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가 춤바람이 났어요


내일 뭐해요, 부탁할 일이 있는데 와주지 않을래요?

애들은 모두 바빠서 올지 모르는데….”


몇년 전부터 집에만 눌러 있는 마눌에게

시간도 보낼 겸 아무거나 배워보는 게 좋겠다고 권한적이 있습니다


주저주저하던 끝에 시작한게 여성회관에 다니기로 합니다

마누라는 조용한 성격이라 하다가 말겠지 했는데...

웬걸

한복배우느라 입지도 않는 한복이 여러벌 됩니다,


양재한다고 재봉틀 사들이고

한식요리 배운다고 가스오븐 사들이고,


요리사자격증도 따서 장롱 속에 처박아 두고

고루고루...


그저 조용한 붓글씨나 동양화 공부가 좋겠건만

죽어도 그건 싫다고...


한동안 뜸한것 같더니 살빼야 된다고

매주 2일씩 춘천시 여성회관에서 하는 문화 프로그램에 참여를 합니다.

다른건 다 잊어버려도 여성회관가는 날은 빠지는 일이 없습니다

그것이 한국무용이었습니다.

작년엔 부채춤을 하더니만,

러다가 최근에 배운 것이 어우동 춤이랍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춘천예술회관에서 발표회가 있다는 것이었지요.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춤을 배운다고

춤바람 났더니만 이젠 나서서 망신살 뻗는거 아냐

그러니까 혼자 슬그머니 사진만 촬영해 달라니 어쩐다 ?


그렇다고 식구들이 모른 척 할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꽃다발을 들고 그냥 몰려가서 박수 응원이라도 해주자고

아이들과 의견을 모은 것입니다.


가족들과 함께 찾은 예술회관은

와글와글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분야별로 참가한 17과목의 작품발표회장

관객이라야 대부분 참가팀들과 그 가족, 친지들 정도였지만

시끌벅적할 수밖에 없었지요.


발표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나이든 여성들이었습니다.

노년에 접어들어 무료함도 달래고,

젊었을 때 해보지 못한 취미도 살리며,

펼쳐보지 못했던 '끼'를 발산해보려는 마음들이 담겨 있는 것 같았습니다.


무대 의상들은 상당히 다양했지요.

특히 어느 벨리댄스 팀의 의상은

서늘한 날씨와는 상관없이 화려한(?) 모습이었습니다.


6시 개막 첫 공연이라는데

직장이 끝나는대로 각자 공연장으로 달려갑니다


나는 카메라, 식구들은 동영상으로 각각 역할분담하고

맨 앞자리에 대기합니다


마누라가 등장할 순서가 되었습니다.

무대 오르자 ,공연 구경은 커녕

디카 앵글 맞추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연습을 많이 했는지 춤도 정말 잘 소화하더군요.

국악소리에 맞춰 돌아가는 나이든 사람들의 모습은

민속춤에 문외한인 나에게는 정말 멋진 수준이었으니까요.

공연이 끝나자 열화 같은 박수가 터져 나온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잘하셨습니다. 마님~

공연을 마치고 분장을 갈아입은

조금은 상기된 모습이지만 여간 만족한 표정이 아니었습니다.


나이 들어 뒤늦게 춤바람 난 마누라는 보람이 가득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누구의 강요도 받지 않고 오로지 자유롭게 하고 싶어서 선택하는 것.

잘하지 못하지만 열심히 한다는 것, 그리고 노력한다는 것,

이것이 노년을 준비하는 중년의 마음입니다

가족끼리 오랫만에 저녁을 먹으러 갑니다

모처럼 기분좋은 날,

마누라 춤바람 덕에 비싸다는 횡성한우로

수고했어~

참,

함께 오셔서 축하해주신 모든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행복하세요^^






'사는이야기 > 길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름다운 숲기행  (0) 2008.12.29
2009년도 강원도산악연맹 대의원 총회  (0) 2008.12.12
숲가꾸기 1일 체험행사  (0) 2008.11.14
낙엽 명시 5편  (0) 2008.11.13
산림문화 한마당 축제  (0) 2008.10.1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