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공영제 도입 선언 춘천

 상. “찬반 팽팽···시민 편에서 생각해야”

코로나19 이후 시내버스 승객 수 대폭 하락

“연구용역 2번 하고 또 용역? 앞뒤 안 맞아”
“공영제 시대적 흐름, 이행 방법 논의해야”
춘천시민버스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라”
춘천시민들이 중앙시장 버스환승센터에서 버스를 타고 있다. (사진=신초롱 기자)

“버스 노선을 개편한 후 버스 타기가 더 힘들어졌어요. 버스의 이동 경로가 비효율적인 데다 일부 노선은 배차 간격까지 길어 걸어가는 게 더 빠를 때가 많아요.”

“춘천 외곽에 사는 노인들은 버스 타고 시내에 나오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환승제도가 편하겠지만 어르신들은 반대입니다. 어르신들의 의견도 반영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춘천시가 시민들의 이동 편의를 높이겠다며 2019년 시내버스 노선 등을 전면 개편했지만 더 불편해졌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버스 의존도가 높은 노년층의 불만이 크다. 

춘천시는 2019년 11월 시내버스 도입 56년 만에 환승센터를 설치하고 도심과 외곽 노선 분리 등을 골자로 한 전면 개편안을 시행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노선은 기존 89개에서 48개(시내 18개·읍면 30개)로 줄였다. 운행 대수는 115대에서 135대로, 운행 횟수는 400여회 늘렸다. 배차 간격은 평균 33분에서 약 15분으로 줄였다. 시내 간선·지선, 읍면지선 간 환승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중앙시장, 춘천역, 시외버스터미널, 퇴계사거리, 후평사거리, 호반사거리, 춘천역 총 7개의 환승센터를 설치했다.

문제는 개편안이 시행됐지만 시민들의 불편과 혼란은 가중됐다는 점이다. 노선을 46%나 줄이면서 서너 개였던 노선이 하나로 된 것은 불편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당연한 결과였다.

 

춘천 시내버스 재정지원 및 승객 수 현황. (자료=춘천시)

춘천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승객 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MS투데이가 춘천시 자료를 확인한 결과 월 평균 승객 수는 2018년 104만명, 2019년 103만3000명이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여파로 70만1000명으로 뚝 떨어졌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월 평균 70만6000명이 버스를 이용했다.

승객 수가 감소하면서 시내버스 재정지원금도 늘었다. 2018년 62억2866만원, 2019년 54억2567만원, 2020년 85억2703만원이었으며 올해는 지난달까지 93억1482만원이 손실 보전 명목으로 지원됐다.

중앙로터리 인근에서 만난 시민 최모(61)씨는 “시민들이 살기 편한 게 최고다. 편안하게 잘 다닐 수 있게 돕는 게 대중교통의 기능 아니겠나”라며 “노선개편도 버스를 많이 이용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공영제, 구체적으로 얘기할 시기 됐다”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춘천시는 최근 ‘대중교통 체계 개선 연구 용역’으로 4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춘천시의회에 제출했다. 이 예산은 버스공영제 추진을 위한 대중교통 현황 분석 및 개선 방안 검토, 공영제 세부 추진계획 마련 및 대중교통 발전 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 용역을 진행하는데 쓰인다.

시는 “공영제는 이전부터 시의회에서 다뤘던 내용이고 춘천시민버스 공공성 실현을 위한 시민협의회 협의, 시민주권위원회 공론화분과위원회의 공영제 권고 등이 있었다”며 공영제 추진 배경을 밝혔다.

최근 김은석 시의원은 “공영제에 대한 요구는 2018년 대동·대한운수 파산 직전부터 지역사회의 큰 화두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민협의회 등을 거쳐 여러 번의 숙의과정이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추진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늦은 결정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공영제로 가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다. 버스회사는 흑자가 날 수 없는 구조다. 지방으로 갈수록 그렇다”며 “버스 재정지원금이 100%에 육박하는 상태다. 이행 방법에 대해 지역사회가 구체적으로 얘기할 시기가 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공영제에도 여러 형태가 있다. 춘천 실정에 맞춰 예산 범위를 면밀히 검토해 실행 시기, 방법, 이행 경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도 늦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조모(31·후평동)씨는 “시민의 발인 대중교통 체계가 개선되지 않으면 춘천시 발전도 없을 것”이라며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시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복지 차원에서라도 공영제는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건식 춘천시민버스 대표이사는 지난달 23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내버스 운영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 사과했다. 사진은 춘천시민버스. (사진=MS투데이 DB)

▶“용역 2번이나 진행··· 춘천시장, 벌써 공영제 결론냈다” 비판

시가 2018년, 2020년 각각 1억원과 2000만원을 들여 공영제 관련 용역을 진행했던 사실을 두고 시의회에서는 비판이 흘러나왔다. 순서가 잘못됐을 뿐 아니라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진행하려는 ‘기우제식’ 용역이라는 것이다.

김운기 시의원은 “용역 자체도 문제가 있지만 절차도 문제”라며 “연구 용역 예산이 이제 올라왔는데 이재수 춘천시장은 벌써 결론을 냈다. 맞다고 생각하시냐”고 비판했다.

고옥자 의원도 “시민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게 대중교통이다. 적어도 연구는 벌써 했어야 한다”며 “대중교통 개편 실패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데 연구를 이제 시작한다는 것이 앞뒤가 안 맞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일부 시민은 세금 부담을 우려하며 공영제를 반대했다. 김모(35)씨는 “춘천에서 버스를 타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 시민 이용률이 10%대라고 하더라”며 “공영제를 하게 되면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것 아니냐. 버스를 이용할 때도 오히려 더 불편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단 우려도 있다”고 털어놨다.

▶찬반 사이에 낀 춘천시민버스 “정쟁 도구로 삼지 말라”

춘천시민버스는 재정난을 극복하기 위해 대책을 모색 중이다. 국민의힘 소속 춘천시의원들이 중앙로터리에서 단체시위(본지 12월 2일자 보도)를 벌이며 ‘시내버스 파탄’을 언급한 데 대해 억울함을 토로했다.

정우진 춘천시민버스 실장은 “노사분규와 임금협상 결렬 등에 따른 파업으로 시민에게 불편을 끼쳤던 것은 반성한다”면서도 “‘파탄’이 났다는 표현은 인정하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정 실장은 “저희는 공영제를 갖고 얘기하는 건 아니다. 공영제는 시민버스의 주체가 민영사에서 지자체로 넘어가는 것을 의미한다”며 “저희는 지자체의 결정대로 잘 협조해주면 되는 것이지, 우리가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또 “공영제는 시민들이 원해야 하고 지자체가 감당할 수 있는 재정여건이 되면 따라가는 것”이라며 “특정 정당이나 단체가 시민버스에 대해 과격하게 표현하는데 정쟁 도구로 삼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 시장의 공영제 도입 선언 전날인 지난달 23일 김건식 춘천시민버스 대표이사는 춘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일 2교대 근무제 도입을 선언하면서 시내버스 운영을 둘러싼 갈등을 두고 사과의 뜻을 전한 바 있다.

 

하. 모범사례 정선군, 지역경제 활성화

시민에게 ‘공영제’라는 개념부터 알려야

MS투데이, 설문조사서 ‘조작 정황’ 발견
한 IP로 3가지 접속 경로 통해 298회 투표
정선군 “공영제 도입, 결코 손해 아닐 것”

여야는 물론 시민사회단체, 시민까지 공영제 찬반을 두고 맞서고 있지만 정작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 중에는 ‘공영제’와 ‘민간운영제’라는 개념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시민 의견수렴 과정이 더 필요한 이유다.

시내버스 문제는 만성적인 불편을 초래하고, 지역의 중요한 화두인 만큼 개선돼야 한다는 점에서 한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MS투데이는 지난해 공영제 도입 후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 정선군 사례를 집중 취재했다. 또 공영제에 관한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불법 조작이 의심되는 정황이 발견돼 부득이하게 설문을 중단해야 했다.

 

시내버스 문제가 지역의 중요한 화두인 만큼 개선돼야 한다는 점에서 한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춘천시민버스. (사진=박지영 기자)

▶일부 시민 “공영제가 무엇이냐” 묻기도

시내버스 운영 체계는 공영제, 준공영제, 민간운영제로 나뉜다. 공영제는 공공서비스 보장을 위해 국가 또는 지자체가 재정으로 직접 운영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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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멈춤앞으로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지난 6월에도 불거졌다. 정의당 춘천시위원회는 성명서에서 “시민공론화 작업도 시민에게는 전혀 알려지지 않고 깜깜이로 진행되고 로드맵조차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누구를 위하고 무엇을 위한 공론화인지 모르는 공론화로 시간만 끌고 있는 모습이 한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조운동에서 만난 시민 김모(29)씨는 취재진에게 “공영제가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취지를 설명하자 “지역에서 찬반을 두고 이야기가 많은 것으로 안다. 부디 현명한 정책 판단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MS투데이, 설문조사 과정에서 ‘불법 조작’ 정황 포착

MS투데이는 최근 ‘공영제’ 관련 설문조사 결과가 상반됐던 점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자체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진행 과정에서 특정 집단의 불법 조작, 왜곡 시도로 의심되는 정황을 발견해 부득이하게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설문조사는 ‘춘천 시내버스 완전공영제 도입,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를 주제로 지난달 30일부터 7일까지 일주일 동안 진행될 예정이었다. 회원이 모바일·웹사이트의 ‘설문하기’ 코너에서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문항은 2가지로 ‘시내버스 운영 정상화를 위해 완전 공영제 도입해야 한다’ ‘예산 부담 너무 크고 의견 수렴 절차 부족해 논의가 더 필요하다’였다.

설문조사가 시작된 첫날과 다음날까지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 투표 건수가 많았다. 하지만 2일 오후부터 ‘공영제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에 표가 몰렸다. 300개를 넘지 않던 투표 건수가 대폭 증가한 것이 이상해 로그 파일을 확인했다.

공교롭게도 2일 오전 10시 40분부터 오후 2시 51분 사이에 ‘공영제 도입해야 한다’에 몰표가 나온 것을 확인했다. 한 IP로 3가지 접속 경로를 통해 300건에 육박하는 투표가 진행됐다. 비정상으로 의심되는 접속 건수는 PC 290건, 모바일 8건으로 총 298건에 달한다.

한 번의 입력으로 특정 작업을 반복할 수 있도록 제작된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접속 건수였다. 불법 매크로를 활용한 설문조사 조작 행위는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 

▶버스공영제 성공 정착 ‘정선군’··· “공동 추진의 결과”

정선군은 지난해 6월 강원도 최초로 공영제를 도입했다. 노선과 배차문제, 민원 해결 등 민간운영제의 단점을 제거하고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공영제는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승준 군수의 적극적인 추진과 행정인력의 하나된 마음으로 3년 만에 공영제를 이뤄냈다.

군은 가장 먼저 버스공영제 실현을 위한 실무 추진단을 구성했다. 1년에 걸쳐 나온 버스 운행 체계 개선 연구 용역 결과를 토대로 ‘공영제 TF’를 신설했다. 최 군수 취임 이후 1년 5개월 만인 2019년 11월 강원여객과 유·무형 자산 양수도 계약을 약 26억원에 체결하면서 정책이 순조롭게 추진됐다.

정선군은 버스 운영비를 연 42억~45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공영제 도입 후 57개 노선, 22대였던 차량이 77개 노선, 32대로 각각 늘었다. 노선 운영 체계도 지·간선형으로 바꿨다. 춘천시가 2019년 노선을 46% 줄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선군은 강원도내 최초로 지난해 6월부터 공영제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정선군민들이 버스에 탑승하는 모습. (사진=정선군)

공영제 도입 후 군민들이 느끼는 큰 변화는 버스요금이다. 편도 5000~6000원이었던 요금이 1000원으로 낮아졌다. 65세 이상 어르신과 청소년·학생,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은 무료다.

확 낮아진 요금으로 짧은 시간 안에 어디든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되자 버스 승객도 늘었다. 공영제 시행 전 일 평균 1200명대에 머물렀던 승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정선군에 따르면 일 평균 버스 승객 수는 공영제 시행 이전 1253명이었지만 도입 100일 후인 9월에는 1679명으로 33.9% 늘었다. 지난달에는 2000명을 넘었다.

올해 6월부터 9월까지 총 승객 수는 22만7433명이었다. 월별로는 6월 5만9749명, 7월 5만8966명, 8월 5만615명, 9월 5만8103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승객 수인 19만7680명보다 15% 증가한 수치다.

정선군은 버스 승객 증가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고 설명한다. 버스 요금이 대폭 줄어들면서 절약한 차비가 다른 부문의 소비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교통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어르신과 청소년의 이용 빈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운수종사자들도 고용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감이 크다.

공영제 도입 당시 정선군의 고용 승계 인원은 36명(운전 29명, 관리 2명, 정비 3명, 매표 2명)이다. 최근에는 운전기사, 매표, 관리팀 분야의 직원을 추가로 고용했다. 일자리 창출 효과를 본 것이다. 현재는 66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한 달에 15일 근무하는 시간선택제 임기제다. 승계 당시 최초로 책정됐던 연봉은 2800만원(수당 제외) 수준이었다. 현재는 7~14% 올랐다. 군은 정년을 연장하는 것으로 노조와 합의했다. 경력이 오래된 일부 승무원들은 기존 월급보다 많게는 100만원 정도 줄어들자 시외버스 등의 회사로 이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홍선 정선군 안전과 공영버스운영팀장은 “민간운영제를 해도 재정지원금이 있지 않나. 공영제를 도입하더라도 지원금 규모보다 눈에 띄게 많은 재정이 들어가진 않을 것”이라며 “일자리 창출, 이동권 보장,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따져보면 손해는 아니라고 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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