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강원도 정선군과 평창군에 걸쳐있는 ‘가리왕산(加里旺山)’에 처음으로 가본 적은 10여 년 전이다. 인근에 있는 군부대에서 장교로 군복무한 관계로 몇 차례 ‘정찰’을 위해 부대원들과 함께 갔었다. 군장을 메고 등산하는 것이라 몸은 고달팠지만 마음은 즐거웠다. 군대를 다녀온 남자라면 잠시나마 부대를 벗어나는 것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지 알 것이다. 주말에 부대 밖 교회를 가는 것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말이다. 

나에겐 가리왕산은 그 전까지 봐왔던 다른 산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능선이 끝없이 이어지고 산 정상부근에 초원지대가 펼쳐진 풍경은 다른 산에서는 보기 힘든 것이었다. 높이가 1562미터(m)로 남한에서 아홉 번째로 높은 산인 가리왕산 능선에는 고산식물인 주목, 잣나무, 단풍나무 등 각종 수목이 울창하다. 또 봄에는 산기슭 곳곳에 취나물, 두릅 등 수십 종의 산나물이 돋아난다. 당시 부대원들과 함께 드릅을 취식했음을 ‘자백’한다. 

생태학적 보존가치가 높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가리왕산이 지금 가리왕산 중봉 일대에 건설 예정인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키 활강 경기장과 관련하여 건설의 타당성과 환경 복원 가능성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동계올림픽 개최 삼수도전 끝에 2011년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평창이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고 1년 후 가리왕산 중봉이 동계올림픽 스키 활강 경기장 지역으로 결정된 이후로 강원도‧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와 환경단체 사이에 환경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 2012년 10월 우이령포럼 '가리왕산 대책위원회' 한 회원이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가리왕산에 동계올림픽 스키활강경기장 건설을 반대하며 스키 복장을 하고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리왕산 스키 활강 경기장 훼손 지역, 경기 후 복원 가능성은?


강원도‧조직위의 입장은 가리왕산 중봉에 스키 활강 경기장을 건설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국제스키연맹(FIS)이 스키 활강 코스의 가이드라인으로 삼고 있는 표고차 800미터(m)를 만족시킬 수 있는 곳은 가리왕산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평창동계올림픽 경기 후 슬로프는 산림으로 복구‧복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필요한 경우에는 경기장 건설을 위해 일부 해제된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을 환원시키고 일부 시설은 동계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 측의 입장은 다르다. 일부에서는 가리왕산이 스키 활강 경기장 지역으로서 유일한 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고 기존 스키장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경기장 건설 과정에서 동‧식물에 대한 적지 않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고 강원도‧조직위가 내세우는 가리왕산 훼손 지역에 대한 복구‧복원 계획이 현지에서 채취한 자원을 활용하고 자연적으로 식생토록 한다는 것인데 이는 이른바 ‘자연천이’로서 성공 가능성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따라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복구‧복원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원도 태생인 나로서도 평창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열리고 세계로부터 찬사를 받기를 원한다. 따라서 이왕이면 멋지고 훌륭한 경기장이 건설되기를 바란다. 만약 가리왕산 중봉 일대가 스키 활강 경기장으로서 최적의 지역이라면 불가피한 일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러나 강원도‧조직위의 가리왕산 경기장 지역 복구‧복원 계획에 따를 때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훼손 지역의 복구‧복원이 제대로 이루어질지 의문이 든다면 가리왕산 스키 활강 경기장 건설에 앞서 확실한 복구‧복원 방안에 대한 철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강원도‧조직위가 가리왕산 스키 활강 경기장은 올림픽 경기 후 해체를 원칙으로 한다고 하는 것을 보면 가리왕산 활강 경기장은 어쩌면 ‘임시’ 스키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임시로 쓸 스키 활강 경기장을 건설하기 위해서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보전가치가 있는 가리왕산 중봉 일대를 훼손하여 환경침해 논란을 일으키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강원도‧조직위의 계획에 따른 복구‧복원도 제대로 이루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면 경기장 건설의 ‘베니핏’이 그로 인한 ‘리스크’를 상쇄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경기장 건설과 함께 복구‧복원에 대한 확실한 방안 필요

1976 동계올림픽 개최지였던 미국 콜로라도 덴버시가 경기장 건설로 인한 로키산맥의 환경 침해 및 개최비용 논란으로 주민투표를 실시한 결과 개최 반대가 결정됨으로써 개최권을 반납하여 결국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1976 동계올림픽이 개최된 사례와 2022 동계올림픽 유치와 관련하여 스위스 생 모리츠가 동계올림픽 개최가 생 모리츠의 자연환경에 해를 끼칠 위험이 있다는 일부 여론으로 인한 동계올림픽 유치 찬반논란이 있어 작년 초 생 모리츠가 속해 있는 그라우뷘덴 주(州)의 주민투표 결과 유치 반대의견이 더 많아 2022 동계올림픽 유치 계획을 포기한 사례는 우리로서는 먼 나라 이야기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처럼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찬반 투표를 하자는 말이 아니다. 나는 평창동계올림픽이 기다려지는 사람이다. 다만 평창동계올림픽 만큼 우리에겐 가리왕산 중봉 일대의 자연환경도 소중하므로 가리왕산 스키장 지역의 복구‧복원에 대해선 철저한 고민과 연구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기장 건설 이전부터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조직에서 복구‧복원의 가능성을 검토하고 제대로 된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이병천 박사(산과자연의 친구 우이령사람들 회장)는 대상 지역에 대한 전체 식물종에 대한 군집, 희귀식물 및 노거수에 대한 개체별 정확한 자료 수집, 대상지에 대한 지질 및 토양구조의 세밀한 조사분석, 가리왕산에 자생하는 모든 식물종에 대한 종별 복원 프로세스 마련, 복원센터 구축 등의 방안을 제시하는데(‘가리왕산 활강스키장 자연복원 문제점과 몇 가지 대안’,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건설, 이대로 괜찮은가 국회토론집), 정말 필요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겠다. 가리왕산 중봉 일대의 스키 활강 경기장 건설의 득실을 따져보면 강원도, 지역 주민, 강원도민에게 모두 이익만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이득만을 보는 자는 분명히 있다. 바로 가리왕산 스키장을 건설하는 업자 또는 일대 토지를 이미 소유한 외지인일 것이다. 

< 필/자/소/개 >
필자는 중학교 시절까지 운동선수였는데 운이 좋아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법조인의 인생을 살고 있다. 개인적으로, 직업적으로 스포츠‧엔터테인먼트와 문화에 대하여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 스포츠‧엔터테인먼트와 문화의 보편적 가치에 따른 제도적 발전을 바라고 있다. 그런 바람을 칼럼에 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