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이야기
여자의 그날, '면 생리대'의 마법에 걸려봐
'진화'하는 면 생리대... 영국은 정부가 나서 지원
사랑의 지속기간은 18개월이라는데 100년이 넘게 걸리는 일회용품 분해기간... 괜찮지 않다. 일회용 생리대, 기저귀, 플라스틱 컵이 땅 속에서 썩어가는 동안 텀블러와 면 생리대, 면 기저귀는 깨끗해지고 예뻐졌다. 면 생리대와 면 기저귀는 빨래가 쉬워졌으며 텀블러는 '완판' 대란을 일으키는 상전으로 거듭났다. 처음엔 낯설어도 알고 보면 쓰기 쉬운 일회용품 대체물들을 소개한다. [편집자말]
"면 생리대? 면 기저귀? 바빠 죽겠는데 귀찮게…"
환경보호를 위해 일회용 생리대와 기저귀 대신 면 소재 제품을 사용하자는 환경단체의 캠페인에 대해 시민들은 대체적으로 "관리가 힘들다"는 반응을 보인다. 실제 일회용 생리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정신없이 바쁘던 군 간호사들을 위해 발명되었고, 일회용 기저귀는 P&G 연구원 빅터 밀스가 65세라는 고령의 나이에 손자의 배변을 처리하다 힘에 부쳐 개발했다.
전쟁 같은 일상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로서는 더 간편해 보이는 일회용 제품에 손이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에는 면 생리대와 면 기저귀가 진화를 거듭하면서 일회용 제품만큼 관리하기 편해졌다. 또 재사용이 가능해 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다.
면 생리대 빨래가 쉬워졌다. 그동안 면 생리대는 사용 후 핏자국을 빼기 위해 베이킹소다를 넣고 따로 삶아야 했다. 최근 면 생리대 생산업체들은 면 생리대 전용 세탁세제를 개발해 이런 불편을 줄이고 있다. 해당 세제에는 단백질 분해 효소, 혈액 응고 방지 성분이 들어 있어 세탁이 보다 용이하다. 방부제, 합성계면활성제 등이 사용되지 않아 친환경적이기도 하다.
면 생리대를 쓰면 피 냄새가 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핸드메이드 생리대>(북센스, 2010)의 저자 김윤주씨는 지난 20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기존 생리대에서 나는 냄새는 사실 생리 혈보다 화학물질과 피가 결합해 만들어낸 것에 가깝다"라며 "면 생리대에서는 흔히 나는 피 냄새가 덜 난다"라고 설명했다.
또 면 생리대는 반복해서 쓸 수 있기 때문에 일회용 생리대보다 비용이 훨씬 덜 든다. 한국소비생활연구원의 2010년 조사에 따르면, 일회용 생리대의 이용기간이 2~4시간인 반면 면 생리대는 무려 1~3년이나 된다. 또한 일회용 생리대의 연 평균 구입비용이 12만1666원인데 반해 면 생리대는 7만8240원으로 25% 가량 더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면 생리대가 아직 대중화되지 못하면서 구입처가 다양하지 않다는 점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5년째 면 생리대를 쓰고 있는 김아무개씨(23, 대학생)은 "아직까진 쓰는 사람이 많지 않다보니 면 생리대를 인터넷에서만 살 수 있고 대형마트에서 볼 수 없어 아쉽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는 "한 번 사면 오래 써서 다시 살 일이 적기 때문에 (손쉽게 구입할 수 없다는 점이) 크게 불편하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면 기저귀는 영유아의 피부에 대한 자극이 적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면 기저귀가 잘 젖고, 세탁기에 넣기 전에 배변 흔적을 씻어내야 한다는 등의 문제 때문에 사용을 꺼린다.
이용자들은 면 기저귀에 방수커버를 덧대는 식으로 젖는 문제에 대처해왔으나 최근에는 방수커버가 일체로 결합된 제품이 나와 번거로움을 덜고 있다. 배변 흔적 역시 라이너를 그대로 걷어내 버릴 수 있는 제품을 사용하면 따로 털어내지 않아도 된다.
면 기저귀를 대여세탁 전문 업체에 맡길 수도 있다. 한 사회적 기업은 면 기저귀 대여, 세탁, 수거 및 배달을 합한 서비스를 6~10만 원의 가격에 제공한다. 이 회사는 매출액이 2011년 2000만 원에서 2014년 4억 원으로 증가할 정도로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면 기저귀 쓰면 보조금 주는 영국... 서울시도 지원 서비스 중
영국은 환경 보호 정책의 일환으로 지방정부 차원에서 면 기저귀 사용을 지원하고 있다. 런던의 바넷 구는 18개월 이하 영아를 둔 부모가 면 기저귀를 구입할 경우 영아 한 명 당 월 54.15파운드(약 9만 원)의 보조금을 제공한다. 그 외 다수의 자치구들에서도 면 기저귀 지출에 일정 금액을 이상을 사용했을 시 월 30~80파운드(약 5만~13만 원) 가량을 환급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서울시도 2014년 1월부터 15개 자치구 내 어린이집 영아 1461명을 대상으로 '친환경 천기저귀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당 서비스는 사회적 기업이 어린이집에 면 기저귀를 제공하고, 사용한 면 기저귀를 살균 세탁해 다시 배달하는 방식으로 시행된다. 또한 사업 비용으로 영아 한 명 당 월 약 5만 4000원이 드는데 70%(약 3만 7800원)를 시에서, 나머지는 부모가 부담한다.
'없어서 못 사는' 텀블러, 왜 안 들고 나올까
음료할인에 세척서비스까지... 매장 홍보도 절실
텀블러(tumbler): 태생은 음료수통이었으나 없어서 못 모셔가는 시대를 잘 탄 휴대용 수통.
지난 3월 1일 스타벅스는 '대한민국 95주년 삼일절'을 기념하기 위해 무궁화텀블러를 발매했다.
3010개 한정판으로 제작된 이 텀블러는 봉황과 남대문 등 한국 고유의 이미지를
궁화에 조화시킨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다.
출시되자마자 "스타벅스 (매장) 오픈 전부터 사람들이 줄 서 있었다", "오픈한 지 10분도 안돼 다 팔렸다", "한 손님이 여섯 개를 사갔다" 등의 무용담이 각종 카페와 블로그에 줄을 이었다. 사람들은 이를 '무궁화 대란'이라 불렀다. 유사한 사건으로 지난 1월 13일 '청마 대란'이 있다. 이날은 스타벅스가 '청마해' 기념 텀블러를 발매한 날이다.
심심치않게 일어나는 '텀블러 대란'에 동참하는 사람들은 텀블러가 없어 음료수를 못 마시는 사람들이 아니다. 텀블러를 기념품이자, 패션아이템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러나 텀블러는 기념품 이전에 일회용컵의 대체품이다.
일회용컵이 넘쳐난다
커피전문점 등에서 사용하고 버려지는 일회용 종이컵은 한국에서만 연간 134억 개(2011년 기준)에 달한다. 이것을 일렬로 세우면 서울~부산(약 400km)을 약 1000번 왕복하고, 지구(4만75km)를 20바퀴 돌 수 있다. 또 일회용컵 하나를 만드는 데 11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며, 1톤의 컵을 만들려면 20년생 나무를 20그루나 베어내야 한다.
환경부는 지난 2009년 일회용컵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스타벅스 등 커피전문점 11개 브랜드와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체결했다. 2020년까지 매년 전년대비 일회용품 사용비율을 3%씩 줄이겠다는 게 골자다.
지난해에는 카페베네와 카페두오모 등 2개 업체가 추가됐다. 그 결과 협약 업체에서는 일회용컵이 아닌 텀블러 이용시 100원에서 300원까지 할인해주는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할리스커피의 경우에는 10%할인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2009년 자발적 협약 이후 일회용컵의 사용량에는 큰 변화가 없다.
환경부 통계 자료에 따르면, 자발적 협약 업체의 매장당 평균 일회용컵 사용량은 2009년에 10만5996개를 기록했고, 2010년에는 9만 5402개로 전년에 비해 약 1만 개가 줄었다. 하지만 2011년, 2012년에는 다시 약 2만 개가 늘어나 각각 11만5919개, 11만3925개를 기록했다. 2013년에는 다시 9만5846개로 줄었지만, '일회용컵 사용 줄이기 자발적 협약'이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환경재단에서 2014년 7월 23일 - 8월 9일 (18일간) 시민 69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텀블러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텀블러를 보유하고 있는 시민은 78%에 달했고, 보유자 중 텀블러를 직접 구매했다는 시민은 47%를 차지했다. 또 시민들 68%는 텀블러 사용시 할인 혜택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텀블러를 직접 구매해 보유한 시민들은 많은데, 일회용컵 사용량에 큰 변화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소은(23, 대학생)씨는 "텀블러를 사용하면 할인이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텀블러가 더러워진 상태로 하루종일 다녀야 하는 게 불편하다"며 세척 용이성 때문에 휴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윤희(25, 대학생)씨는 "300원 할인때문에 하루 종일 텀블러를 들고 다니기는 번거롭다"면서 "카페매장의 머그컵을 이용해도 할인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최규민(27)씨도 "무겁고 들고 다니기 불편해서 집에서만 주로 이용한다"고 했다.
결국 텀블러를 보유만 하고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텀블러 이용에 따른 현재 수준의 할인 혜택이 이용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텀블로가 휴대하기도 불편하고 씻기도 귀찮기 때문이었다.
실제 커피전문점 등에서 텀블러를 이용하는 시민을 찾기란 쉽지 않다. 텀블러 할인이 있는 한 카페의 직원은 "하루에 텀블러를 가져와 이용하는 손님은 1~2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용자들은 텀블러를 씻기 귀찮아서 이용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정작 대부분의 커피전문점에서는 세척서비스를 해주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 측은 "손님이 텀블러의 세척을 원하면 당연히 씻어드린다"며 "정책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적인 측면에서 당연히 해드린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 서울여성위원회 구희숙 위원장은 "매장을 가면 텀블러를 이용하는 손님들을 보기가 힘들다"며 "텀블러를 쓰는 손님에게는 혜택을 확실히 줘야하기 때문에 지금의 300원 할인을 500원까지 확대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환경재단의 '텀블러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82%의 시민이 텀블러 사용에 대한 혜택으로 음료 할인을 원했다. 구 위원장은 특히 "매장에서 텀블러 사용시 음료 할인제도와 함께 세척서비스도 해준다는 내용을 같이 홍보한다면 손님들이 텀블러를 좀 더 쓰게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텀블러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텀블러 이용을 소극적으로 만든다는 지적이다. 심규동(26,대학생)씨는 "텀블러에 뜨거운 음료를 넣어서 먹으면 환경호르몬이 나와 건강에 안 좋을 것 같아서 이용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금숙 여성환경연대 환경건강팀장은 일회용컵보다는 텀블러가 오히려 더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고금숙 팀장은 "환경호르몬 물질인 비스페놀A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이후, 텀블러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되기란 쉽지 않다"면서 "요즘 유행하는 보틀같은 경우에도 트라이탄이라는 친환경소재를 써서 환경호르몬에서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고 팀장은 또 "지난해 7개 커피전문점 및 패스트푸드점의 종이컵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환경호르몬물질인 과불화 화합물이 검출됐다"며 "비록 미량이 검출됐고 몸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지만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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