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국구’라 비난받던 비례대표, 왜 늘려야 하나

/김진국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비례대표 의원이다. 이 대표는 1번, 윤소하 원내대표는 비례대표 4번이다. 이들은 한국 정치의 한 축이다. 그런데도 오랫동안 이들이 제도권에 끼어들 틈이 없었다. 가능한 모든 목소리를 체제 안으로 끌어들이는 정치가 건강하다. 비례대표제는 좋은 장치다.
 
그렇지만 비례대표에는 좋지 않은 추억이 많다. ‘전국구(錢國區)’라는 말이 대표적이다. 돈을 내고 산 ‘돈 국구’ 국회의원이란 말이다. 1988년 체제가 출범한 이후에도 그런 의혹이 이어졌다. 중앙선관위마저 당시에는 ‘필요악’으로 생각해 눈감았다. 명단은 당 총재 마음대로였다. 이제 ‘과거사’가 된 것 같지만, 사람들에게는 나쁜 기억으로 남았다.
 
그 탓인지 비례대표는 이제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47명이다. 현재 국회 구성의 틀을 만든 13대 총선 때는 전체 의원 299명 가운데 3분의 1인 75명이었다. 그러던 것이 야금야금 줄어들어 반 토막이 났다. 전문성을 살린다는 명분이 무색하다. 지역구별 인구 편차를 줄이라는 헌법재판소의 요구에 의원들이 자기 지역구를 지키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한 탓이다. 지역구를 유지하면서 편차를 줄이려니 만만한 게 비례 의석이었다.
 
그러나 이제 의원만 탓하기도 어렵다. 헌법재판소는 1995년 최소-최대 선거구 인구 편차를 4 대 1에 맞추라고 요구했다. 그러다 2001년에 3 대 1, 2014년에 2 대 1 이하로 줄이라고 했다. 사람은 점점 더 대도시로 몰린다. 대도시 선거구가 늘어나고, 지방 선거구는 줄어드는 게 어쩔 수 없는 흐름이다. 그러니 지방 국회의원의 지역 대표성에 문제가 생겼다. 강원도 철원-화천-양구-인제-홍천 선거구는 서울 면적의 10배다. 군청을 한 바퀴 도는 데 314㎞. 서울에서 부산 거리(325㎞)와 비슷하다. 강원도의 8개 선거구 중 2개가 5개 군이 묶인 선거구다. 지역구민이 의원 얼굴 한 번 보기가 힘들다. 여기서 어떻게 더 줄이나.
 
그런데도 여론은 국회의원을 줄이라고 한다. 꼴 보기 싫다는 것이다. 여론조사마다 신뢰도가 꼴찌다. 심지어 처음 만난 사람보다 못 믿는다는 조사도 있다.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면 속이 시원할까. 국회의원을 아예 없애버리면 나라가 잘될까. 권력자들은 대개 견제세력을 누르려 한다. 간섭을 참지 못하는 게 권력의 생리다. 교묘히 정치 혐오를 부추기며 의회의 힘을 뺀다. 그렇지만 의회란 효율로만 따질 수 없는 민주주의의 비용이다. 
 
유신 시절 박정희 전 대통령은 비례대표를 없애버렸다. 대신 사실상 대통령이 임명하는 유정회 의원으로 국회의 3분의 1을 채웠다. 5공 시절에는 전국구 의원이 3분의 1이었다. 그 가운데 절반을 지역구 의석이 가장 많은 정당에 먼저 배정했다. 나머지를 다른 정당에 나눠줬다. 명분은 대통령의 국정 안정이다. 입법부를 ‘통법부(通法府)’로 만들어야 정치가 안정되나.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이 배분 방식이 폐지된 건 92년 14대 총선이다.
 
얼마 전 국회에 정치개혁특위가 구성돼 선거법을 다시 손보려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여야 지도부와 환담하면서 “중앙선관위 안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2015년 중앙선관위가 국회에 낸 권고안을 말한다.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누어 연동형비례대표제를 하자는 제안이다.
 
여야 모든 정당이 지난 대선 때 이 연동형비례대표제를 공약했다. 전문가들 의견도 대부분 일치한다. 그런데 최근 자유한국당과 민주당에 발을 빼려는 움직임이 있다. 현행 제도가 거대 양당에는 유리하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군소정당만 애가 탄다. 
 
한국당은 지역구에서 동반 당선하는 중·대 선거구제를 원한다. 5공 시절 즐겨본 제도다. 현역 의원이 유리하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연동형을 도입하면 민주당이 비례의석을 얻기 어려워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지지율이 언제 변할지 누가 아나. 하루 앞을 모르는 게 정치다. 내각제가 아니란 이유도 든다. 그러나 대통령제라도 통법부는 바람직하지 않다. 반대만 하는 야대(野大)에 발목 잡힌 대통령도 불행하다. 국회를,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삼아 함께 가는 게 바른길이다.
 
문제는 의석이다. 현재 비례의석으로는 득표율대로 의석을 나눌 수 없다. 권역별로 나눠 지역주의를 풀어갈 방법도 없다. 지역구를 줄이는 데는 한계에 부닥쳤다. 의석을 늘려야 한다. 없애면 모를까 지금 같은 맛보기 비례대표는 의미가 없다. 차라리 보좌 인력 공유 폭을 넓히고, 다른 특권을 줄여서라도 의석을 늘리는 걸 검토할 때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20대 총선과 6.13 지방선거 결과만 보지 말라


1.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의원정수의 상관관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하자!' 지난 10월 31일 오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선거제도 바꿔 정치를 바꾸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하자!' 공동 기자회견에서 바른미래당 손학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등이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 공동 기자회견에는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민중당, 노동당, 녹색당, 우리미래, 정치개혁 공동행동이 함께했다.

▲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하자!" 지난 10월 31일 오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선거제도 바꿔 정치를 바꾸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하자!" 공동 기자회견에서 바른미래당 손학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등이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 공동 기자회견에는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민중당, 노동당, 녹색당, 우리미래, 정치개혁 공동행동이 함께했다.

 


선거제도 개혁의 방향은 정당득표율대로 전체 국회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 여부로 좁혀져 있다.
지금 논의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여러 비례대표제 방식 중에서 독일·뉴질랜드가 택하고 있는 방식이다. '혼합형 비례대표제'(Mixed Member Propotional Representation)로도 불리는 이 방식은 지금처럼 지역구 후보에게 1표, 정당에게 1표를 던지는 '1인 2표' 투표방식을 유지하되, 전체 의석을 정당투표에 따라 배분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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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설명하자면, 300석의 국회의석이 있고, A당이 10% 득표를 하면 A당은 10% 의석인 30석을 배정받는다. 그리고 A당이 지역구 당선자가 20명이 있다면, 그 20명은 우선 국회의원이 되고 모자라는 10명은 비례대표로 채우는 것이다.

이 방안은 유일하게 객관성과 독립성을 갖춘 방안이기도 하다. 2015년 2월 독립적인 국가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안한 방안이고, 학계에서도 대체로 지지를 받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소위 중·대선거구제같은 경우에는 학계나 시민사회에서도 거의 지지하는 여론이 없고, 일본과 대만도 시행하다가 버린 제도라는 점에서 이젠 논외로 하는 것이 옳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금의 의원정수를 갖고도 도입할 수 있다. 병립형이냐 연동형이냐는 의석 배분 방식의 문제이기 때문에 지금의 의원정수 300명으로 연동형 방식을 도입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지금의 지역구 253 대 비례 47로 연동형을 도입할 경우에, 초과의석이 많이 발생할 수 있지만, 그것도 전체 의석 총수를 고정하는 총의석 고정방식(스코틀랜드 방식)으로 해결하면 된다.

스코틀랜드 방식은 총의석을 고정하기 때문에, 초과의석이 발생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초과의석이 발생하지 않은 정당이 손해를 보게 되고 비례성이 훼손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병립형보다는 획기적을 비례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즉 연동형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반드시 의원정수 확대를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연동형 방식을 도입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의석수 확대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의 필수조건은 아니다.

'민심 그대로'의 방법론

아래의 <표1>을 보면, 현행 300석(지역구253, 비례47)을 가지고도 '연동형' 개념을 도입할 수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현행 300석으로는 '연동형' 개념을 도입할 수 없다는 것은 선거제도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연동형' 개념을 도입하면서 초과의석이 발생하더라도 총의석을 늘리지 않고 고정시킬 경우에도 비례성은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가령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의 의석은 38석에서 62석으로 늘어나고 정의당의 의석은 6석에서 12석으로 증가한다  20대 총선에 연동형 + 총의석 고정방식을 적용할 경우 의석배분.
정당득표율과 의석비율간의 격차도 줄어든다. 아래의 <표2>를 보면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의석비율은 정당득표율에 보다 근접하게 낮아지고, 국민의당과 정의당의 의석비율은 정당득표율에 근접하게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다.

 


   20대 총선에 연동형 + 총의석 고정방식을 적용할 경우 의석비율 변화
물론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실효성, 즉 비례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비례대표 의석이 충분하게 확보될수록 좋다. 즉 비례대표 의석을 늘릴수록 비례성은 보장된다. 그런 점에서 의석수 확대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실효성과 연관된 중요한 문제다.

가령 똑같은 20대 총선결과를 놓고 비례대표 의석이 107석이고, 총의석이 360석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럴 경우에는 아래의 <표3> <표4>와 같이 선거결과가 변한다. 정당득표율과 의석비율간의 격차는 300석일 때보다 줄어든다. 

 


 20대 총선에 연동형 + 총의석(360석) 고정방식을 적용할 경우 의석배분.  20대 총선에 연동형 + 총의석(360석) 고정방식을 적용할 경우 의석비율 변화.
20대 총선의 경우에 '연동형' 개념을 적용하면 손해를 보는 것은 더불어민주당이다.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의 경우에는 300석이든 360석이든간에 지역구 당선자가 할당의석을 초과하므로 비례대표 당선자가 없게 된다. 이를 두고 최근에 이해찬 대표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근시안적인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20대 총선은 정당득표율과 의석비율간의 격차가 이례적으로 크게 나타난 선거였다. 따라서 20대 총선 결과를 가지고 유불리를 따진다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

역대 선거에서 승자독식 선거제도의 최대수혜자는 지금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그 이전의 새누리당-한나라당)이었다. 그리고 역대 선거결과를 보면, 총의석수만 360석 정도가 되면 초과의석도 발생하지 않고, 민주당도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받을 수 있다.

가령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42.8%의 정당득표로 152석이라는 단독과반수를 차지했다. 당시에 민주통합당은 36.5%의 정당득표로 127석을 차지했다. 19대 총선의 결과에 연동형 개념+총의석 고정방식을 도입하고, 현재 논의 되는대로 360석 정도로 의석을 늘리면 아래의 <표5> <표6>과 같은 결과가 나온다.

즉 19대 총선의 경우에는 360석 총의석 고정방식으로 연동형을 택할 경우에 초과의석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리고 민주당의 경우에는 지역구 당선자외에 비례대표 34석을 배분받을 수 있다. 

'연동형 하면 비례 못 받는다'? 민주당의 근시안적 사고


   19대 총선에 연동형 + 총의석(360석) 고정방식을 적용할 경우 의석배분.  19대 총선에 연동형 + 총의석(360석) 고정방식을 적용할 경우 의석비율 변화.
그런 점에서 최근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일각에서 '연동형이 되면 민주당은 비례대표 배분을 못 받는다'는 것은 지난 20대 총선과 6.13 지방선거 결과 정도를 갖고 하는 근시안적인 얘기이다. 앞으로 각 정당의 지지율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얘기를 갖고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반대한다는 것은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한국 정치의 미래는 물론이고 자기 정당의 과거와 미래조차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어쨌든 위와 같은 분석결과가 시사하는 것은 대체로 한국에서는 360석 정도의 총의석에 비례대표 의석이 100석 정도 확보되면 초과의석이 아주 많이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비례대표 의석이 100석 정도 확보돼야 한다는 것은 혼합형 비례대표제(연동형)이든 혼합형 다수대표제(병립형)이든 혼합형 선거제도를 택하는 이상, 필요한 부분이다. 아래의 표에서 보는 것처럼 혼합형 선거제도를 택하고 있는 국가 중에서 대한민국이 비례대표 의석 비율이 카자흐스탄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편에 속하기 때문이다.

 


 

 

 

 

 혼합형 선거제도를 택하고 있는 국가의 비례 : 지역구 의석비율.

왜 360석이 필요한가

의원 1명이 대표하는 국민 수는 무려 17만명

 

 

 

문 대통령 맞이한하는 여야 의원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9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입장하며 의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자리에서 일어서긴 했으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처럼 박수를 치진 않았다.

▲ 문 대통령 맞이한하는 여야 의원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9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입장하며 의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자리에서 일어서긴 했으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처럼 박수를 치진 않았다.

 


2. 왜 360석인가?

지난 글에서 살펴본 것처럼, 총 의석을 300석으로 하고도 연동형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리고 초과의석 문제도 총의석 고정방식을 도입하면 해결할 수 있다. 따라서 '의석을 늘리지 않으면 연동형을 할 수 없다', '초과의석 때문에 연동형을 할 수 없다'는 것은 모두 핑계에 불과하다.


다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연동형 방식을 도입했을 때 실효성을 생각하면 총 의석을 늘리고 비례대표 의석을 최소 100석 이상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원칙적으로 10%의 정당 지지를 받는 정당은 지역구에서는 당선이 어렵더라도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받아 10%의 국회 의석을 채울 수 있는 게 바람직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배분할 비례대표 의석이 충분하게 있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방안이 '360석' 안이다. 현재 47석인 비례대표 의석을 100석 이상으로 늘려야 하는데, 지역구 253석을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지 지역구 국회의원이 기득권 때문이 아니라 농·어촌지역의 지역대표성 확보 때문이다. 지금도 인구가 줄어든 농·어촌지역의 경우에는 3~4개 시·군을 합쳐서 1명의 지역구 국회의원을 뽑는 경우들이 많은데, 지역구 의석을 더 줄이면 농·어촌지역의 지역구는 더 넓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연동형을 도입하면서 지역구는 중·대선거구제 또는 도·농복합선거구제로 하자는 것은 제도를 너무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고, 이론적으로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

따라서 가장 바람직한 대안은 국회의원 총의석을 360석으로 늘리는 방안이다. 여기에 대해서 360석이 아니라 400석 또는 500석으로 줄여서 비례대표 의석비중을 더 늘리자는 제안도 있다.

그러나 선거제도 개혁은 현실의 문제이다. 정치세력간에 타협이 가능하고, 주권자인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비례성을 확보하면서도 현실가능한 의석수를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온 방안이 20% 의석을 늘리는 360석 안이다.

뉴질랜드의 경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하자!' 지난 10월 31일 오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선거제도 바꿔 정치를 바꾸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하자!' 공동 기자회견에서 바른미래당 손학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등이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 공동 기자회견에는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민중당, 노동당, 녹색당, 우리미래, 정치개혁 공동행동이 함께했다.

 

▲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하자!" 지난 10월 31일 오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선거제도 바꿔 정치를 바꾸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하자!" 공동 기자회견에서 바른미래당 손학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등이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 공동 기자회견에는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민중당, 노동당, 녹색당, 우리미래, 정치개혁 공동행동이 함께했다.

 

 

이것은 뉴질랜드의 경험도 참고한 것이다. 1993년 뉴질랜드가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꿀 당시에도 국회의원 숫자를 99명에서 120명으로 늘려야 했다. 당시에 뉴질랜드의 시민단체들은 '99명의 독재보다는 120명의 민주주의가 낫다'라는 슬로건으로 국민들을 설득해 냈다. 뉴질랜드의 경우에도 의석을 더 늘려서 비례대표 의석을 더 확보할 수도 있었겠지만, 20% 정도의 증원을 했던 것을 우리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60석 정도의 증원은 국회 기능의 활성화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의원정수 문제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정한 숫자의 국회의원이 있어야 국회가 입법기능, 행정부감시기능, 예산·결산심의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지금 300명 의원으로 470조 원이 넘는 국가예산을 제대로 심의하고 행정부를 감시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인구 8200만 명의 독일 의원 수는 지난해 총선 기준 하원의원만 해도 709명에 달한다.

지금 대한민국 국회의 상임위원회 구성을 보더라도, 환경과 노동을 합쳐서 하나의 상임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 따로 노동 따로 상임위원회를 구성해도 모자랄 판이다. 현대사회의 노동문제, 환경문제가 얼마나 중요하고 복잡해지고 있는지는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런 부분도 국회의원 증원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그래서 20% 정도 증원해서 360석으로 하자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기득권 세력들은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는 것에 국민들이 반대하기 때문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어렵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국회예산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만 보장되면, 국민들도 국회의원 숫자 늘리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논의하기로 한다).

결론적으로, 국회의원 정수는 ① 비례성 확보 ② 현실가능성(국민적 동의가능성) ③ 국회의 기능 활성화라는 세 측면을 고려해서 정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360석 안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비례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고, 400석 이상 늘리는 방안보다는 국민적 동의가능성도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정도면 국회기능을 활성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밀실공천이 문제돼 왔던 비례대표 공천 문제도 개혁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 지금은 정당의 내부공천에 대해 법이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민주적 공천을 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면 된다. 독일은 선거법에서 민주적 공천을 의무화하고 있다.

3. 대한민국의 역사적 경험과 외국 사례


우선 대한민국의 역사적 경험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1948년 제헌국회를 구성할 당시에 인구는 2000만 명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당시에 국회의원 숫자는 200석이었다. 대략 국회의원 1명이 대표하는 인구수가 10만명 정도 수준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1987년 민주화 이후 첫 번째 국회의원 선거를 할 1988년 당시에 국회의원 1명이 대표하는 인구수가 14만 명을 약간 넘어섰다. 당시에 국회의석이 299석이었다. 그런데 그 이후 인구는 5000만 명이 훌쩍 넘었지만 국회의원 정수는 299석에서 1석이 늘어난 300석이다. 국회의원 1명이 대표하는 인구수가 17만명을 넘어섰다.

물론 인구가 늘었다고 해서 반드시 국회의석이 늘어야 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제헌국회 당시와 비교할 때에 현재의 국회의원 정수는 인구대비 적은 편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인구수의 변화와 국회의원 숫자 변화 비교.

 

 

그렇다면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의 국회의원 숫자는 어떨까?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미국, 일본을 제외하고는 국회의원 1명이 대표하는 인구수가 17만 명을 넘는 국가는 없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에는 연방제 국가라는 점을 고려해야 하고, 인구가 우리보다 훨씬 많은 국가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에도 인구가 대한민국의 2배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인구가 대한민국과 비슷한 독일, 스페인, 영국의 경우에는 국회의원 1명이 대표하는 인구수가 12만 명 이하다. 만약 대한민국이 국회의원 1명이 대표하는 인구를 12만 명으로 하려면 국회의원 숫자는 400명이 넘어야 한다. OECD 국가 평균은 국회의원 1명이 대표하는 인구수가 10만 명 남짓이다. 따라서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대한민국의 국회의원 숫자가 많은 편은 아니라는 점이다.

   주요국가의 국회의원 1인당 인구수. 

300명에 목숨걸지 말고 6300억원 제대로 쓰자

 

4. 국회예산 동결(특권폐지)-의석확대 방안

하지만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자는 것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부정적이다. 하나의 예로, <내일신문>이 의뢰해 여론조사기관인 디오피니언이 지난 9월 29일부터 30일까지 만 19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10월 정례조사) 결과에서, '비례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거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66.1%가 '필요하다'고 답을 했다. 반면, '선거제도 개선을 위해서라도 국회의원 수를 늘려선 안된다'고 국회의원 증원에 반대한 비율이 82.0%에 달했다(인용한 여론조사는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는 전문가들의 의견과는 상반되는 것이다. 참여연대가 2015년에 선거·정당 전문가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한 111명 전문가 가운데 86명(77.5%)은 '현재보다 늘어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최소 330석 이상 돼야 한다는 답변이 111명 중 78명(70.3%)에 달했다.

다만 최근 나온 주목할만한 여론조사결과 중에 하나는 11월 7일 발표된 TBS-리얼미터 여론조사결과다. 이 여론조사에서는 선거제도 개혁목적으로 국회의원 세비와 특권을 대폭 감축한다는 전제 하에서 국회의원 증원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다. 그랬더니 59.9%가 반대, 34.1%가 찬성으로 나왔다. '세비·특권 대폭감축'을 전제하지 않았을 때의 여론조사에 비해 반대율이 20%P 이상 하락한 것이다(19세 이상 성인 502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P).

그리고 시민들을 만났을 때 특권폐지를 전제로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는 것에 대해 의견을 물어보면, '특권폐지가 확실하게 보장될 것같지 않아서 반대한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아마 위 여론조사에서 세비-특권 대폭 축소를 전제로 했을 때에도 반대가 많이 나온 이유도 같을 것이다. 실제로 국회의원들이 그렇게 할 지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비-특권축소 방안을 확실하게 발표하면 국민들을 설득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특권폐지 방안을 구체화하고, 그것을 국회법과 '국회의원 수당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법률수준에서 보장하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공감대를 탄 '국회의원 증원'
 

이미 시민사회와 정치권 내에서도 이 방안에 대한 공감대는 상당 부분 존재한다. 전국 57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정치개혁공동행동은 2017년 8월에 '국회의원 숫자를 360명으로 늘리되, 국회예산은 동결한다'는 방안에 합의했다. 그리고 최근 정치개혁공동행동은 같은 내용으로 정의당·민주평화당과 공동협약을 체결했고, 바른미래당의 경우에도 숫자는 명시하지 않았지만, '국회의원 증원'에 동의했다.

현재의 국회예산을 동결한 상태에서 국회의원 증원을 하는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회사무처는 현재 9명의 국회보좌진을 7명 수준으로 줄이면 현재의 국회예산으로도 국회의원 숫자를 360명으로 늘릴 수 있다는 것을 검토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4급보좌관 1명, 8급비서 1명을 줄이는 방안이다.

이미 시민단체와 언론들이 국회에서 사용하는 각종 예산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개를 주문했고, 감시의 폭을 넓히고 있다. 그동안 논란이 돼온 국회 특수활동비만 해도 1년에 65억 원을 쓰던 것을 내년부터 10억 원 수준으로 대폭 줄였다. 그런 식으로 해나가면 된다.

정당들도 의견을 내고 있다. 정의당은 '반값연봉'을 제안하기도 했다. 녹색당은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현재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를 합치면 1억5000만 원에 달하는 국회의원 연봉수준도 지금처럼 국회의원들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기구를 통해서 정하는 것이 옳다. 2016년 국회의장 자문기구로 활동한 '국회의원특권내려놓기 추진위원회' 보고서에서도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 항목을 삭제하고, 보수의 구체적인 수준과 세부항목의 결정은 독립적인 '국회의원 보수산정위원회(가칭)'에 위임해 독자적으로 결정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문제는 '사이비 주장'을 펴는 기득권세력이다. 마치 의원 숫자를 줄이거나 현상유지하는 것이 개혁인 것처럼 주장하는 이들이야말로 개혁에 저항하는 반(反)개혁세력이다. 이들은 사실상 소모적인 정쟁만 반복하면서 문제해결능력이 없는 국회, 특권국회를 유지하려는 기득권세력이다. 이런 세력에 현혹돼선 안된다.

어떤 직역이든 숫자를 늘려야 특권이 줄어든다. 변호사 숫자가 늘어나면서 변호사 사무실 문턱이 낮아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반면,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자는 주장은 특권을 더 강화하자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면 선거제도 개혁도 쉬워진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노회찬 전 의원도 '국회의원 숫자를 늘려서라도 선거제도를 개혁하자'고 주장했다.

궁극적으로 보더라도 특권을 없애고 의석을 늘린다면, 주권자인 국민들 입장에서 이득이 되는 일이다. 6300억 원대의 예산(2019년 예산안 기준)을 갖고 300명의 국회의원을 쓰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국회를 보며 답답해하는 것보다, 360명으로 구성된 제대로 된 국회를 쓰는 것이 국민들 입장에서는 훨씬 더 나은 일이다.

국회에 존재하는 예산낭비나 특권을 없애고, 의원 세비, 의원 보좌진 숫자를 적정수준으로 조정하면 현재의 국회예산으로도 360명의 국회의원을 두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참고] 국회에 발의된 연동형 비례대표제 법안 비교

현재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법안들의 현황을 정리하면 아래의 <표10>과 같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법안의 의원정수 비교.
의원정수와 관련해서는 박주민 의원(안)과 심상정 의원(안)이 가장 적극적이다.

심상정 의원(안)은 국회의원 정수를 360명으로 늘리는 방안이다. 박주민 의원(안)대로 인구 14만 명당 1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것으로 하더라도, 360명 이상으로 국회 정수가 늘게 된다.

김상희 의원(안)은 인구 15만 명당 1명인데, 이 경우에는 345명 정도로 늘게 된다. 박주현 의원(안)은 316석으로 돼 있고, 소병훈 의원(안)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대로 300석으로 돼 있다. 

그러나 소병훈 의원(안)은 초과의석을 허용하는 방안이고, 20대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에는 초과의석이 더불어민주당에서 31석이 발생하므로(전국단위로 계산한 것임), 결국 의석은 332석으로 늘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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