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먼지' 봄철 황사는 몽골 염소의 저주

기관지염이나 감기, 천식, 결막염 환자가 봄에 급증하는 것은 황사와 관련이 있다.

발암물질이 섞인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되면 폐와 간이 손상돼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황사 원인은 사막화이다. 사막화는 인간 탐욕과 무지에서 비롯됐다.

한반도 황사 발현지의 60% 이상인 네이멍구와 고비사막의 초지가 급감하고 있다.

캐시미어 염소 방목이 급증한 탓이다.

 

캐시미어라는 이름은 지명에서 나왔다. 현재 파키스탄과 인도 분쟁지역인 카슈미르에서 생산된

고급 털섬유가 약 1천년 전 실크로드를 따라 유럽으로 소개되면서 생긴 것이다.

 

프랑스 나폴레옹 3세 부인인 유제니 황후가 즐겨 입자 '섬유의 보석'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나폴레옹 3세는 1851년 쿠데타를 일으켜 공화정을 무너뜨리고 황제에 즉위해 절대권력을 휘두른 인물이다.

 

캐시미어 원료는 염소 털이다. 겨울에 추위를 이기려고 거친 털 사이로 빽빽하게 자랐다가 봄에 자연스레 빠진다.

 얇고 부드러운 털을 일일이 빗질해서 채취함으로 일손이 많이 든다.

 

굵기는 19마이크론 이하로 아주 얇아 가볍고 부드럽다.

직조하면 섬유와 섬유 사이에 공기를 많이 품어 보온효과를 높인다.

 

네이멍구와 몽골 캐시미어가 전세계 생산량(약 500만kg)의 90%를 넘는다.

염소 한 마리에서 1년간 120g 정도 나온다.

 

평균 수명이 7세인 캐시미어 염소는 3세가 돼야 털을 수확한다.

희소하고 보온성과 촉감이 뛰어나 고가에 거래된다.

30~40마리 털이 들어가는 남성용 코트 한 벌은 1천만원 수준이다.

 

국내 백화점에서 100만원대에 팔리는 캐시미어 코트는 혼방이다. 캐시미어 비율은 고작 8~15%이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캐시미어 수요가 높자 염소 방목이 급증했다.

 

세계 캐시미어의 40%를 생산하는 몽골에서 염소 사육 두수가 최근 10년 새 곱절 이상으로 늘어났다.

염소는 양이나 말, 소와 달리 풀이나 나무뿌리까지 뜯어먹는다.

이런 습성 탓에 초지는 복구불능의 상태로 황폐화한다.

 

뿌리가 지표면을 잡아주지 못하면 표토 모래는 바람에 쉽게 날린다.

이런 모래가 한국까지 날아와 황사가 된다. 한반도 황사의 절반가량이 몽골에서 발현한다.

 

 

 

 

부자들이 입을 고급섬유를 위해 연간 수천만 마리씩 죽어가는 염소의 저주가 '죽음의 먼지'를 불러온 셈이다.

황사 피해가 커지자 한국 정부와 기업 등이 생태계 복원에 나섰다.

 

산림청과 대한항공 등이 몽골에서 10년 전부터 대대적인 나무심기에 나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모래언덕에 수풀이 우거지면서 사막화 속도가 주춤해졌다.

 

네이멍구와 몽골에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고 있으나 근본 대책은 아니다.

'캐시카우'인 캐시미어 생산을 줄이지 않는 한 염소의 저주는 언제든지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캐시미어가 없으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유목민들에게 만족할만한 생계대책을 마련해주는 노력이 급선무다.

그런 점에서 화전민들에게 양계나 양돈, 가구제조 등을 알선해 민둥산 녹화에 성공한 한국 조림사업은 참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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