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 도둑 막으려다 발 땅심 키우고
병충해 특성 익혀 대비 하는 유기농 방제...
응용하고 공부하면 누구나 가능
/조계환
'풍토가 다르면 농법도 다르다'(농사직설, 1429년).
한국 날씨와 토질에 맞춰 유기농 텃밭 농사법을 안내합니다.

▲날씨가 갑자기 더워지면서 양배추, 브로콜리에 나방애벌레가 달려듭니다. 본격적인 병충해 방제 시작입니다. ⓒ 조계환관련사진보기
5월인데 벌써 더위가 찾아왔습니다. 본격적으로 벌레가 달려들기 시작합니다.
유기농사를 지을 때 병충해 방제가 제일 어렵습니다.
환경과 건강을 생각해서 유기농사를 시작했는데 몰려드는 벌레와 병을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 난감한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넷을 찾아보고 따라해 봐도 잘 안 되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어렵습니다.
기본 개념을 정리하고 경험을 통해 배워야 합니다.
유기농 자재 주요 성분, 병충해별 방제법, 작물에 실제로 응용하는 방법 등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친환경 육성법 유기농 인증 기준에 따르는 합법적이고 현실 가능한 유기농 병충해 방제법입니다.
처음 들어보는 용어나 어려운 말이 좀 있지만 되풀이해서 읽다 보면 익숙해질 겁니다.
찬찬히 읽어보시고 다양한 방식으로 응용하시면 좋겠습니다.
텃밭 농사 짓는 여러 명이 같이 기사를 찬찬히 읽고 병충해 방제법을 공부하는 것도 추천합니다.
한발 먼저 하는 유기농 병충해 방제
유기농 병충해 방제 첫걸음은 돌려짓기, 섞어짓기, 유기물 투입, 배수로 정비입니다.
같은 땅에 해마다 같은 작물을 심으면 땅심이 나빠집니다.
여러 작물을 돌려짓기 하면 자연스럽게 섞어짓기가 됩니다.
가을에 농사가 끝난 뒤 낙엽이나 채소 찌꺼기 등을 밭에 넣고
뒤집어주면 미생물이 많아지고 땅심이 살아납니다.
여기에 배수로 정비를 잘 해서 물 빠짐이 좋아지면 작물 면역력이 강해집니다.
상황에 따라 무당벌레나 개구리, 콜로마니진디벌 등 천적을 활용하기도 하고,
미생물이나 식물추출물로 만든 유기농 자재를 뿌리기도 합니다.
유기농 자재는 화학농약과 다르게 인체에 해롭지 않고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천연 성분으로 만들어집니다.

한국에서 유기농 자재는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검색 사이트에서 '유기농자재목록공시'를 검색하면 농산물품질관리원
유기농 자재 공시 현황 페이지를 찾을 수 있습니다.
주성분, 병충해 등 키워드로 검색하면서 자재를 찾으면 됩니다.
5월 현재 2042건의 유기농 자재가 등록되어 있습니다.
간혹 인터넷에 보면 '자연농약 자가제조', '자연농법 자연농약' 등의 방법을 소개하는 경우가 있는데,
검증되지 않은 방법인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자가제조 하기보다는 인증 받은 유기농 자재를 활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다양한 유기농 자재들

▲한랭사는 유기농사에서 꼭 필요한 자재입니다. 원천적으로 벌레가 들어오는 것을 차단합니다. ⓒ 조계환관련사진보기
유기농 자재에 들어가는 주요 성분과 재료를 정리합니다.
[제충국] : 벌레를 제압하는 국화라는 뜻으로 제충국에 들어있는
'피레트린(Pyrethrin)'성분이 곤충은 죽이지만,사람과 동물에는 독성이 없습니다.
동북아시아에서 수천년 전부터 사용되어 온 유기농 살충제입니다.
진딧물 방제에 효과가 있습니다.
[님오일] : 쓴맛 나는 님나무에서 추출한 오일입니다. 진딧물, 응애 등에 살충 효과가 있습니다.
님오일로 만든 유기농 자재는 가격이 저렴해서 많이 사용됩니다.
[고삼] : 마트린(Matrine)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어 진딧물이나 나방 애벌레,
노린재 등에 살충 효과가 있습니다. 벌레에 직접 맞춰야 효과가 있습니다.
[BT균(Bacillus thuringiensis)] : 가장 많이 쓰이는 미생물 살충제입니다.
나방애벌레를 천천히 죽입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효과도 좋습니다.
[데리스] : 콩과 식물인 데리스 뿌리에서 추출한 '로테논(Rotenone)이라는 천연 성분이
강력한 살충효과를 발휘합니다. 진딧물, 응애, 벼룩잎벌레 등에 효과가 있습니다.
[계피] : 곰팡이병 등에 살균 효과가 있고, 진딧물과 진드기, 모기 등에 살충 효과가 있습니다.
님오일이나 제충국, 데리스 성분과 혼합한 유기농 자재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황] : 살균, 살충 효과가 있는 천연 유기농 자재입니다. 곰팡이병과 진딧물 등에도 효과가 있고,
작물의 잎을 윤기 있게 하고 당도를 높여주는 영양제이기도 합니다.
[석회보르도액] : 프랑스 보르도 지역에서 한 농부가 포도 도난을 막기 위해
황산구리와 석회를 섞어 파란색으로 뿌려 놓았다가 우연히 살균 효과가 증명된 자재입니다.
노균병, 탄저병 등에 효과가 탁월하여 유기농에서 많이 사용합니다.
유기농 사과 껍질에 묻어있는 하얀 물질이 바로 보르도액입니다. 예방 용도로 주로 사용합니다.
[한랭사] : 나방이나 노린재 등을 원천적으로 차단합니다.
두둑 위에 활대를 꼽고 한랭사로 덮어 놓습니다.
온도를 살짝 내려가게 한다고 해서 한랭사라 불립니다. 유기농사에서 가장 많이 사용합니다.

진딧물부터 두더지까지, 어떻게 방제할까
다음은 병충해별 방제법입니다.
[진딧물] : 땅 속에서 개미가 옮겨 놓거나 바람 타고 오는 대표적인 작은 해충입니다.
기사 "진딧물 때문에 농약을? 확실한 퇴치법 알려드립니다"를 참고해주세요.
난황유 만드는 방법 등을 자세히 정리해 놓았습니다.
이 기사에서 한 가지 빠진 것은 배추나 양배추, 브로콜리 등에 주로 오는 양배추가루진딧물 방제법입니다.
날씨가 너무 덥고 습도가 놓으면 다른 자재로는 잘 안 잡힙니다.
'데리스' 성분이 들어간 자재를 활용하면 됩니다.
[나방 유충] : 나방이나 나비가 낳은 알에서 부화한 애벌레들입니다.
아래 사진처럼 생겼습니다. 초록색, 검붉은 색 등 다양합니다.
유기농에서는 주로 BT균(Bacillus thuringiensis)이라는 미생물로 잡습니다. 나방 유충을 천천히 죽입니다.

유기농자재목록공시 '주성분(원료)포함'에서 'Bacillus'를 검색하면 다양한 상품이 나옵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효과도 좋습니다. 이밖에 제충국이나 고삼뿌리를 활용한 자재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나방유충은 보통 고추, 토마토, 배추, 양배추, 브로콜리 등에 옵니다.
나방이 알을 낳고 부화하는 데 4일에서 14일 정도 걸립니다.
1주일 간격으로 저녁에 뿌려 주면 됩니다. 땅 속에서 자라는 경우도 있어서
작물을 심기 전에 BT균으로 만든 유기농 토양 살충제 가루를 뿌리고 심으면 좋습니다.

▲북쪽비단노린재, 작물의 잎이나 열매의 즙을 빨아 먹어서 상하게 합니다. ⓒ 조계환관련사진보기
[노린재] : 노린재는 고약한 냄새가 나는 벌레로 유기농 방제가 무척 어렵습니다.
새나 거미도 노린재는 냄새 때문에 잘 먹지 않을 정도로 냄새가 고약합니다.
풀색노린재, 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 썩덩나무노린재 등 다양한 노린재가 있습니다.
위 사진 속 노린재는 북쪽비단노린재입니다.
사진처럼 작물을 야금야금 빨아 먹어서 결국 잎을 상하게 합니다.
노린재 방제는 보통 냄새가 고약한 무언가를 활용하라는 정보가 있는데, 효과가 거의 없습니다.
냄새로 노린재를 유인하는 페르몬 트랩도 사용해 봤는데,
오히려 마을 노린재가 다 모여들어서 난감했던 적이 있습니다.
유기농자재목록공시 페이지에서 '시험 작물 또는 병충해'에서 노린재를 검색해서
자재를 구입하는 게 좋습니다. 현재 28건의 자재가 있습니다.
고삼 뿌리 성분이 잘 듣습니다. 유기농 자재는 침투하거나 잔류가 안 되기 때문에
노린재를 직접 맞춰야 효과가 있습니다.
풀 속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밭 주변 풀을 싹 제거해주면 좋습니다.

▲왼쪽이 벼룩잎벌레, 오른쪽이 민달팽이입니다. 작물에 구멍을 냅니다. ⓒ 조계환관련사진보기
[벼룩잎벌레(톡톡이)] : 배추와 청경채, 무 등에 찾아오는 아주 작은 벌레입니다.
봄철에 특히 활동이 왕성합니다. 톡톡 튀어 다니기 때문에 손으로 잡기가 어렵습니다.
한번 오면 모든 잎을 너덜너덜하게 만듭니다.
데리스, 시트로넬라오일, 파라핀 오일 등이 들어간 자재로 방제 가능합니다.
[민달팽이] : 작물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지는 않지만, 개체 수가 많을 때는
배추에 구멍을 내는 등 피해가 있습니다. 민달팽이 전용 유기농 살충제를 사용하면 됩니다.
[무름병, 뿌리혹병, 탄저병] : 배추나 고추 등에 오는 병들은 대부분 빗물에서 시작됩니다.
비가 많이 오면 빗속에 병균이 침투해와서 작물에 해를 끼칩니다.
유기농에서는 보통 유황, 동 등 자연에서 나온 자재를 사용합니다.
비가 많이 오는 여름에는 비 그치면 계속 뿌려줘야 합니다.
병균이 한번 오면 유기농에서는 특별한 대책이 없기 때문에 예방 위주로 열심히 방제합니다.
[두더지] : 두더지도 작물에 큰 피해를 끼칩니다.
두더지는 피마자 오일로 만든 천연 기피제가 있는데, 두더지가 피마자 냄새를 싫어해서 덜 옵니다.
땅콩이나 고구마 등 두더지 피해가 극심한 작물의 경우
심기 전에 땅 속에 피마자 오일로 만든 자재를 뿌려주고 심으면 됩니다.
병충해에 따른 방제법을 정리해 보았는데요.
유기농 자재를 뿌릴 때 난각칼슘(현미식초 20리터와 계란껍질 1kg를 3일 정도 용해 후 사용)과
바닷물(초기에는 100배, 중후반기에는 30배)를 함께 뿌려 주면 좋습니다.
유기농 자재의 성분과 병충해별 방제법을 알아보았습니다.
그럼 방제법을 실제로 어떻게 응용할 수 있는지 고추 방제 일정 계획을 세워봅니다.
먼저 진딧물이 올라오기 전부터 무당벌레를 잡아 고추 한 주에 두세 개씩 얹어 놓습니다.
무당벌레만으로 진딧물이 안 잡히면 1주일 간격으로 진딧물 방제를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난황유와 님오일, 난각칼슘 300배, 바닷물 100배를 뿌려주고
다음 주에는 님오일 대신에 제충국, 고삼, 데리스 순으로 바꿔가며 뿌려줍니다.
진딧물이 극성을 부리면 여기에 석회유황을 같이 희석해서 뿌려줍니다.
열매가 맺히기 시작하면 여기에 BT균 자재를 첨가하여 사용하면 됩니다.
장마가 시작되면 병균이 침투합니다. 비가 그치면 황이나 석회보르도액을 뿌려줍니다.
유기농 채소를 먹는다는 것

▲유기농 자재로 일정 계획을 세워 잘 방제하면 고추도 유기농으로 키울 수 있습니다. ⓒ 조계환관련사진보기
유기농 병충해 방제법을 정리해 봤는데요. 기본 개념을 잘 이해하시고 유기농목록공시에서
자재를 잘 검색해서 사용하시면 됩니다. 영농 일지를 꼼꼼히 작성해서
어떤 자재가 효과가 있었는지 등을 정리해 놓으면 좋습니다.
유기농 방제를 해도 작물에 벌레 자국이나 구멍이 나기 쉽습니다.
화학농으로 키운 채소처럼 완전 멀쩡하게 키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작은 구멍이나 벌레 자국 있는 유기농 채소는 사실 깨끗한 채소입니다.
시장에 나오는 채소와 조금 달라도 먹는 데는 지장이 없습니다.
유기농사를 지으려면 구멍 뚫리고 못생긴 유기농 채소에 익숙해지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