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없으면 대한민국도 없다
물처럼 흔한 게 없던 세상은 끝났다.
물에 관한 한 이제 그런 호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3면이 바다에 둘러싸인 땅이고 때만 되면
장마네, 태풍이네 물을 뿌려주는 하늘의 축복에 취해 ‘
물 쓰듯’ 물을 소비해 왔지만
올해를 포함해 4~5년 계속된 가뭄에 저수지마다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
이젠 농업용수는 고사하고 식수 공급조차 비상이 걸리기 직전이다.
지구엔 엄청나게 많은 물이 존재하는 것 같지만
사실 지구상 물의97.5%는 인간을 포함한 거의 모든 생물이
단 한모금도 마실 수 없는 바닷물의 형태로 존재한다.
지구의 물 가운데 오직 2.5%만이 담수다.
이 담수도 3분의 2는 얼음이나 빙하의 형태로 존재해 인간이 사용하기 어렵고
나머지 3분의 1도 대부분 지하 암반층에 갇힌 대수층에 있어 이용이 어렵다.
결국 전체 담수의 0.003%만 지표면에 존재하며
이 적은 담수에 인간 문명의 명운이 걸려있다.
6천 년 전 대규모 수리시설을 건설해 거대한 곡창지대를 개척했던
고대 수메르문명은 물 부족 현상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문명 자체가 서서히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기원전 1800년 경 제작된 메소포타미아의 한 석판에는
‘검은 땅이 하얗게 변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담수 부족으로 인한 토양의 염분화 때문에
곡물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했고 이게 결국 문명의 붕괴로 이어진 것이다.
현재 요르단에 위치한 바위 도시 페트라는
와디(건조지역의 간헐하천)농업과 대상무역에 의존하다가
363년 대규모 지진이 발생해 집수 시스템과 물 배분을 위한
수로가 파괴되면서 순식간에 몰락해 버렸다.
서기 100년경부터 근대까지
미국 애리조나·뉴멕시코·콜로라도·유타 접경에서 발달했던 아나사지 문명은
협곡과 벼랑을 따라 오늘날의 고층 아파트식 가옥이 밀집할 만큼 번성을 누렸으나
인구 과밀과 이들을 위한 담수 자원이 고갈되면서 역시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물 때문에 사라진 문명이 한 둘이 아니다.
모든 문명의 융성과 쇠락의 이면엔 물이 개입돼 있다.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찬 공기가 온대지역까지 세력을 확장하면서
늦봄과 초여름 한반도까지 북상하던 장마전선이
일본 남부나 중국 중남부 부근에 머물다가
한반도엔 오지도 못하고 소멸하는 현상이 몇 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며칠 전에도 중국 난징 지역에는 홍수를 일으킬 정도로 큰 비가 내렸지만
한반도는 금년 봄 비다운 비가 한 번도 내리지 않았다.
장마는 이제 남의 나라 이야기가 되고 있다.
북극발 찬 공기의 위세는 태평양에서 발원한 태풍의 진로마저 바꾸고 있다.
동해와 서해 등 한반도 주변의 바람골을 따라
매년 여름 국토 여기저기에 비와 바람을 몰고 오던 태풍은
몇 년째 그 횟수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장마와 태풍을 잊은 저수지는 말라가고 강은 바닥을 드러낸다.
정말 걱정되는 점은 이런 현상이 일회성이 아니라
매년 반복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여 년 간 대한민국은
변변한 댐이나 저수지 하나 건설하지 않았다.
현재 강수량이 비교적 양호한 남부 지방의 논을 제외하고
수도권의 모내기를 마친 논에 가두어 둔 물은
모두 바짝 마른 하천을 쥐어짜거나 양수기를 동원해 퍼낸 지하수다.
말이 물이지 사실은 전부 농부들의 돈과 땀이 논에 고여 있는 것이다.
이나마도 앞으로 지금 같은 불볕더위가 일주일만 계속된다면
모두 증발해 허공으로 사라질 위기다.
인간은 결국 물이다.
IT 산업이 아무리 발전하고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사회가 펼쳐진다고 해도
한 잔의 물이 절실한 환경이라면 모두 허공에 지은 모래성일 뿐이다.
강은 흘러야 한다지만 그것도 흐를 물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이야기다.
국토가 말라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정치 논리의 위세에 눌려
우리 사회에서 강물과 관련된 이야기는 여전히 금기어 수준이다.
좌든 우든 물은 마셔야 한다.
물이 없으면 대한민국도 없다.
머리를 맞대고 물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하지만
누구도 말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기상청은 이번 주도 비를 보기 어렵다고 예보했다.
이래저래 뜨거워지는 시절이다.
/김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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