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여인들이 어떻게 꾸미고 살았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분꽃’은 가루를 뜻하는 분(粉)과 꽃이 합친 말로,
까만 분꽃씨앗에 들어 있는 ‘가루’를 화장할 때 썼다고 붙은 이름이다.
분꽃씨 가루는 기미·주근깨·여드름을 치료하는 데 쓰기도 하였다.
마당가에 분꽃을 길러본 사람은 분꽃귀고리를 해 봤던 추억도 있으리라.
영어로는 ‘페루의 놀라움’(marvel of Peru)이나 ‘네 시’(four-o’clock) 꽃이라고 이른다.
이 이름은 분꽃의 원산지가 열대 아메리카이고,
해질 때부터 아침까지 피는 꽃임을 알게 해 준다.
비록 좁은 발코니밖에 없더라도 화분에 씨앗을 뿌리면 아침에는 나팔꽃을 볼 수 있고,
나팔꽃이 지고 나면 다시 분꽃을 볼 수 있다.
식물의 연주를 누려보는 것은 어떠실지!
실은 분꽃이나 박꽃이 피면 저녁밥 준비를 하시던
어머니들이 그 리듬에 맞추어 살았던 셈이다.
‘거기에 사람이 살고 있었네’를 실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가난하고 척박하던 시절에도 오히려 넉넉하게 화장도 하고
사랑을 꽃피우며 살았음을 까만 분꽃씨를 쪼개며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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