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4개로 쪼개진 국립공원..
생태계 외면한 '사람만 좋은 길'
/장영태
한반도 남단 4500km '코리아둘레길' /
평창올림픽 앞두고 '아리바우길' 선봬 /
주민 여가공간·경제 활성화 일석이조 /
지자체, 길만 만들고 사후 관리 뒷전 /
우후죽순 탐방로 탓 자연 훼손도 심각 /
사건·사고 빈번.. "지속적인 관심 필요"
바다와 산, 계곡 등 자연환경을 체감할 수 있는 길을 앞다퉈 만들고 있다.
이런 길을 따라 다양한 축제가 열려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길 조성은 주민에게 건강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길을 마구잡이식으로 만들다 보니 관리가 안 되거나
안전문제를 일으키고 환경을 훼손하는 등 문제점을 노출한다
◆길 만들기 열풍
길 만들기 붐이 일고 있다. 지자체마다 길을 만드는 일에 경쟁적으로 뛰어든다.
경북 안동시는 ‘안동선비순례길’을 조성해 최근 개방했다.
2013년부터 선성현길, 왕모산성길 등을 개설하고 기존 퇴계예던길,
마의(태자) 예던길 등을 연결했는데 9개 코스에 총 길이가 91㎞에 이른다.
포항시는 58억원을 들여 한반도 호랑이 꼬리에 해당하는 포항시 남구 동해면과
호미곶면, 구룡포읍, 장기면 바닷가 코스를 걷는 호미반도둘레길을 만들었다.
총 길이 58㎞로 조성된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은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으로
천혜의 해안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힐링 로드로 꼽힌다.
경북도는 30억원을 들여 안동 2개 읍·면과 예천 4개 읍·면을 아우르는
경북도청 신도시 주변 7개 코스 둘레길을 연말에 개통한다.
도청과 천년숲, 검무산, 집성촌, 낙동강, 전통시장, 내성천 등을 둘러보는 7개 코스 84.8㎞ 길이다.
강원 원주의 명산인 치악산을 중심으로 총연장 120㎞에 달하는 ‘둘레길’이 만들어진다.
원주시는 오는 2020년까지 50억여원을 들여 총연장 120㎞의 치악산 둘레길 조성사업에 나섰다.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강원도의 절경을 느낄 수 있는 ‘올림픽 아리바우길’은 최근 개통됐다.
한반도 남단 외곽을 연결하는 4500㎞ 길이의 걷기여행길인 ‘코리아둘레길’도 최근 첫선을 보였다.
코리아둘레길은 동·서·남해안과 비무장지대(DMZ) 접경 지역 등을 잇는 초장거리 걷기여행길이다.
올해 남해안 구간에 이어 2019년까지 동·서해안 구간을 확정한다.
전북의 명품길을 잇고 이어 전북 1000리길이 탄생한다.
전북도는 도내 생태·문화 자원을 기반으로 조성된 각종 둘레길 등을 이어 ‘전북대표 1000리길’로 만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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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행사(축제)도 전국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경남 함양군은 최근 서하면 봉전마을 다볕자연학교 일원에서 ‘선비문화 탐방로’ 걷기대회를 열었다.
충북 보은 속리산둘레길에서도 지난해부터 대추가 익고 단풍이 들 때 맞춰 ‘속리산둘레길 걷기대회’가 개최된다.
제주의 가을을 특별하게 즐길 ‘2017 제주올레 걷기축제’도 최근 펼쳐졌다.
이번 축제는 올레꾼과 자원봉사자, 주민, 공연자 등 5000여명이 참여했다.
◆환경훼손과 안전문제 방치
국립공원에 탐방로가 늘면서 접근성은 좋아졌지만 소중한 자연유산의 훼손이 심각하다.
녹색연합이 최근 설악산·지리산 등 전국 16개 산악형 국립공원의 파편화 실태를 분석한 결과
이들 국립공원 3173.618㎢ 면적이 도로와 탐방로 때문에 모두 2124개 조각으로 잘게 쪼개진 것으로 분석했다.
도로와 탐방로 개설로 반달가슴곰 등 대형 포유류가 살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일부 둘레길에는 안전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 연무대 둘레길 인접 지역에 설치된 국궁장의 이전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과 등산객이 많이 찾는 화성둘레길 인근에 국궁장이 있어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제주 올레길도 순탄하지만은 않다. 길을 걷다가 생기는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다.
2012년에는 1코스에서 홀로 걷던 40대 여성이 잔혹하게 살해된 사건으로 지역사회가 뒤숭숭했다.
이후 올레길에 경찰 순찰이 강화했지만, 안전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해 5월과 6월 서울 수락산과 의정부 사패산에서 여성 등산객이 살해됐다.
2014년에는 수도권 일대에서 홀로 산에 오르는 여성만 노리고
성폭행과 강도질을 일삼은 ‘다람쥐 바바리맨’이 붙잡힌 일도 있다.
해안가를 따라 조성되고 있는 둘레길 주변에 쓰레기가 몰래 버려지는 등 환경오염도 골칫거리다.
일부 지역에서는 필요 없는 시멘트 포장을 하거나 자연을 훼손하며
철제 데크 등 시설을 무리하게 설치해 ‘토목공사’ 논란이 일기도 한다.
포항대 김준홍 교수는 “지자체들이 뒤질세라 길만 만들어 놓고 관리에는 손을 놓은 경우가 많다”며
“명품 길을 만들려면 지자체와 사회단체, 지역 주민의 각별한 관심과 사후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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