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초가 찾아왔습니다
일본에서는 새해 초에 복수초를 선물하는 풍습이 있다고 합니다.
이름을 한자로 쓰지 않으니 뜻이 명확하지 않아 혹 오해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나쁜 뜻의 앙갚음이 아니라 행복과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복수초(福壽草)입니다.
복수초의 노란색 꽃이 부와 영광과 행복을 상징하는 황금색인 데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본명 그대로 복수초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워낙 어감이 좋지 않다 보니 수복초로 바꿔 부르자는 주장도 있었습니다만
오십 보 백 보가 아닌가 싶습니다.
중국에서는 ‘측금잔화(側金盞花)’라고 합니다.
덜 벌어진 노란 꽃을 금잔에 비유한 이름입니다.
식물명을 간단명료하게 잘 짓는 북한에서는 ‘복풀’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더 좋은 이름이 있습니다. ‘얼음새꽃’과 ‘눈색이꽃’이 그것입니다.
얼음 사이에 핀다 하여 얼음새꽃, 눈을 삭히며(녹이며) 핀다 하여
눈색이꽃이라고 하는 것이니 얼마나 아름다운 순우리말 이름입니까?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복수초 종류는 복수초, 개복수초, 세복수초의 3종으로 압축됩니다.
이 중 개복수초는 복수초에 비해 꽃이 두 배 가까이 크고
잎이 나면서 꽃이 함께 피는 점이 다릅니다.
주로 바닷가 쪽에서 자라는데, 특히 서해안 섬 쪽에서 피는 것들은 모두 개복수초입니다.
이곳의 개복수초는 해양성기후의 영향을 받는 바닷가 쪽에서 자라다 보니
복수초보다 이른 시기에 핍니다.
그중 강원도 동해시 천곡동 냉천공원(찬물내기)에서 서식하는 개복수초는
1월부터 피기 때문에 겨우내 꽃소식에 굶주린 전국의 사진가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읍니다.
어떤 해에는 12월부터 꽃망울을 터뜨리기도 해서 제정신이 아니라는 소리까지 듣습니다.
어쨌든 개복수초는 하얀 눈 속에서 피는 모습을 담기에 가장 좋은 모델입니다.
세복수초는 개복수초와 비슷하지만 잎이 가늘고 날카롭게 갈라지는 점이 다릅니다.
이름에 들어가는 ‘세’자가 한문의 ‘가늘 세(細)’자입니다.
제주도에서 자라기 때문에 마주치기는 어렵습니다.
오리지널 복수초는 개복수초나 세복수초에 비해 꽃이 작고 잎이 늦게 나는 점이 다릅니다.
경기도(예봉산, 화야산, 천마산, 축령산 등지)와
강원도(광덕산, 설악산 등지)의 산지에서 자라는 것은 모두 다 복수초입니다.
개복수초가 아닌 복수초를 눈 속에 핀 모습으로 카메라에 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3~4월에 피다 보니 눈을 녹이며 피는 경우는 드물고
대개는 꽃이 핀 후에 눈이 내려 쌓인 경우가 많습니다.
차가운 눈 속에서 노란 꽃이 활짝 펼쳐지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어서
눈이 한바탕 내린 후 볕이 잘 드는 날에나 가능한 일입니다.
그 외에는 모두 조작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양심에 위배되는 행위가 가해진 사진 말입니다.
그래서 꽃사진을 어느 정도 찍어본 사람이라면 조작인지 아닌지 가려낼 수 있습니다.
디지털카메라가 많이 보급된 지금은 하도 많이들 찍어대다 보니
고수들은 실제로 눈 속에 핀 복수초라 할지라도 잘 찍지 않게 되고
사진전에도 잘 내지 않는 편입니다.
이제 농장에 복수초가 찾아왔습니다
작년에 3월20일부터 복수초가 피기 시작해서 세잎복수초가 4월 20까지 피어있었습니다
도중에 4월9일에 눈이 내리는 바람에 운좋게 눈속에 핀 복수초도 만났습니다
작은 농장 안에서도 장소에 따라 피는 시기가 조금씩 다릅니다
밤이면 영하로 떨어지는 기온 때문에
아직 바람꽃도, 얼레지도, 제비꽃도 겨울에서 깨어나지 못했습니다만
봄이 멀었다고요? 아닙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들꽃들은 추위를 이기고 감동스럽게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을 겁니다.
누가 보든 보지 않든 말입니다.
복수초 집안의 식물을 통틀어 부르는 학명은 아도니스(Adonis)인데,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미소년 이름과 똑같습니다.
아도니스가 죽어가면서 흘린 피가 진홍빛 복수초를 피워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땅속에 살던 페르세포네라는 여신이 아도니스를 살려내자,
제우스는 아도니스에게 평소 사랑하던 아름다움의 여신 아프로디테와는 지상에서 반년,
페르세포네와는 지하에서 반년을 살라고 명령했다고 합니다.
복수초 역시 지하에서 살다 봄이 시작되자마자 사랑 이야기를 전하려고 지상으로 나오는 것이라니,
생각해보면 이 역시 역경을 초월한 사랑의 메시지임에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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