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30도가 넘는 불볕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앉아만 있어도 온몸이 끈적거리고 땀방울이 등짝을 타고 흘러내린다. 밤마다 대지는 펄펄 끓어 식을 줄 모르고, 후텁지근한 열대야(熱帶夜)로 짜증스럽고 답답하다.

아침 일찍 텃밭 돌아 일을 끝내놓고 서둘러 산으로 올라간다. 지난번엔 화악산을 다녀왔으니 오늘은 용화산을 찾아가는 중이다. 집채만 한 바위덩이들이 수많은 세월에 구를 대로 굴러와 여기 툭, 저기 불뚝 서있다.

큰 개울을 건너간다. 석간수 사이로 하얀 물방울들이 솟아나 온 몸을 뽀얗게 적셔온다. 물줄기가 끝나는 데까지 올라갔다. 작은 폭포, 맑은 물, 이름 모를 산새들, 끝 간 데 없이 빽빽이 들어찬 나무들, 빠끔히 올려다 보이는 하늘, 산은 어느새 보잘 것 없는 작은 몸뚱일 시원하게 감싸 앉는다.

▲ 용화산은 소양댐과 춘천댐 사이에 있다. 아침 이른 시간이면 물안개 피어올라 신비로움을 더해 준다. 작은 도봉산이라고도 한다. 제일 먼저 만난 꽃이 참나리다. 폭염 아래서 만난 참나리 꽃은 키가 훌쩍한데다 화려한 꽃 매무새로 눈이 부시다. 그러나 줄기는 흑자색이고 점이 나 있다. 겨드랑이에도 흑자색 실눈을 하나씩 끼고 있다. 이를 구슬 눈(주아)이라 한다.

황적색 꽃이 옷을 홀라당 벗고 밑에서부터 피어올라간다. 꽃무늬가 호랑이 얼룩을 닮아 섬뜩하기까지 하다. 여섯 장의 꽃잎은 피어나자마자 '볼 테면 보란 듯' 뒤로 돌돌 말려 온 몸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나 꽃잎마다 검은 반점이 박히고 부끄러워 하늘을 올려다보지 못한다.

▲ 참나린 키가 훌쩍하고 아름다운 꽃이지만, 시리고 서러운 세월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말한다. '나에게 가까이 오지 말아요.' 6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이 길게 꽃 밖으로 나와 있다. 꽃 밥은 짙은 적갈색이다. 립스틱을 짙게 바른 여인처럼 보기만 해도 서늘해온다. 꽃 밥을 손으로 '톡' 건드리면 역겨운 냄샐 풍기며 손등에 달랑 내려앉는다.

참나리는 황적색 꽃잎을 빼놓고는 줄기와 주아 모두 흑자색이다. 그리고 꽃마다 검은 반점이 박혀 있고 땅만 내려다보고 핀다. 또 냄새도 역겹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오랜 옛날, 양지말에 처녀와 총각이 사랑을 했단다. 둘이는 곧 결혼을 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심술궂은 원님 아들이 이들의 사랑을 훼방 놓고 시기하기 시작했다. 드디어는 처녀에게 총각을 버리고 자기 곁으로 와 같이 살자고 했다. 그러나 처녀가 끝내 마음을 열지 않자 죽여 남몰래 양지말 산 속에다 묻었단다.

▲ 붉은 얼굴엔 검은 티 반점이 들어와 박혀 있다. 가까이 다가서면 역겨운 냄새가 난다. 다음해 여름부터 복 때가 되어 불볕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대지가 끓어오르면 산과 들에는 서러운 꽃이 피어난다. 참나리 꽃이다. 서러워 하늘을 쳐다보지 못한다. 원님 아들이 가까이 다가서면 여지없이 역겨운 냄새를 풍기며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지 마요'하며 짙은 적갈색 꽃물을 쏟아내고 있다.

가까이 다가서자 여전히 역겨운 냄새가 난다. 뿐만 아니다. 그 때마다 검은 실눈(구슬 눈, 정식 명칭은 '주아')을 사르르 뜨고 접근하는 남자를 경계하기 시작한다. 어쩌다 꽃 밥을 잘못 건드리면 몸에 날아와 지워지질 앉는다.

▲ 주아로 영양번식을 하다 익으면 땅에 떨어져 발아를 한다. 이를 구슬눈, 또는 실눈이라고도 한다. 참나리 수술은 상징적일 뿐이다. 겨드랑이마다 주아를 만들어 놓고 영양번식을 한다. 꽃이 지고 얼마 있다 주아가 땅에 떨어져 발아를 한다. 스스로 만들어 발아하기 때문에 모체와 형질이 똑같다.

쓰리고 서러운 수많은 세월을 살다보니 줄기도 검고 주아도 검고, 붉은 꽃잎 엔 온통 검은 티 반점이 가득하다. 서러워 얼굴을 들지 못한다. 운명을 뒤틀어 놓은 하늘이 미워 얼굴을 들 수가 없다. 그래서 일까, 참나리의 꽃말은 '순결, 존엄'이다.

▲ 하늘말나리는 참나리와는 달리 하늘을 보고 당당히 피어난다. 잎이 우산을 닮아 우산말나리라고도 한다. 주근깨가 박혀 깜찍스럽고 귀엽기 그지없다. 서럽고 시린 참나리를 대신해 하늘만 보고 피어나는 꽃이 있다. 하늘말나리이다. 자주색 반점에 주근깨도 있다. '내가 하늘에 올라가 신들에게 참나리님의 서러운 사연을 전해 드리고 올게요, 너무 서러워하지 말고 노여움을 푸세요'라고 말하는 듯한 당당한 하늘말나리가 오늘따라 더욱 시원해 보인다.

▲ 타래난초는 배배꼬여 뱅글뱅글 돌아가며 밑에서부터 피어난다. 잔디밭이나 무덤가 밭둔덕에 많다. 잔디 뿌리에 있는 박테리아를 교환하며 공생한다고 한다. 휘파람을 불며 털레털레 하산을 하다 어느 무덤가를 보니 하늘을 보고 밑에서부터 피어나는 분홍색 꽃이 또 있다. '타래난초'다. 일정한 원칙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는 풀꽃. 한쪽으로만 고집스레 피어나 몸을 비비꼬는 실타래, 배배 꼬여 빙글빙글 돌아가며 꽃을 피운다. 타래난초. 아이스크림 스크류바처럼 볼수록 시원하다. 아, 멋쟁이 타래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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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

나리의 구분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나리의 종류는 많고 이름도 붙여지는 방법이 있는데

잎이 줄기에 어떻게 달리느냐에 따라 나리와 말나리 두 종류로 나누어 불린다.

(1)나리의 구분은 잎,꽃,꽃색 등으로 구분한다.

(2)잎이 돌려나기를 하면 말나리 종류, 어긋나기를 하면 일반나리 종류

(3)꽃이 하늘을 보면 하늘나리, 옆을 보면 중나리. 참나리, 땅을 보면 땅나리 종류

(4)꽃의 색은 붉은 색, 노랑색, 흰색 등

예를 들면

줄기 아래에 잎이 돌려나고 위로 작은 잎이 어긋나는 경우를 “말나리”라하고,

마주나는 경우를 그냥 “나리”라고 부르며, 하늘을 향해 피우면 “하늘나리” 라고 한다.

예를 들어 "하늘말나리"라면 잎이 돌려나며 하늘을 향해 핀 나리꽃이 되는 것이다.

나리 종류들의 구분 방식에 있어서는, 줄기에 잎이 달리는 순서(잎차례)도 중요하지만,

꽃이 달리는 방향과 색깔 또한 매우 중요하다.

나리종류들은 초여름부터 늦여름까지 종류에 따라 피는 시기가 달리한다.

가장 일찍 꽃을 피우는 하늘나리, 지금 한창인 털이 있어 털중나리,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섬말나리로 시작을 해서,

그 뒤를 이어 한여름에 말나리, 하늘말나리, 중나리들이 무더위를 식혀준다.

마지막으로 늦여름에 집안 정원에서 흔히 보는 나리 중에

키가 사람의 키보다 훨씬 크고 꽃도 화려하며

잎겨드랑이에 검붉은 구슬눈(씨앗)을 다는 참나리로서 나리들의 축제를 마감한다.

이 외에도 앙증맞게 작고 색감이 뛰어난 땅나리,

잎이 솔잎처럼 생긴 고산지대에서만 자생하는 고귀한 솔나리 등이 있다.

나리의 꽃말은

변하지 않는 사랑, 진실. 순결, 깨끗한 마음

하늘나리의 꽃말은 변치않는 귀여움.

나리의 종류

(1)참나리

(2)하늘나리, 날개하늘나리

(3)중나리, 털중나리

(4)땅나리

(5)솔나리,흰솔나리,검솔나리,큰솔나리

(6)말나리,하늘말나리,지리하늘말나리,누른하늘말나리,섬말나리

(7)노랑참나리,노랑중나리,노랑땅나리

(8)나팔나리

1. 하늘나리 잎이 호생하면서 작은 꽃이 하늘을 수직으로 보고 있으면 하늘나리,

2.날개하늘나리 역시 잎은 호생하지만 비교적 몸체가 크면서

황적색 바탕에 자주색 반점이 많은 꽃은 날개하늘나리.

두 종류의 꽃은 모두 하늘을 향하고 있기는 하지만,

날개하늘나리의 잎은 비교적 폭이 넓고 칼처럼 휘어 자라면서

잎 사이의 간격이 좁으며 아주 촘촘히 많이 달리는 점이 다르다.

3.중나리

꽃이 옆을 보면서 피는 중나리 몸은 전체가 매끌매끌해 보인다.

중나리(털중나리보다 약 1달 정도 늦게 핌)도 키가 3m 정도나 될 정도로 크다.

잎줄기에 털이 없고(적고) 잎이 얇고 성기게 달린다.

꽃은 참나리와 비슷한데 주아가 없다.

한결 품격이 있어 보이며 고산식물이고 희소성이 있어 제대로 보기가 드물다.

4.털중나리

꽃이 옆을 보면서 피고, 몸에 붙은 털의 유무로 구별.

꽃피는 시기도 약 한달 정도의 차이가 있다.

5.참나리

참나리는 잎겨드랑이에 거친 털이 많으며 검은 색의 주아(=씨눈)가 달려있어 분명히 구분된다.

"야생 나리들의 왕"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덩치가 크고 꽃도 크다.

6.땅나리

땅나리는 몸이 비교적 작은 편이나 아주 탄탄하게 생겼으며

몸에 털이 없어서 아주 매끌매끌하게 보인다.

참나리와 거의 같은 시기에 꽃이 피는데 무척 작다.

그리고 꽃이 피자마자 뒤로 발랑 제껴지는 것이 이채롭다.

7.말나리 꽃이 옆을 보고 핀다.

8.섬말나리 꽃이 옆으로 보고 핀다.

섬말나리는 윤생하는 잎이 두층 이상인 점이 아주 많이 다르다.

9.솔나리 솔나리는 잎이 솔잎처럼 아주 가늘고 길면서 꽃이 분홍색으로 피는 것이 특징.

(흰솔나리는 흰색, 검은솔나리는 검은 빛이 도는 홍자색의 꽃)

<참나리의 특징>

잎과 줄기 사이의 까만 '주아'가 특징이다.

외떡잎식물 백합목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나리라고도 한다.

산과 들에서 자라고 관상용으로 재배하기도 한다.

비늘줄기는 흰색이고 지름 5∼8cm의 둥근 모양이며 밑에서 뿌리가 나온다.

줄기는 높이가 1∼2m이고 검은빛이 도는 자주색 점이 빽빽이 있으며

어릴 때는 흰색의 거미줄 같은 털이 있다.

잎은 어긋나고 길이 5∼18cm의 바소꼴이며 녹색이고 두터우며

밑 부분에 짙은 갈색의 주아(珠芽)가 달린다.

꽃은 7∼8월에 피고 노란빛이 도는 붉은 색 바탕에 검은빛이 도는 자주색 점이 많으며

지름이 10∼12cm이고 4∼20개가 밑을 향하여 달린다.

화피 조각은 6개이고 바소꼴이며 뒤로 심하게 말린다.

밀구(蜜溝)에 털이 있고, 6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이 길게 꽃 밖으로 나오며,

꽃밥은 짙은 붉은빛을 띤 갈색이다.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잎 밑 부분에 있는 주아가 땅에 떨어져 발아한다.

한방에서 비늘줄기를 약재로 쓰는데, 진해·강장 효과가 있고,

백혈구감소증에 효과가 있으며, 진정 작용·항알레르기 작용이 있다.

한국·일본·중국·사할린 등지에 분포한다.

<말나리와 하늘말나리>

(말나리)

1. 고개를 숙이고

2. 꽃잎은 주황색이고 갈색 반점이 뚜렷하고

3. 꽃잎이 뒤로 제껴지고 두꺼워 보이고

4. 잎은 억세고 무늬가 없다. (

하늘말나리)

1.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고

2. 선홍색에 반점이 희미하고

3. 꽃잎이 뒤로 제껴지지 않으며

4. 잎에는 얼룩무늬가 있다.(어릴수록 뚜렷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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