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전력 보급소로 전락한 강원도


작년 도내 화력발전소 생산 전력
3만2334GWh 중 49%만 도 사용
수도권 연간 26만1014GWh 필요
강원지역 비롯 전국각지서 송전
신재생에너지 전환 ‘그린뉴딜’
시행 1년째 화석연료 의존 여전
지난해 화석에너지 비율 7배 많아
삼척·강릉 등 동해안 화전 건설
“환경 파괴” vs “경제활성화” 팽팽

 

석탄에 이어 전력의 생산기지가 강원도로 바뀌고 있다.전기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공공재다.하지만 공공재라는 이유로 강원도는 수도권의 전력 보급소가 되고 있다.도내에서 생산되는 전력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 등 타지역으로 보내지고 있다.수도권 전력을 충당하려면 쉴 새 없이 발전기를 돌려야 한다.환경파괴 등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이면도 있다.점점 낙후되는 강원도의 현실 속에서 발전소 유치가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환경파괴와 경제활성화 무엇을 택해야 하는가.돈도 힘도 없는 강원도의 딜레마다.

▲ 강릉안인석탄화력발전소 조감도.

■ 수도권 전력 보급소인 강원도

강원지역 화력발전소는 매일 쉬지 않고 연기를 내뿜고 있다.수도권의 전력 보급소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하기 때문이다.실제 도내 상당수 전력이 수도권 등 타지역으로 보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지난해 강원지역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은 약 3만2334GWh다.이중 약 1만5963GWh가 도내에서 사용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도내 전체 전력 생산량의 49.3%밖에 안 되는 수치다.나머지 절반이 넘는 1만6381GWh 정도의 전력은 수도권 등 타지역으로 송전되고 있다.

지역별 발전 현황은 이 같은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올해 1~5월까지 행정구역별 누계 발전량은 강원도가 1만2058GWh로 수도권 4만1129GWh 대비 4분의 1 수준이다.수도권이 훨씬 많이 생산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인구수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강원도(154만)와 수도권(2600만)의 인구격차는 무려 17배에 달한다.한국의 1인당 전력소비량이 1만39KWh인 것을 볼 때 수도권에선 연간 최소 26만1014GWh의 전력이 필요하다.현재 수도권내 한해 발전량은 약 10만GWh로 지역 내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결국 타지역에서 전력을 끌어와야 하는데 강원지역을 비롯해 전국 각지의 상당수 전력이 수도권으로 보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력의 경우 국가기반산업이어서 지역과 상관없이 하나의 망으로 형성돼 있다.따라서 강원도에서 생산된 전력이라 할지라도 부족한 지역에 우선 수급된다.강원지역 화력발전소가 쉴 새 없이 가동되는 이유이기도 하다.현재 도내엔 화석연료 기반 발전소가 6곳 있으며,강릉과 삼척에 2곳이 추가 건설 중이다.삼척그린파워발전소의 경우 2019년 기준 한해 1만1390GWh에 달하는 전력을 생산했다.도내 전체 생산량의 절반을 만든 셈이다.동해 북평화력발전소와 동해화력발전소 역시 각각 7290GWh,2592GWh의 전력을 만들었다.한국전력 강원본부 관계자는 “강원도의 경우 전력예비율이 30% 정도로 유지되는 등 안정적이다”며 “전력은 전국적인 망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여러 지역이 공유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 한국남부발전 영월발전본부.

■ 무늬만 그린뉴딜…여전히 화석에너지 비중 절반

정부는 지난해 7월 그린뉴딜을 통한 녹색성장 계획을 발표했다.기존 화석에너지 중심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해 기후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다.이에 따라 정부는 2025년까지 그린뉴딜 사업에 78조원을 투입해 탄소중립 기반을 갖추고 녹색 친화적인 생활환경을 구현하기로 했다.정부 계획에 따라 강원도도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 및 로드맵을 마련했다.오는 2030년까지 도내 곳곳에 육상풍력 발전단지 40개를 조성할 계획이다.또 춘천에 수열기반 신재생에너지 융복합 클러스터 조성 사업을 진행,강원도는 48만5000t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도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따라 도뿐만 아니라 도내 지자체들도 그린뉴딜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했다.

그린뉴딜 시행 1년을 맞았지만 아직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아 갈 길이 멀다.지난 5월 기준 한국의 발전량에 따른 전원 구성은 석탄(33%),원자력(28.8%),LNG(22.5%),신재생(9.1%) 순이다.지난해와 견줘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4%가량 늘었다.하지만 여전히 석탄과 LNG 등 화석연료가 발전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강원도는 그 차이가 더 크다.지난해 도내 발전량은 약 3만2334GWh다.이중 화석에너지가 2만7875GWh로 신재생에너지(4459.6GWh)와 비교했을 때 7배 가까이 많다.

 

▲ 삼척블루파워 발전소 현장.

■ 청정 동해안에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지역 주민들 반발

“석탄화력으로 삼척이 병든다.미세먼지 없는 청정 삼척에서 살고 싶다!”삼척석탄화력반대투쟁위원회는 지난 12일 동해에서 집회를 열고 이 같이 말했다.이들에게 삼척과 동해안은 고향이자 삶이다.한 평생을 푸른 바다와 깨끗한 자연을 보며 자랐다.하지만 얼마 뒤면 더 이상 예전의 고향이 아니게 된다.오는 2024년 삼척 맹방해변 일원에 석탄화력발전소가 준공될 예정이기 때문이다.석탄화력발전소는 석탄을 원료로 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저감시설을 설치한다고 해도 미세먼지 등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불가피하다.더욱이 석탄화력발전소는 수입해 온 석탄을 바로 발전소로 옮기기 위해 항만을 필요로 한다.문제는 맹방해변에 발전소를 짓기 때문에 해변 기능 상실은 물론,자연 파괴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강릉 역시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2023년 3월 준공 예정인 강릉안인화력발전소가 들어올 경우 환경 파괴 등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강릉에 사는 박용근(52)씨는 “서해안에 있는 화력발전소는 다 없애면서 왜 동해안에는 화력발전소를 짓는 건지 납득이 안 된다”며 “강릉을 비롯한 동해안은 청정지역인데 발전소로 인해 폐허가 될 것이 뻔하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뾰족한 수는 없는 상황이다.성원기 강원대 공학대학 명예교수는 “이미 계약된 사항이어서 기업은 돈을 벌기 위해 발전소 건설을 절대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지역주민들이 피해를 보게 되고,이는 국가적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한국동서발전 동해바이오발전소.

■ “발전소 유치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 무시 못해”

일각에선 석탄화력발전소 유치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를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된다.강릉안인화력발전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면 직·간접적 경제파급효과가 2조원대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강릉에코파워가 지난해 강릉상공회의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안인화력발전소 건설기간(5년) 중 발생하는 경제 파급효과는 7930억원이고,준공 후 30년간 발전소 운영에 따른 경제 기여효과는 1조3830억원이다.이를 모두 합산하면 2조1760억원에 달한다.강릉안인화력발전소 공사 현장은 연인원 300만명이 투입되는 큰 사업이다.이들이 식사,주거 등 지역에서 사용하는 돈은 지역주민의 소득창출로 이어지고 또 이는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삼척화력발전소 역시 많은 돈이 지역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삼척화력발전소 사업시행자인 삼척블루파워는 지역에 5680억원의 직·간접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삼척시도 삼척블루파워와 지역상생발전에 대한 투자협약을 체결하고,950억원 규모의 관광친수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이를 통해 맹방해변 침식저감시설과 배후지 관광친수시설을 연계,명사십리 해안경관을 활용한 명품 해변공원 워터프런트로 조성하고 관광객을 유치할 방침이다.

발전소 건설이 ‘독’이 아닌 ‘약’이라는 입장을 가진 주민도 많다.강릉에 사는 김모(38)씨는 “지금 강릉의 경우 일자리도 없고 지역이 점점 쇠퇴하는 게 느껴진다”며 “안인화력발전소 건설을 통해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가 살아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삼척화력발전소 건설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가뜩이나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발전소 공사가 취소될 경우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만큼,중단없는 공사 진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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