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동사무소 통기타반
내 나이가 어때서
오승근의 "내 나이가 어때서" 가사 중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나이 드신 분들에게 요즘 18번처럼 요즘 인기가 있나 보다.
나이가 아무리 많이 들어도 사랑을 할 수 있다고...
내 나이 어느새 불혹의 나이를 넘어 지천명까지도 넘어가고
듣는 대로 모두 이해할 수 있다는 이순을 절반이나 지났다.
세월은 속이지 못한다는 말에는 토를 달지 못할 만큼 육체는 솔직하다.
피부는 탄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뱃살은 처지고,
흰머리도 늘어만 가고, 입만 살아서 생각만 많아진다.
언제 내 나이가 이렇게 먹었나 싶을 정도로 머리가 반백이고
이마에 주름은 웬 계급장을 이리도 많이 달았나,
거울을 보면서 지나온 과거를 돌이켜 본다.
우리 동네에 노인복지관이 새로 생겼다
그렇게 극성이던 등산도 이젠 체력이 부족해 따라가기 바쁘니 신통치 않고
새로 생긴 노인복지관에나 등록해서 또 다른 취미를 갖기로 한다.
춘천이 노인천국이라더니 이곳에 오면 고령사회에 도달했다는 사실이 눈앞에 와 실감한다
요가, 체조, 하모니카, 사군자, 통기타 등 몇가지의 프로그램을 선택하여 신청하는데
신청자가 워낙 많아 다 떨어지고 통기타반이 당첨되었다.
그래, 예전에 해 본거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다시 해보자
아들 녀석이 쳐박아 둔 기타를 악기점에 가서 줄도 바꾸고, 튜닝기도 준비를 하는데
등에 짊어진 모습이 제법 무게도 있지만 여간 우스꽝스러운게 아니다.
하긴, 배우는데 나이가 있나. ‘내 나이가 어때서?’
다 늙은 중노인이 커다란 기타 가방을 메고 왔다 갔다 하니
힐끗 쳐다보는 사람들을 볼적마다 왠지 어설프기만 하다.
열심히 해봐야 결과는 빤하겠지만. 하지만 배운다는 자세로 드나들기만 열심이다.
이미 노쇄해 버린 손마디가 줄을 짚어가기는 바쁘기만 하고
악보보랴, 줄팅기랴, 음을 잡으랴, 마음만 바쁘고.. 30분도 않돼 이젠 않되네...
그래도 오늘 공부할 숙제는 마저 해야지... 쩝.
이제 내 나이가 삼십대를 두 번이나 넘어서 산 나이다.
이 나이에 들어서서 지난 날을 생각해보니 까마득한 옛 시절이다.
비록 백발성성하고 눈도 잘 보이지를 않고 피부는 칙칙하고 주름졌지만,
이제는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해도 방해받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
미국의 사회운동가 필립스(Wendell Phillips)는
"사람은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좋은 포도주처럼 익어가는 것"이라 했다.
껍질은 좀 시들었지만 알맹이는 귤씨처럼 터질 것만 같은데, 나는 당당해질 60대다
나이를 먹는 것은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당연한 이치이고,
그럴수록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인생은 길고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것 같지만,
돌이켜보면 기억에 남는 특별한 나날들은 생각보다 얼마 되지 않는다.
인생은 이런 날들이 모여 풍요로워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순을 훌쩍 넘은 나이에 하는 일이 남들 눈에는 쓸데없는 객기나
소용없는 일처럼 보일지라도 나는 계속할 것이다.
‘내 나이가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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