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D한국시민네트워크는 6일 '생물다양성협약(CBD) 당사국총회'가 열리는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에서 한국 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당사국총회를 개최하는 의장국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의무를 다할 것을 요구했다. CBD한국시민네트워크는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등 37개 환경시민단체로 구성돼 있다.

생물다양성협약은 '기후협약변화', '사막화방지협약'과 함께 유엔이 주관하는 3대 환경협약 중에 하나다. 한국 정부는 총회 개막과 더불어 앞으로 2년 동안 생물다양성협약 의장국을 맡게 된다. CBD한국시민네트워크(이하 시민네트워크)에 따르면, 한국정부는 이 기간 동안 총회 의장국으로서 "한국의 생물다양성을 정량적으로 향상시키고, 또 지구 차원의 생물다양성 증진 노력을 선도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하지만 환경시민단체들의 눈엔 한국 정부가 맡은 역할에 다소 결함이 있어 보인다. CBD한국시민네트워크(이하 시민네트워크)는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제12차 생물다양협약 당사국총회 의장국으로서의 의무를 전혀 수행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정부에 ▲가리왕산 자연림 훼손을 중단할 것 ▲4대강사업을 반성하고, 4대강 재자연화를 천명할 것 ▲설악산국립공원, 지리산국립공원 케이블카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 ▲대규모 풍력발전 사업을 중단할 것 등 4가지 요구를 제시했다.

시민네트워크는 이날 발표한 기자회견문에서 가리왕산의 자연림 훼손과 관련해 "고작 3일짜리 활강경기를 위해 4만 그루가 넘는 수십 년, 수백 년 이어온 나무들이 베어지고 있다"며 "(정부가) 풍부하고 다양한 생물다양성을 자산으로 물려줘도 모자랄 판에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민네크워크는 "가리왕산 풍혈지역은 기후변화 시대에 우리가 미래 세대에게 꼭 물려줘야 할 소중한 유산"임을 강조했다.

4대강 사업은 "전국토의 자연하천을 콘크리트 구조물로 뒤바꿔 버린 것"이라며 '재자연화'을 요구했다. 시민네크워크는 "해가 지날수록 4대강의 하천 생태계가 피폐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지금이라도 4대강 재자연화를 정부가 나서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네트워크는 4대강 사업이 언젠가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되돌아올 것을 우려했다.

케이블카 사업은 단순히 관광 사업을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시행할 게 아니라 '종합적인 고려'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네트워크는 "다른 나라에선 7년 동안 준비한 케이블카 사업을 단 7개월 만에 해치우겠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고 꼬집었다. 대규모 풍력발전 사업 또한 친환경이라는 외피를 쓰고 있을 뿐, 산림 생태계를 무참히 파괴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해가지 못했다. 시민네트워크는 "대규모 풍력단지가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네트워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리왕산이나 4대강) 이외에도 전 국토 곳곳에서 생물다양성이 위협받고 있는 예는 부지기수"라고 주장했다. 이에 시민네트워크는 "한마디로 대한민국 정부는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 의장국으로서의 의무를 전혀 수행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정부가 최소한 총회 의장국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려면 앞서 시민네트워크가 제시한 4가지 제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는 6일 평창에서 개막했다. 총회는 194개 당사국대표단, 국제기구, 비정부기구, 전문가, 산업계 관계자 등 2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6일부터 17일까지 총 17일간 열릴 예정이다. 이번 총회는 '지속 가능 발전을 위한 생물다양성'이라는 주제로, 생태계 복원과 멸종 위기종 관리 등의 문제를 논의하게 된다.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는 지난 1994년 바하마에서 첫 총회가 열린 뒤, 2년마다 개최되고 있다.

윤성규 환경부장관은 이날 정책브리핑을 통해 "의장국으로서 친환경 총회를 구현하고 세계 속에서 생물다양성의 보전과 가치를 높이는 일에 앞장설 것"이라며, "이번 총회가 생물다양성 회복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과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총회로 "막대한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4631억 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와 760명의 고용 유발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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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주권시대가 열리고 있다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

지금 평창에선 매머드급 국제행사가 한창이다. 3주에 걸쳐 2만 명쯤 모이는 생물다양성협약(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CBD) 당사국총회다. 언론을 비롯해 얼마나 관심을 끌고 있는지 모르겠다. CBD194개 회원국으로 기후변화협약·사막화방지협약과 함께 1992년 리우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주요 협약이다. 

 생물다양성은 생물종과 유전자, 생태계의 다양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그런데 지구상의 생물종은 30여 년간 30% 넘게 사라졌다. 해마다 25000~5만 종이 멸종된다. 우리 땅에는 10만여 종이 사는데, 42000종이 관리대상이다. 그중 3000여 종은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해외로 반출할 수 있다. 챙기지 못하는 새 우리 토종 털개회나무는 40년대 미국으로 유출된 뒤 미스킴 라일락으로 개량돼 수입되고 있다.

 최근 자연 자본의 경제적 가치평가가 눈에 띈다. 2007G8+5 환경장관회의가 제안한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의 경제학’(The Economics of Ecosystem and Biodiversity)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생태계의 신비를 돈으로 따지다니 방법론부터가 난감한데, 자연이 공짜가 아니라는 메시지는 울림이 크다. 

생태계 서비스는 자원 공급, 환경 조절, 생존 지원, 문화 서비스 등으로 우리 생존에 필수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그 가치를 연간 4000조원으로 산출했다. 그중 삼림이 최고다. 국내 산림의 가치는 수자원, 대기 정화 등 73조원이라 한다. 서울 한복판의 남산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얼마 전 CNN TV는 마다가스카르의 천연물 의약산업을 소개했다. 일례로 50년대 빙카(Periwinkle)에서 개발된 백혈병 치료제는 소아백혈병 생존율을 60년대 20%에서 90%까지 올렸다. 최근 마다가스카르 정부는 생물자원에 대한 경제가치개발프로젝트(WAVES)에 착수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바이오 기술의 융합 혁신으로 2030년께 바이오경제(Bionomics)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한다. 시장 규모는 2013330조원에서 10년 뒤엔 두 배로 예상한다. 의약품의 반 정도는 생물자원에서 유래한다. 신종 인플루엔자 치료제 타미플루는 중국의 토종 식물 팔각회향(八角茴香)이 주원료다. 제약회사는 3조원대 시장을 창출했는데 중국에 돌아간 이익은 없었다고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경 

이번 평창 총회의 주제는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생물다양성이다. 2020년 생물다양성 전략 목표의 추진을 점검한 글로벌 생물다양성 비전(Global Biodiversity Outlook-4)이 나왔고, 강원선언문이 발표된다. 과학기술 협력, 재원 마련, 개도국 역량 강화를 다룬 평창 로드맵도 채택된다. 접경 지역 생물다양성 보전을 의제로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도 논의된다.

동서독의 접경 지역 그뤼네스반트(Green Belt) 계획이 유럽 생태 네트워크로까지 확대된 것은 타산지석(他山之石)이다. 2000년대 초 필자는 DMZ를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해보려고 클라우스 퇴퍼(Klaus Topfer·독일 환경장관 역임) UNEP 사무총장에게 대북 설득의 도움을 청했던 일이 있다. 당시의 성과는 별무였다. 이번에는 남북 환경협력의 새로운 물꼬를 틀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 하나, 동해안 쪽에 생태보전지역을 만들고자 독도를 자연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하는 안도 냈었다. 그러나 워낙 민감한 외교적 사안이라 곧바로 벽에 부닥쳤다. 독도가 속한 울릉군 자체를 지정하면 어떨까 궁리하다가 결국 접고 말았다. 생태계 보전은 단순히 환경정책이 아니다.

평창 총회가 주목받는 것은 나고야 의정서 발효 때문이다. 정식 명칭은 유전자원에 대한 접근과 이용 및 이익 공유(Access to genetic resources and Benefit-Sharing·ABS)’. 일본은 1997년 교토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 교토의정서 채택, 2005년 발효로 선도적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이제 1012일 나고야 의정서 발효로 양대 유엔환경협약에 도시명을 올리게 된다.

ABS 의정서의 핵심은 생물 주권 강화다. 앞으로 유전자원을 이용하려면 제공국으로부터 사전통보승인을 받고 상호합의 조건에 따라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 국내 바이오 시장은 10조원 규모, 생물자원 해외의존도는 70%. 머지않아 로열티 부담 등 한 해 5000억원 부담이 예상된다. 정부는 아직 비준하지 않은 채 옵서버 국가로 총회를 개최하면서 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법률제정 절차를 밟고 있다.

생물 주권시대라는 큰 흐름을 비켜갈 도리는 없어 보인다. 유전자원 전쟁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해야 할 일이 많다. 연구개발과 컨설팅 서비스를 비롯해 생물자원 외교를 강화하고, 범부처적인 컨센서스 아래 법과 제도를 정비해 생물자원 보전과 이용이 균형을 이루는 쪽으로 파고를 헤쳐 나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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