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규제 발목 잡힌 강원

 

(1)정선 가리왕산 알파인경기장

올림픽 성공 시설 내년부터 불법시설물 위기

 


◇정선 가리왕산 알파인경기장이 철거 위기다. 산림청은 주민들의 반대에도 당초 계획대로

`일회성 경기장' 방침을 고수하며 2,064억원을 들여 만든 경기장을 2,000억원 이상 투입해

철거·복원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사진은 알파인경기장 전경.

 

 

 

오는 30일 정선 가리왕산 알파인경기장의 운명을 결정할 산림청 중앙산지관리위원회(중산위)가 열린다.

정선 알파인경기장은 2018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의 일등공신이지만

대회 이후 전면 복원과 일부 존치를 둘러싸고 도와 산림청, 지역사회와 환경단체 등이 갈등을 빚고 있다.

 

정선 알파인경기장은 올 연말 산림청과의 무상대부 계약이 끝난다.

연말까지 해법을 찾지 못하면 내년부터는 국유림을 무단 점거하는 불법시설물이 된다.

道 81㏊ 중 77.6㏊만 복원하고 곤돌라 등 시설물 존치 계획
산림청은 2차 환경피해 불구 전면 복원 요구···철거비만 2천억


한 치 양보 없는 극단적인 평행선···30일 중산위서 운명 결정
연말까지 해법 찾지 못하면 국유림 무단 점거 사태 빚어져


■복원조건으로 무상임대=가리왕산의 환경 훼손 문제는 올림픽 유치가 결정된 직후인 2011년 7월부터 불거졌다. 가리왕산은 당시 출발지점과 결승지점의 고도차 800m 이상, 평균 경사도 17도 이상, 슬로프 연장 3㎞ 이상 등 국제스키연맹(FIS)의 규정을 충족하는 유일한 지역이었다. 세 번의 유치 과정에서 FIS와 함께 도내 스키코스와 활강경기장은 물론 전북 무주 경기장까지 조사했지만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가리왕산의 원시림 및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훼손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했다. 대안이 없었던 도와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2014년 3월 복원계획 수립을 조건으로 국유림을 무상 대부받았다.

■“세계 최고의 스키장”=2018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치르면서 정선 알파인경기장은 국내외의 극찬을 받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세계 최고 수준의 스키장”이라고 표현했다. 올림픽이 끝난 후 지역사회에서 슬로프는 기존 약속대로 복원하더라도 곤돌라와 운영도로 등 일부 시설물은 남겨 올림픽 유산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받았다.

대한스키연맹 등 체육계에서도 존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에 지난 3월30일 정선군은 알파인경기장의 활용계획 등을 도에 제출했다.

■일부 존치 요청에 산림청 `NO'=도는 가리왕산 복원 대상 81㏊ 가운데 77.6㏊만 복원하고 곤돌라 등의 시설물은 존치·활용하는 계획을 올 8월31일 산림청 중앙산지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산림청은 당초 계획대로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을 모두 환원해야 한다며 심의를 보류했다. 경기장 전면 복원을 원칙으로 계획을 재수립하라는 의미다.

정선군 주민들은 두 번의 상경 집회, 한 번의 산림청 방문 집회를 벌일 정도로 반발하고 있다. 인접한 평창군에서도 KTX 진부역의 방문객 증가 등을 이유로 존치를 요구하고 있다

■철거비용만 2,000억원=연말 가리왕산 국유림에 대한 무상대부 기간이 만료된다. 이에 도는 지난 10월 말 경기장 내 국유림의 사용 기한을 2023년 8월까지 4년8개월간 연장하는 갱신 허가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산림청은 이를 즉시 반려했다. 일부 존치를 주장하는 도와 전면 복원을 요구하는 산림청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극단적인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도가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대회 지원위원회에 사후 활용안을 상정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맞섰다. 2013년 올림픽대회 지원위원회에서 지역사회 활성화 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알파인경기장을 사후 활용할 수 있다는 근거를 마련해뒀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회지원위의 간사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마저 상정에 부정적인 기류를 보이며 난항에 빠졌다.

■불법시설 막아야=올림픽 경기장이 불법시설물이 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 도의 입장이자 지역 정서다.

산림청의 요구대로 경기장을 전면 복원할 경우 2차 환경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 정선 알파인경기장에는 최대 지하 60m 깊이에 대형 배수로 364m, 지름 30㎜ 크기의 제설관 5.4㎞, 우수관 2.3㎞, 전기통신선 27㎞ 등이 매설돼 있다. 곤돌라 기둥 41개, 승하차장 10개 등 모든 구조물을 철거하면 7만톤의 폐기물이 발생하고 35만톤의 땅을 파헤쳐야 한다. 비용 역시 2,000억원 이상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복원비용에 대해서는 국비 지원 약속조차 없다. 전면 복원과 일부 존치 중 무엇이 올바른 해법인지 면밀한 분석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최문순 지사는 지난 22일 도의회 시정연설을 통해 “가리왕산의 사후 활용계획의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나 인내심을 갖고 사회적 합의점을 찾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원주환경청 “가리왕산 복원하라” 道에 이행조치 명령

800만원 과태료 부과도

 

 

환경부 소속 원주지방환경청(청장:박연재)은 1월 15일 정선 가리왕산 활강(알파인)경기장 조성사업이

협의내용대로 복원이 추진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도에 이행조치 명령을 내렸다.

정선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조성사업은 2018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개최를 위해 2014년 1월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끝낸 바 있다. 이에 도는 2017년 12월 협의 내용에 따라 올림픽 종료 후 곤돌라, 리프트 등의 시설물은 철거하고 훼손된 지형과 물길을 복원하며 신갈나무, 사스래나무, 분비나무 등의 고유 식물을 심어 가리왕산의 본래 모습을 되살리기로 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도가 곤돌라를 존치·활용하는 것으로 복원 방향을 변경하고, 생태복원 기본계획이 산림청 중앙산지관리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현재까지 복원이 지연되고 있다. 결국 원주환경청은지난해 신설된 사후관리 강화 규정을 적용할 방침이다. 환경부는 협의 내용 미이행 시 단순 과태료 처분에서 원상복구 명령 및 고발(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으로 규정을 강화한 바 있다.

한편, 원주환경청은 사후환경영향조사와 필요한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에 8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부, 가리왕산 복원 이행명령 ‘긴장 고조’

도에 과태료 800만원 부과
원상복구 명령·고발 방침
정선군 강력 반발 “대정부 투쟁”
22일 범군민투쟁위 궐기대회

/ 2019년 01월 16일 수요일
환경부가 15일 ‘전면복원’과 ‘합리적 존치’가 정면충돌하고 있는 정선알파인경기장을 복원하라는 이행조치명령을 강원도에 통보,행정대집행 가시화 등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원주환경청은 가리왕산 경기장 조성사업이 협의내용대로 복원이 추진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도에 곤돌라 철거를 포함,생태복원 기본계획을 수립해 시행할 것을 촉구하는 이행조치 명령과 과태료 800만원을 부과했다.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단순 과태료 처분을 넘어 원상복구 명령 및 고발(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한다는 방침이다.

과태료 부과와 관련,원주환경청은 “도가 개발사업 착공 후 발생하는 주변 환경 피해 방지를 위해 실시하는 사후환경영향조사와 필요한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올림픽 대체 숙박시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지반침하 조사 미실시(300만원)와 오대천 수질 보전을 위한 오수 방류수 수질 협의 기준 초과에 대한 피해방지조치 미실시(500만원)다.

이와 관련,도와 정선군은 경기장 합리적 존치(부분복원) 계획에 변함없다는 입장이다.과태료 부과방침에 대해 도는 이의신청을 제기할 방침이다.원주환경청이 환경부 방침대로 가리왕산 복원 이행조치 명령을 통보하면서 행정대집행이 가시화될 조짐이다.환경부는 오는 31일까지 전면복원계획서를 다시 제출할 것을 요구했으나 도는 기존 입장을 전할 계획이다.청와대와 정부가 나서 갈등을 풀지 않는다면 공문 회신 등 시간을 감안할 경우 행정대집행은 3월쯤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선군의 반발도 확산되고 있다.정선 161개 사회단체로 구성된 ‘알파인경기장 철거반대 범군민투쟁위원회(위원장 유재철 정선군의장)’는 오는 22일 정선군청 앞에서 2000여명이 참여하는 궐기대회를 갖고,정선국유림관리소까지 가두행진에 나선다.또 가리왕산 사후활용방안이 장기표류하고 있는 점을 들어 ‘Again평창’행사 개최 저지에 나서기로 잠정 결정,도와 정선군의 갈등이 불가피해졌다.유재철 위원장은 “곤돌라와 관리도로 존치 이외에는 어떠한 합의안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평창올림픽 1년]

 

③올림픽 유산 경기장 시설 활용 여전히 숙제

가리왕산 복원 vs 존치 쟁점…전문체육시설 기념재단 설립 관리

 

 

평창올림픽 1주년, 벌판으로 변한 개폐회식장
평창올림픽 1주년, 벌판으로 변한 개폐회식장[연합뉴스 자료사진]

 

역대 최고의 찬사를 받았던 2018 평창동계올림픽과 동계패럴림픽이 9일 1주년을 맞지만, 경기장 사후활용은 여전히 쟁점 현안이다.

3수 도전 끝에 올림픽 역사상 가장 훌륭한 대회로 평가받았으나 사후활용 해법을 찾지 못해 올림픽 후유증에 빠져있다.

 

올림픽 기간 알파인 경기를 치른 정선 가리왕산 생태복원 문제는 존치와 복원 갈림길에 선 가운데 복원 반발 수위는 최고조에 달했다.

3개 전문 체육시설은 사후활용 계획을 여전히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관리 주체를 확정한 경기장도 제대로 된 활용방안이 없어 방치나 다름없다.

올림픽 레거시 사업도 답보상태다.

 

한반도 평화 시발점이 된 개폐회식장은 대부분 철거된 가운데 남은 본관 건물을 활용, 올림픽 평화기념관 건립사업을 추진 중이나 지지부진하다.

정부가 뒤늦게 올림픽기념재단을 설립, 시설관리와 재정지원을 하기로 하고 용역을 추진 중이어서 운영방식과 지원 규모가 결정될 용역 결과에 관심이 쏠려있다.

 

 

정선 가리왕산 알파인 경기장(위)과 복원 반대하는 주민들(아래)
정선 가리왕산 알파인 경기장(위)과 복원 반대하는 주민들(아래)[연합뉴스 자료사진]

 

◇ 2천64억원 투입 알파인경기장 존치·복원 충돌

 

정선 가리왕산 알파인센터는 포스트 올림픽 최대 이슈로 급부상했다.

복원과 존치를 두고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강원도와 정선 주민들은 올림픽 레거시인 만큼 합리적 존치 또는 조건부 복원을 통해 지역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자고 주장한다.

도는 이 일대 경기장을 2021 동계아시안게임 남북공동유치 후 활용키 위해 애초 복원에서 경기장 존치 및 2021년 4월 이후 생태복원으로 선회했다.

주민들은 곤돌라(5천124㎡)와 생태도로(2만8천272㎡)만이라도 존치를 요구한다.

 

반면 산림청과 환경부는 경기장을 산림으로 복원한다는 사회적 약속이 있어 경기장 시설이 가능했고, 관련 법에 따라 복원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산림청은 도가 2023년까지 연장 신청한 알파인센터 부지 사용 허가를 반려하고 1월 2일 '전면복구' 이행 명령을 내린 상태다.

 

복구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을 예고해 불법 시설물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지역주민들과 자치단체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선지역 161개 사회단체는 정선 알파인경기장 철거반대범군민투쟁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존치 이외 조정안은 수용할 수 없다며 복원 강행 시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다.

 

급기야 최문순 지사는 강원도의회,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과 함께 관련 주체가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 기구 구성'을 제안,

지난달 31일 국무조정실 주재로 1차 회의를 하고 기구구성안과 성격 및 앞으로 방향 등을 논의했다.

 

그러나 앞으로 진행될 후속 회의에서 난관이 예상된다.

기구명칭을 비롯해 내외부 위원 구성, 의결 또는 자문기구 역할 규정 등 각 기관 간 입장과 요구가 접점을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연합뉴스 자료사진]

 

◇ 전문 체육시설 기념재단 설립·관리…운영방식·지원 규모 결정 용역 촉각

 

올림픽 경기장 13개 가운데 9개는 관리 주체와 사후활용 방안이 확정됐다.

신축 경기장 7개 중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강릉 하키센터,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 등

일반인 이용이 어려운 3개 전문 체육시설은 사후활용 방안이 없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림픽 기념재단을 설립해 이들 시설을 관리할 방침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연구 용역을 맡긴 상태다.

6월께 나오는 용역 결과에 따라 운영방식과 지원 규모·방식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국비 지원방식이 도가 요구한 운영비 적자분이 아닌 국가대표 훈련 등

시설 사용료 개념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조적 예산 지원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도는 순수 운영비 부족분 몫에 대한 국비 지원을 관철하지 못하면 사후활용 해법 마련은 한시적인 처방에 불과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올해 국비 지원이 불발되면서 경기장 운영비 적자분 40억5천300만원이 도비로 지원, 강원도개발공사가 당분간 위탁 관리한다.

 

올림픽 경기장 시설에 대해 국가 지원을 담보토록 하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사후활용 문제는 쉽게 풀릴 수 있으나 3년 가까이 표류 중이다.

 

도는 상반기 출범할 올림픽기념재단을 통해 이를 풀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재단은 평창조직위 해산 후 최종 정산된 잉여금이 투입돼 설립될 예정이다.

 

도는 재단을 통해 레거시 사업은 물론 경기장 사후활용까지

올림픽 현안의 컨트롤 타워가 돼 사후활용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국가문헌보존관 들어설 국제방송센터
국가문헌보존관 들어설 국제방송센터[연합뉴스 자료사진]

 

◇ 올림픽 상징 시설 사후활용안 잠정 확정

경기장 시설 이외 올림픽 상징건물이나 부대시설 사후활용안은 잠정 확정됐다.

올림픽 레거시와 선수 육성 등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평창올림픽 상징건물인 조직위 주사무소 건물은 리모델링해 대한체육회의 동계스포츠 종목 훈련센터로 활용된다.

국제방송센터(IBC)는 국립중앙도서관의 국가문헌보존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상반기 출범이 예정된 평창올림픽기념재단을 평창에 두겠다는 계획을 최근 확정 발표했다.

평창올림픽을 상징하는 2개 대표 건물 사후활용안이 최종 확정되면 도는 강원도개발공사 소유 토지를 각 기관에 제공하고,

강원도개발공사에는 도유지를 현물출자 할 계획이다.

 

최문순 지사는 "조직위원회 잉여금 619억원을 종잣돈으로 1천억원 규모의 올림픽기념재단이 설립되면

사후활용 현안이 조기 해결되고 영구적인 법적 제도적 조치가 마무리될 것"이라며

"남은 문제는 알파인경기장 사후활용이나 여러 이해관계자가 모여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그 결과는 책임지고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멧돼지 풀어놓을 땐 언제고... "산림청 못 믿겠다"

전면 복원 vs. 일부 존치, 점점 깊어지는 가리왕산의 '흉터'

 

 

 정선군 일부 주민들은 산림청에 대해 극도의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 가리왕산 스키 경기장 입구에 붙어있는 현수막들.

 정선군 일부 주민들은 산림청에 대해 극도의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 가리왕산 스키 경기장 입구에 붙어있는 현수막들.

 


평창군을 지나 미탄면을 거쳐 정선군에 들어섰다. 그때까지 고즈넉했던 바깥 풍경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빨갛고 혹은 시커먼 현수막들이 등장했다. 그 중 하나에는 '알파인 경기장 철거 반대 범군민 투쟁위원회' 명의로 "정선군민은 분노한다, 곤돌라는 안 뺏긴다"고 써 있었다.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만 해도 정선 가리왕산 알파인 경기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극찬했던 곳이다. 그리고 올림픽의 환호가 사라진 지금, 그 곳은 버려진 땅 신세다. 숲을 복원하는 사업이 시작된 것도 아니고, 사후 활용을 위한 움직임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 사이에 첨예한 갈등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환경부와 산림청은 애초 계획대로 모두 철거하고 전면 복원을 하자는 입장이고, 강원도와 정선군은 곤돌라와 운영도로를 남기는 일부 존치를 주장하고 있다. "원래 약속대로 산림으로 다시 복원하는 것은 법적 의무"라는 주장과 "올림픽 유산을 일부라도 남겨 합리적으로 활용하자"는 반박이 1년이 지나도록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철조망 치고, 멧돼지 사육장 만들더니

 


   정선군 '알파인 경기장 철거반대 범군민 투쟁위'는 지난 1월 가리왕산 멧돼지 사육시설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와 같은 사육시설 4곳이 방치돼 있다고 밝혔다.

 정선군 "알파인 경기장 철거반대 범군민 투쟁위"는 지난 1월 가리왕산 멧돼지 사육시설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와 같은 사육시설 4곳이 방치돼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갈등 양상은 일부 정선군민들이 집단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좀 더 복잡해졌다. 지난 1월 22일, 정선군에서는 군민 2천여 명(주최측 추산)이 참여한 가운데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1980년 사북 사태(광부들이 일으킨 노동항쟁) 이후 지역에서는 최대 규모라고 했다.

앞서 산림청이 강원도에 전면 복원 시행을 요구하며 행정 대집행을 예고하자 이에 반발해 군내 161개 단체가 참여해 만들어진 '알파인 경기장 철거반대 범군민 투쟁위'가 주도한 집회였다. "곤돌라와 운영도로 존치"를 요구하며 정부를 규탄했다. 지난 27일에도 그 흔적은 정선군 곳곳에 남아 있었다.

특히 산림청에 대한 분노가 높은 것으로 보였다. "산림청은 가리왕산 산림 파괴범"이라거나 "가리왕산 훼손한 산림청이 유전자 보호가 웬말인가"라는 등 현수막은 불신의 골이 꽤 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런 현수막도 눈에 들어왔다.

"철조망 치고, 멧돼지 사육장에 유전자 보호림 지정이 웬말인가"

경기장 입구 콘테이너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신승남 정선군 북평면 번영회 회장은 "주민들은 산림청에 대한 분노가 더 크다"고 말했다. 정선에서 태어나 57년 동안 살아왔다는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가리왕산 나무를 실어내던 트럭을 봤던" 이야기도 했고, "등산로 개방으로 인해 유전자 보호 식물이 초토화됐다"는 주장도 했다. "산림 경영 주체로 우리 군민은 산림청을 인정하지 못한다"고 했다.

산림청과 오랫동안 쌓인 불신의 골

 


   2000년 8월 7일자 동부지방산림관리청 공문. 과거 산림청 주도로 가리왕산에서 '야생조수보호증식장' 사업이 이뤄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2000년 8월 7일자 동부지방산림관리청 공문. 과거

산림청 주도로 가리왕산에서 "야생조수보호증식장" 사업이 이뤄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산림청에 대한 불신이 오랫동안 쌓이는 과정에 '멧돼지'도 등장한다. 지역신문 보도를 살펴보면, 1997년 산림청이 가리왕산 멧돼지 증식 사업을 벌이는 바람에 상수원 오염과 농작물 피해를 우려한 주민들과 오랜 시간 갈등을 빚은 것으로 나타난다. 동부지방산림관리청의 2000년 8월 7일 '가리왕산 산림생태관찰원 조성에 따른 주민의사에 대한 회신'이란 제목의 공문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1997년도에 향토종 및 멸종 위기 야생 동물의 입식과 보호 증식을 목적으로 야생보호증식장 조성 사업을 주민들의 협조를 받아 착수한 바 있으나 이 가리왕산 일대에는 우리나라 어느 다른 산에서 볼 수 없는 신갈나무, 거제수, 주목 등 희구수목이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야생화의 경우도 세계적 희귀종인 '금강제비꽃' 외에 수많은 토생 야생화와 산채, 산삼, 약초 등 다양한 향토 식물 자원이 분포되어 있는 우리나라 식물 자원의 보고로 자타가 인정하고 있는 명산이므로..."

그러면서 해당 사업을 "산림생태관찰원"으로 변경하며 "주민들께서 항상 우려하고 계신 멧돼지 등 야생 동물의 입식이나 증식하는 당초 사업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는 수익 사업 차원에서 추진됐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사육장 설치 뿐 아니라 수렵장도 함께 운영하려고 했으나 당시 환경부처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동부지방산림청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래 전 일이라 관련 자료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자신들 입맛에 맞는 행정으로 이런 상황까지 와"

 

 


   정선군 일부 주민들은 현재 가리왕산 알파인 경기장 입구에 설치한 콘테이너에서 농성을 진행 중이다.

 정선군 일부 주민들은 현재 가리왕산 알파인 경기장 입구에 설치한 콘테이너에서 농성을 진행 중이다.

 

 

산림청이 야생동물 증식장 조성 사업 당시 설치한 철제 울타리도 가리왕산 환경을 훼손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1997년부터 2000년까지 산림청은 총사업비 40억 원을 들여 멧돼지 등이 산 아래로 내려오지 못하도록 총연장 37km(주민투쟁위 측 42km)에 이르는 철제 울타리를 설치했다. 주민들은 이로인해 멧돼지들의 활동 범위가 제한되면서 오히려 고산 식물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또한 이와 같은 상태는 꽤 오랫동안 사실상 방치됐다. 산림청이 일부 철제 울타리 제거 계획을 발표한 것은 2008년 6월이었다. 동부지방산림청 관계자는 통화에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12.3km 구간이 일부 철거됐고, 2018년에도 추가로 1km 구간을 철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육장 시설 등은 최근까지도 그대로 방치됐다고 한다. 투쟁위가 지난 1월 현장 조사를 벌인 결과 멧돼지 사육사 여러 동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산림청은 2008년 10월 29일 경기장 예정부지가 포함된 가리왕산 일대 2362ha(헥타르)를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현재 투쟁위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장덕수 강원도의원은 "가리왕산은 나물을 뜯고 약초를 캐는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어머니 같은 산"이라면서 "재산권을 산림청이 갖고 있다 해도 산림청만의 산이 아니라 자신들과 같이 호흡하는 산으로 지역 주민들은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끔 나름대로 해석해서 산림 행정을 하다 보니까 이런 상황까지 왔다"는 것이 장 의원의 주장이었다.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도 아직은 미지수

 

 


   가리왕산 스키 경기장의 곤돌라 모습.

 가리왕산 스키 경기장의 곤돌라 모습.


투쟁위가 농성을 진행중인 컨테이너 근처에서 만난 한 주민은 경기장을 바라보며 "예전에는 숲이 참 풍성했다, 급하게 (경기장을) 부랴부랴 만드는 바람에 상황이 이렇게까지 온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 세금 아니냐, 그 피해는 우리 주민들, 국민들이 다 보는 것이다"며 "답답하다"고 말했다.

시외버스터미널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는 다시 분노를 접했다. 역시 이 지역에서 태어나 살고 있다는 김아무개씨는 "그 경기장 유치하느라고 여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노력하고 자원봉사 했는지 모를 것"이라면서 "올림픽이 끝나고 우리한테 돌아온 게 뭐가 있나, 화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22일, 군민들의 분노가 집회를 통해 표출된 이후 정부·지자체 그리고 주민대표 등이 참여하는 '가리왕산 갈등 해결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을 위한 논의가 현재 진행 중이다. 이제까지 모두 네 차례 회의가 열렸지만 아직 별다른 접점을 찾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랫동안 쌓였던 불신의 골을 메우기에는 앞으로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가리왕산의 '흉터'가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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