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의 3가지 방법

 

[장례 이후, 처리할 것들] 단순승인·포기·한정승인

 

/서성훈

 

고인의 재산을 확인하셨나요?

저 같은 경우 금융감독원에서 자료를 확인하면서 참 많이도 가슴이 아려왔습니다. 통장 하나하나에서 아버지가 그동안 삶을 살아낸 고군분투의 흔적들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 지난한 과정을 진행하고 계신 당신께 다시 한번 응원과 위로의 말씀을 건넵니다. 다른 가족들을 대신해, 참 멋지게 잘하고 계신 겁니다.

재산이 확인되면 이제 상속에 대한 결정을 해야합니다. 상속의 방법은 3가지 입니다.

첫째 방법은 단순승인입니다. 쉽게 말해 고인의 모든 재산을 받고 모든 채무를 갚겠다는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재산조회에서 확인되지 않은 채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재산조회를 통해 충분히 채무를 갚을 수 있겠다고 판단해 단순승인을 신청했는데 나중에 생각지도 않았던 채무자가 갑자기 나타나 변제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렇다고 둘째 방법인 상속포기를 신청하지는 않습니다. 상속포기를 한다고 해도 고인의 모든 채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 우선 아래와 같이 상속 순위를 살펴보겠습니다.


1순위자가 상속포기를 하면 재산과 채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2순위자로 넘어가게 됩니다. 2순위자가 상속포기를 하면 다음 순위자로 계속해서 넘어갑니다. '포기'한다고 해서 재산과 채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합니다.

때문에 많은 분들이 세 번째 방법인 한정승인을 신청합니다. 한정승인은 고인의 재산범위 내에서만 채무를 갚는 것입니다. 한정승인을 할 경우 상속인은 고인의 재산범위 외에는 별도의 채무를 지지 않게 되며 상속 후순위자에게도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게 됩니다. 저 역시 한정승인을 신청했습니다.

상속에 대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단순승인으로 자동처리되는데 이 경우 친인척이 얼떨결에 채무를 감당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재산조회 결과가 나오면 가족들과 충분히 상의하여 방법을 정하고 후속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자, 이제 어떤 상속방법을 택할지 정하셨나요? 이제부터 많은 분들이 선택하는 한정승인은 어떻게 신청하면 좋을지, 기억해두면 좋을 사항과 함께 알려드리겠습니다. 이제 전체 과정에서 절반 정도 진행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대단히 애쓰셨습니다.

 

상속한정승인공고 꼭 해야 하나요?

[장례 이후, 처리할 것들] 판결문 수령 후 처리

 

판결문을 받으셨나요? 이제 고인의 재산과 채무를 정리해야 합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지역 일간지에 한정승인에 대한 공고를 내는 일입니다. 판결문 수령 후 5일(공휴일 포함) 내로 이뤄져야 하므로 판결문 수령 즉시 진행하도록 합니다. 대행사를 통할 경우 비용은 약 10만 원 전후입니다.


판결문 [상속한정승인자의 공고]라는 장에 기재되어 있겠지만 공고를 꼭 해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차피 판결문에 나온 고인의 재산과 채무만 정리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공고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채무를 정리했는데 나중에 다른 채무자가 나타날 경우 이에 대한 처리를 해야하므로 나중을 위해서 해두는 편이 좋습니다.

 


[상속한정승인자의 공고]에는 다소 복잡하고 법률용어 중심으로 기재되어 있어 풀어서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판결문에 고인의 재산은 200만원이고 채무자A가 400만 원 채무자B가 또 400만 원의 채무를 갖고 있다고 가정할 때 상속자는 채무자A와 채무자B에게 각각 100만 원씩 채무를 갚아야 합니다.

그런데 채무자B와 연락이 되질 않는 등의 상황으로 채무자 A에게 200만 원을 모두 갚았다고 할 때, 공고를 해두지 않으면 채무자B에 대한 변제의무가 남습니다. 이 경우 한정승인의 상속인은 우선 채무자B에게 본인의 재산으로 채무를 변제하고 이후 채무자A에게 구상권을 청구합니다. 이는 채무자A가 한정승인과 채무에 대한 세부사항을 알고도 채무를 변제받은 경우에 그러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는 법률판단이 필요할 것입니다.

상속자의 입장에선 대단히 번거로운 상황에 놓일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공고를 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친척들이 계시다면 한정승인을 신청했고 법원판결문까지 받았다고 알려놔주시면 좋을 것입니다. 워낙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세상이니까요.

한정승인 공고를 마치면 이제 재산과 채무를 하나하나 정리해야 합니다. 전체적인 방향은 채무의 정리를 우선하는 것으로 합니다. 내용이 방대하므로 고인의 신용카드와 금융재산, 자동차 위주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외의 사항은 관계기관과 상의하며 진행하시면 될 것입니다.

 

고인의 채무를 변제하라는 연락, 어떻게 하나요? 채무(소극재산)의 정리

 

판결문이 도착하기 전에 이미 신용카드사 등으로부터 채무를 변제할 필요가 있다는 연락이나 우편물을 받으셨을 것입니다. 단순승인을 신청하신 게 아니라면 절대로 바로 변제하시면 안 됩니다. 이 부분은 개선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만약 전화가 오거든 한정승인을 신청했고 법원 판결이 나오면 다시 연락하겠다고 말씀해주시고 전화번호를 받아두기만 하시면 됩니다. 때로는 법원 사건번호를 알려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있으니 사건번호는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거나 기록해두시면 좋습니다.

판결문이 나온 후엔 판결문 중 '상속재산목록'의 소극재산(채무를 말하며 재산조회를 통해 법원에 제출한 서류입니다)에 기재된 채권자들에게 연락을 해야합니다. 연락하면 우선 채권자들은 판결문을 보내달라고 할 것입니다. 판결문은 복사한 뒤 사본으로 발송하시면 됩니다. 발송 후엔 채권자들이 알아서 협의를 진행합니다.

 


예를 들어 고인의 재산이 300만 원이 있고 2개의 신용카드를 각각 200만 원과 400만 원 사용했었다면, 카드사들이 협의하여 100만 원과 200만 원을 나눠 받기로 합니다. 이를 안분배분이라고 합니다. 채권자들은 협의를 마치면 신청인에게 전화를 걸어 내용을 설명하고 각각 채무를 변제할 것을 요청합니다.

법원 판결문에서 제시한 수준을 넘어서지 않으면 채무를 정리하면 됩니다. 고인의 재산을 먼저 상속받은 뒤에 그 재산으로 입금을 하셔도 되고 우선 신청인이 입금을 한 뒤 고인의 재산을 상속받아도 됩니다. 법원 판결문이 있으므로 안심하시고 진행하셔도 좋을 것입니다. 이젠 재산 상속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망신고 하기 전, 이걸 먼저 정해야 합니다

[장례 이후, 처리할 것들] 사망신고와 재산조회 통합처리 신청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사망신고입니다. 고인의 주소지 행정복지센터(동사무소)에서 신고하면 됩니다. 그전에 가족 중에서 앞으로의 행정절차를 모두 진행하실 분을 정해야합니다. 전에 말씀드렸듯이 가족 중에 시간 여유가 나시는 분이 하시는 게 좋겠지요. 그 분이 법적인 신청인이 되어 향후 고인의 재산조회 등을 모두 하셔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이 신청인이 되시겠네요. 병원에서 발급받은 사망진단서와 신청인의 신분증을 갖고 행정복지센터에 가셔서 사망신고를 하러 오셨다고 하면 안내해줄 것입니다.

사망신고를 하시면서 '재산조회 통합처리 신청'을 반드시 함께 하시기 바랍니다. 고인의 재산을 확인하고 상속(단순승인)을 할지, 상속포기를 할지, 상속한정승인을 할지 정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 상속(단순승인)으로 자동처리 되는데, 이 경우 나중에 갑작스럽게 채무자가 나타나는 등의 일이 많았다고 합니다. 상속과 상속포기, 한정승인에 대해서는 다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재산조회 통합처리 신청'을 하면 신청서가 발급됩니다. 이 신청서를 가지고 고인의 금융거래, 세무관계 등을 확인하게 됩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지적 재산(부동산)과 자동차 등 금융 외 재산에 대하여 재산조회 사항을 문자로 받을 것인지, 우편으로 받을 것인지 물어볼 것입니다. 가능하면 우편으로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위 서류들은 나중에 법원에 제출해야 할 수가 있는데, 문자가 편할 것 같다고 문자 신청을 했다가는 나중에 다시 법원에 제출할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여기저기를 찾아봐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서류의 수령까지 시간은 좀 더 걸리겠지만 우편으로 받아 서류를 챙겨두는 것이 나중에 수월합니다.

또 행정복지센터에서 고인의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몇 장 발급해드릴 것을 물어오실텐데 어차피 나중에 '사망'이란 글자가 새겨진 서류로 다시 발급받아야 합니다. 당장 필요하지 않다면 굳이 발급받지 않으셔도 됩니다.

자, 이제 사망신고가 끝났습니다. 다음 절차는 상속재산의 확인입니다. 사망신고 후 상속재산 확인이 가능하기까지는 2~3주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당분간은 가족의 품에서 마음을 쉬어주시길 바랍니다. 정말 애쓰셨습니다.

사망신고를 하고 건물에서 나오던 날이 생각나네요. 아직은 슬픔이 그대로인 상황이었지요. 내 손으로 사랑하는 아버지의 사망신고를 하고 그 사실을 남은 가족들에게 알려야했으니 그 기분이 오죽했을까요. 글을 읽으시는 분도 그랬겠지요. 다시 한번 너무나도 애쓰셨다는 말과 위로를 전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장례식 이후 행정 처리, 뭐부터 해야 할까

[장례 이후, 처리할 것들] 들어가며

 

떠난 분의 빈자리와 남은 사람의 슬픔과는 상관없이, 세상은 무심하게도 어제와 똑같이 돌아갑니다.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을 겪고 있다해도, 세상이 어떤 배려를 해주지는 않습니다. 남은 사람은 다시금, 떠난 분이 남긴 흔적들을 세상의 질서에 맞춰 정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제 슬픔은 잠시 뒤로 하고 사랑하는 분의 마지막을 배웅할 시간입니다.

이 글은 마지막 배웅의 시간, 장례 이후부터 치러야 할 모든 행정 처리들을 좀 더 수월하게 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썼습니다. 장례 이후 사망신고부터 재산 정리까지는 꽤나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합니다. 대부분 경험이 없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막막함을 느끼고 계실 듯 합니다. 제가 그랬듯이요.

 

그러나 먼저 과정을 이해하고 하나하나 준비하면 어렵지 않습니다. 떠난 분의 재산이 많다면 전문 법무사나 변호사에게 위임하여 진행하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분란의 소지를 막기 위함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수임료를 내시며 전문가에게 위임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글을 다 읽으시면 어려움 없이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덧붙이면, 부모님보다는 자녀분, 직장을 다니는 형과 누나보다는 대학생처럼 시간 여유를 좀 더 가진 분이 해주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꽤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이 글을 읽고 계시다면 괜한 소리가 되겠네요.

먼저 전체 과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제부터 한 과정 과정에서 어디서 무엇을 해야하고 준비할 것과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 짚어볼 것입니다. 글의 순서도 위 도표와 같이 정리하였으니 한 스텝 한 스텝 미리 읽어보시고 처리해나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글은 '상속한정승인'을 신청하시는 사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상속한정승인이 무엇인지, 왜 많은 분들이 상속한정승인을 신청하시는지는 필요한 순간에 다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위로를 전합니다. 그리고 멋진 당신의 어깨를 다시 한번 두드려드리고 싶네요. 떠나신 분도, 멀리 어딘가에서 당신께 미소를 전하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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