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 태백산(1566.7m)
0 위치 : 강원 태백시 문곡동, 영월군 상동면 천평리, 경북 봉화군 석포면
0 코스 : 유일사매표소~유일사삼거리~유일사쉼터~장군봉~영봉~문수봉~소문수봉~당골
0 일자 : 2008. 2. 10(일)
0 시간 : 5시간/맑음
<산행시간>
10:20 유일사매표소
10:30 유일사 삼거리/유일사2km, 천제단3.6km, 유일사매표소0.5km, 유일사쉼터1.3km
10:50 유일사 갈림길/유일사쉼터, 사길령매표소1.9km
11:15 유일사 쉼터(1260m)/천제단1.7km, 사길령매표소2.4km, 유일사100m
11:55 망경사 갈림길/망경사0.6km, 유일사3.3km,천제단,
12:15 장군봉(1566.7m) 장군단
12:20 영봉(1560.6m) 천제단 /중식 12:55 출발
/당골광장4.4km, 유일사매표소4.0km, 사길령매표소4.1km,
백단사매표소4.0km, 망경사0.5km, 문수봉3.0km
13:05 하단
13:10 부소봉(1,546.5m) /문수봉2.2km, 천제단0.8km
13:20 망경사 갈림길/망경사0.6km, 문수봉1.9km
13:35 당골 갈림길/문수봉0.4km, 천제단2.6km, 당골광장3.9km
13:45 금천 갈림길/문수봉130km, 천제단2.9km,
13:55 문수봉(1517m) /소문수봉0.8km, 천제단3.0km, 당골광장4.0km
14:05 소문수봉 갈림길/소문수봉0.4km, 문수봉0.4km, 당골광장3.6km 성3.5km
14:10 소문수봉 /문수봉0.8km, 당골광장3.8km, 천제단3.8km
14:25 당골 갈림길/소문수봉0.8km, 금천4.0km, 문곡3.2km
14:35 샘터
14:40 제당 갈림길/소문수봉1.5km, 문수봉1.7km, 당골광장2.3km
15:20 당골광장 /문수봉4.0km, 천제단4.4km, 망경사3.9km, 당군성전0.2km,
수원지0.2km, 윤씨산당0.7km
16:00 제4주차장
<들어가기>
설악산·오대산·함백산 등과 함께 태백산맥의 ‘영산’으로 불린다.
최고봉인 장군봉과 문수봉을 중심으로 비교적 산세가 완만해
경관이 빼어나지는 않지만 웅장하고 장중한 맛이 느껴지는 산이다.
산 정상에는 예로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천제단이 있어
매년 개천절에 태백제를 열고 천제를 지낸다.
우리나라 삼신산 중의 하나로 산 정상에는 태고 때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천제단이 있고, 그 곳에서의 해돋이와 해넘이가 장엄하며,
겨울에는 흰눈으로 뒤덮인 주목군락의 설경이 아름다워
사람들의 발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크고 하얀 산 ‘한밝뫼’ 한은 절대자, 진리, 크다, 넓다는 뜻,
그리고 흰 것은 태양 광명을 나타내는데, 하늘을 향해 제의를 올리거나,
혹은 제단이 있는 신성한 산에
이런 이름이 붙는다고 ‘혼불(최명희)’에 쓰여 있다.
하늘에 제사 지내는 단(壇)은 지리산에 노고단, 마니산의 참성단이 있다
볼거리로는 산 정상의 고산식물과 주목 군락, 6월 초순에 피는 철쭉이 유명하다.
태백산 일출 역시 장관으로 꼽히며, 망경사 입구에 있는 용정은
한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솟는 샘물로서 천제의 제사용 물로 쓰인다.
태백석탄박물관과 구문소 자연 학습장으로 연계되는 코스는
화석, 지질구조, 석탄산업의 발달사 등
학생들에게 유익한 현장 학습이 될 수 있다.
<산행기>
화방재
어평재라고도 불리는데,
고갯마루 서쪽 기슭의 어평이라는 마을 이름에서 유래됐다 한다.
태백산신이 된 단종의 혼령이 어평에 이르러
‘이곳부터 내 땅(御坪)’이라 했다는 전설에서 비롯된 지명이다.
한편 <태백의 지명유래>라는 책에는 고갯마루 기슭에 진달래와 철쭉이 많아서
화방재라 불렸다고 적고 있고, 혹자는 ‘꽃방석고개’라 하기도 한다.
그런데 많은 산행기를 남긴 고 김장오 선생의 글에는
일제 강점기 때 설치된 ‘방화선’의 한 부분이어서 비롯된 이름이라고 쓰고 있다.
나는 김장오 선생쪽에 더 신뢰가 간다.
유일사매표소
차멀미 때문에 내려서도 쪼그리더니
새벽에 달려운 태백산이 멀기는 먼가보다
유일사쉼터 도착할 때까지도 꼴찌다
평탄한 등산로가 전개되어 워밍업이 좋은 코스
매표소를 지나니 넓은 등로는 빙판길이다.
시멘트도로 빙판 위를 걷는 철거덕거리는 발자국 소리
반지의 제왕에서 괴물부대 전쟁터 나가는 소리가 난다
첫 갈림길
우측의 유일사 방향과 좌측의 유일사쉼터 방향이다.
우측 낙엽송 숲속으로 빨려든다.
서서히 오름길의 연속.
아이젠을 착용한 탓으로 제법 힘들다
유일사갈림길 /유일사2km, 천제단3.6km, 유일사매표소0.5km, 유일사쉼터1.3km
유일사 안부 갈림길
대간길 능선에 선다
찬바람이 넘어오는 화방재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는 능선삼거리
고갯길을 오르느라 힘들었는지
간식으로 허기를 메운다
/유일사쉼터, 사길령매표소1.9km
작은 오름끝
1275봉 능선에 3층석탑이 있다
다시 내리막을 내려서
능선을 따라 계속 직진한다
유일사 쉼터(1260m)
유일사에서 설치한 인양기가 있는 사거리 안부.
매표소에서 오르는 사람들이 합쳐져 시장을 이룬다
아예 줄을 서서 러시아워를 방불하게 한다
태백산의 등로는 비교적 유순한 편이지만
가파른 길목마다 숱한 사람들이 수북히 쌓인 눈을 밟고 올라
움푹 패인 발자국 계단이 생겨
덕분에 디디고 미끄러지지 않고 쉽게 오른다.
/천제단1.7km, 사길령매표소2.4km, 유일사100m
망경사 갈림길
주목군락지에 올라서니 제법 따뜻한 햇살이 마중 나왔다
오른쪽에서 날을 세운 바람이 간간 귓바퀴를 때린다
수백 년의 아름드리 주목들이 많이 보인다.
속이 빈 나무마다 더 이상 손상 되지 않도록
우레탄발포수지로 속을 채우고
에폭시수지로 인공수피를 만들어 놓았다
주목 군락을 지나 계속 오르막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누려야하는 몸부림으로 고사된
주목 숲 너머로 함백산이 들어섰다
/망경사0.6km, 유일사3.3km, 천제단,
장군봉(장군단, 1566.7m)
하늘이 열리고 정상에 선다.
태백산- 밝고 큰산, 한밝뫼, 한배달로 불리기도 한다
긴 허공을 바로 지나 자연에 들어서/直過長空入紫煙
그제야 알고 보니 절정에 올랐구나 /始知登了最高
한 덩이 흰 해는 머리 위에 나직하고 /一丸白日低頭上
사면의 뭇 산들은 눈앞에 떨어지네 /四面群山落眼前
몸이 구름 쫓아가니 내가 학을 탄 것인가 /身逐飛雲疑駕鶴
-‘태백산을 오르다(登太白山)’/안축
한배검.
대종교에서, ‘단군’을 높여 부르는 말.
단군 숭배 사상을 기초로 하는
우리나라 고유의 민족 종교다
북으로 함백산과 매봉산까지 이어지는 대간이 힘차 게 뻗어 있다.
멀리 구룡령까지 하얀 세상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영봉(천제단, 천왕단 1560.6m)
위쪽은 원형이고 아래쪽은 사각형이며
하늘은 둥굴고 땅은 네모나다는 사상이다.
천제단 일대는 장터보다 더 북적댄다.
천제단에서는 돼지머리를 놓고 ‘하늘을 팔고’ 있다.
사람이 밀려 그곳으로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
그들을 비난하기도, 동정하기도, 따라하기도 다 힘들다.
아래로 내려서면
거대한 묘비명을 닮은 정상석을 두고
어디서 몰려왔는지 사진을 찍기 위한
소란한 쟁탈전이 이어진다
바람을 피해 한켠에 자리를 마련한다
정상주.
그간의 힘든 순간을 잊는다/중식 12:55 출발
/당골광장4.4km, 유일사매표소4.0km, 사길령매표소4.1km, 백단사매표소4.0km,
망경사0.5km, 문수봉3.0km
하단
밀양박공지묘. 바로 뒤에 태백산 하단이 있다.
하단은 옛사람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설치한
3기의 천제단 중의 하나다.
천왕단이나 장군단에 비해 규모가 가장 작고
이름도 알 수가 없어 하단이라고 불리운다.
부소봉(1,546.5m)
단군의 아들인 부소왕의 이름이다.
부소봉 사면길은 온통 철쭉과 진달래가 군락을 이루고
사면으로는 전나무와 주목이 점점이 덮여있는 둥근 동산이다
그 나무들 사이로 문수봉을 바라보며
왼쪽으로 부쇠봉 우회로 갈림길을 지난다.
부소봉 마루의 서쪽을 비껴가면서부터는
주목의 시린 기운이 고산 특유의 고적감을 안겨 준다.
주목 사이로는 철쭉이 무리지어 있다.
철쭉의 앙가슴에서 봄을 예감해 본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
/문수봉2.2km, 천제단0.8km
망경사 갈림길
왼쪽이 망경사 가는 길
주목이 기다리는 안부는 흰색벌판이다
앞서가는 이들 뒤로 내쫓고
벌거벗은 나무들 사이로 사라진다
/망경사0.6km, 문수봉1.9km
당골 갈림길
백두대간으로 이어지는 길을 뒤로하고
문수봉의 속삭임에 꼬여
자작나무 군락지를 지나며
문수봉으로 내지른다
/문수봉0.4km, 천제단2.6km, 당골광장3.9km
금천갈림길
눈썰매를 생각나게 하는 경사진 길을
미끄러지다시피 내려서고
다시 슬쩍 고개 쳐드는 길에서 주춤거리고
문수봉 마지막 오름에 힘이 부치지만
쉬엄쉬엄 문수봉에 올랐다
/문수봉130km, 천제단2.9km,
문수봉(1517m)
태백산 동쪽 봉우리로 바위들로 되어 있는 특이한 봉우리
돌탑 4기가 서 있다.
옛날 이봉우리의 바위로 문수불상을 다듬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하며,
그래서인지 문수봉은 돌너덜이다.
돌무더기를 멀리서 보면 마치 눈이 쌓여 있는 듯하다하여
태백산의 이름이 이곳에서 나왔다는 설이 있다
중간쯤에 있는 돌탑은 그 모양이 좀 특이하다
북쪽으로 함백산 나타나고
가시거리 불량으로 대간은 숨어들었다
너덜겅을 조심스레 옮겨 다니며
장군봉에서 놓지 못한 끈을 문수봉에서 풀어 놓는다
장군봉 아래 만경사가 졸고 있는 풍경에 평화가 숨어있고
스르르 이어지는 부쇠봉도 너무 펑퍼짐해 졸립다
태백은 너무 순해서 좋다
봉화쪽 산군들
조록바위봉, 달바위봉, 청옥산, 연화봉이 지척이다
함백산 오른쪽 뒤에 선
매봉산의 풍력발전기가 희미하게 들어온다
/소문수봉0.8km, 천제단3.0km, 당골광장4.0km
소문수봉 갈림길
이렇게 호젓하고 아늑한 곳에 서면
세상 사람들 아무도 모르고
나만 아는 은밀한 곳에 들어앉은 기분이다
저 김용택 시인의 싯귀처럼
공연히 웃음이 나몰래 흐드러지는 기분이 되는 것이다
/소문수봉0.4km, 문수봉0.4km, 당골광장3.6km 성3.5km
소문수봉
소문수봉엔 거의 산객들이 찾지 않는다
문수봉에서 와글대다가
대게 당골광장으로 바로 하산하기 때문이다
소문수봉엔 감춰 논 듯한 비밀병기가 있다
둔탁하지만
갈맷빛 여운을 남기며 슬쩍슬쩍 파도치는 산그리메
이 얼마나 보물같은 그림들인가
저 그리움을 다시 만난다
짐승 귀 같은 달바위봉
우쭐대는 조록바위봉
아무도 없는 소문수봉에서 산그림들과 놀고,
또 놀다가
아쉬움 훌쩍 던져두고 제당골로 내려선다
/문수봉0.8km, 광장3.8km, 천제단3.8km
당골갈림길
조용한 능선길
겨울바람이 힘들어 안내판 날개가 떨어졌다
부부가 함께 걷는 걸음
속도를 맞출 사람도 없으니 휘적휘적
금새 안부로 내려선다
/소문수봉0.8km, 금천4.0km, 문곡3.2km
샘터
눈썰매 타기 좋은 하산길
참나무 사이로 따사로운 햇살이 깔리고
머리를 디밀어야 맛볼 수 있는
샘터를 지나면서부터
경사는 다소 완만해지더니
단군성전 갈림길을 지나
다시 소문수봉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난다
제당갈림길
병풍바위 지나 하늘정원이라는
전망대가 있다
나무다리를 건너고..
윤씨산당도 지나고..
/소문수봉1.5km, 문수봉1.7km, 당골광장2.3km
당골광장
넓은 하산길이 오궁썰매터
어릴적으로 돌아가는 즐거운 시간이다
광장은 이미 끝난 조각전시장 잔해들
두 손으로 사랑의 하트를 만든 눈조각 안에서
젊은이들이 즐거운 표정으로‘사랑’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우리도 ‘사랑’도‘젊음’을 찾아 광장을 돌아다닌다
/문수봉4.0km, 천제단4.4km, 망경사3.9km, 당군성전0.2km,수원지0.2km, 윤씨산당0.7km
제4주차장
눈발이 없어 황량한들,
철쭉가지 끝에 상고대 피지 않은들...
늘 안전하고, 건강하게, 즐겁게,
그리고 때로는 힘든 것에도 감사하게 여길 수 있는
시간의 고요 속에 나를 던져 넣었다가
다시 모든 것을 걷워들여
태백산의 문을 닫고 나간다
<산행후기>
장군봉을 들어서면서부터 나의 행복감은 산산이 부서지기 시작한다.
천제단으로 올라서는 사람들의 무례하고도 난폭한 행태 때문이다.
그들에게서 내리막을 걷는 사람의 양보 같은 것은 조금도 기대하지 않았지만,
등산로치고는 넓은 길의 가운데를 차지하고는
거의 폭력 수준으로 나를 밀쳐낸다.
그 가운데서 나는 어떤 규칙을 찾아냈다.
혼자서, 혹은 부부끼리 온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로 단체로 온 사람들이 그랬다.
그런데도 옷들은 하나같이 전문 클라이머 뺨치는 수준이다.
제대로 갖춰 입은 외양과는 저 아득한 거리의 가난한 산행문화는 언제나 고쳐질까.
아니 이건 산행문화의 문제가 아니다.
떼거리만 지으면 예의는 두고라도 염치마저 내팽개치는 집단문화의 문제다.
<태백산의 위치>
태백산이 겨레의 정신사와 문화사적 지도(地圖)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참 크다.
민족의 영산이라는 자리매김에 걸맞게 태백산은 정신적으로 겨레 얼의 본향이자,
장소적으로 국토의 중요한 지점이며, 역사적으로 민족의 시원지로 인식됐다.
태백산 정상의 천제단은 이미 고대에서부터 하늘에 제사를 올리던 유적이고,
당골이라는 지명과 석장승의 옛 유적이 말해주듯
무속과 민속문화의 발상지이기도 하며,
태백산 황지와 검룡소는 각각 낙동강과 한강의 발원지로 중요시된다.
더구나 태백산은 한국의 여느 산보다도 장중함과 온후함을 겸비해
지덕(地德)이 충만한 엄뫼(母山)의 성정과 자태를 지니고 있는 산이기도 하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이르기를, “금강, 설악, 두타, 태백산이 있는데,
산과 바다 사이에 기이하고 훌륭한 경치가 많다.
골짜기가 그윽하고 깊숙하며 물과 돌이 맑고 조촐하다.
간혹 선인의 이상한 유적이 전해 온다”고도 했다.
백두대간에서도 태백산은 허리일 뿐만 아니라
낙동정맥이 분기하는 결절점 지역이라는 중요한 지점에 위치한다.
여암 신경준(申景濬·1712-1781)은 산수고라는 글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열두 개의 산을 삼각산, 백두산, 원산, 낭림산, 두류산, 분수령,
금강산, 오대산, 태백산, 속리산, 육십치, 지리산으로 꼽았는데,
그 중 대부분의 산들은 우리나라 산줄기의 결절점이 되는 산들이라는 특징이 있다.
백두산은 백두대간의 시작이고,
낭림산은 청북정맥과 청남정맥의 가지가 비롯하는 곳이며,
두류산은 해서정맥과 임진북예성남정맥이 출발하는 곳이고,
분수령은 한북정맥의 가지가 뻗는 곳이며,
태백산은 낙동정맥의 출발점이고,
속리산은 한남금북정맥과 한남정맥 및 금북정맥이 시작되는 곳이며,
육십치는 금남호남정맥, 금남정맥, 호남정맥이 비롯되고,
지리산은 백두대간이 끝맺는 곳인 동시에 낙남정맥의 줄기가 뻗어나가는 지점이다.
태백산 권역을 기점으로 하여 영동과 영서,
그리고 영남의 권역과 문화권이 나눠지고 수렴되게 되는 것이다.
강의 유역권이라는 관점으로 보자면 낙동강 유역권과 한강 유역권으로 크게 나뉘고,
그밖에 영동의 동해안 지역으로 생활공간이 크게 나뉜다.
태백산의 산이름에 관해 살펴보면
백두산, 소백산과 함께 백(白) 자 계열의 산에 속하며
옛 우리말로는 ??뫼라고 일컬을 수 있다
백산의 우두머리인 백두산에 대해 고산자 김정호는 대동여지전도에서,
‘조선은 땅이 동방의 끝에 있어 해가 남달리 밝기 때문이라고 하거니와
산경(山經)에 말하기를 곤륜의 한 가닥이 백두산이 되니
이 산은 조선 산맥의 할아비다’고 했다.
백두산은 불함산이라고도 불렀는데,
불함이라는 말은 ‘밝은’의 역음으로 광명 또는 신명이라고 볼 수 있고,
‘불(不-火-빛)’, ‘함(간-임금)’이라고 풀이해 빛의 천산(天山)이라고 볼 수도 있다.
최남선은 ‘백(白) 자는 신명(神明)을 의미하는 고어의 사음자(寫音字)로서
무릇 이 명칭을 가진 산은 고신도(古神道) 시대에 신앙 대상이 되던
산악(백운, 백화, 백악, 백마, 백록)이며,
박, 발, 부루, 비로, 부노, 배래, 풍류 등으로 차자(借字)한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는 태백산, 장백산, 함백산, 백운산 등과 같이
백 자 돌림의 산이 수없이 많이 있는데,
그 분포 상태를 보면 중부 이남보다 이북의 백두대간으로 갈수록 많은 분포를 보이고 있다.
한편으로 태백이라는 이름에 관해 미수 허목(許穆·1595-1682)은
<미수기언>에서 말하기를, ‘태백산은 문수봉이 가장 높고 큰데,
문수봉의 봉우리 끝이 모두 흰 자갈이어서 바라보면
마치 눈이 쌓여 있는 것 같아서 태백이라는 산이름이 있다고 한다
(太白 文殊最高大 文殊絶頂 皆白礫 望之如積雪 山有太白之名 以此云)’고도 했다.
태백산과 황지는 예부터 겨레의 섬김을 받았다.
세종실록지리지(1454)에 의하면, ‘태백산(太伯山)은 부(府)의 서남쪽에 있다.
신라에서 오악(五嶽)을 정할 때 북악(北岳)으로 하였다.
사당이 있는데, 이름을 태백대왕당(太伯大王堂)이라 하였다.
여러 고을 사람들이 봄·가을에 제사를 지낸다’고 했다.
황지(黃池)에 관해서도, ‘부의 서쪽에 있는데, 제전(祭田)을 두고,
소재관(所在官)이 제사를 지낸다.
하류로 30여 리쯤 되는 부의 서쪽에 이르러
작은 산을 뚫고 북쪽에서 산 남쪽으로 흘러 나가므로, 천천(穿川)이라 하니,
곧 경상도 낙동강의 근원’이라고 했다.
태백산에 대한 제의와 신앙은 오늘날에도 전승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산제를 지낼 뿐만 아니라,
민중들은 태백산에 대해 바람을 기원하기도 했으니
다음과 같은 자손 기원 기도문이 전해진다.
‘태백산 산신님요 명을 주고 복을 주고, 자손이 나거들랑 수명장수 부귀공명하고,
백대천손 가득하고 창성하며, 금동자 옥동자 귀출같이 길러내어,
백수를 흩날리고 좋도록 점지하여 주옵소서.’
태백산에서도 정상의 천제단은 기원과 유래는 알 수 없으되
고대에서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낸 제단으로,
신라에서는 삼산오악 중에 북악(北岳)으로 지정하여 제사를 올리던 유적이다.
일연은 삼국유사에서 ‘옛 기록에 이르기를 환인의 아들 환웅이 있었는데,
항상 천하에 뜻을 두고 인간 세상을 탐내거늘 아버지가 아들의 뜻을 알고
삼위태백(三位太伯)을 내려다보니 과연 인간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할 만한 곳이었다.
이에 천부인 세 개를 주어서 내려가 다스리게 하였다.
환웅은 무리 삼천 명을 거느리고 태백산 꼭대기에 있는 신단수 아래에 내려왔는데,
이를 신시라고 부르니 그가 곧 환웅천왕이었다’고 한 대목에서
태백이라는 이름이 나오며, 일연은 태백이 황해도 묘향산이라는 주를 단 바 있다.
그렇지만 현재 천제단의 중심 위패석에는 한배검이라는 이름이 있으니,
이미 민간에서는 이 돌이 서 있는 자리는 겨레의 시조인 단군의 장소임을 상징한다.
태백산 정상부의 천제단은 3개가 있는데,
가운데의 천왕단을 중심으로 북쪽 300m 지점에는 장군단이 있고,
남쪽 300m 지점에는 하단(下壇)이 있다.
천왕단은 자연석으로 타원형의 제단을 아홉 단으로 쌓아 9단탑이라고도 부른다.
모두 겨레의 숫자인 3의 비례 질서를 가지고 배치되고 조경된 의미 구조가 흥미롭다.
간단히 정리하여, 신성한 산이라는 의미로서의 태백산은 보통명사에 가깝고,
단군신화의 무대로서의 태백산은 백두산이며,
오늘의 태백산은 신시(神市)의 상징성을 간직하고 있는 산이라고 이해해도
별 무리가 없을 성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