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원전은 막아야 하고, 가리왕산은 살려야 한다

/최성각


지난 세밑에 강원도에 두 가지 깊이 생각해 볼 일이 생겼으니, 하나는 삼척에 원자력발전소를 짓겠다는 한국수력원자력(주)의 발표였고, 다른 하나는 평창올림픽 때 사용할 활강경기장을 굳이 가리왕산에 짓지 않고도 대안이 있다는 녹색연합과 한 학자(강원대 김휘중교수)의 주장이 대두된 일이 그것이었다.

이 사안들은 현세뿐 아니라 후대에까지도 돌이키기 어려운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일들인지라 경솔하고 잘못된 확정을 내리기 전에 도민 모두 마음을 비우고, 숙고에 숙고를 거듭해야 할 일들이 아니겠는가, 생각한다.

우선, 원전건설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사실, 깊이 생각해볼 것도 없다. 원전은 더 이상 ‘깨끗한’ 에너지도 아니고, ‘값싼’ 에너지도 아니고, ‘안전한’ 에너지도 아니다. 원전에서 전력을 얻어낸 뒤에 발생하는 그 부산물(방사능폐기물)의 합리적이고 마땅한 처리책을 인류가 여직 찾지 못했다는, 그 한 가지만으로도 원전은 결코 깨끗한 에너지가 아니다.

방사능 폐기물 자체가 ‘영원’ 이라 말해야 할 시간 너머에까지 모든 생명체에게 막강한 죽임의 능력을 지니고 있는데, 이 ‘죽임의 산업’이 어떻게 깨끗한 산업이라 호도될 수 있단 말인가? 대안에너지인 태양력 발전, 조력 발전보다 원전이 값이 싸다고 홍보하지만, 그들은 대안에너지에 돈을 사용해본 적이 없으므로 비교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

일선의 원전기술자 뒤의 우아한 ‘핵마피아’들을 나는 원전기술 그 자체보다 더 불신하는 사람인데, 그 까닭은 후쿠시마 사태에서 보듯 그들은 책임져야 할 때에 책임은 안지고 늘 거짓말을 일삼기 때문이다. 원전은 전력을 얻을 수 있는 너무나 짧은 수명과 이후 발전소 자체가 거대한 방사능 덩어리가 될 뿐 아니라 폐기물의 처리까지 부담해야 할 천문학적인 비용을 생각하면 결코 ‘값싼 에너지’가 아니다.

‘안전하다’는 말 또한 긴 설명이 필요없다. 체르노빌 사고만 해도 그렇다. 평소 인정욕구에 시달리던 한 기술자의 과도한 편집증적인 무리수(실험)가 그런 끔찍한 재앙을 일으켰다는 게 판명되고 말았다. ‘실수할 수 있는 인간’이 운영하는 원전산업에 내재해 있는 피할 수 없는 수천수만 가지 위험성은 1979년 스리마일 사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한 직원이 열어둬야 할 밸브를 잠근 채 퇴근했기 때문에 일어났다. 후쿠시마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원전산업 특유의 비밀주의에 의해 아직은 소상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누구든 원전을 지으면서 “안전하다”고 말하면 안 된다. 그토록 안전하다면 그 말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를테면 서울의 강남이라든가 청와대 언저리에 “원전을 지으시라”고 말해야 한다.

가리왕산 활강장에 대한 대안은 영월군 만항재 폐탄광 슬로프다. 올림픽기준을 충족시키는 곳이 가리왕산밖에 없다고 단언하는 강원도는 정작 가리왕산에 알파인 경기장을 짓기로 결정할 때 입지 검토나 용역보고서 한 장 없이 결정했다고 한다. 애당초 구린내가 나는 대목이다.

거기 일찌감치 땅을 사둔 자들과 강원도가 밀착되어 있다는 기분 나쁜 의혹을 받고 싶지 않다면, 강원도는 대안책이 나오자마자 “평창에서 너무 멀고 국제기준 미달이다”고 서둘러 묵살할 게 아니라 대안책의 타당성이나 현실성에 대해 깊이 숙고하는 진정어린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알려져 있듯 만항재는 국내 최대 스키장하이원스키장 뒤편에 위치해 리프트연결하면 활용이 가능하고, 그로써 일찍이 광업으로 죽은 땅을 스포츠로 살려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죽은 땅은 살리고, 살려둘 가치가 있는 땅은 보존하게 될 것이므로 이야말로 ‘친환경’ 올림픽이 아니겠는가?

최문순 도백은 삼척 원전건설 발표에 대해서 “유감이다”고 반응했다. 원전이 만약 반생명적 위험시설물이어서 유감이라 표했다면, 그런 감수성을 지닌 이가 동시에 가리왕산을 죽여야 직성이 풀리겠다고 고집한다면, 그보다 황당한 이율배반과 자기모순도 따로 없을 것이다. 최도백(시대)이 끝내는 훌륭한 결정을 내렸다고 평가받기를 진심으로 원한다.

<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강원도 “평창 올림픽 활강장 가리왕산 중봉 외 대안 없다”

강원도는 최근 환경단체에 의해 제시된 2018 평창동계올림픽 활강경기장 입지 변경 요구와 관련, 현재로선 정선 가리왕산 중봉지구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고 28일 밝혔다. 강원도 동계올림픽추진본부 한만수 단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환경단체가 적합하다고 밝힌 영월 만항재의 경우 표고차와 방향 등에서 부적합해 활강경기장 건설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스키장 슬로프는 설질(雪質) 유지를 위해 햇볕이 덜 드는 북사면으로 건설돼야 하지만 만항재는 남사면이어서 일단 방향에서 부적합하다는 설명이다. 또 영월 만항재는 출발지점 해발 1453m, 결승지점 해발 665m로 표고차가 788m에 불과해 국제스키연맹(FIS)의 시설기준 800m 이상에 미달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출발 후 상단구간 1㎞는 급경사, 중간구간 1㎞는 완경사여서 코스 난이도 조절에 문제가 있을뿐 아니라 하단구간(해발 540m)의 경우 지형의 연속성이 단절된 계곡지역이어서 슬로프 조성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환경단체는 최근 만항재의 표고차가 900m이상 나온다며 환경훼손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입지변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강원도는 정선 가리왕산 중봉이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이나 산림법령에 ‘보호구역에서도 공익사업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경기장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 단장은 “올림픽 개최지가 확정된 현시점에서 활강경기장 입지변경을 거론하는 것은 정선·평창·영월군민은 물론 강원도민의 분열을 조장할 뿐 아니라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2018 동계올림픽의 주무대인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스키장의 경우 최근 올림픽 유치붐을 타고 지난 겨울철보다 2~3배 이상 많은 5만여명의 관광객이 찾는 등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지난 7월 올림픽 유치 이후 외국인 방문객도 5만9000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만5000여명보다 66.6%가량 증가했다.


평창 스키활강장, 강원도는 ‘국가보호림’ 가리왕산만 고집하지만…

1450m고지 ‘만항재’도 있다

“저곳이 만항재” 강원대 김휘중 토양환경복원센터장이 강원 영월군 상동읍 만항재 1450고지를 가리키며 “가리왕산보다 활강 경기장으로 적합하다”고 말했다. 정선=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알파인 스키 활강 경기장 건립 예정지로 환경훼손 논란이 인 ‘가리왕산’(강원 정선군) 외에 강원도 내 다른 지역도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제 활강 경기장 기준(높이 800m, 길이 3km 이상)을 충족시키는 곳은 남한에 가리왕산밖에 없다”는 강원도 발표(본보 7월 11일자 A6면 참조)와는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내년부터 본격화될 평창 겨울올림픽 준비에 앞서 동아일보는 강원대 환경연구소 토양환경복원센터, 환경단체 녹색연합과 함께 강원도 일대를 취재했다.

○ “만항재 일대 봉우리도 가능”


23일 오후 2시 강원 영월군 상동읍 구래리 일대. 산의 중턱에 도달하자 멀리 상동읍과 정선군 고한읍 경계에 위치한 봉우리가 보였다. 만항재와 백운산 사이의 주 능선에 자리 잡은 이 봉우리(만항재 1450고지)는 해발 1450m. 봉우리 중턱에는 폐탄광과 과거 석탄을 나르던 운탄로가 있었다. 주변 계곡은 붉게 오염돼 있었다. 기자가 강원대 김휘중 토양환경복원센터장(51)과 함께 이곳을 오른 이유는 강원도 현지에서 ‘가리왕산’을 대신할 활강 경기장 터로 만항재 일대가 거론되고 있기 때문.

올 7월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가 확정된 후 활강 경기장으로 개발될 가리왕산이 법적으로 개발이 불가능한 ‘국가보호림’인 것으로 알려져 올림픽 준비의 최대 난제로 떠올랐다. 가리왕산 일대 2400여 ha(약 726만 평)는 산림청이 멸종위기종과 희귀식물 보존을 위해 국가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강원도는 “국제스키연맹(FIS) 권장 기준을 충족시키는 곳은 남한에 가리왕산 중봉지구밖에 없다”며 올림픽지원특별법안을 통해서라도 이곳에 경기장을 짓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다.

그러자 환경전문가들이 ‘대안’을 제시하고 나섰다. 봉우리 밑으로는 구래마을이 보였다. 구래마을은 한때 탄광부촌이었다. 하지만 폐광 후 인구가 줄고 쇠퇴했다. 봉우리 정상부터 마을까지 표고(標高) 차는 약 910m, 직선거리는 2.2km, 평균 경사도는 20도가 넘었다. 김 센터장은 “구래마을을 결승점으로 4km의 슬로프가 가능하다”며 “경기장을 지으면서 폐광지역 환경도 복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만항재 뒤쪽으로는 콘도 등이 마련된 하이원리조트가 있어 대회 진행에 무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 부실 조사 의혹도


환경 전문가들은 “강원도가 실시한 조사가 부실했다”고 비판했다. 강원도에 따르면 겨울올림픽 활강경기장 선정은 2000, 2001년 사이에 이뤄졌다. 문제는 당시에 전문가라고 볼 수 없는 강원도 겨울올림픽지원단 담당 공무원들이 도상분석과 현장답사 등을 통해 13곳만 조사한 후 ‘가리왕산’으로 결론을 내렸다는 점.

이민식 강원도 겨울올림픽지원단 시설처장은 “공무원들이 영동고속도로를 중심으로 한 시간 내에 위치한 산들을 조사했다”며 “유치 단계이기 때문에 전문가 입지검토나 용역보고서 작성은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강원도는 “당시 대한스키협회에 자문했다”며 “가리왕산은 2000년 당시 정상부 일대 20ha(약 6만 평)만 보호구역”이라고 밝혔다. 가리왕산은 2008년 보호구역이 2400ha로 확대됐다.
강원도는 여전히 가리왕산이 가장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강원도는 “주경기장에서 가리왕산은 약 15km(이동시간 30분)이지만 만항재는 50km(1시간 반)”라며 “‘가리왕산 공동생태조사부터 하자’고 제안했지만 환경단체는 이를 거부하고 다른 후보지를 찾자는 요구만 한다”고 전했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환경훼손 우려 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협의를 통해 조정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1998년 일본 나가노 겨울올림픽 때 남자활강 경기장 예정지였던 핫포네 산 정상부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어 논란이 일었다. 나가노 올림픽조직위원회 측은 IOC를 설득해 경기장 위치를 변경했다.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겨울올림픽 때도 철새 서식지에 가까운 올림픽 홀 예정지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 한만수 강원도 동계올림픽지원단장은 “경기장 용지를 바꾼다면 수천억 원이 새로 투입돼야 한다”며 “우선 환경영향평가를 받고 부적격 판정이 나면 그때 다른 곳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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