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산 정상의 바위지대에서 생활하는 바위종다리 | ⓒ 강민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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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수락산을 다녀온 아내가 바위종다리 사진을 찍어왔습니다. 바위 위에 앉은 당당한 모습에서 위엄이 느껴졌습니다. 수락산 정상 부근에서 만난 바위종다리는 대체로 사람을 겁내지 않고, 가파른 바위를 통통거리며 때로는 종종거리며 다가왔다고 했습니다. 바위종다리는 고위도의 고산 바위에서 주로 생활하며, 나뭇가지에 앉는 경우는 드물다고 합니다. 북한산 백운대와 불암산 등 암반 정상부에서 주로 목격되었으며, 바위종다리과로 전 세계에 12종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이 바위종다리와 멧종다리의 두 종류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야외원색도감 한국의 새>, 이우신·구태회·박진영 지음, LG상록재단 펴냄)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번식 방법입니다. 조류 대부분이 '일부일처'임에 반해 이 바위종다리는 '다부다처'랍니다. 암수 각 4마리 정도로 무리를 이루어 공동생활하면서 암컷은 한 무리 속의 전 수컷에게 구애하고 교미합니다. 하지만 다른 무리의 수컷에게는 구애하지 않는다는군요. 새끼에게는 무리에 속한 모든 어른 새들이 먹이를 물어다 줍니다. 이런 공동육아도 참 흥미롭습니다. 바위종다리의 이런 혼인방식과 육아 방식은 인간사회의 결혼제도와 그 문제들에 대한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사람의 혼인제도는 모든 나라에서 일부일처(一夫一妻 monogamy)가 자리를 잡았습니다만 부족과 그 습속에 따라 일부다처(一夫多妻 polygamy), 일처다부(一妻多夫 polyandry) 그리고 바위종다리처럼 다처다부(多妻多夫 polygynandry)제를 시행하는 곳도 있었던 기록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 ▲ 다부다처에 공동육아를 하는 바위종다리 | ⓒ 이안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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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종다리는 구애 방식도 일반 조류의 보편적인 방식과는 반대입니다.수컷의 구애 댄스로 시작하여 암컷이 수컷을 간택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이 새는 암컷이 꼬리깃을 세우고 소화관과 생식관을 겸한, 빨갛게 돌출한 항문을 수컷에게 보여 수컷의 교미를 유도합니다. 작은 무리를 이루지만 함께 교미하는 암수 사이에도 권력이 존재합니다. 그 힘의 순위(hierarchy)에 따라 교미의 횟수도 달라서 순위가 높은 암컷은 한 달에 100번 이상 교미할 수 있습니다. "암컷은 교미 가능한 시기에 무리 중의 수컷 전체에게 구애하고 수컷도 또한 전체의 암컷과 교미를 한다. 단순히 많은 이성과 교미하는 것만이 아니고, 같은 개체와 몇 번이나 교미하므로 교미 가능한 1개월 사이에 1개체가 평균 100회 이상이나 교미하는 것이 된다. 구애와 교미에 암컷의 순위가 관계하고 높은 순위의 암컷이 구애할 때는 그 아래 순위 암컷은 구애 행동을 할 수 없다. 따라서 높은 순위의 암컷은 교미 상대 숫자나 교미 횟수가 많게 된다. 한편 수컷은 순위와 횟수와는 관계가 없다. 어떤 암컷이 특히 수정확률이 높은 시기가 되면 교미한 고순위의 수컷은 그 암컷이 다른 수컷과 교미하지 않도록 그 암컷 주위를 배회하여 다른 암컷과 교미하는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에 순위와 교미회수와의 관계를 연결할 수는 없다. 순위가 낮은 수컷은 이 시기에 다른 암컷과 교미하고 이 암컷에 더 순위가 낮은 수컷이 교미하지 않도록 주위를 배해한다. (<새 잡학사전>, 야마시나조류연구소 저, 박병우 역)" "암컷은 각각 다른 둥지를 가지고 산란을 시작한다. 포란은 암컷이 하고 새끼 먹이주기는 수컷이 도와준다. 이때 수컷은 교미한 횟수가 많은 암컷의 둥지에 보다 빈번하게 먹이를 물어 나른다. 따라서 교미한 암컷 보스는 많은 수컷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을 수가 있다. 혹독한 환경인 고산지대에서 새끼 키우기는 새끼가 아사하는 경우도 많아서 얼마만큼 많은 먹이를 공급할 수 있는가가 번식의 승부를 가른다. 결과적으로 순위가 높은 암컷은 많은 새끼를 남길 수 있게 된다.(<아사이 시케키>, 박병우 역)" 위의 두 인용구만으로도 우리 인간사회의 남자와 여자의 역할과 생존방식에 대한 탐구에 좋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남녀의 사랑을 해부한 <왜 사람은 바람을 피우고 싶어 할까 : 사랑과 배신의 진화심리학(헬렌 피셔 저/최소영 역 | 21세기북스 )>에서 저자는 "인간의 바람기는 옳고 그름을 떠나 조상으로부터 유전자에 각인되어 온 진화의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바위종다리는 이 헬렌 피셔의 주장과 상관관계를 발견할 수 있다. 동시에 바람기와 배신, 집착과 속박 등 사람의 사랑이 가지는 여러 속성들을 밝히는데, 원용 가능한 단서를 제공하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