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절반 빠진 실버타운 공사” 

시공사·감리사·신탁사·춘천시·국토부 함께 덮었다

춘천 노인복지주택 신축 공사, 콘크리트 강도 20% 미달·철근 누락 확인


“인천 검단 아파트 사태 재현” 우려에도…

춘천시·원주국토관리청 “문제 없다”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5월25일 강원도 춘천시 실버타운 현장 ⓒ시사저널 김현지

 

강원도 춘천시 최초의 노인복지주택에서 부실 공사 문제가 드러났다.

철근이 절반가량 빠지고 묽은 콘크리트가 건물에 쓰였다.

 

시공사와 감리사 등 업체들은 이를 덮었고, 지역 공무원들은 "문제 없다"며 방기했다.

'인천 검단신도시 순살 아파트 사태' 이후 3년이 흘렀지만,

우리나라 건설 현장의 안일함과 안전불감증은 여전히 변하지 않은 모습 그대로다.

 

"최초 설계와 다르게 임의로 구조 설계 변경"

시사저널 취재진이 춘천역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에 있는 실버타운을 찾은

5월25일 오후. 신축 건물 외벽은 공사가 마무리된 듯 깨끗했다.

 

건물 유리문 사이로 들여다본 1층 내부는 바로 입주해도 될 법했다.

공사비 약 300억원이 투입된 이곳은 154세대를 수용할 수 있는 지하 1층, 지상 8층 규모 건물이다.

 

계약서상 준공 예정일은 오는 8월이다. 다만 건축법 위반 등의 정황이 발견되면서

공사 관련자들이 수사선상에 오른 상태다.

 

춘천에 처음 지어진 실버타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가장 큰 문제는 부실 공사다. 시공사가 허가받은 설계와 다르게 건물을 지은 것이다.

안전과 직결되는 콘크리트 강도와 철근 배합 문제가 나타난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원래 설계서에 명시된 콘크리트 강도는 30MPa다. 실제 측정 결과는 24~27MPa 수준에 그쳤다.

콘크리트 강도는 건물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이는 콘크리트가 외부에서 가해지는 무거운 힘을 얼마나 견뎌내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가령, 30MPa라면 1㎠당 약 300kg의 힘을 버틴다는 뜻이다.

콘크리트 강도는 건물 설계의 출발점이자 핵심이다. 이를 기반으로 기둥과 벽 두께 등이 결정된다. 

 

또 1층 천장과 2층 바닥이 맞닿은 층에는 철근 14개를 넣도록 한 설계와 달리

7개만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마저도 건물 전체를 검사한 결과는 아니다.

 

검사 방법도 벽 외부에서 장비로 진행하는 비파괴 검사에 불과했다.

국토교통부 지정 안전진단 전문기관 '한국구조물성능평가원(KISPA)'은

비파괴 검사를 진행한 결과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고 지난해 10월 판단했다.

 

조사 참여자 6명 중 책임기술자인 유택동 박사(KISPA 원장·건국대 교수)는

1월9일자 소견서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본 건축물 시공 상태는 매우 불량하고 구조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불완전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구조체의 철근 배근이 불량하고 콘크리트의 경우 비파괴 강도시험 결과

강도가 부족해 설계기준강도를 확보하고 있지 못한 상태에 있다.

 

균열 및 재료분리 등의 타설 불량 결함으로 구조 내력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

철판 보강공사와 같은 구조보강이 필요한 매우 불안전한 상태에 있다.

 

또한 본 건축물은 최초 설계와 다르게 임의로 구조 설계 변경이 이뤄져 설계와 다르게 시공된 상태다.

건축물 용도에 적합한 바닥슬래브 두께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된다."

 

우려는 더 있었다. 유택동 박사는 "구조 안전 위험성을 방치한 채 준공이 이뤄져

노인복지시설로 사용될 경우 인천 검단 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와 같이

부실 시공에 의한 구조 안전성 부족으로 건축물 붕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철근 배근, 강도 재료 및 시공 결함 등을 확인해 구조 안전성을 평가하는

정밀한 구조안전진단을 실시해야 한다"며 "그 결과에 따른 구조보강 공사를 통한

구조 안정성 확보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6월 건물 문제를 진단한 다른 업체는 47가지 하자 중

골조와 관련해 7가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5월25일 강원도 춘천시 실버타운 현관 출입문에는 출입 통제 문구가 붙어있다. ⓒ시사저널 김현지

6월21일 강남구 영동대로 510인근 GTX-A 삼성역 철근 누락된 부실공사 현장 ⓒ시사저널 임준선

 

감리사, 시공사 요청에 구조계산서 임의 변경

이는 근거 없는 경고가 아니다. 실제로 2023년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사태는

철근 누락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2023년 7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철근 누락은 물론 콘크리트 강도 등 복합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당시 사고조사위원장인 홍건호 호서대 교수는 "전단보강근이 빠져

저항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초과 하중이 부가되고, 거기에 콘크리트 강도까지 부족해

붕괴가 발생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철근도 부족하고, 콘크리트도 물렀던 것이다. 그해 주차장이 무너진 사고 당시 사망자는 없었다.

그러나 이듬해 전면 재시공을 앞두고 철거 공사를 하던 작업자가 숨지는 등 인명 피해는 결국 일어났다.

 

업계에서는 '비용 절감'을 부실 공사의 배경으로 꼽는다.

콘크리트 강도가 낮아지면 사용 원료가 줄어들고, 그만큼 단가가 떨어져 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

 

묽은 콘크리트는 타설이 쉬워 인건비도 줄어든다.

철근 누락 역시 자재비가 줄어 비용도 절감된다.

최근 GTX-A 삼성역 공사에서도 기둥 80개에 들어가야 할 주철근이

절반만 시공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더욱 심각한 건, 문제가 은폐됐다는 의혹이다.

감리사인 S사, 구조설계사 N사 측은 공사가 끝난 뒤에야 지난 2월

기초 콘크리트 강도 기준을 24MPa로 낮추는 내용으로 구조계산서를 바꿨다.

 

한 달 전인 1월 시공사 D사 측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감리사는 시공자가 설계 도면대로 공사하는지 확인하고,

공사 품질과 안전 등을 지도·감독해야 한다.

 

이러한 기본적 의무가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그사이 신탁사인 K사는 공사를 다시 해야 한다는

안전진단 결과를 알면서도 시공사 D사에 공사비를 지급했다.

 

이는 건축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현행법상 건축주는 지자체에 허가 내용을 변경하려면

다시 허가를 받거나 신고해야 한다(건축법 제16조).

 

'경미한 사항'을 변경할 때는 예외다. 여기서 경미한 사항은

건축법 시행령 12조에 따라 대수선하는 경우 등에 해당한다.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에 대해 춘천시청 측은 지난해 12월 처음 문제가 제기됐을 때

'콘크리트 강도를 임의로 바꾸면 안 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2월 국토교통부 원주지방국토관리청의 안전점검 당시

구조계산서를 근거로 "설계대로 공사가 진행됐다"고 결론을 냈다.

변경 전 구조설계서(왼쪽)와 변경 후 구조설계서(오른쪽). 표시된 부분을 보면

기초 콘크리트 강도가 30MPa에서 24MPa로 바뀌어 있다. ⓒ시사저널 김현지

 

강원경찰청,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 들어가

감사원 역시 지난 3월 이 사안과 관련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춘천시와 원주지방국토관리청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감사원 측은 부실 공사 문제 제기에 대해 춘천시 등의 현장 점검 결과,

균열이나 처짐 등 건물에서 구조적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춘천시 등의 결론대로 콘크리트 강도 변경, 철근 배근 등의 문제는 '경미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했다.

 

시공사 D사 측은 6월4일 서면 답변서를 통해 "콘크리트 강도를 임의로

낮췄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기초 이하 부분은 24MPa, 기둥·보 등 주요 구조부재는

30MPa 기준으로 시공했으며 이는 2024년 6월 최종 배포된 실시설계도서에 반영된 내용"이라고 밝혔다.

 

구조계산서 변경에 대해서도 "2024년 2월 시행사의 요구로 2층 평면이 변경돼

구조 재검토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올해 초 변경한 게 아니라 실시설계도서 배포 전에

이미 정리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시행사·신탁사 간 사업 분쟁과 연결된 사안"이라며 화제를 돌렸다. 

구조설계사 N사 역시 6월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설계대로 공사했고

부실 시공 문제는 전혀 없었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감리사인 S사 측은 6월1일 질의를 받고 하루 후 "우리는 답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사업 인허가권자인 춘천시 관계자는 5월29일 시사저널 통화에서

"춘천 노인복지주택 문제의 경우 경미한 사항이라고 판단했고

별다른 조치를 할 필요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 측은 지난 5월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질의에

"기초 콘크리트 강도를 낮추는 경우 건축물의 구조 안전을 우선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건축물 변경 범위에 따라 법적 절차는 달라진다는 해석을 내놨다.

 

국토부 답변에 따르면 내력벽, 기둥, 보, 지붕틀을 대수선하는 범위에서

변경할 땐 사전 허가나 신고 절차 대신 건물 사용승인 신청 시 일괄신고가 가능하다.

다만, 이 구조들이 세 개 이상 포함돼 '개축'에 해당하면 허가를 받거나 신고를 해야 한다.

 

국토부는 특히 "공사 감리자는 콘크리트 배합·타설 등이 설계도서에 적합하도록

시공 지도 및 확인을 해야 하고 구조상 안전에 대해서는

관계 전문 기술자의 협력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원경찰청은 사건에 연루된 관계자들에 대해 건축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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