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내린 눈이 꽃과 같더니(昨冬雪如花)/
이 봄에 핀 꽃은 도리어 눈 같구나(今春花如雪)/
눈도 꽃도 참이 아니거늘(雪花共非眞)/
어째서 내 마음은 찢어지려고 하는고(如何心欲裂)
.” ‘벚꽃을 보고(見櫻花有感)’라는 한시다.
눈도 꽃도 헛것이건만, 눈보라처럼 날리는 벚꽃은 마음을 뒤흔든다.
지는 꽃잎에 가슴이 시린 것은 승(僧)과 속(俗)이 다를 리 없다.
벚꽃이 지고 있다. 필 때도 제 맘대로 피더니, 질 때도 제 맘대로 지고 있다.
저홀로 피었다 저홀로 지건만 바라보는 이들은 왜 마음이 찢어지는가.
돌아보면 한바탕 꿈과 같다. 필 때는 온 세상을 덮을 듯하더니 질 때는 저리도 속절없다.
꿈결처럼 스쳐가는 저 벚꽃은 어쩌면 피면서부터 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밤에 핀 벚꽃, 오늘 또한 옛날이 되어버렸네.”
많은 이들이 애송하는 고바야시 잇사(小林一茶·1763~1827)의 하이쿠다.
벚꽃은 한순간이다. 아침에 핀 꽃이 저녁이면 시든다.
오늘 만발한 꽃은 내일이면 벌써 옛날이 된다.
아니, 지금 이 순간 바라본 꽃도 돌아서면 이미 추억이 되어 버린다.
밤에 핀 벚꽃은 그래서 더욱 애틋하다.
봄날은 짧고 벚꽃은 더욱 짧다.
그러나 잠깐인 벚꽃에도 어엿한 한 생(生)이 담겨 있다.
“두 사람의 운명이여. 그 사이에 핀 벚꽃이런가.”
하이쿠의 거장 마쓰오 바쇼(松尾芭焦·1644~94)의 작품이다.
아마도 두 사람은 정인(情人)일 것이다.
아마도 그들은 불꽃 같은 사랑을 나누고 운명처럼 헤어졌을 것이다.
둘 사이에 핀 벚꽃에는 인생 같은 긴 사연이 담겨 있다.
“우리는 심연에서 와서 심연으로 간다. 이 두 심연 사이를 인생이라고 부른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짧은 시를 연상시키는 마쓰오 바쇼의 절창이다.
법정 스님은 “매화는 반개, 벚꽃은 만개했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고 했다.
아름다움은 참으로 순식간이다. 더 늦기 전에 저 흐드러진 벚꽃을 가슴에 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