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 산촌에 부는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길이 달라지고, 사람이 바뀐다. 집의 모습도 과거의 ‘그 집’이 아니다. 외지인을 대하는 태도도 ‘전통 그 것’과는 사뭇 다르다. 뭉뚱그려 답하는 애매모호함도 없다. 도시에서 농산촌으로 역류한 ‘바람’ 탓이다. 바람의 진원지는 숲 그리고 사람. 숲에서 희망을 찾는 사람들이 농 산촌을 바꾸고 있다. 명료하고, 또렷한 의식의 전환을 통해 농산촌의 이미지를 바꾸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그 기저에는 배려가 있다. 숲에 매료된 사람들이 농산촌을 바꾸고, 새로운 꿈을 꾸는…. 그 꿈은 진행형이다.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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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의 진화. 볼품없던 산촌이 20년 만에 놀랍게 진화했다. 숲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숲은 자신의 모습을 달리한다. 경기도 가평군 아침고요수목원이 단적인 예다. 수목원으로 재탄생하기 전, 이 지역은 그저 그렇고 그런 산촌마을에 불과했다. |
숲 에서 희망을 캐다
숲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소득 수준이 향상되고, 경쟁이 심화된데 따른 반작용으로 해석된다. 이유야 어쨌든 숲의 순기능적 요소가 강조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사람들이 숲에 관심을 갖고, 숲에 의지하는 강도가 세지면서 숲의 경제적 가치도 그 만큼 커졌다.
숲을 매개로 각종 숙박시설과 삼림욕장, 산채 재배단지 등이 들어서고 이를 통한 경제적 기반도 확장되고 있다.
주목할 점은 농산촌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귀촌 귀농인구의 폭발적인 증가.
농식품부는 최근 “2011년에 도시에서 농어촌으로 이사한 가구가 1만503가구, 2만3415명으로 집계됐다”며 “이는 2010년 4067가구의 2.6배”라고 밝혔다.
특히, 귀농 귀촌의 정착지 가운데 강원도가 눈길을 끌고 있다.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 등 교통망이 크게 개선된 강원도의 경우, 2011년 2167가구 3500명이 이주하는 등 전국 1위를 기록했다.
뒤를 이어 전라남도 1802가구, 경상남도 1760가구, 경상북도 1755가구 등이었다.
귀농 귀촌 가구 증가와 관련, 일선 지자체 등은 “6·25 전쟁 직후인 1953년부터 10여년간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은퇴와 함께 농산촌을 찾고 있다”며 “인구늘리기 차원의 자치단체 정책도 이러한 현상을 가속화 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농산촌을 찾은 이유는 다양하다.
건강한 삶을 바라는 이도 있고, 소박한 전원생활을 꿈꾸는 이주민들도 있다. 드물게는 아이들을 위한 인성교육 차원에서 농산촌으로 이주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에 의해 농산촌의 문화가 바뀌고, 경제행위가 달라진다.
이러한 변화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확인된다. 실패와 성공이 교차하기도 하고, 또 반복되기도 한다.
현지 주민들과 어울리는 과정에서 갈등이 표출되기도 하고, 치유책이 제시되기도 한다.
사업영역도 다양화 되고 있다.
민박과 펜션 등 숙박업에서 허브농장과 산약초 재배 및 가공, 음식업 등이다. 숲 해설사로 활동하는 이들도 부쩍 늘었다.
귀농 귀촌에 대한 충고도 잇따른다.
성공한 귀농인으로 꼽히는 김태수(춘천 귀농 12년차) 씨는 “농산촌 생활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최소 2~3년을 어떻게 버틸지 고민하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환상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촌생태마을의 꿈
귀촌 인구가 늘고, 숲이 각광받으면서 산촌마을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낙후되고, 소외된 지역에서 휴양과 체험, 부를 일구는 터전으로 탈바꿈 하고 있는 산촌마을.
산림청은 “산간오지에 위치한 촌락 또는 낙후지역으로 이해됐던 산촌이 소득 수준 향상과 여가활동 증가로 새로운 휴양처로 인식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에는 부를 창출하는 진원지로 산촌마을을 소개하고 있다. 놀라운 변화다.
산림청은 변화된 산촌의 역할을 △생산의 장으로서의 산촌 △생활의 장으로서의 산촌 △생태자원으로서의 산촌 △휴양 및 환경교육의 장으로서의 산촌 △문화의 계승 및 학습 교육의 장으로서의 산촌 등으로 구분했다.
산촌을 찾는 사람들은 그러나 산촌의 어느 한 부분을 요구하거나 강조하지 않는다.
멀티형 ‘산촌마을’을 요구하고 있다. ‘먹고 즐기고 쉬는’데 부족함이 없는 산촌마을을 찾고 있는 셈이다.
명예 퇴직 후 춘천 집다리골 휴양림에서 숲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박연우 씨는 “숲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범위가 무척 넓어졌다”며 “휴양과 생산, 체험과 휴식, 교육과 탐사 등 멀티형 숲 이용자가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산림청도 이같은 변화에 맞춰 ‘산촌마을의 비전’을 제시했다.
산림청이 적시한 산촌마을의 비전은 △자연순환형 산촌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선도하는 공간(자연과 인간, 도시와의 공생) △인성회복을 실현하는 문화공간 등이다.
이 같은 비전을 공유하고 있는 ‘산촌생태마을’은 전국적으로 180곳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강원지역의 산촌생태마을은 28곳이다.
주요 산촌생태마을은 △강릉 대기리 마을 △영월 내리 산촌마을 △화천 느릅마을 △화천 동촌마을 △인제 미산마을 △횡성 병지방 마을 △양구 월명마을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