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갈등 ‘물값 논란’ 의 시작
“집·건강 모두 잃었는데 물값까지 내라니” 끝나지 않은 논쟁
1995년 ‘소양강댐 물값 납부’ 논란 촉발
수자원공사, 부당이익금 청구 소송 제기
댐 건설 수몰민 피해보상조차 없어 반발
춘천시민 반대 서명운동 등 갈등 확산
물값 납부 부당성 주장 헌법소원 각하
2003년 하천점용허가 반려 불법취수 신세
시, 실익 추구 수자원공사 협력관계 전환
2018년 ‘맑은 물 공급 협약’ 갈등 일단락
물값 지급 당위성 놓고 여전히 의견 분분
소양강을 취수원으로 사용하는 춘천시민들은 과연 소양강댐에 물값을 내야할까. 춘천시민들은 “댐으로 피해를 입은 춘천시민들이 소양강댐에 물값까지 내고 물을 먹어야하느냐”고 반발했다. 소양강댐측은 “기존에 인정된 수량 이상의 취수된 양만큼은 물값을 내야한다”고 맞섰다. 물값 논란은 수자원 이용 전반에 대한 수리권 논란으로 이어졌다. 한국수자원공사(이하 K-water)와 춘천시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까지 소양강댐 물값 지급 여부를 두고 치열한 갈등을 빚어왔다. 1990년대 중반 촉발된 갈등은 2018년쯤 돼서야 끝이났다. 20여 년 간 끌어온 물값 논란은 2014년 취수원 변경, 2018년 ‘맑은 물 공급 사업 협약’으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지금도 물값 지급의 당위성을 두고 지역사회의 의견은 엇갈린다.
▲ 2000년 7월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10억원 규모의 부당이익금 및 가산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자 소양강댐 건설로 인한 피해를 감내해오던 춘천시민들의 분노도 폭발했다. 소는 취하됐지만 시민들의 반발은 여전, 2000년 11월 4일 열린 수자원공사 물값 청구 반대 춘천범시민 결의대회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운집했다. ■ ‘댐에서 나오는 물’은 누구의 것인가
물값 논란이 촉발된 시기는 1995년이다. 댐이 들어서고 22년이 지나서다. 기존에 춘천댐 하류의 용산취수장에 이어 소양강댐 인근에 소양취수장이 건설되자 그해 1월부터 춘천시는 소양취수장에서 물을 끌어다 쓰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소양강댐에서 나오는 물을 사용했으니 물값을 내야 한다’는 논리가 등장했다. 초창기 춘천시는 이 같은 주장에 반대, 물값을 지급하지 않았다.
갈등은 5년 후 시작됐다. 2000년 7월 K-water가 춘천시를 상대로 부당이익금 및 가산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995년부터 2000년까지 5년 간 지급하지 않았던 물값을 지급하라는 소송이었다. 당시 춘천시가 취수하는 물은 하루평균 6만2000여t(2000년 기준)이었는데 기득수리권을 적용, 댐 건설 이전에 취수한 2만여t에 대해서는 면제하고 나머지 4만2000여t은 물값을 내야한다는 게 K-water의 입장이다. 5년 간 누적금액만 10억6612만원에 달했다.
■ 춘천시의회·시민사회단체 반발
K-water가 춘천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자 지역민심은 들끓었다. 이미 1996년 춘천 명동에서 물값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춘천시민 서명운동이 전개되는 등 시민사회단체 단위에서 이어져 온 물값 반대 운동은 지역 전체로 확산됐다. K-water는 댐 건설지원법에 물값을 받도록 명시돼 있어 물값 납부는 불가피하며 2000년 한해 분 물값 2억9500만원을 납부하는 등 물사용 계약을 체결하면 소를 취하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갈등은 가라앉지 않았다.
물값 납부는 법적인 당위성보다는 지역 정서와 관련된 문제였다. K-water는 태백, 삼척, 정선, 영월 등 강원도내 지자체를 비롯해 전국 57곳에서 물값을 내고 있다는 주장을 폈지만 춘천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존에 물값을 내고 있는 지자체와 춘천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춘천은 소양강댐 건설로 일부 지역이 수몰됐고 수많은 수몰민이 고향을 잃어야 했다.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여 춘천에 있던 공장 마저 원주로 가던 시기였다. 소양강댐으로 인한 피해는 보상받지 못했는데 이제는 물까지 돈을 내고 사용하라고 하니 반발은 거셀 수밖에 없었다. ‘서울에 맑은 물을 보내줘야 하니 춘천은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하고, 물은 돈을 내고 사용하라’는 논리에 결국 지역사회는 폭발했다.
1998년부터 시의원을 역임한 강청룡 전 춘천시의원(춘천지역먹거리통합지원센터 이사장)은 “소양강댐, 의암댐, 춘천댐은 춘천시민이 원해서 만들어진 게 아니다”라며 “댐 건설로 안개가 만들어지면서 춘천시민들의 건강은 악화됐다. 상수원보호구역이라고 해서 경제적인 발전은 꿈도 못 꾼다. 수많은 수몰민까지 나왔다”고 했다. 이어 “경제적, 육체적,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은 전혀 없고 물값을 내라고 하니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오히려 한국수자원공사와 수도권 시민들이 맑은 물을 내려보내 준 춘천에게 물값을 내도 모자를 판”이라고 했다.
1995년 소양취수장에서 물을 끌어다 쓰기 시작하면서 물값 납부 논란이 제기됐다. 춘천시민사회단체들은 1996년 6월 4일 춘천 명동에서 물값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춘천시민 서명운동을 전개, 법률 개정에 나섰다.
■ 법적다툼으로 비화
춘천시 역시 소양강댐이 건설되기 전 소양강에 흐르는 자연유하량인 1일 69만여t의 10분의 1도 미치지 못하는 범위 안에서 취수하고 있기 때문에 이 물은 계약체결 대상이 아니라고 맞섰다.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헌법소원을 제기, 물값 납부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입장을 헌재판소에 전달했고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물값대책위원회도 헌법재판소에 소양강댐은 다목적댐으로 생활용수를 방류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2000년 10월 K-water가 소를 취하했지만 한번 시작된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퍼졌다.
물값대책위원회는 2000년 10월 25일부터 물값납부반대를 위한 자동응답시스템을 가동했다. 한 통화에 2000원씩 모금하는 ‘5만 통화하기 운동’을 전개했고 그해 11월 4일 소양강댐주차장에서 수많은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물값부당청구 저지 및 수리권 확보를 위한 범시민대회를 가졌다.
2001년 헌법재판소는 춘천시민사회단체가 낸 헌법소원을 각하했다. 헌법재판소는 “사용료를 납부해야 할 주체는 춘천시”라며 “물값 부담으로 춘천시민의 재정부담이 결과적으로 가중된다 하더라도 이는 간접적인 불이익에 불과하다”고 봤다. 하지만 2000년 들어 전개된 물값 납부 반대 운동은 소양강댐 건설로 인한 춘천시민들의 피해를 공론화하고 잃어버린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는 여론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됐다.
■ 하천전용허가 연장 불허…갈등 악화일로
다소 잠잠하던 물값 납부는 2003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02년 7월 춘천시가 한강홍수통제소에 하천점용허가기간 연장 신청서를 냈는데 2003년 5월 한강홍수통제소가 이를 반려했기 때문이다. 결국 2003년 10월 하천점용허가는 실효돼 불법 취수를 해야되는 상황에 놓였다. 당시 건설교통부는 K-water와의 물값 문제 미해결 등을 이유로 하천점용허가기간 연장을 불허했다.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물값은 절대 낼 수 없다”던 춘천시의 입장도 미묘하게 변했다. 다른 지자체는 물값을 납부하고 있는데 춘천만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단독으로 투쟁하면 득보다 해가 더 많을 수 있다는 의견도 더해졌다. 2003년 11월 춘천시의회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춘천시는 “불법취수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은 수자원공사와 분쟁관계를 떠나 협력관계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춘천시 발전을 위한 실익 추구 면에서 협약서를 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이제는 물값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오세현
소양강댐 물값 납부 추진일지
(1995년~2003년) ■ 1995년 1월 소양취수장 건설 및 취수 개시 *미납물값 계산 시점
■ 1995년 10월 소양취수장 하천점용허가 준공인가 *인가조건 : 수자원공사와 댐용수 사용 계약 체결
■ 2000년 7월 수자원공사, 춘천시에 부당이익금 및 가산금 청구 소송 제기 *청구금액 10억6600만원
■ 2000년 10월 수자원공사 부당이익금 및 가산금 청구소송 취하
■ 2002년 7월 춘천시, 한강홍수통제소에 하천점용허가기간 연장 신청
■ 2003년 5월 한강홍수통제소, 하천점용허가기간 연장 신청서 반려
■ 2003년 10월 한강홍수통제소, 춘천시에 하천점용허가 실효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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