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발생한 양양산불·고성서 시작돼 강릉, 동해로 확산한 동해안 대형산불
태풍급 강풍 '양간지풍'에 속수무책…동시다발 불더미 확산
청명·한식을 전후한 4월 강원도 영동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대형산불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동해안에서는 유독 봄철인 4월 대형산불이 자주 발생했다.
4일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에서 발생, 속초 도심을 거쳐
바닷가까지 번지며 피해를 키운 산불은 그동안 동해안에서 4월 발생한 산불과 닮은꼴이다.
양간지풍원리 (CG)[연합뉴스TV 제공]
이른바 양양과 간성 사이 국지적 강풍인 '양간지풍'(襄杆之風)
또는 양양과 강릉 사이 '양강지풍'(襄江之風) 때문이다.
봄철 한반도 남쪽 고기압과 북쪽 저기압 사이 강한 서풍이 밀려와
태백산맥을 넘어 동해안에 더 건조한 바람이 부는 것이다.
또 영서지역 차가운 공기가 태백산맥을 넘을 때 역전층을 만나 압축되는 동시에
속도도 빨라진 강한 바람을 만든다.
그야말로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셈이다.
밤에 산불이 나면 동쪽으로 퍼지는 더 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나 산불 진화를 더 어렵게 만든다.
공기가 차가워지는 밤에 산에서 해안가로 부는 바람이 더 강해진다.
이 때문에 이번 산불은 2005년 천년고찰 낙산사를 잿더미로 만든 양양산불과 매우 흡사하다.
당시에도 이번처럼 식목일을 하루 앞둔 4월 4일 오후 11시 50분께
강현면 사교리 일대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6일까지 이어져 973㏊가 타는 등 909억원 피해가 났다.
168가구 418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건축물 166채가 소실됐다.
특히 낙산사 동종 등 문화재 5점과 전각 등 17채가 불에 탔다.
당시 산불도 초속 10~20m, 순간 최대풍속 32m 강풍인 데다 야간 헬기를 투입하지 못한 데다
강한 불길로 현장 접근이 어려워 순식간에 해변까지 불길이 번지는 등 확산,
천년고찰 낙산사를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들었다.
이어 12일 뒤인 28∼29일에도 비슷한 형태로 양양군 현남면 주리에서 산불이 나
168㏊와 주택 등 건축물 16채가 불에 탔다.
앞서 2000년 4월 7∼15일 발생한 역대 최대규모인 동해안 대형산불과도 닮은꼴이다.
이번 산불처럼 고성에서 시작된 것은 물론 공교롭게도 강릉과 동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당시 고성 토성·현내 2천696㏊, 강릉 사천·석교 1천447㏊, 동해 북평·삼화 2천224㏊,
삼척 근덕·미로 1만6천751㏊ 등 동해안 4개 시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나
2만3천138㏊가 불에 타 1천72억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사망 2명, 부상 15명 등 17명의 사상자가 나고 299가구 85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때도 야간에 불이 나면서 강풍을 타고 걷잡을 수 없이 확산, 역대 최대 피해가 났다.
또 1996년 4월 23∼25일 이틀간 고성군 죽왕면 마파리에서 발생한 산불 역시 강풍 탓에 불길이 확산,
3천762㏊ 산림이 소실되고 주택 92채 등 건축물 227채가 불에 타 49가구 140명 이재민이 발생했다.
국내 주요 대형산불 일지
▲ 1996년 4월 11∼12일 = 경남 울주 120ha
▲ 1996년 4월 23∼24일 = 강원 인제 기린 155ha
▲ 1996년 4월 23∼25일 = 강원 고성 죽왕 3천762ha
▲ 1997년 4월 12일 = 강원 고성, 화천 등 535ha
▲ 1997년 4월 28∼29일 = 강원 평창 128ha
▲ 1998년 3월 29일 = 강원 강릉 301ha
▲ 1998년 3월 29∼30일 = 강원 동해 256ha
▲ 2000년 3월 25일 = 강원 횡성 288ha
▲ 2000년 4월 5∼6일 = 강원 원주 254ha
▲ 2000년 4월 7∼15일 = 강원 강릉, 동해, 삼척, 고성 등 2만3천913ha
▲ 2001년 4월 19∼20일 = 경북 울진 186ha
▲ 2002년 3월 11∼12일 강원 고성 150ha
▲ 2002년 4월 5일 = 전북 정읍, 익산 269ha
▲ 2002년 4월 14∼15일 = 충남 청양 3천095ha
▲ 2002년 4월 14일 = 전북 김제 113ha
▲ 2004년 3월 10∼11일 = 강원 속초 180ha
▲ 2004년 3월 16∼17일 = 강원 강릉 옥계 430ha
▲ 2004년 3월 28∼29일 = 경북 봉화 123ha
▲ 2004년 4월 16∼17일 = 경북 포항 224ha
▲ 2005년 4월 4∼6일 = 강원 양양, 고성 등 1천197ha
▲ 2005년 4월 27일 = 경남 함양 229ha
▲ 2005년 4월 28∼29일 = 강원 양양 168ha
▲ 2009년 4월 6∼7일 = 경북 칠곡 407ha
▲ 2009년 4월 19일 = 경남 산청 131ha
▲ 2011년 3월 30∼31일 경북 고령 186ha
▲ 2011년 3월 30∼4월 2일 경북 울진 168ha
▲ 2011년 4월 1∼2일 경북 예천, 영덕 361ha
▲ 2013년 3월 9∼10일 울산 울주 280ha
▲ 2017년 3월 9∼10일 = 강원 강릉 160ha
▲ 2017년 5월 6∼8일 = 강원 삼척 765ha
▲ 2017년 5월 6∼9일 = 강원 강릉 252ha
▲ 2018년 2월 11∼13일 = 강원 삼척 161ha
▲ 2018년 3월 28일 = 강원 고성 356ha
▲ 2019년 4월 4∼5일 현재 = 강원 고성, 속초, 강릉, 인제 등 525ha(추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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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복원 최소 30년 이상 필요
미생물 영향 토양 회복 더 걸려
산불로 피해를 입은 산림은 20년이 지나도 완전히 복원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립산림과학원 삼림보전복원연구과 강원석 박사는 6일 산불피해지 생태계 변화와 회복 과정에 대한 모니터링 연구결과를 설명하면서 “소나무 숲의 경우 20년이 지나도 나무 키가 피해를 입지 않은 곳의 31%밖에 자라지 않고 참나무 숲은 60% 수준으로 복원된다”고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동물의 경우 숲이 이전과 유사해져야 다시 찾아오기 때문에 최소 30년 이상은 필요하다.
토양 회복은 더욱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토양 회복 과정이 동물과 미생물 활동에 의해 이뤄지는 데 원인이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 4일까지 도내에서 약 70건의 산불이 발생했고, 축구장 1,515개 면적인 682㏊ 이상의 땅이 잿더미로 변했다.
조선실록에 기록된 동해안 산불
4월 큰바람 ‘양강지풍’ 가장 위협
중종실록·임영지 등 피해 기록
1804년 대형산불로 61명 사망
동해안 대형산불은 역사를 살펴봐도 4월에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된다.조선시대 왕조실록과 임영지 등 사료에는 음력 3월,즉 양력으로 4월에 영동지역에 대형산불이 발생해 문화재와 민가 등이 큰 피해를 입은 기록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중종실록에는 1524년 음력 3월 19일 큰산불로 강릉 경포대가 불에 타고,주변 민가 244호가 소실됐다는 기록이 나온다.또 1660년 3월 1일에는 삼척지역 민가 170호가 산불로 불에 탔다.1804년 봄은 산불 재난이 특히 심했던 해다.임영지에는 그해 3월 3일 고성∼삼척 일원 곳곳에서 큰 산불이 발생,율곡 선생의 위패를 모신 강릉 송담서원이 불타면서 재실 등 80칸이 소실됐다는 기록이 등장한다.
이어 그해 3월 12일에도 큰 불이 나 삼척,강릉,양양,간성,고성,통천까지 여섯고을의 민가 2600호와 사찰 3곳,어선 12척,곡식 600섬이 불탔다는 기록을 볼 수 있다.그 해 산불은 3월 3일에 발생한 불이 꺼지지 않고 계속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지난 2000년 동해안 초대형 산불과 닮은꼴 피해 라고 할 수 있다.이 때 산불로 죽은 사람만 61명에 달했다고 하니 처참한 피해상을 실감할 수 있다.
1859년 3월 1일에는 원산과 고성,양양에서 큰 산불이 났고,이듬해인 1860년 3월 1일에는 통천(흡곡)∼경북 영해까지 불탄 길이 천리나 되는 큰 산불이 번져 ‘천화(天火)’로 기록되기도 했다.그 때 피해상은 민가 7000여호에 이재민이 1만여명에 달했다고 하니 역사상 최대규모라고 할 수 있다.
1878년에는 음력 3월이 아닌 4월 3일에 고성 지역에서 산불로 천년고찰 건봉사 3183칸이 잿더미가 됐다는 기록도 있다.
역사에 기록된 영동지역의 큰 산불은 거의 예외없이 음력 3월과 4월에 발생했지만,3월(양력 4월)이 가장 많은 발생 빈도를 보인다.역사에서도 산불원인을 ‘큰 바람’으로 지목하고 있으니 예나지금이나 4월 ‘양강지풍(襄江之風)’ 또는 ‘양간지풍(襄杆之風)’이 가장 위협적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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