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7시간' 거짓말, 기억해야할 7명의 얼굴

이주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미스터리가 풀렸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그 시간 내내 청와대 관저 침실에 있었다.

사건 발생 직후,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이 두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결국 골든타임을 훌쩍 넘긴 후에야 김 전 실장에 전화를 걸어 첫 지시를 내렸다.

참사 당일 오전 10시 22분의 일이다.

 

오후 5시 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방문을 결정할 때까지,

박 전 대통령은 내내 관저에만 머물렀다. 중대본을 방문한 후에도 계속 관저에 머물렀다.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 진실을 가리기 위해, 박 전 대통령 측 인사들은 끊임없이 거짓말을 쏟아냈다.

 

진실는 짧게 답변하지만 거짓은 길게 변론한다고 했다.

진실이 드러나는 데까지 4년이 걸린 이유다. 

그 시간동안 허위 진술을 해 '세월호 7시간'에 혼란을 가중시킨 거짓말쟁이들을 정리해봤다.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

 

 박근혜 정부 당시 세월호 참사 상황보고서를 조작하는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장수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위해 출석해 기자들의 질문들 듣고 있다. 2018.02.26

 박근혜 정부 당시 세월호 참사 상황보고서를 조작하는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장수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위해 출석해 기자들의 질문들 듣고 있다. 2018.02.26

 

"오전 10시 15분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당일) 7차례에 유선 통화라고 말씀하시는 게 맞고 그 중에 제가 몇 번은 보고를 드린 것도,

몇 번은 대통령이 저한테 전화를 하신 것도 있습니다.

청와대에서 홈페이지에 실은 내용을 보면, 다 그렇게 나와 있고요.

보니까 그게 다 맞는 것으로 제가 확신을 갖습니다. 믿어주십시오."


2016년 12월 14일.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제3차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김장수 전 실장의 말은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이었다.

'10시 15분 첫 전화'도 없었고, '7차례 유선 통화' 역시 없었다.

검찰 조사 결과 박 전 대통령은 첫 서면 보고를 오전 10시 19분~20분에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실장에 전화를 건 것도 10시 22분이었다. 김 전 실장은 거짓말을 뱉으면서도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현장 상황을 20~30분 간격으로 실시간으로 보고 드렸다.

 대통령은 대면보고 받는 것 이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2014년 7월, 국회 서면질의답변서

2014년, 국회 대응 대비 회의를 주재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 보고 관련 질의에 이렇게 대답하기로 결정했다.


"대통령께서는 아침에 일어나시면 그것이 출근이고 주무시면 퇴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하루 종일 근무하고 계십니다." 2014년 10월28일, 국회 대통령비서실 국정감사

'신박한' 논리였다. 박 전 대통령의 '7시간' 의혹이 증폭되자 김 전 실장은 '업무공백'이 없음을 강조하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일어나면 출근이라던 박 전 대통령은 집무를 보지 않았다.

 

참사 당일 오전 10시 이후, 김장수 전 실장의 다급한 전화도 받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골든타임(선내 마지막 카톡 10시17분 기준)이 지난 후에야 침실 밖으로 나왔다.

실시간 보고도 이뤄지지 않았다.

참사 당일 대통령 비서실은 정호성 전 비서관에게 11차례 보고서를 메일로 보냈지만,

정 전 비서관은 오후와 저녁에 2회만 보고서를 일괄로 출력해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을 뿐이다.

 

김 전 실장 역시 손을 놓고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이 오후 5시 15분에 중대본에 도착할 때까지 전화 통화도, 서면보고도, 대면보고도 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8일 박 전 대통령 보고와 지시 시각을 조작하는 등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로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김장수 전 안보실장을 불구속기소했다.

김규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차장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공석인 대통령비서실장을 대신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16년 당시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공석인 대통령비서실장을 대신해

 11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그는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2014년 4월 청와대 국가안보실 차장을 맡고 있었다.

 

"10시에 사고 개요, 사고 선박 제원, 구조인원 현황 등을 포함해

대통령님께 최초 상황을 서면으로 보고하였습니다." 2014년 7월, 국회 기관 보고

김규현 전 차장의 말이다. 이후에도 김 전 차장은 박 대통령이 10시에

김장수 실장으로부터 서면을 통한 종합보고를 받았으며,

 10시15분에 박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와 김 실장이 구두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10시에 보고 드렸고 10시 15분에 대통령이 김장수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구조 지시를 했으며

10시 22분 다시 김장수에게 전화를 걸어 추가 지시를 하셨습니다." 2017년 2월 1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일관된 '거짓' 진술이었다. 그러나 첫 서면 보고 받은 시간은 

사건 당일 오전 10시19~20분으로 드러났다. 10시 15분 대통령의 전화 역시 없었다.

김 전 차장은 또한 박 전 대통령이 첫 보고를 받은 것이 참사 당일 10시이고,

당시 현장은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대통령 책임은 없다고 설파했다.

 

2월 탄핵심판 당시 미국의 9.11 테러를 언급하며 그는

 "어느 경우에도 국가기관이 잘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에게 책임 있다고 한 건 들어본 적도 없고 문제된 적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은 해외도피 중인 김 전 차장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 및 여권 무효화 조치를 내렸다.

이영선 전 행정관

집행유예 풀려난 이영선 전 행정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진료를 묵인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이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난 후 법원을 떠나고 있다.

▲ 이영선 전 행정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진료를 묵인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이 2017년 11월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난 후 법원을 떠나고 있는 모습.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은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휴가중'이라고 했다.

2017년 1월 12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증인으로 출석한 이 전 행정관은

'세월호 7시간' 행적 관련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국가기밀'이라는 이유였다. 그나마 그가 입을 연 증언은 '거짓'이었다.

"본인이 운전하는 차에 최순실씨가 타고 간 적이 있냐"는 헌재재판관의 질문에

이 전 행정관은 "최씨를 직접 차에 태워 들어간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 어떤 업무를 했냐는 질문에는 "(대통령을) 수행하게 될 거라고 예상했지만

다른 업무를 전달 받아 챙기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말씀 드릴 수는 없지만 일정과 관련된 일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조사 결과 밝혀진 진실에 따르면, 이 전 행정관은 참사 당일 최씨를 승합차에 태워

'A급 보안손님'으로 모셔 청와대 관저에 이동시키는 업무를 맡았다. '다른 업무'라 함은 최씨 수행이었던 셈이다.

윤전추 전 행정관

박근혜 탄핵심판 증인으로 출석하는 윤전추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 박근혜 탄핵심판 증인으로 출석하는 윤전추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이 2017년 1월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윤전추 전 행정관은 "대통령이 9시쯤 관저 집무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고,

10시에 보고서를 전달해 드렸다"라고 거짓 증언을 했다.

2017년 1월 5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증인으로 출석한 윤 전 행정관은,

침실 밖으로 나온 적이 없는 박 전 대통령을 봤다고 말했다. 전달하지 않은 문서도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직접 본 듯이 "(오전 9시 당시 박 전 대통령은) 단아한 옷을 입고

메이크업과 머리 손질이 어느 정도 돼 있었다"며

 "대통령 호출을 받고 관저로 올라가 대통령과 함께 업무를 봤다"고 까지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7시간' 동안 정상적으로 업무를 진행했음을 강조하는 발언이었다. 

검찰은 윤 전 행정관을 위증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그는 최근 검찰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고 실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석 전 청와대 경호차장

 

 국조특위 참석한 이영석 청와대 경호실 차장 이영석 청와대 경호실 차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기관보고를 하고 있다.

▲ 이영석 청와대 경호실 차장 이영석 청와대 경호실 차장이 2016년 12월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기관보고를 하고 있다.

 

"확인 결과 외부에서 (대통령 관저로) 들어온 인원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2016년 12월 5일,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이영석 전 청와대 경호차장이 국회에 나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한 거짓말이다.

이날 관저에는 최순실씨 뿐 아니라 박 전 대통령의 머리 손질을 위한 미용사도 방문했다.

조여옥 대위

선서하는 조여옥 대위 청와대 간호장교였던 조여옥 대위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제5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 선서하는 조여옥 대위 청와대 간호장교였던 조여옥 대위가 2016년 12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제5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 관저를 '공식적으로' 출입한 인물로 꼽았던 이가

청와대 간호장교 조여옥 대위다. 그런 이유 때문에 조 대위의 진술에 이목이 집중됐다.

2016년 12월 22일, 최순실 게이트 국조특위 청문회에 출석한 조 대위는 그러나 수차례 말을 바꿨다.

당일 청와대 관저에 가글액을 전달했다는 조 대위는 처음에는 "용도는 모른다"고 하더니

 이후에는 "인후통이 있을 때 사용하는 약"이라며 '모른다'는 진술을 뒤집었다.

참사 당일 근무지도 대통령 전용 공간이 있는 의무동에서 근무했다고 밝혔던 조 대위는

청문회에서는 "의무실"이라고 말을 바꿨다.

 

의무실은 청와대 관저와 500여 m 떨어져있다.

왜 말을 바꿨냐는 채근에는 "오랜된 기억이어서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했다"라고 주장했다.

청문회가 열릴 당시 미국에서 연수를 받던 중 귀국한 조 대위는

"귀국 후 가족 외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고 증언했으나 이후 군 동기 3명과 식사했다고 진술했다.

조 대위는 "친한 동기여서 밥을 먹은 것 뿐"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7시간'의 베일이 벗겨진 현재, 조 대위를 징계하라는 청와대 청원이 100여건에 달하고 있다. 

박근혜 7시간의 키맨 역할을 했던 그가 어떤 이유였는지 모르겠지만

국회에서 오락가락 진술을 함으로써 대통령의 행적을 밝히는데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것이다.


 

세월호 관련해서 그 동안 거짓으로 감추고 숨겨왔던 사실들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습니다,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의혹들 철저하게 조사해서 청문회나 특검 과정에서 위증한 사람들 중에

공적인 자리에 있는 사람이나 국가의 녹을 먹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에 합당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이 청원에는 30일 오후 4시 현재 10만6000여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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