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공룡능선 산행기

0 산명 : 설악산 공룡능선
0 위치 : 강원 인제군 북면, 속초시
0 일자 : 2006. 10. 14(토)~10.15(일)
0 코스 : 백담사~봉정암~소청~희운각~공룡~마등령~오세암~백담사
0 시간 : 무제한(30시간) /맑음

▲ 1일째
03:30 용대리 주차장
04:30 백담사
05:10 영시암
06:30 수렴동대피소
09:20 쌍룡폭
10:50 봉정암(1244m)
11:50 소청대피소
13:00 소청
15:00 희운각대피소
15:30 무너미고개

▲ 2일째
08:10 무너미고개
08:40 신선봉
10:25 샘터
11:05 1275봉
13:15 노인봉
14:00 나한봉(1276m)
14:20 마등령(1240m)
15:30 오세암
17:10 영시암
18:40 백담사
19:00 용대리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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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만남
늘 생각으로만 채워지던
반가움을 대하니 마음이 절로 즐겁다.
좋은 길벗과 같은 길을 걷는 즐거움은
산이 주는 그 즐거움에 비견된다.

용대리 매표소
새벽임에도 주차장은 이미 만원
셔틀버스는 자고 있고

백담사
어둠이 짙은 산사는 조용한데
한켠에 차를 세우고
랜턴을 밝히고 어둠을 가로질려 산길을 더듬어본다.

천불동계곡이 외설악을 대표하는 계곡이라면
내설악에는 수렴동계곡과 잇대어 구곡담계곡이 있다.
어둠을 밝히는 행렬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영시암
수렴동대피소까지 계곡 옆으로 산길을 따라 오르는데
수해로 길이 끊어지고 계곡이 파헤쳐졌다
수해가 지나간 자리엔 모래와 자갈뿐
그래도 계곡의 정취는 살아있다.

오세암 갈림길
구융소, 사미소, 정유소 등의 아름다운 沼
옛 자리를 확인해 보지만 물길이 다 덮어버렸다

이제 단풍이 산 아래로 남하를 시작하고
계곡의 기암괴석들은 대부분 흰빛.
한걸음에 나는 비워지고 한걸음에 비워진 내게 산은 채우고..

울창한 전나무 숲의 완만한 길을 따라
나무계단을 올라서자 곧 갈림길
오른쪽은 구곡담계곡을 거쳐 대청봉으로,
왼쪽은 오세암을 거쳐 마등령을 넘는 길이다.

수렴동대피소
왼쪽이 가야동, 오른쪽이 수렴동계곡
두 계곡 사이로 난 암릉이 용아장성이다.
단풍과 어우러져 계곡미의 절정을 이루는
설악산의 대표적인 단풍길

쌍룡폭
가로지른 철다리는 떠밀려 계곡을 가로막고
철계단을 올라 쌍폭에 이른다.

쌍폭, 본래 이름은 쌍룡폭
50여m 높이 규모의 쌍폭은 구곡담을 대표하는 폭포.
폭포 맞은편 전망대에 올라서면 마치 협곡에 갇힌 기분이다.

용아폭과 용손폭을 거느리고
봉정골의 구곡담과 청봉골의 십이폭이 합류하는 Y형의 폭포로서
왼쪽을 여폭(25m), 오른쪽을 남폭(50m)이라고 부른다.

골짜기 양옆은 절벽이 치솟고 위로는 거대한 쌍폭이 가로막고
아래로는 용아장성 어깨능선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쌍폭의 가파른 철계간을 오르며
가을의 단풍의 단풍과 암릉의 어우러짐을 보는 것은 행운이다.

구곡담
전망대에서 철다리를 타고 폭포 위로 올라서면
초록물빛이 감도는 구곡담
사태골과 청봉골 합수지점까지 이어진다.

사자바위
사태가 자주 일어난다는 사태골
제법 가파르다
고갯마루에서 왼쪽으로 가면 봉정암이다.

봉정암(1244m)
산은 옛 산이로되 절은 옛 절이 아니다.
확장과 치장으로 옛날의 모습을 잃어버렸다.

국내 사찰 중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5대 적멸 보궁의 하나.
봉황이 알을 품은 듯한 형국의 산세에 정좌하고 있는 봉정암은

거대한 바위를 중심으로
가섭봉·아난봉·기린봉·할미봉·독성봉·나한봉·산신봉이 감싸고 있다.

오층석탑은 부처의 뇌사리를 봉안하였다고 하여 ‘불뇌보탑’이라고도 부른다.
신라 선덕여왕때 자장이 당나라에서 가져온
부처의 진신사리와 금란가사를 봉안하여 창건하였다.

소청대피소
가파른 산길에는
봉정암에서 배어난 화장실 냄새로 역겹다
길은 패어지고 너덜길
대피소는 지금 시장판이다

소청
제법 가파른 힘든 구간.
머리엔 자연석을 깔아 정비했다
중청과 대청을 바라보며 잠시 쉬고

앞이 보이지 않는 긴 행렬
등산객에 밀려 하산길이 지체된다

희운각대피소
오르고 내리는 인파로 샘터가 바쁘다
하산길에 잃어버린 시간으로
야영준비를 위해 수통마다 가득 채우곤
부지런히 자리를 떠난다

무너미고개(1.020m)
오른쪽 아래길은 천불동계곡으로 빠지는 길,
직진으로 난 소로에 "위험 탐방로" 라는 안내판이 있다.
알록달록 여러 리본이 달린 초입길은 평범하고 부드러운 오솔길이다.

야영(1박)
거침없는 바람이 올라오는 능선에서
야영준비를 한다

오랫만에 바라보는 별자리
같은 길을 함께 걷고 함께 땀흘리는 동안
어느새 하나 되어 나누는 그간의 밀린 얘기
그리고정겨움

텐트 한구석을 얻어 침낭을 펴는데
바람소리를 따라 겨울추위가 밀려든다
밤새 걸어온 피곤으로 쉽게 잠이 들고..

무너미고개
밤새워 백두대간을 달리는 산꾼들의 소음을 따라
여명이 밝아온다.

짙은 안개
일출을 감상못함이 그리 아쉬울 것도 없다.

첫 새벽 산에서는 라면이 제격이다
이어지는 등산객을 따라 출발

신선봉
가파른 바위길이 시작되는데
한참을 힘겹게 오르다 바위에 올라서니,
갑자기 눈앞에 펼쳐지는 대자연의 파노라마....
내설악의 장엄한 경관이 한눈이 들어온다.

공룡능선의 기암괴석 바위산의 첨봉들이 병풍처럼 도열해 있고,
북동쪽 너머로 흰빛으로 빛나고 있는 울산바위는 안개로,
화채능선, 하늘꽃이라는 천화대와 범봉이 흰빛으로 덮이고..

짙은 안개
그 속으로 크고 작은 기암들이 솟아있는 모습
자연이 빚어놓은 아름다운 풍치에 빨려들어
공룡의 허리를 향해 내리막을 내려서고
다시 오른다.

밀려드는 산꾼들이 교차되어 밀리고
쉬엄쉬엄
작은 봉우리 두 개를 넘긴다

세번째 봉우리
급경사 바위길에 밧줄도 없이
가파른 암벽을 기다시피 오르고,
비탈진 내리막을 조심스레 내려가고...

네번째 봉우리
가파른 길을 따라 내려서면
또다시 거대한 암봉이 화려한 모습으로 기다리고

공룡 등뼈 하나를 겨우 넘어서면
또 다른 암릉이 눈앞에 버텨 서 있고...

샘터
희운각 2.8km, 마등령 2.3km

공룡길
내딛는 발걸음과 가뿐 숨결에서
공룡의 뜨거운 입김을 느낀다.

1275봉
희운각 3.0km, 마등령 2.1km,
암봉이 가진 그 아름다움이 지대하여 어떤 이름도 어울리지 않는다 하여
1275봉으로 불리우는 양각봉..

하늘의 꽃이 발아래 웅장하게 피어있고
까마득히 아래에는 올망졸망한 바위가 꿈틀거리는 이곳

간간이 선선한 바람이 불어 안개를 걷어내는
능선이 더욱 아름다운 건
암봉에 오르기 위해 흘려야하는 땀이 있기 때문이다.

'입 다물고 조용히 바라보아라'
법정스님이 일러주신 자연을 보는 법이다.

세상 만물이 자연을 본 딴 것인데
자연의 아름다움을 말하려
'그림 같다' 하는 건 얼마나 어리석은 표현일까.

천화대
우측으로 범봉과 천불동계곡의 잦은바위골의 수려함
산과의 만남으로 시간을 잊는다

희운각 3.4km, 마등령 2.7km
안개가 피어오르는 암릉에서
점심을 준비한다

일곱번째 노인봉(1120m)
또 다시 위험한 곳
올라선 만큼 내려서듯, 내려선 만큼 다시 올라야 한다

여덟번째 간봉(1275m)
사방으로 설악의 속살이 다보이고
남에서 북으로 미려한 공룡의 꼬리를 자랑하고
용아의 꿈틀거리는 능선이 보여주는 멋진 실루엣
우리도 설악의 석상이 된다.

마지막 나한봉(1276m)
암봉들을 쥘락 펼락하는 운무가 있어
더욱 신비롭게 그 자태를 뽐낼 수 있는 이곳

몰려온 운무는 삽시간에 사라지고
또 다시 봉우리를 휘감아 돈다.
아름다운 절경

천불동 연봉이 안개속에 가렸다가 나타나는 풍경으로
또 다른 설레임

직벽의 위험구간에서 좌측으로 꺽이는 능선
이어서 눈측백이 가득한 바위너덜 길이다

마등령(1,327m)
강원도 인제와 속초를 잇는 고개.
내설악과 외설악을 가름하는 태백준령으로
마치 말의 등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희운각 5.1km, 오세암1.4km, 비선대3.7km,
1982년 속초시가 발간한 <설악의뿌리>에서는
산이 험준하여 손으로 기어 올라가야 한다고 하여
마등령(冕嶺)이라 설명하고 있으며,
현재는 말등처럼 생겼다고 하여 마등령(馬登嶺)으로 표기하고 있다.
그러나 옛기록에는 마등령(馬等嶺)으로 되어있다.

오세암
647년 자장이 관세음보살이 언제나 함께 있는 도량이라는 뜻으로
관음암이라고 하고, 1643년 설정이 중건하고
오세암으로 이름을 바꾼 데는 슬픈 전설이 있다.

만경대(922m)
다시 서서히 고도를 내리면서
숲으로 가득한 깔딱고개를 만난다

왼쪽으로 비스듬히 뻗어 오른 작은 길이
내설악의 전망대인 망경대로 가는 길이지만
그냥 지나치기로 한다

영시암
숙종 15년 김수항의 아들 삼연 김창흡은
장희빈에 반대하던 아버지가 사사(賜死)당하자
세상과 인연을 끊을 양으로 호식동에 암자를 짓고
아버지의 혼령을 위로하였다고 한다.

절터만 남아 있던 것을 몇 해 전 중창불사가 이루어졌고
나무가 하나둘 잘려 나가고 밭을 만들더니
가건물이 여러 채 들어서고 조금씩 모습을 바꾸었다.

지난해는 범종각을 세웠고..
드디어 숲을 밀어내고 산을 깍아 법당을 지었다.

밀어낸 숲속의 움푹 패인 자국
아주 오랜 세월 뒤에나 제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런지.

백담사
백담산장을 지나는 동안 해가 져문다
어둠속에서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

신라 제28대 진덕여왕 원년(647년)에 자장율사가
장수대 부근에 한계사라는 절을 세웠는데,

이후1783년까지 일곱 차례에 걸친 화재를 만났으며,
그때마다 터전을 옮기면서 이름을 바꾸었다.

어느날 주지의 꿈에 노인이 나타나 대청봉에서 절까지
웅덩이가 몇개 있는지 세어보라고 해서 이튿날 세어보니 꼭 100개였다.
그래서 절의 이름을 백담사로 고쳤더니 그 뒤로 화재가 없었다고 한다.

백담사는 만해 한용운이 머물면서 집필했던 곳으로
얼마 전에는 전두환 전대통령이 머물면서 더욱 유명해진 곳이다.

용대리 주차장
아쉬운 산행을 정리하며
홍천까지 그리고 헤어짐...

가고 싶은 만큼, 오르고, 보고 싶은 만큼,
순간의 기쁨을 즐기며
오랜만에 산 이야기를 만듭니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아직 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한구석이 허전했을 뿐

하여
다음 산행을 약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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