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천의 봄

비가 온다는 예보에 산행을 포기하고

황사가 자욱한 오후에 공지천으로 나섰습니다.

공지천은 어느새화사하게 단장하고

봄마중 나온 사람들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사람들을 길에서 만납니다.

맑은 그들의 표정에 싱그러움이 살짝 드러나 보였습니다.


호수변을 따라 걷기 시작했습니다.

흐리고 바람부는... 춘분이 지났건만,

아직 지난 겨울이 흩뿌리고 간찬바람이

곳곳에 남아 가끔씩 심술을 부리는 바람에

봄은 미쳐 찾아오지 못했나 봅니다

지난 겨울은 무척이나 추웠습니다

하지만 발밑에 수북하게 깔린 참나무 이파리와

솔잎이 만들어 준 부드러운 촉감은

천천히 걷는 걸음걸이를 편안하게 해 주었습니다.

이제 나뭇가지마다 피어나는 꽃망울을 보며

지난 겨울의 험로를 지나온 이 봄의 거룩함을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걷다보며 마주치는 길위에 피어난 봄꽃들은

그저 그 자리에 있기만 해도 좋아보였습니다.

호숫가의 봄은 노란색으로 시작합니다

생강나무와 산수유가 한창입니다

봄의 전령 개나리도숲길을 노랗게물들였습니다

바닥으로는 민들레가 있습니다

행여 밟을새라 여간 조심스러운게 아닙니다

며칠전 까지도 아무일없던 히어리도 봄을 시작합니다.

작은 가지마다 노오란 얼굴을 내밀고

잔뜩 매달린 모습이 여간 귀여운게 아닙니다



봄은 역시 진달래가 제격입니다

수줍은듯 바람에 미소를 짓습니다

갑자기 하늘이 환해집니다

하얀 목련이수줍은 소녀처럼 가득피어난 것입니다

너무 갑작스러운 반가움으로

한참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고요한 산길,

그저 걷고, 화사한 꽃들을 만나면

그것이면 행복이고, 그것이면 만족합니다

지난 겨울 얼어붙어 미끄러운 눈길에서

서로의 손을 잡아주었던 따뜻한 정과 배려를 고마워하듯

봄을 보내준 대지에 감사하며

길에서 묻고 배우며 생각을 합니다

바람이 지나간 숲 속 오솔길을 따라

구불구불 솔향기 그윽한 숲길에서

오늘도 봄향기를 가슴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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