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완연한 봄이다.

산책하기 좋은 바람과 햇살에 오후에는 산책하며 봄 기운을 느꼈다.

 

난초, 국화, 대나무와 함께 사군자에 드는 매화나무는 옛 선비들이 귀중하게 여겼다.

단정하고 아담하면서도 매서운 추위를 뚫고 꽃을 피워내는

의지가 굳세고 끄떡없는 기상을 닮은 매화는 예부터 사람들이 좋아했다.

 

 

조선 전기의 문신 강희안은 매화가 사랑받는 이유를 네 가지를 <양화소록>에서

첫째로 함부로 번성하지 않고,

둘째는 늙은 매화나무가 아름답고,

셋째는 살찌지 않고 마른 모습 때문이다.

넷째는 꽃봉오리가 벌어지지 않고 오므라진 자태 때문이라고 했다.

 

 

퇴계 선생이 도산 서원에서 생을 마칠 때 마지막으로 했던 말은

"저 나무에 물 주거라"였다.

'저 나무'가 바로 선생이 단양 군수로 재직할 때 기생 두향이 준 매화다.

마흔여덟 살의 퇴계 선생이 충북 단양 군수였을 때

열여덟 꽃다운 기생 두향이 선생의 용모와 인품에 감동해 온갖 선물을 다 했다고 한다.

늘 꼿꼿하기만 한 선생은 흔들림이 없었다.

두향의 선물 공세 속에서도 유일하게 거절하지 못한 선물이 매화라고 한다.

선생은 도산 서원을 짓고 나무를 그곳에 옮겨 심었다고 전한다.

 

 

눈 속에 핀 매화라는 '설중매' 기생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

때는 조선 건국. 역성 혁명으로 조선을 건국한 뒤 궁궐에서 공신들의 잔치가 열렸다고 한다.

이때 한 공신이 기생 설중매에게 "오늘은 동쪽 집에서 먹고 내일은 서쪽 집에서 자는

(東家食, 西家宿) 네 신세가 어떠냐?"며 기생의 신세를 야유하는 농담을 했단다.

설중매는 "어제는 고려 왕조를 섬겼다가 오늘은 이씨 왕조를 섬기는

대감의 신세와 똑같지요"라고 답해 공신의 입을 다물게 했다는 일화가 전해온다.

설중매의 자태에 어울리는 멋진 말이다.

 

 

이육사의 <광야에서>에서도 매화나무가 있다.

암울한 일제 강점기에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이육사처럼 희망을 느낀다.

지금 눈 내리고 /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 말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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