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진객 철새가 찾아왔다’
철원 철새탐조관광 매일 2회 운영…화요일 제외
고석정∼평화전망대∼아이스크림고지 코스
▲ 겨울철새들이 철원평야에서 힘차게 비상하고 있다. 철원군은 내년 2월까지 철새 탐조 관광을 운영한다.
휴전선 비무장지대(DMZ)에 인접한 철새마을 양지리 등 철원평야에 겨울 철새들이 찾아오면서 철새탐조관광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철새 탐조 관광은 지난 9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돼 오는 2월말까지 이뤄지며,
매주 화요일 제외한 매일 오전 9시30분과 오후 1시 등 2차례에 걸쳐 철의삼각전적지관광사업소 고석정에서 출발한다.
3시간 정도 소요되는 철새탐조관광은 개인 및 단체별로 사전예약신청(033-455-8275) 을 해야 하는 가운데
개인 관광은 1인당 1만9000원(시설사용료 4000원 포함) 으로 최소인원 기준이 20명이고,
단체는 30명 기준으로 1인당 1만3000원(시설사용료 3000원 포함) 의 비용이 든다.
탐조는 양지리 토교저수지~독수리참조~철원평화전망대~비무장지대 관광~아이스크림고지~두루미 등 철새 탐조 등으로 진행되며,
단체의 경우 출발 7일전까지 관광문화과(033-450-4466) 로 문의해 문화관광해설사를 신청하면 함께 철새탐조 여행이 가능하다.
철원은 가을추수로 떨어진 곡식 등 먹을거리와 겨울에도 얼지 않는 사계절 맑은 물이 샘솟는 샘통,
비무장지대의 맑은 물이 모인 토교저수지, 동송저수지 등이 있는 관계로 인해 겨울이면 철새들의 천국이 되고 있다.
현재 철원평야에는 지난 9월 중순쯤 재두루미(천연기념물 203호)와 두루미(천연기념물 202호), 쇠기러기 등 각종 철새가 찾아와
서서히 장관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독수리(천연기념물 제243호) 도 지난해보다 일찍 철원을 찾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뚜루루루~" 추운 겨울 마음을 흔드는 소리습지의 신 두루미를 찾아 떠나는 'DMZ 탐조여행'
"뚜르르르르르… 뚜르르르르르…"
낮고, 부드러우며, 가슴을 울려주는 두루미들의 합창소리가 민통선 내의 정적을 깨고 임진강 평화습지원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인적과 소음이 끊어진 곳에서 허리가 분단된 민족의 아픔이라도 달래주려는 것일까?
두루미들의 울음소리는 구슬프다 못해 마음의 파동까지 송두리째 흔들어 주는 어떤 알 수 없는 공명(共鳴)을 가졌다.
가늘고 긴 다리로 빙판을 딛고, 긴 목을 빼들고 흰 날개를 퍼덕이며 '뚜르르르~' 소리를 내는 두루미의 자태는 아름답다 못해 고귀하게만 보인다.
두루미들의 낙원 '임진강 평화습지원'
재두루미
"재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3호)는 암수 동일하며 눈 둘레는 빨갛고 그 주위는 검으며 뒷머리·턱밑·뒷목은 희다.
앞목·가슴·등·배는 짙은 회색이고, 날개의 앞쪽은 엷은 회색이다.
몸길이는 약 127cm이다. 겨울에 암수와 어린 새 2마리 정도의 가족무리가 모여 50~300마리의 무리를 형성한다.
어류·갑각류·벼·식물의 뿌리 등을 즐겨 먹는다.(윤무부 저 <한국의 새>에서)
"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2호)의 머리 꼭대기는 붉고 턱밑·목·날개의 뒤쪽은 검은색이며, 몸통의 나머지는 흰색이다.
다리는 검고 부리는 황갈색이다. 몸길이는 약 140~150cm이며, 날개를 펴면 넓이가 220~240cm이다.
휴전선 중서부 철원, 연천 등으로 찾아오는 드문 겨울철새로 가족군을 이루고
민물고기나 잠자리·메뚜기·개구리 등을 주로 먹는다.(윤무부 저 <한국의 새>에서)
머리에 붉은 관을 쓴 '장수와 행운의 상징'
두루미는 머리 정수리에 붉은 관을 쓰고 있다. 이 단정(丹頂)은 두루미가 느끼는 감정에 따라줄어들거나 커진다고 한다.
두루미의 영문 이름도 단정을 의미하는 'Red-crowned Crane'(머리에 붉은 관을 쓴 두루미)이라 부르고 있다.
중국에서는 '단정학(丹頂鶴-머리 정수리가 붉은 학)'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우리나라 '두루미'라는 이름은 '뚜루루루~ 뚜루루루~' 하고 울어대는 소리에서 붙여졌다고 한다.
두루미의 전형적인 울음소리는 기관의 발달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어릴 때는 목으로 연결되는 관이 짧고 가늘어 "피잇, 피잇" 하고 울다가,
1년이 지나면 관도 길어지고 굵어지며 "뚜르르르~ 뚜르르르~" 하고 길고 굵은 소리로 바뀐다고 한다.
조류학자 원병호 교수에 의하면 두루미가 과시행동을 할 때는 "큐웃, 큐루루루, 코로로, 코로로, 키로로"
또는 "쿠쿠쿠쿠쿠루루~ 쿠루루~" 하고 운다고 한다. 일제히 울 때는 "가~오우, 가~오우" 하고 시끄럽게 운다고 한다.
멀리서 들어도 두루미 울음소리는 다른 새들과 확연히 구분이 된다. 참새나 박새, 까치소리처럼 경박하지도 않고, 촐랑거리지도 않는 소리다.
두루미가 우는 소리는 부드러운 목관악기 소리처럼 들어도 영 싫증이 나지 않는 소리다.
마치 바순이나, 오보에, 플루트 등 목관악기의 우아한 실내악 연주를 듣는 것처럼 감미로운 느낌이 든다.
두루미는 중국에서는 학이라고 하는데 시인 서정주는 두루미 울음소리를 두고 이렇게 노래했다.
천년 맺힌 시름을/출렁이는 물살도 없이/고운 강물이 흐르듯/학이 난다/천년을 보던 눈이/
천년을 파닥거리던 날개가/또 한 번 천애에 맞부딪치누나/산 덩어리 같아야 할 분노가/
초목도 울어야 할 설움이/저리도 조용히 흐르는 구나(서정주, '학')
몸 길이의 반이나 되는 긴 다리를 얼음판에 딛고 걸어가는 두루미를 바라보노라면 영락없이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걸어가는 지조 깊은 선비의 모습이 연상된다.
아니 선비들이 두루미 흉내를 내고 있는 것이다.
긴 다리와 긴 목은 습지에서 사는 데 아주 유리하다.
먹이를 먹으면서도 촐랑거리지 않는 우아한 자태는 배가 고프면서도 고픈 채를 하지 않는 굳은 절개를 지닌 선비기질을 보는 듯하다.
두루미는 장수·신성함·부부애·행복·행운 등을 상징한다.
아름다운 것만 취하여 몸을 보양하고 사기가 없어 예부터 두루미는 장수한다고 여겨왔으며,
신성사상의 십장생 가운데 하나로 인식되어왔다. 천 년이 지나면 흰색의 학이 푸른색으로 변해 청학(靑鶴)이 되고,
이천년이 지나면 검은 색으로 변해 현학(玄鶴)이 되어 불사조가 된다고 믿었다.
그러나 실제로 두루미의 수명은 30~80년 정도로 보고 있다.
순백색의 몸빛과 머리꼭대기 붉은 정점에서 오는 감각적 특성은 세속과는 다른 초연한 기품을 떠올리게 하며,
흰색과 검은 색의 배합에서 오는 고고함과 신성함을
호의현상(縞衣玄裳-소동파의 적벽부에서 나온 말로 흰 저고리와 검은 치마라는 의미)이라 불렀다.
사람들은 그만큼 두루미를 고결한 영물로 취급해 왔다.
한 번 짝을 맺으면 평생 함께 살아
두루미는 한 번 부부의 연을 맺으면 일생동안 일부일처를 유지하며 산다.
한 번 맺은 짝은 평생을 함께하며, 한쪽이 상실을 하면 홀로 살아가며 고결하게 절개를 지킨다고 한다.
두루미는 짝짓기를 할 때 여러 가지로 구애의 춤을 춘다고 한다.
서로 절하기, 머리 숙이고 다가서기, 날개 펄럭이기, 머리 숙이기, 점프하기 등…
두루미들의 춤은 아무리 보아도 경박하지 않고 우아하게 보인다.
두루미는 주로 물로 둘러싸인 습지를 좋아 한다.
천적이나 다른 동물들의 습격을 피하기 위해 여울이나 물로 둘러싸인 안전한 습지 한가운데서 둥지를 틀거나 잠을 잔다고 한다.
자연 그대로의 두루미 서식지 보호해야...
우리나라에는 10월 하순경부터 두루미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여
이듬해 3월경까지 월동을 하다가 다시 고향인 아무르강 등 시베리아 지역으로 날아간다.
두루미들이 서식하는 습지원은 두루미들을 위한 세심한 주의와 배려가 필요하다.
이곳 평화습지원도 세간에 알려지면서 점차 많은 관람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두루미 촬영을 하기 위해 무분별한 접근 행위나 소음은 억제해야 한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1일 관람객수를 시간별로 제한을 할 필요가 있다.
☞ 임진강 평화습지원 가는 길 및 출입안내 |
- 찾아가는 길 :승용차를 이용하여 국도 3선을 따라 연천읍을 거쳐 78번 지방도를 이용해 태풍전망대이정표를 따라 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대중교통 이용은 어렵다. - 연락처 : 임진강 평화습지원 현장 031-834-6946, 연천군 문화관광과 031-839-2061 - 주소 :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186번지 일원 - 출입방법 : 삼곶리 민통선초소출입-신분증 제시-출입 - 출입시간 : 10:00~16:00 - 준수사항 : 출입 후 초소의 안내에 따라 행동하고, 개별행동은 삼가해야 한다. - 신분증지참 : 임진강 평화습지원은 민통선 안에 위치하여 방문시 신분증이 필요하므로, 방문자는 반드시 신분증을 지참하여야 한다. - 두루미 생태관찰대 : 삼곶리초소에서 승용차로 5분인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두루미를 관찰하며 사진을 촬영하기에 가장좋은 장소다. 주 소 : 경기도 연천군 군남면 삼곶리 군남홍수조절지 상류 민통선 내 |
사람에게 너무 불편한 홍콩 탐조시설... 부럽다
최소한의 출입만 허용하는 홍콩 탐조시설, 우리는 사람을 위한 공간
/이경호
우리나라는 11월이 되면 새들로 온통 북적인다. 철새들을 보기 위한 시민들의 방문 또한 많은 계절이 겨울이다.
이런 탐조객을 위해 지자체별로 앞 다투어 탐조대 설치에 나서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탐조대를 설치한 곳에서 새를 보는 것은 먼 나라 이야기 일 뿐이다.
최근 탐조객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매우 반가운 일이다. 사람과 새들이 가까워진다면,
새를 위한 작은 배려나 새들의 서식공간을 지키는 것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높아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새들의 서식처로 유명한 곳에서는 새를 주제로 한 철새축제나 탐조대회 등
새를 사람들이 친근하게 여기게 하기 위한 여러 행사들도 이루어지고 있다.
동아시아 철새이동경로에 중요한 축이 되고 있는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은 그야말로 철새들의 낙원이라고 할 만했다.
거기에 다이내믹한 강의 흐름과 만나면서 생명들이 서식하는 모래톱과 사주, 하중도 등을 다양하게 만들어 놓았었다.
지금은 개발과 댐건설 등으로 많이 훼손되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많은 새들이 찾아오고 있다.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철새들은 주로 강과 갯벌 주변에 서식한다.
이 때문에 철새탐조를 위한 탐조대나 전망대는 대부분 바닷가와 강가에 설치되어 운영된다.
이렇게 설치된 탐조대를 찾으면 아늑한 내부공간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제 새들을 보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이다. 왜 그럴까?
우리나라와는 다른 마이포습지-홍콩습지공원 탐조대
홍콩의 습지공원과 마이포습지의 탐조대와 비교하면 쉽게 이유를 알 수 있다.
지난해 11월 찾은 마이포습지와 홍콩습지공원의 탐조대는 우리나라와는 사뭇 달랐다.
'아늑한 내부공간보다는 불편한지만 새를 만날 수 있는 시설'이었다라고 정리할 수 있다.
우선 홍콩 습지공원은 사람과 새들의 공간을 철저하게 분리해 놓고 있었다.
새들의 천적인 사람의 접근을 막기 위한 제방을 만들어 놓았다.
제방에는 사람의 접근을 통제하고, 탐조대에서만 새들을 관찰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사람의 행위에 따라서 새들이 이동하거나 떠나는 일은 없었다. 때문에 아파트와 인접한 습지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새들이 월동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간은 일반 공원처럼 사람들이 이용하고,
새들의 공간에 침범하지 않게 탐방로 등을 설계했다.
홍콩습지공원은 자연과 사람의 공존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이었다.
새들의 보전이 우선이고, 이후에 사람들의 이용을 적절히 조화시킨 공간이었다.
대전의 월평공원과 갑천도 이런 도시습지로서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월평공원은 관통도로가 개통되고 인접지역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인 서남부 사업이 추진되면서
습지로 유지되는 어려운 조건들이 산재해 있는 점이 매우 아쉬웠다.
거대한 도시 한복판에 새로운 습지공원으로 월평공원과 갑천이 유지되어 대전판 홍콩습지공원이 되기를 기원한다.
아무튼 일갈하고 홍콩습지공원의 탐조대는 좀 불편하지만 새들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설계가 되어 있었다.
조명도 없고 어두침침한 실내지만 많은 탐조객이 새를 보기위해 찾아와 있었다.
저마다 자리를 잡고 조용한 가운데 탐조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약간 경건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탐조대에 가득 차 있는 탐조객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런 식의 탐조문화가 부럽게만 느껴졌다.
나무로 설계하여 새들이 탐조대라는 것을 최대한 눈치를 못채게 만들어 놓았다.
▲ 횃대와 보존된 하중도. 횃대에 앉아있는 가마우지와 뒤편 섬에 쉬고 있는 왜가리와 노랑부리저어새
홍콩습지공원에는 횃대 등 새들이 서식할 수 있는 보조장치들을 만들어 놓아 새들의 편안한 휴식을 돕고 있었다.
습지 내에 작은 하중도(습지내 작은 섬) 등을 보전하여,
새들이 천적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둥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놓고 있었다.
서식공간을 훼손하지 않았기 때문에 새들은 자유롭게 습지에서 월동할 수 있는 것이다.
철저하게 새들만을 위한 공간 만들어... 한국도 변화 필요
홍콩습지공원은 사람과 새들의 서식공간 분리를 통해 서식처를 유지하고 있었다면,
마이포습지는 철저하게 새들만을 위한 공간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인간의 개입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새들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만 사람의 출입을 허가하고 있었다.
1984년부터 세계자연보호기금 홍콩지부 (WWF HongKong)에서 관리하고 있는 마이포습지는 새들의 천국이었다.
홍콩에 서식하는 7종의 맹그로브 중 6종이 마이포습지에 자생하고 있다고 하니,
습지의 생태적 다양성은 놀라울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마이포습지는 철저한 통제와 함께, 가이드를 동반하여 출입하게해 새들에게 주는 영향을 최소화 하고 있었다.
마이포습지 역시 탐조대를 설치해 놓고 새들을 관찰하였다.
▲ 마이포 습지의 조감도
출입이 제한된 마이포습지에서는 어디를 가나 새들을 만날 수 있다.
철저한 통제와 인적 관리 때문인지, 새들은 사람들을 겁내하지 않았다.
아주 가까이에서까지 새들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세상에서 가장 쉽게 저어새를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저어새는 전 세계 660여 마리 정도밖에 서식하지 않는 희귀한 철새이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서해안 무인도와 갯벌 일부에서만 번식하는 멸종위기종이다.
저어새의 중요 월동지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저어새 보호를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서해안에 조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지속적인 갯벌 매립으로 저어새의 번식지가 위협받고 훼손되는 것 역시 주지의 사실이다.
▲ 마이포 습지의 철새탐조대. 새들의 눈에 띄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한 모습이 보인다.
탐조대까지 이동하는 통로 역시 생태적으로 설계되어 사람과 사람의 보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만들어 놓았다.
사람에게 편리한 시설이 새들에게는 불편할 수밖에0 없다는 것이 안내자의 설명이다.
이런 보전노력으로 저어새를 비롯한 많은 철새들이 마이포에 서식하고 있는 것이다.
마이포에서 2시간의 탐조시간 동안 만난 새는 약 39종! 우리나라는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39종을 볼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는 것을 감안하면
정말 엄청난 생태다양성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 마이포습지의 철새탐조대로 가는 데크. 사람의 교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작게 그리고 눈에 띄지 않게 조성했다.
이렇게 잘 유지되고 있는 홍콩의 습지공원과 마이포습지를 보고난 뒤 찾아간 금강하구는 탐조시설은 정말 '헐' 그 자체다.
화려하게 치장되어 있는 탐조시설들 인근에 새들은 찾을 수 없었다.
금강하구에 찾아오는 많은 새들을 보전하는 걸 우선시하기보다는 사람들을 찾아오게 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빚어진 참사가 바로 탐조대다.
서천과 군산에 각각 설치된 탐조대는 규모는 마이포와 홍콩습지공원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다.
이렇게 거대한 탐조시설은 철저하게 사람을 위한 공간이다.
아늑한 실내와 통유리로 설계되어 있는 모습은 새들이 보기에 너무 눈에 잘 띌 수밖에 없다.
새들의 눈에 띄지 않게 만들려고 노려한 홍콩과는 너무나 비교되는 모습이다.
이런 시설이 설치되어 있는 곳에 새들이 찾아올 리 만무하다. 다른 지역의 철새탐조대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 서천조류생태전시관 조감도.
실제로 이렇게 화려한 건물이 지어져 있지만 새들 눈에 너무 띄어 새를 가까이에서 보기는 힘들다.
붉은부리갈매기 정도만 철새탐조대까지 접근하여 과자를 받아 먹는 정도가 전부이다.
▲ 군산 철새조망대. 규모면에서 홍콩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큰 면적의 건물이 건설되어 있다.
탐조대 등의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이 부적합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서식지에 새들이 지속적으로 찾아올 수 있도록 보전하는 것이 우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홍콩에서 만난 습지공원이나 마이포에는 새들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설치된 탐조시설에서는 새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이제라도 새들이 찾아오는 서식처를 어떻게 보전하고, 관리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우리나라 철새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새들에게 필요한 일들을 진행해야 한다.
이렇게 새들의 공간을 복원하고, 사람들과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 나서야 한다.
최근 서식처 주변이 아닌 별도의 지역에 전시관 등을 설치하고,
서식지에 탐조투어를 하는 형태로 개선되고 있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새가 없는 탐조대가 아닌 새를 위한 탐조대가 만들어지고 많은 탐조객이 탐조대를 찾는 꿈이 과욕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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