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석탄시대’ 거꾸로…석탄발전소 더 짓는 한국
ㆍ각국 환경오염·기후변화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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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광부)이 없으면 지상의 세계도 없다.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부터 대서양을 건너는 것,
빵 굽는 것에서 소설을 쓰는 것까지, 모든 게 석탄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을 맺고 있다.’
소설가 조지 오웰은 1936년 탄광지대에서 일하는 광부들을 취재한 뒤 쓴 책 <위건부두로 가는 길>에서
당시 영국 사회에 미치는 석탄의 중요성을 이같이 표현했다.
석탄은 18세기 산업혁명의 원동력이자 증기기관 탄생의 주역이다.
석탄은 난방, 수송 및 발전 모든 분야에서 인류의 주된 에너지원으로 사용돼왔다.
그러나 300년 역사의 석탄시대가 최근 환경오염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막을 내리고 있다.
지난해 미국 업계 2위의 석탄 생산업체인 아치콜이 파산보호 신청을 한 데 이어
지난 4월 세계 최대 민간 석탄업체인 피바디에너지가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석탄 수요 감소와 환경규제 강화가 직접적 원인이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상업용 석탄 소비량은 2005년 대비 16.7% 감소했다.
이제 ‘탈석탄’의 물결이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전 세계의 움직임과는 반대로 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세계 각국의 ‘석탄 줄이기’ 움직임
석탄은 저렴한 연료라는 장점이 있지만 오염물질과 미세먼지 등을 배출하는 더러운 연료이기도 하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의 온상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세계 각국은 석탄 소비량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클린 파워 플랜’ 정책을 펼치며 석탄발전 억제에 나섰다. 공유지의 석탄광산 임대 중단을 선언하는 등의 노력으로 지난해 미국 전기 생산에서 석탄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36%로 줄어들었다. 최근 30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국은 2010년 대기오염 해결을 위해 2016년부터 3년간 신규 석탄광산을 허가하지 않기로 했다. 석탄 사용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결과 지난해 석탄 수입량이 30% 줄었다. 영국은 2025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할 계획이다. 일본도 2015년 1월부터 6월까지 발전용 석탄 사용량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5% 줄었다.
석탄은 금융투자 분야에서도 소외되고 있다. 지난해 OECD 회원국은 석탄에 대한 해외 금융투자를 제한한다는 데 합의했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500㎿ 이하 규모의 발전소 지원은 예외조항으로 남겨뒀지만 OECD 차원의 석탄에 대한 지원이 제한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세계 최대 규모 연기금인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석탄 관련 사업이 3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기로 했다. 독일계 보험회사인 알리안츠를 비롯한 400여개 투자기관도 기후변화와 환경파괴 등 윤리적인 문제를 고려해 석탄 및 석탄발전사업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세계 흐름 역행하는 한국, 탈석탄 적극 나서야
한국은 전 세계 흐름과 반대로 가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업체 BP가 발표한 세계에너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OECD 회원국의 석탄 소비량은 9억7920만t으로 1982년 이후 33년 만에 처음으로 10억t 아래로 떨어졌다. 그러나 한국의 석탄 소비량은 2010년 7590만t에서 지난해 8450만t으로 5년 새 11.2% 증가했다. 최근 정부는 노후 석탄발전소 폐기 방침을 밝혔지만 그보다 6배 큰 용량의 신규 석탄발전소가 건설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총 53기의 기존 석탄발전소 중 가동된 지 30년 이상 된 10기(총 3345㎿)를 수명 종료 시점에 모두 폐기하고 나머지 발전소는 연료를 교체하거나 성능을 개선하고, 저감시설을 대거 확충하기로 했다. 가동한 지 20년이 넘은 석탄발전소 8기는 환경설비를 전면 교체해 성능을 개선하고, 가동 20년 미만의 발전소 35기에는 저감시설을 설치한다. 건설이 계획된 20기에 대해서는 기존보다 강화된 오염물질 배출 기준을 적용하기로 하고 향후에는 더 이상 짓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운영 개선안을 통해 2030년까지 2015년 대비 미세먼지 24%(6600t), 황산화물 16%(1만1000t), 질소산화물 57%(5만8000t)를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발표를 자세히 살펴보면 탈석탄의 세계적 추세와는 어긋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정부는 10기의 노후 석탄발전소를 폐기하기로 했지만 그보다 많은 양인 20기를 2029년까지 짓기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밝혔다. 새로 짓기로 한 20기의 발전용량(1만8100㎿)은 폐기하기로 한 10기의 발전용량(3345㎿)의 약 6배에 달한다.
석탄발전소 20기의 증설이 국민 건강은 물론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가 다수 발표되고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해 하버드대 대니얼 제이콤 교수 연구팀과 함께 국내에 운영 중인 53기의 석탄화력발전소 때문에 매년 1100명이 조기 사망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20기가 증설될 경우 추가분으로 인한 연간 조기 사망자는 1020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환경부 산하 국책연구소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도 비슷한 연구결과를 내놨다. 조성경 박사 연구팀이 국내 석탄발전소와 LNG발전소에서 발생한 오염물질로 인한 국내 조기 사망자 수를 예측한 결과 연간 1144명이 생명을 잃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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