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이산행


하루도 개인 날은 없는가 보다
고개넘어 마을 깊숙까지
길가마다 구석마다 차량으로 넘친다

겨우 비탈진 능선에 차를 붙이고
산행시작이다

간벌지
넘어진 나무등걸 사이로 빠져다니며
버섯을 찾는 건 무리다
계곡마다 송이보다 더 많은 사람들,
무조건 더 높은 능선을 향하여..

주능선
능선을 넘나들며 송이와 씨름을 한다
가끔씩 만나는 꾼들의 무용담을 들으며
더 깊고 높은 계곡을 들어서는데..

바위능선
독사 한 마리가 또아리를 한 채
비켜주지도 않는다

숲속
어두운 그늘에서 가끔씩 만나는
이름 모를 버섯들
틈새에서
앞선 사람이 놓치고 간
능이를 줍는다

휴식도 없이 헤매는 시간들
조용한 능선에서
식어버린 김밥으로 허기를 메운다

가끔씩 지나가는 소나기에
하늘은 어두워지고
능이는 더 깊이 숨는다

그런대로
배낭을 채우곤 돌아서려는데
다시 욕심을 부린다

배낭을 벗어놓고
한 능선만 더 가보잔다

샘터
계곡을 흐르는 가는 물줄기
무조건 얼굴을 디민다

깡비탈
오르고 다시
숲속을 헤메고..

횡재...
비탈 한면이 온통 능이밭,
정신없이 주워 담는데
잠간사이에
비닐봉지마다 가득이다

잔꾀 부리다 두고 온 배낭
때늦은 후회를 한다

배낭을 찾으러 되돌아서는 길
어느 능선에 두고 왔는지
오락가락...

능선을 오르고 내리고
능이보다 배낭 찾는 마음이 더 급하다
기억을 더듬어
역으로 능선을 탄다

허기와 갈증..
조바심에 마지막 남은 담뱃불을 붙인다

지친 끝
겨우 배낭을 다시 만난다
그래 이 멋진 노송 아래에 뒀었는데...
에궁~

이 작은 배낭으론 더 이상
담을수가 없다
싱싱한 넘으로 골라 선별을 한다

등산로 찾기
무조건 주능선으로 오르는 길
무게 때문에 5분을 못 간다

쉬고 가고
그사이 어둠이 내린다

통화도 않되는 깊은 산속
능이고 뭐고 살 궁리가 앞선다

어둠
무조건 감각으로 걷는다
암릉에서 구르고
한번 지나온 숲길에서
주차장소를 찾기란 무리다

발아래 동네 불빛을 둥대삼아
방향을 정하는데...

그래도
등에 붙어있는 능이가 있어
억지로 위안을 한다
물도 간식도 체력도 없이
오직 남은 건 능이뿐..

우리만 남기고 모두 떠나버린 산속
샛길따라 내려오며
무사함에 안도를 한다

버섯 산행
이젠 안한다
저승사자가 기다리는 그곳
어느새 여유를 부리며
힘들고 긴장했던 시간은 잊어버리고
12시간의 긴 산행을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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