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당당한’ 오염 규제 완화'

 

대기분야 전문가들은 국내 미세먼지 오염의 30~50%가 중국발(發)이라고 보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시민 다수는 중국이 줄여야 미세먼지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국내 오염 문제가 없는 게 아니다. 굴뚝에 부착한 자동측정장치로 감시받는 공장은 전체의 1%밖에 안 된다. 오염측정 수치를 조작하다 적발된 공장도 있다.

최근에는 포스코 포항·광양제철소와 당진 현대제철소의 오염물질 배출에 지자체가 10일 조업정지 처분한 게 논란이 되고 있다. 철강업계에서는 “고로 정비 과정에서 폭발을 방지하려면 블리더(bleeder, 안전밸브)를 개방할 수밖에 없고, 그때 나온 오염물질도 많지 않다”며 “10일을 가동 중단하면 쇳물이 굳어 재가동하는 데 수개월이 걸린다”고 반발한다. 반면, 환경단체는 방지시설 없이 오염물질을 배출한 것은 엄연히 불법이고, 배출량이 얼마나 되는지도 알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환경부는 민간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지역별 협의체를 구성해 논란을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블리더를 통한 배출이 불가피한지, 배출량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조사해 대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배출이 불가피하다면 해당 제철소가 다른 부분에서 그만큼 줄이겠다고 약속하고, 대신 행정처분은 면제해주는 ‘자발적 협약’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환경부가 제 역할을 떠넘겼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일부 전문가들은 “각 지역에 미룰 게 아니라 환경부의 ‘자체 규제심사위원회’를 가동하고, 그래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면 대기환경보전법 시행 규칙을 개정하면 된다”고 지적한다. 블리더에 오염방지 시설을 언제까지 부착하고, 어느 수준으로 오염을 줄일 것인지 블리더에 적용할 배출허용기준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시행 규칙을 개정하려면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사회적 재앙’인 미세먼지를 느슨하고 감시도, 처벌도 할 수 없는 자발적 협약에 맡겨 둘 수는 없는 일이다. 규제 완화도 합리적 절차에 따라 정정당당하게 가야 한다. 오염을 줄이라고 중국에 요구하려면 우리부터 제대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이러다 바나나공화국 된다

‘마지막 잎새’의 작가 오 헨리는 1904년 단편소설집 『양배추와 왕들』에서 바나나공화국(Banana Republic)이란 말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그는 당시 바나나를 주요 수출품으로 하는 중남미 온두라스 등이 정권과 결탁한 다국적 기업에 경제가 좌우되며, 겉은 번지르르하지만 속은 썩은 바나나 같다고 비유했다. 이 말은 정부 운영이 엉망인 국가를 경멸하는 뜻으로도 쓰인다.

바나나공화국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이 대한민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철강업체에 대한 고로(용광로) 조업 정지 행정처분이 대표적이다. 충남도청·전남도청·경북도청은 지역 내 현대제철(당진), 포스코(광양·포항)에 대해 유해물질을 배출했다는 이유로 10일간 조업 정지 행정처분을 내렸거나 예고했다. 철강업체들이 오염 방지 장치 없이 고로의 압력을 빼주는 역할을 하는 안전밸브(블리더)를 열어 대기를 오염시켰다는 환경단체들의 민원을 수용한 것이다.

고로를 4~5일만 가동하지 않으면 쇳물이 굳기 때문에 고로에 균열이 발생한다. 한국철강협회는 “1개 고로가 10일간 정지되고 복구에 3개월이 걸린다고 가정할 때, 같은 기간 약 120만t의 제품 감산이 발생해 8000억여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협회에 따르면 고로 안전밸브 개방은 전 세계 제철소에서 100년 이상 적용하는 방식이다. 현재 기술로는 안전밸브를 사용하지 않고 고로를 가동할 방법이 없다고 한다. 안전밸브를 개방했을 때 배출되는 가스는 중형 승용차 한 대가 하루 8시간씩 열흘 운행하며 배출하는 정도라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조업 정지 처분은 국내 일관제철소 문을 닫으라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철강 생산이 중단되면 조선·자동차·가전 등 주요 산업이 치명상을 입는다. 환경단체와 지자체는 ‘환경 근본주의’에 사로잡혀 조업 정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포스코 노조는 이에 대해 “조업 정지 처분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물론, 그곳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를 죽이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탈원전) 정책도 이해하기 힘들다. 원전이 국내 전력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지난해 말 기준)에 달한다. 정부는 2017년 기준 24기인 원전을, 2031년 18기, 2038년 14기로 줄일 계획이다. 대신 현재 7.6%인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40년까지 30~35%까지 높일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현실을 무시한 이념 정책의 표본”이라고 비판한다. 국토가 좁고 사계절이 뚜렷한 대한민국에서 태양광·풍력 등의 생산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는 생산 원가도 비싸다. 1㎾h당 발전 단가(지난해 말 기준)는 신재생이 173.38원으로 원자력(60.85원)의 3배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 등으로 수조 원의 순이익을 내던 한전은 지난해 1조 원대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도 5000억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된다. 한전의 적자 누적은 전기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탈원전은 세계 추세에도 어긋난다. 세계는 온실가스 감축과 값싼 전기를 위해 원전을 확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원전 발전량은 전년보다 0.6% 증가했다. 특히 일본은 지난해 원전 4기를 재가동하며 원전 발전량을 71% 늘렸다.

이념에 치우쳐 현실을 외면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는 경제에 엄청난 부담이 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나라가 큰일 난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공자는 “잘못이 있다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過則勿憚改)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바나나공화국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실패한 정책들을 고집하지 말고 실사구시(實事求是)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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