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계 황소개구리’ 가시박
/중앙일보
풀숲에 이슬이 촉촉이 내린 19일 아침 서울 여의도 샛강 생태공원. 물가 버드나무에 거미줄처럼 얽힌 덩굴에는 오각형의 잎들이 손바닥을 벌린 듯 주렁주렁 붙어있었다. 덩굴에는 열매가 매달려 있었고 손을 대자 열매에 붙어있던 작은 가시들이 떨어져 나와 손가락과 손바닥을 찔렀다. 환경부가 2009년 생태계 교란식물로 지정한 외래식물 가시박이었다.
가시박은 서울 한복판 여의도에서도 발견될 만큼 전국에 퍼져 있다. ‘식물계의 황소개구리’라는 별명처럼 번식력이 강한 탓에 하천변과 숲속은 물론 농경지까지 위협한다.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길지현 박사는 “전국 10개 모니터링 지역에서 관찰된 가시박의 서식면적이 2010년 19만5650㎡에서 지난해 26만1750㎡로 늘었다”고 말했다. 3년 새 서식면적이 34%나 늘어난 셈이다.
박과(科)의 1년생 초본인 가시박은 북아메리카가 원산으로 1970년대 초반 국내에서 처음 발견됐다. 종자가 옥수수 사료에 섞여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시박은 덩굴 길이가 최대 12m에 이르고, 한여름에는 하루에 30㎝까지 자라면서 주변 식물을 뒤덮어 말라죽게 한다. 가시로 덮여있는 열매송이 하나에는 20~40개의 씨앗이 들어있고, 덩굴 하나는 8만5000개의 씨앗을 생산할 수 있다. 씨앗은 5~9월 사이에 지속적으로 발아를 한다. 씨앗은 물에 뜨기 때문에 강물을 따라 하류로 흘러내려 가다가 물가 적당한 곳에 닿으면 발아한다. 종자 자체의 수명은 60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려대 환경생태연구소 홍선희 교수는 “방제를 잘못하면 오히려 가시박이 더 잘 자라도록 도와주는 꼴이 된다”며 “적절한 시기에 맞춰 7년 이상 꾸준히 방제를 해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재 가시박을 제거하기 위한 친환경농약(제초제)과 가시박을 공격하는 곰팡이균이 개발돼 있지만, 상수원 지역이나 하천변에서는 제초제를 사용할 수 없어 관련법 개정 전까지는 무용지물이다.
홍 교수는 가시박이 자라지 못하도록 코코넛 매트로 땅을 덮는 방법도 개발했다. 어린 가시박 잎도 다른 식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촘촘한 매트로 덮으면 가시박이 나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3년이 지난 다음 매트를 교체하면 7년 정도 방제효과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지만 비용이 문제다.
전문가들은 “과거 1970년대 전국에서 같은 날 동시에 쥐를 잡듯이 가시박도 전국에서 한꺼번에 제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봄철뿐만 아니라 9월 중순과 10월 말 사이 가시박이 열매를 맺는 시기에 맞춰 다시 두 번 정도 제거작업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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