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 위 두 갈래의 숲…다르게 자란 30년
[강원 산불 30년…잿더미에서 숲을 찾다]
/강원일보
1996년 고성 산불
자연복원과 인공조림 두 갈래로 되살아난 고성의 숲 장·단점

◇강원 고성군의 산불 피해지역인 숲길의 한쪽에는 인공조림으로 복구된 울창한 소나무 숲이,
또다른 한쪽에는 자연복원 방식이 적용되어 아직 새잎이 나지 않아 앙상한 나무 숲이 동시에 자리잡고 있다.
1996년과 2000년 두번의 대형 산불을 겪은 고성의 산림은 ‘인공조림’과 ‘자연복원’ 두 갈래로 나뉘어 복구가 진행됐다.
각종 연구자료에 따르면 고성 산불 피해지 가운데 30~40%는 인공조림,
60~70%는 자연복원 방식이 적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산불 발생 30년이 지난 2026년 현재, 고성의 산에는 두 방식이 만든 서로 다른 모습의 숲이 나란히 서 있다.
■인공조림 ‘속도와 안정’=인공조림은 사람이 직접 나무를 심어 숲의 골격을 빠르게 회복시키는 방식이다.
산불 이후 급경사지와 토양 유실 위험이 큰 지역, 주요 능선부 등 방재가 시급한 구간에 우선 적용됐다.
조림의 효과는 분명했다.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녹지가 회복됐고, 산사태와 토사 유출을 막는 방재 효과도 컸다.
일정한 간격으로 자란 나무들이 빠르게 숲의 외형을 되찾았다.
반면 단일 수종 위주의 숲은 병해충과 기후 변화에 취약할 수 있고,
수목 구조가 균일해 생물 다양성이 제한된다는 한계도 보였다.
빠른 복구에는 성공했지만, 생태적 회복과 구조적 안정성에는 취약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연복원 ‘방치 아닌 다양성’=자연복원은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숲의 자생력으로 회복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산불 피해지 가운데 접근이 어렵고 범위가 넓은 지역이 대상이 됐다.
불에 그을린 땅에서도 시간이 흐르자 참나무류를 비롯해 다양한 활엽수가 자연스럽게 싹을 틔웠다.
이 과정에서 나무의 높낮이와 수종 구성이 제각각인 입체적인 숲 구조가 만들어졌다.
초기 회복 속도는 느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숲의 밀도와 생태적 안정성은 높아졌다.
다만 회복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산이 황폐해 보이는 시기가 길어
주민과 행정 모두에게 ‘기다림’이 필요한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산불 피해지 맞춤형 복원 필요”=전문가들은 인공조림과 자연복원 모두 장점과 단점이
뚜렷하기에 산불 피해지역의 조건과 지형, 토양 특성, 향후 관리 목적 등에 따라
복구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빠른 안정이 필요한 지역은 조림, 생태 회복 잠재력이 높은 지역은 자연복원을 적용하는
‘혼합 복원’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인공조림과 자연복원을 병행하며 소나무 중심의 단순림에서 참나무류가 섞인
혼효림으로 숲의 구조가 변화하는 지역도 있다.
박수진 한국기후변화연구원 기후정책2연구실장은 “이제는 조림이냐 자연이냐를
따질 단계가 아니라, 어디에 어떤 방식이 필요한지를 판단하는 단계로 왔다”고 말했다.
겉은 울창해졌지만 속은 불씨로 가득”…산 전체가 화약고
[강원 산불 30년…잿더미에서 숲을 찾다]1996년 고성 산불
기후변화 영향 산불 특정계절 재난에서 상시 발생 위험 전환
산불 피해지역 복구 이후에도 쓰러진 나무와 낙엽 쌓여 방치
산림 내부에 가연성 연료 빠르게 축적돼 대형산불 확산 구조
여전히 산림 복구 정책이 중심…복원 이후 관리 시스템 취약
전문가 “산불확산 속도 늦출 수 있는 ‘버티는숲’ 조성이 핵심”

◇1996년 대형 산불 피해지역인 고성군의 한 야산.
기후변화로 고온·건조한 날씨와 강풍이 반복되면서 산불은 더이상 특정 계절에 국한된 재난이 아닌,
연중 상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됐다. 특히 숲이 빠르게 회복되는 과정에서
산림 내부에 낙엽, 고사목, 하층식생 등 가연성 연료가 불쏘시개 역할을 하며 한
번 불이 붙으면 급격히 커지는 구조가 형성됐다.
초기 진화에 실패할 경우 대형 재난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크게 높아졌다.
이에 단순히 불을 끄고 산림을 복구하는 정책에서 벗어나 산림 내부 불쏘시개를 줄이고
위험요인을 사전에 관리하는 예방 중심의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람 불 때마다 산처럼 쌓인 낙엽 들썩”=22일 찾은 대형 산불 피해지역인
강원 고성군 죽왕면의 한 산자락.
강풍에 쓰러진 나무들은 등산로와 임도 경계까지 넘어온 채 방치됐고 ,
마른 가지와 낙엽이 곳곳에 쌓여 있었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숲 가장자리 낙엽이 들썩이는 등 작은 불씨에도 불길이
금세 번질 수 있는 위험한 구조가 드러났다.
산길에서 만난 주민 김모(60)씨는 나무 밑동에 겹겹
이 쌓인 낙엽을 들어 보이며“겉으로는 산림이 복구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속은 다르다.
낙엽이 산처럼 쌓여 작은 불씨도 대형 산불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1996년 산불 이후 30년 가까이 복원이 진행된 고성군 산림은 외형적으로는 울창해졌지만,
내부에는 낙엽, 고사목과 쓰러진 나무, 솔잎, 건조상태 풀·잡초류, 수목 껍질 조각 덩굴류,
마른 나뭇잎과 나뭇가지 등이 가득했다.
자연복원지와 초기 인공조림지 모두 이러한 불쏘시개 밀집 현상이 뚜렷했다.
강원 동해안에서 반복된되는 대형 산불 역시 대부분 불쏘시개가
잔뜩 쌓인 곳에서 급속히 확산된 것으로 분석된다.
■산림복구 이후 관리없이 방치=산림복구 이후 관리 체계는 여전히 취약하다.
강원지역 대부분 지자체는 예산·인력 부족과 주민 수용성 문제 등으로 정기적인 솎아베기,
하층 식생 제거, 연료 관리, 산림·마을 완충지대 조성 등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불이 나기 전 위험을 줄이는 예방 관리보다 불이 난 뒤 복구에 행정력이 집중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복구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대형 산불에 견딜 수 있는
‘버티는 숲’을 만드는 방향으로 산림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핵심 과제로는 △단순림을 혼효림으로 전환하는 숲 구조 개선
△정기적인 산림 연료 제거 △산림과 마을 사이 완충지대 확대
△자연 복원지 장기 모니터링 강화 등이 제시된다.
단순히 나무를 베고 심는 것이 아니라, 숲의 구조 자체를 조정해
산불 확산 속도를 늦추는 전략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대건 한국기후변화연구원 공학박사는 “이제 산불 정책의 목표는 얼마나 빨리 복구했느냐가 아니라,
다음 산불 앞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로 바뀌어야 한다”며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생태 모니터링과 숲 구조 개선 관리도 함께 병행돼야
산림 복구가 진정 완료됐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성지역의 한 산자락에 나무가 쓰러진채 방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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