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산 위에서 '삽질'... 싸움 부추기는 박근혜 정부
▲ <광주일보> 8월 13일 3면. | |
ⓒ 광주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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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케이블카 남원시에 유치해야'
'지리산 산청케이블카 반드시 실현한다'
'지리산 케이블카 '산청·함양 갈등 화약고' 되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청신호'
'남산에 제2케이블카?'
전 지역에 케이블카 바람이 거세다. 이명박 정권 시절, 무모하기 짝이 없던 4대강 사업을 적극 반기며 호들갑을 떨었던 각 자치단체들과 지역언론들이 이번엔 '강'이 아닌 '산' 위 대규모 '삽질'을 이구동성으로 반기며 과열 경쟁을 벌이는 모습이 볼썽 사납다.
불씨는 지자체와 지역언론사들이 지피고 정부는 이에 기름을 부은 형국이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지리산권 케이블카 설치'가 공약으로 나오면서 경남과 전북, 전남지역 간에는 묘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골 깊은 지역갈등의 양상도 엿보였다. 그러더니 지난달 25일 마침내 박근혜 대통령이 그 뇌관을 건드렸다.
이날 청와대에선 민선 6기를 맞아 처음으로 박 대통령과 전국 광역 시·도지사의 오찬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지방선거 때부터 지리산권 케이블카 문제를 들고 나섰던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경남권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해야 한다"고 건의하자, 송하진 전북도지사와 이낙연 전남도지사도 각각 '전북·전남지역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를 주장했다는 소식이 해당 지자체에 의해 언론사들에 전해졌다.
그러자 지리산과 설악산 등 백두대간 명산을 낀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에 관한 논쟁이 재점화되기 시작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민선 6기를 시작한 전국 광역단체장들이 각 지역의 공약·현안을 박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 12일. 정부가 '친환경 케이블카 확충', '산지관광 활성화' 등 환경파괴가 불 보듯 뻔한 사업들을 담은 '유망 서비스 산업 육성 중심의 투자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자, 각 지역은 그야말로 케이블카 설치 경쟁으로 난리법석을 피우고 있다.
박근혜 정부,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허용... 지역갈등 부추겨
▲ <창원일보> 8월 5일 기사. | |
ⓒ 창원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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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는 지난 34년 동안 신규허가가 나지 않았던, 국립공원 내 산악 관광용 케이블카 허가를 내주기로 방침을 정했다.
막대한 혈세를 들여 생태계를 파괴하고 수질을 오염시킨 4대강 사업을 바라보며 곳곳에서 한숨짓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는 판국이다. 그런데 이제는 지리산과 설악산 등 민족의 영산에 대규모 케이블카 설치를 밀어붙이며 지역 간 갈등까지 부추기고 있는 주범이 다름 아닌 박근혜 정부라는 점이 예사롭지가 않다.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받았던 '무기력하고 무능한 정부'라는 따가운 시선을 돌리기라도 하듯, 케이블카와 산악호텔을 허용한다는 정부의 '산지관광 특구제도'는 어설프기 짝이 없다.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각 지자체들 사이에서는 이에 참여하기 위한 경쟁이 벌써부터 과열되고 있다.
정부가 2011년 케이블카 시범 사업 검토 대상에 올렸다가 허가를 내주지 않은 설악산(양양), 지리산(구례·남원·산청·함양), 월출산(영암), 한려해상(사천) 등이 들썩이고 있다. 지역언론들은 케이블카가 '지역경제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 줄 것'이라며 크게 고무된 모습이다.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를 희망하는 곳은 전북과 전남, 경남의 3개도에 해당한다. 가뜩이나 남원시, 구례읍, 함양읍, 산청읍 등은 지난 이명박 정권 초기부터 지리산 관광케이블카 설치를 별러왔다.
전남 "구례읍이 주도해야"-전북 "남원시가 유치해야"
▲ <전북도민일보> 8월 11일 사설. | |
ⓒ 전북도민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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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은 구례를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지역으로 해달라고 오래 전부터 요청해왔다. 정부의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 허용에 전남 지자체와 언론들은 이번이 적기라며 크게 반기는 모습들이다. <광주일보>는 8월 13일 3면 머리기사에 '지리산 케이블카 경쟁 2라운드 … 전남·경북·경남 '사활건 공중전''이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를 둘러싼 구례를 비롯한 남원, 산청, 함양의 경쟁이 제2라운드에 들어설 전망"이라며 "지난 2012년 환경부가 최종불가 방침을 밝혔던 영암(월출산)까지 정부의 케이블카 설치 지원 방침에 따라 재추진에 나설 기미"라고 전망했다.
케이블카 설치 찬성 여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남 지역 환경단체들은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를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광주환경운동연합측은 "이미 여러 차례, 오랜 기간 케이블카 논의가 있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며 "이는 그 부작용이 크고 후손에게 국립공원 자연 그대로를 물려주는 것이 옳은 일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신문은 경제적 효과에만 초점을 맞췄다. <광주일보>는 기사에서"지난 2008년 문을 연 경남 통영 케이블카의 경우 지난해 무려 137만 명이 찾아 연매출 100억 원을 넘겼다"며 "전국 15곳의 케이블카가 대부분 흑자 운영되고 있는 데다 관광객들의 방문 코스가 되면서 다른 관광자원과의 연계 가치도 높다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발표 하루 전인 지난 11일 <전북도민일보>는 사설 제목을 아예 '지리산 케이블카 남원시에 유치해야'로 뽑았다. 사설은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유치할 경우 많은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으며 지역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며 '노다지'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사설은 "그동안의 예를 보면 이런 노다지를 영남이 독식하다시피 해서 국민의 원성이 자자했다"며 지역감정을 자극하기도 했다.
이어 사설은 "지리산 케이블카를 남원시에 유치하려고 하는 것은 먼저 남원시가 서남지역의 중심도시로 역사적 거점도시인 동시에 많은 문화적 유물이 산재해 있고 다른 도시와 비교해서 기반조성이 잘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전북일보>는 이보다 앞선 지난 5일 '지리산 케이블카사업 구체화 전망'이란 2면 머리기사를 통해 지역 간 갈등의 골이 커질 것을 우려했다. 기사는 "현재 지리산권 4개 자치단체가 케이블카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영·호남 각 1곳만 허가를 내주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한다면 지역 간 갈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호남지역 내에서의 또 다른 소지역 갈등이 염려되는 대목이다.
경남, 산청-함양 케이블카 주도권 신경전... "갈등 화약고"
▲ <경남매일> 8월 12일 관련기사. | |
ⓒ 경남매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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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를 전후로 경남지역도 케이블카 설치를 둘러싸고 크게 들떠 있기는 마찬가지다. 정부 발표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경남매일>은 12일 '진해 카지노·지리산 케이블카·중국 관광객 유치 경남 대박'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자축하는 분위기가 역렸했다.
기사는 "경남이 대박을 터트렸다"며 "12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카지노 허가 사전 심사제 도입, 케이블카 확충, 고성 조선해양산업 특구 지정 등 경남도의 현안 사업이 단박에 해결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기사는 "그동안 도내에는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를 희망하는 산청과 함양은 환경규제 등으로 애로를 겪었으나 정부에서 케이블카 설치를 희망하는 지역을 실태조사를 실시, 올 하반기 중에 친환경적 케이블카 설치방안을 강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며 "케이블카 설치를 희망하는 대부분의 지자체가 안고 있는 애로 요인을 해소하기 위해 케이블카 설치 시 친환경 공법적용, 탐방예약제, 정상 통제 시스템 구축 등의 보완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반겼다.
<경남일보>는 13일 '산청케이블카 반드시 실현'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산청케이블카추진위는 지리산 산청케이블카 유치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조직으로 개편하여 향후 예견되는 환경단체의 반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전군민의 일치된 의견을 대내외적으로 표명하는데 기여하기 위해 추진됐다"고 소개했다.
<창원일보> 등 지역 신문들은 이에 앞서 '지리산 산청케이블카 유치기원 한마음 음악회'란 제목과 함께 산청군이 7일 실시한 '지리산 산청케이블카 유치기원 한마음 음악회'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그러나 경남지역 역시 산청과 인근 함양이 지방선거 이전부터 지리산권 케이블카 설치를 놓고 지역간 묘한 갈등의 움이 싹터온 곳이다.
이에 대해 <경남도민일보>는 지난 6월 11일 '지리산 케이블카에 앞서 할 일'이란 사설에서 "지리산 케이블카가 지방자치단체들 사이에서 '갈등의 화약고'가 될 전망"이라고 일찌감치 예고해 눈길을 끌었다.
사설은 "6·4 지방선거 결과 지리산 케이블카 유치를 공약으로 내건 홍준표 경남지사와 경남의 산청군수와 함양군수, 전남 구례군수, 전북 남원시장이 당선되었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진단했다.
사설은 더 나아가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사업은 지리산 환경훼손도 문제지만 지자체 간, 지역주민 간의 갈등과 반목도 우려된다"면서 "케이블카 설치사업에 대한 환경부의 일관성 없는 입장 변화가 지역 간 갈등을 불러온 원인 중의 하나"라고 환경부를 나무랐다.
'4대강 삽질'에 22조원 혈세 낭비, 벌써 잊었나?
▲ 4대강(금강)에서 잡힌 큰빗이끼벌레 모습. | |
ⓒ 김종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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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강원도는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가 가시화됐다'며 지자체와 함께 지역언론이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서울은 제2의 남산 케이블카 설치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그러나 22조 원의 막대한 예산을 들인 4대강 부실사업이 어떻게 이뤄졌고, 그로 인해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 4년여 동안 목격한 경험이 있다. 그런데 아직 책임 문제는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경향신문>의 14일 사설 '이번엔 산에다 '4대강 삽질'인가'의 메시지가 '케이블카 사업'을 외쳐대는 지역에 크게 메아리 친다.
'국립공원과 각종 보호구역에 대한 기본 상식조차 외면한 이런 정책이 어떻게 작성돼서 보고되고 발표됐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어째서 산에까지 '4대강 삽질'을 하려는가.'
대통령이 내뱉은 말에 또 환경부가 앞뒤 가리지 않고 지방자치단체 간의 경쟁과 갈등을 부추긴다면 결과는 뻔하다. 4대강 이상으로 참담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더 이상의 환경파괴를 조장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환경부는 지리산 등을 포함, 민족의 명산들이 간직한 태고의 생태환경·문화·역사를 보전하는 것이 그 임무라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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