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농장, 무릉도원
봄은 우리에게 축복이고 꿈판이고 꽃판이기도 했습니다.
도처에 만발한 꽃들의 합창과 성찬은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배부르게 하고 따뜻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그 봄은 매우 짧았습니다.
우리 곁에 봄은 왔나 싶으면 어느새 떠날 채비를 합니다.
잎보다 먼저 핀 봄꽃들은 그 지성과 순수로 화사하게 피어났습니다,
어느새 바람에 꽃잎을 떨구고 길을 나섭니다.
쉬이 가는 봄을 우리는 늘 아쉬워 합니다.
매화, 수선화, 산수유, 진달래에 이어 목련, 라일락, 배꽃이 핍니다.
이팝나무에 하얀 꽃판이 펼쳐지고, 아카시아, 밤꽃, 사과꽃들이 쉼없이 피고 집니다.
그리고 봄날은 가고 철쭉도 피고 집니다.
봄은 자연의 모든 것을 깨워 놓고 떠나갔습니다.
여기저기 꿈틀거림이 느껴지고 하루가 다르게 자연은 변해가고 있습니다.
우리 농장만큼 온갖 꽃들과 곤충 등이 살아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없는 듯합니다.
5월의 농장은 가장 분주할 때입니다.
땅의 흐름을 터주고 씨앗을 뿌리고 모종을 심습니다.
이른 새벽부터 사위가 어두워질 때까지 일을 해야 합니다.
숲 속을 연상케 하는 농장에는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화려하게 보라색으로 수놓았던 무스카리가 떠나면서
원색의 튤립이 저마다 고개를 세우고 봄을 노래하고
이어서 철쭉으로 빨갛게 수놓으며 여름을 예고하더니
샤스타데이지가 피어나면서 지금은 온통 흰색으로 변했습니다.
농장의 꽃축제는 여름과 함께 화려해 지기 마련입니다
계절이 여름으로 들어서면서 농장에도 변화가 시작됩니다
숲속 여기저기에서 보라색 붓꽃이 피어납니다
작약, 해당화, 석죽의 붉은색이 화려하다면
바람에 흔들리는 두메양귀비의 흰색은 고고합니다
피어나는 꽃들이 다양해지고,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어느 구석에 무엇이 피어있는지도 모를 지경입니다
숲속에서 피어나는 여름의 향기는 어느 것 하나 신비하지 않은 게 없습니다
하지만 걱정입니다
작년에 이어 계속되는 가뭄은 농민을 애태웁니다
한낮이면 줄기가 말라가고, 잎이 시들시들 합니다
계곡물은 바닥을 겨우 적시고 물소리가 끊어진지 오래입니다
금방 끝낸다던 저수지공사는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이젠 진입로조차 막혔습니다
하루 종일 물을 퍼 올려도 강렬한 햇빛 아래 무기력 합니다
가뭄으로 파종조차 하지 못한 씨앗이 아직 남았습니다
그래도 때만 되면 어김없이 들꽃이 피어나는 5월의 농장은
우리에겐 무릉도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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