1963년 조사한 결과 112m라고 발표했다. 그 이후 1990년대에 이보다 25㎝ 더 큰 나무가 발견됐다고 한다.


세쿼이아의 잎은 평평한 바늘잎으로 솔송나무나 가문비나무의 잎과 닮았으며, 성숙한 나무의 경우 90~105m까지 자란다. 2m 높이의 지름은 4~5m나 되며, 수령은 700~1200년이다.


캐나다는 지형에 따라 애팔래치아산맥, 오대호-세인트로렌스 분지, 캐나다 순상지, 캐나다 초원, 서부 대산맥, 캐나다의 북극 등 6개권으로 구분한다. 캐나다는 일반적인 숲이 3억1,000만㏊, 황무지 형태의 숲이 9,200㏊로 총 4억1,000만㏊이며, 전체 면적의 40%에 해당한다. 임목축적량은 109㎥/㏊로 우리나라 임목축적량보다 약간 높다.



캐나다 밴쿠버섬의 대표적 수종은 미송


캐나다는 면적이 넓기 때문에 다양한 숲이 존재한다. 가장 임목축적이 높은 곳은 450㎥/㏊의 해안림이다. 이 지역의 대표적인 숲으로는 온대우림을 들 수 있는데, 브리티시컬럼비아 해안에도 분포하고 있다. 특히 캐나다의 대표적인 산림지역으로 꼽히는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밴쿠버섬에는 시다숲, 미송숲, 밀러가든 그리고 온대우림이 유명하다.


▲ 독일 너도밤나무숲과 그 사이로 난 산책길.

 


▲ 독일 슈반하임의 참나무 노령목이 아름드리 줄기에 세월의 흔적을 말하고 있다.

나나이모 근처의 와일드우드와 퍼시픽림국립공원(Pacific Rim National Park)도 있다. 로키산맥에는 밴프국립공원(Banff National Park), 재스퍼국립공원(Jasper National Park) 등이 다양한 고산지대의 숲을 볼 수 있다.


밴쿠버섬의 숲을 이루는 대표적인 수종 중 하나는 미송이다. 산업화에 따른 목재이용의 급증으로 무분별하게 벌채되다가 1944년부터 보호를 받기 시작하여 미송 원시림이 현재와 같이 보존될 수 있었다. 외곽에서 미송 원시림을 바라보면 나무 높이에서 위압감을 느낀다. 키가 60~70m 이상이 되고 지름도 1m 이상이 되는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을 보면 그 아래 주차돼 있는 승용차가 마치 장난감 같아 보인다.


독일은 지역적으로 다른 특성을 보이는 북부, 중부, 남부 3개 지역으로 구분한다. 북부는 북해(North Sea)와 발트해(Baltic Sea)에 접하고 있는 저지대이고, 중부는 준산악지형으로 삼림이 풍부한 구릉지대와 해발 1000m 정도의 고원이며, 산악지역으로 유명한 슈바르츠발트(Schwarzwald) 등의 대규모 산림군이 펼쳐지는 지역이다. 남부 또한 높은 산악지대로 알프스 기슭을 따라서 펼쳐진 고원지대인데, 보덴호(Bodensee) 등 수려한 경관의 호수들이 산재해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독일의 숲 면적은 1,107만5,000㏊로 전체 면적의 31%이며, 임목이 있는 숲면적은 1,056만7,000㏊로 우리나라 면적과 거의 같다. 북쪽보다는 남쪽 지역에 산림이 많으며, 임목축적량은 320㎥/㏊으로 우리나라보다 3배 이상 높다.


숲을 구성하는 주요 수종으로 침엽수는 독일가문비나무 28%, 구주소나무 23%, 낙엽송 3%, 활엽수는 너도밤나무 15%, 참나무류가 10%, 전나무와 물푸레나무와 같은 기타수종이 21%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자연상태에서의 너무밤나무숲은 전체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너도밤나무숲은 저지대에서부터 해발 1,100m까지 다양한 형태로 분포한다. 독일가문비나무는 해발 85~1,800m, 낙엽송과 쳄브라소나무숲은 해발 1,800~2,400m 사이에 나타난다.


너도밤나무숲으로 가장 유명한 곳은 뒤셀도르프의 도시숲이다. 도시숲의 면적이 자그마치 2,180㏊로, 남부·북부·중심지역으로 구분된다. 도시숲의 32%가 너무밤나무이며, 참나무·오리나무·자작나무가 뒤를 잇는다.


중심지역에서 대표적인 숲은 그라펜베르거숲(Grafenberger Wald)으로 많은 시민들이 산책을 위해 찾는다. 숲 사이로 난 산책로는 2~3명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넓다. 이곳의 너도밤나무는 수령 200년이 넘고 높이가 40m에 달한다.

 

독일엔 가문비나무가 전체 28%


독일가문비나무로 유명한 도시는 하르츠(Harz)다. 하르츠 전체가 독일가문비나무숲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산에도, 저지대에도 빽빽하게 자라고 있다. 주변 산 전체가 가문비나무인 이유는 이 지역이 원래 독일가문비나무가 많이 자라는 곳이라서가 아니라 경제림을 조성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조림을 했기 때문이다. 하르츠와 하르츠국립공원에서는 독일가문비나무 인공림이 가지고 있는 생태적 그리고 안정성 문제 때문에 단순인공림을 혼효림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말레이시아 키나발루산의 고산림 사이로 황톳빛 등산로가 나 있다.

 


▲ 미국 콩가리 국립공원에 있는 낙우송. 죽순 같은 밑동이 진흙에서 자라면서 키가 30m가 넘는 모습이 경이롭게 보인다.

독일은 이 외에도 헤센주(Hessen) 동북부에 위치하고 있는 라인하르츠발트(Reinhardswald)의 자연공원에 참나무 등 활엽수가 많이 자란다. 이 지역을 찾는 방문객들은 숲이 좋아서 오기도 하지만 이 숲에는 동화와 신화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대표적인 동화작가인 그림(Grimm) 형제의 <잠자는 숲속의 공주(Dornoschen)>가 이 숲을 배경으로 했다.


스웨덴은 삼림지대가 전 국토의 50%, 경작지가 10%, 호수와 하천이 9%, 기타 31%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 산림면적은 2,400만㏊로, 임목축적은 26억2,300만㎥이다. 이 중 침엽수가 전체의 85%, 활엽수가 15%를 차지하고 있다. 남부의 임목축적이 가장 높고, 북부는 남부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스웨덴 식생은 북방계 식물한계선의 북쪽으로는 한대 침엽수림인 독일가문비나무와 구주소나무가 자리를 잡고 있고, 남쪽으로는 침엽수·활엽수 혼효림이, 가장 남쪽으로는 활엽수림(참나무)이 자라고 있다. 자작나무는 거의 전국에 자라고 있으며, 북부에서는 해발 600m까지 자란다. 한계선의 북쪽으로는 참나무가 분포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스웨덴은 지역적으로 자라는 수종이 뚜렷이 구분되어, 북부는 침엽수, 남부는 활엽수가 숲을 이루고 있다.


수도 스톡홀름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녹지공간이 많다. 이 중 바닷가에 위치한 노벨공원(Nobelparken)은 경치가 좋은 탓인지 주위에 외국대사관저가 많이 있어 외교관 주거지역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정도다. 공원에 자라는 나무는 대부분 활엽수인 참나무, 버드나무, 그리고 너도밤나무로 침엽수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특히 호수 쪽으로는 잔디밭에 참나무와 너도밤나무 고목들이 호수와 조화를 이루고 있어 더욱 평화롭게 느껴진다.


스위스는 전체 면적 중 농경지가 38%, 산림은 29%, 주거·산업지는 7%, 내수면은 4%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고산지·암벽지·빙하지가 국토의 22%를 차지하고 있어 스위스가 산악국가임을 말해 준다. 스위스는 쥐라(Jura), 미텔란트(Mittelland), 포어알프스(Voralpen), 알프스(Alpen), 알프스남부(Alpenwudseite) 5개 지역으로 구분한다. 이 중 산림이 가장 많은 지역은 알프스이고, 점유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쥐라와 남부알프스이다.


수종비율은 침엽수 60%, 활엽수 40%이며, 축적비율은 침엽수 72%, 활엽수 28%이다. 가장 많이 분포하는 나무는 독일가문비나무로 임복본수 40%, 임목축적 48%이며, 너도밤나무는 18%, 축적 17%, 전나무는 임목본수 11%, 축적 15%로 3개 수종이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물푸레나무숲.

 


▲ 오스트리아의 아름드리 칠엽수 사이로 숲길이 나 있다.

숲을 구성하는 주요수종으로는 침엽수는 독일가문비나무 40%, 전나무 11%, 구주소나무 4%, 낙엽송 4%, 쳄브라소나무 1%, 활엽수는 너도밤나무 18%, 참나무류 2%이고, 물푸레나무 4%, 단풍나무 4%, 밤나무 4%, 기타 9%로 침엽수가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스위스의 세계적인 도시 취리히에서 불과 10㎞ 떨어진 곳에 실발트(Sihlwald)가 자리 잡고 있다. 도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실강 주변의 숲’이라는 뜻이다. 실발트 내의 산책로는 총연장 약 50㎞에 달한다.


실발트는 스위스 중부지역 최대의 활엽수 혼효림으로 다양한 활엽수종이 있다. 실발트를 구성하는 주요 수종 중 활엽수로는 너도밤나무, 물푸레나무, 산단풍나무 등이 있고, 침엽수로는 독일가문비나무, 전나무 등이 있다. 이 중 가장 많이 분포하는 수종이 너도밤나무이며, 침엽수 독일가문비나무가 그 다음으로 많이 나타난다. 면적상으로는 너도밤나무가 전체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너도밤나무 다음으로 많이 나타나는 활엽수 숲은 물푸레나무숲이다.


오스트리아는 경관적으로 다른 특성을 보이는 알프스 동부지역(Ostalpen), 알프스와 카파탄 외곽지역(Alpenund Karpatenvorlande), 동부 외곽지역(Vorland im Osten), 화성암 고원(Granit und Gneisplateau), 빈 분지(Wiener Becken)로 구분한다.


숲 면적은 392만4,000㏊로, 전체 면적의 48%이다. 유럽에서 산림비율이 가장 높으나 면적상으로는 우리나라 산림면적의 65% 정도이다. 주요 수종으로는 독일가문비나무 50%, 너도밤나무 10%, 구주소나무 9%, 구주낙엽송 6.8%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참나무·단풍나무·물푸레나무 등은 소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임목축적량은 325㎥/㏊으로 우리나라 축적량의 3배 이상 높다. 오스트리아숲은 한 지역에 편중되지 않고 전국에 고루 분포되어 있는데, 대표적인 숲으로는 빈숲(Wiener Wald), 카파텐(Karpaten) 낙엽송숲, 도나우(Donau)강변 하안림이 유명하다.

 

오스트리아엔 ‘베토벤숲길’도 있어


오스트리아 수도 빈(Wien)의 북서지역에 위치한 갈리친베르크(Gallitzinberg) 지역은 울창한 숲을 형성하고 있다. 숲으로 들어가는 길 좌우로 칠엽수(Aesculus hippocatanum)가 줄 지어 자라고 있다. 칠엽수는 나무 높이가 30m에 달하며, 굵기도 한아름이 넘는다. 칠엽수 숲길로 들어서면 길 바닥은 사람이 다니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이 잘 정비되어 있고, 커다란 칠엽수가 만들어 주는 그늘이 한여름 더위를 식혀준다.


▲ 필리핀 마킬링산의 마호가니숲이 빽빽하게 우거져 있다.
▲ 호주에서만 자라는 유칼립투스와 고사리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빈의 숲으로 유명한 곳은 칼렌베르크(Kahlenberg)로, 칼렌베르크 아래쪽의 하일리겐슈타트 때문에 빈숲이 더 유명해졌다. 베토벤은 하일리겐슈타트에 살면서 전원교향곡 등을 작곡했는데, 베토벤이 산책하던 숲길을 ‘베토벤길(Beethovengang)’이라 이름을 붙일 정도로 빈숲과 베토벤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빈숲은 세계적인 대도시임 인근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산림률을 가지고 있으며, 숲의 규모와 크기가 산림지역의 숲과 비교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말레이시아 열대우림에는 1만4,500여 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으며, 조류 600종, 포유류 210종이 서식하고 있다. 열대우림의 면적은 380만㏊이다. 말레이시아 전체 산림면적은 2,089만㏊로, 국토의 64%를 차지하고 있으며, 임목축적은 251㎥/㏊로 우리나라보다 2배 이상 높다. 말레이시아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보호지역이 많은데, 서말레이시아에는 4개 정도 있고, 동말레이시아에는 20개 이상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해발 4,095m의 키나발루산(Mt. Kinabalu)은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 북단에 있다. 다양한 희귀동식물이 살고 있어 2000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키나발루산은 저지대 열대림대, 산악우림대, 고산산악림대, 준고산산림대 등으로 해발대에 따라 다양한 식생대가 나타나는 것이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특징이다. 키나발루의 산악우림은 아직도 학술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 다양한 생물종들이 새로이 발견될 수 있는 생태계의 보고로 열대수종과 온대수종의 특징을 가진 다양한 특산수종들이 자라고 있다.


▲ 일본 기타야마의 삼나무 인공림이 마치 그림같이 펼쳐져 있다.

 


▲ 뉴질랜드 로토루아의 세쿼이아숲 사이로 난 산책길로 사람들이 걷고 있다.

일본은 산림이 국토의 68%에 해당되는 2,486만㏊를 차지하고 있어 우리나라 산림점유율 65%보다 조금 높다. 일본의 주요 수종은 삼나무, 편백나무, 낙엽송, 소나무, 곰솔 등의 침엽수와 참나무류, 너도밤나무, 난대수종들로 지역적으로 분포범위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임목축적량은 171㎥/㏊로 우리나라보다 50% 많고, 총축적량은 42억4,000만㎥를 보이고 있다.


일본에는 국립공원이 28개 있고, 도나 현에서 지정한 공원이 300여 개나 된다. 국립공원의 면적이 2만600㎢로, 전 국토의 5.4%에 해당한다. 


일본의 대표적인 침엽수종은 삼나무, 편백, 낙엽송, 소나무, 곰솔 등이 있다. 이 중 삼나무가 으뜸이다. 삼나무는 우리에게 스기(sugi)라고 많이 알려진 상록교목으로 나무높이가 40m 이상, 굵기도 5m까지 자란다. 일본 조림지 1,000만㏊중 45%에 해당하는 450만 ㏊를 삼나무 인공림이 차지하고 있다.


기타야마 삼나무는 13세기 귀족들에게 다실용 삼나무를 제공하기 시작하며 알려지기 시작했다. 기타야마는 교토 중심에서 북동쪽으로 20~30㎞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외곽에서 보이는 삼나무숲은 모자이크 형상으로 아기자기하게 보이지만 숲속으로 들어서면 전혀 다르다. 숲속엔 바닥에 풀도 자라지 못할 정도로 빽빽하게 자라는 삼나무의 곧은 줄기뿐이다.


 

 

세상의 지배자는 인간 아닌 풀과 나무

/안병옥

나무는 옛 신화의 단골손님이다. 고대 유럽 스칸디나비아의〈시(詩) 에다·Poetic Edda>에는 거대한 물푸레나무 위그드라실이 등장한다.
북유럽인들은 이 나무의 가지와 뿌리가 세상을 하늘과 지하 세계로 연결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붙인 이름이 ‘세계수(世界樹)’다. 시베리아 샤머니즘에서도 나무는 샤먼과 초월적 세계의 대화를 돕는 신성한 존재로 숭배되고 있다. 신라의 금관을 장식하고 있는 자작나무 형상은 북방 유목민들의 샤머니즘이 투영된 흔적으로 읽힌다.

알타이족에게 자작나무는 성스러운 나무였다. 개마고원 사람들은 시신을 자작나무 껍질로 싸서 땅속에 파묻었다. 북미의 인디언 부족 믹맥(Mi’kmaq)은 지금도 이와 비슷한 풍속을 갖고 있다. 자작나무 껍질은 기름기가 많아 불이 잘 붙는다. 그래서 양초가 없던 옛날에는 결혼식을 올릴 때 자작나무 껍질로 만든 초에 화촉을 밝혔다. 자작나무 껍질은 좀이 슬거나 곰팡이피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고대에는 잘 썩지 않는 성질을 이용해 그림이나 글씨를 새겨 후세에 남겼다. 신라고분에서 발견된 천마도 장니(障泥)도 자작나무 껍질에 그린 것이다. 자작나무는 약재로도 요긴하게 쓰인다. 선조들은 곡우(穀雨) 때 채취한 자작나무 수액을 마시면 무병장수한다고 믿었다.
추운 지방의 자작나무와 어깨를 견줄 정도로 유명한 아열대 나무로는 유칼립투스와 모링가가 있다. 호주가 원산지인 유칼립투스는 세계에서 가장 높이 자라는 나무다. 잎은 항균작용이 강해 호흡기질환과 열병은 물론 결핵 치료에도 사용된다. 호주 원주민들은 심한 상처 주위를 이 나무의 잎으로 동여맸다. 유칼립투스는 말라리아 퇴치 목적으로 저지대나 늪에 심기도 한다. 워낙 많은 물을 빨아들여 모기 유충이 살아남을 수 없을 만큼 주변 땅이 금세 마르기 때문이다.

1년에 3m 이상 자라는 유칼립투스는 특히 가난한 나라 주민들이 선호하는 경제수목이다. 하지만 자생종들을 몰아내는 침입종으로도 악명이 높다. 이런 우려 때문에 복사용지를 생산하는 태국의 한 기업은 묘목을 논두렁에 심는 조건으로 농민들과 계약을 맺는다. 논 주변은 물도 넉넉할 뿐만 아니라 생태계 파괴 염려도 적어서다. 농민들은 어린 묘목을 우리 돈으로 그루당 600원에 사들여 심은 후 3년이 지나면 6000원에 되판다. 태국 기후와 토질에 맞게 개량한 품종이어서 농약을 치거나 비료를 줄 필요가 없다. 자연을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농민들은 연간 세 배 이상의 수익을 올린다. 유칼립투스는 지속가능한 경영을 추구하는 기업의 ‘효자 나무’인 셈이다.

모링가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생명의 나무 또는 기적의 나무로 불린다. 잎사귀를 날로 먹거나 나물처럼 볶아 먹을 수 있어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나무로 유명하다. 잎 100g에는 비타민A가 당근의 3.5배, 비타민C는 오렌지의 7.3배, 칼슘이 우유의 3.6배, 단백질은 콩의 2배가량 함유돼 있다. 모링가는 아프리카 전통의학에서 써왔던 만병통치약이기도 하다. 모링가 열매는 아프리카의 몇몇 도시들에서 수질정화제로 각광을 받고 있다.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를 흡착해 바닥으로 가라앉히기 때문이다. 스위스에서 이루어진 한 연구에 따르면, 모링가 열매를 갈아 만든 분말 0.2g은 오염된 물 약 1ℓ를 깨끗하게 만들 수 있다.

안도현 시인은 ‘자작나무의 입장을 옹호하는 노래’라는 시에서 “저 도시를 활보하는 인간들을 뽑아내고 거기에다 자작나무를 걸어가게 한다면 자작나무의 눈을 닮고, 자작나무의 귀를 닮은 아이를 낳으리”라고 썼다. 나무들을 하찮게 여기는 사람들이 오죽 답답했으면 이런 시구가 나왔을까 싶다. 시인은 “자작나무를 베어내고 거기에다가 인간을 한 그루씩 옮겨 심는다면 지구가, 푸른 지구가 온통 공동묘지 되고 말겠지”라고 노래한다.

세상에서 가장 큰 착각은 식물들이 동물보다 열등하다는 믿음이다. 바다보다 거친 육지의 삶에 뿌리를 먼저 내린 것은 식물들이었다. 식물들은 동물들이 잠시도 살 수 없는 극한생태계에서도 번성할 수 있다. 이 세상을 다스리는 진정한 지배자는 우리 인간이 아니라 풀과 나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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