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억 아끼자는데 안된다니... 최문순 도지사는 왜?

[주장] 평창올림픽 가리왕산 활강경기 꼭 해야 하나... 동계올림픽 반대가 대세 
/임성희(green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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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강원도에서 최문순 도지사가 인사말을 마치고 단상아래로 내려오고 있다.

 


2011년 7월, 동계올림픽 2018 개최지로 평창이 확정되자, 경쟁 지역이자 탈락 지역이었던 독일 뮌헨 주민들은 축배를 들었다.

이 축배의 환호성은 2년 후 독일 뮌헨과 인근지역에서 2022 동계올림픽 개최 찬반 주민투표가 실시되고,

 다수가 반대표를 던짐으로써 유치 신청자체가 무산되었을 때, 또 한 번 크게 일었다.

 

무슨 일일까?

2013년 11월 10일, 2022년 동계올림픽 유치신청 마감을 며칠 앞두고,

독일의 뮌헨, 가르미슈 파르텐키르헨, 트라운슈타인, 베르흐테스 가데너란트에서 일제히 올림픽 유치신청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가 실시되었다.

투표결과 반대표가 과반이상을 차지하면서 독일의 2022 동계올림픽 유치시도는 무산되고 만다.

동계올림픽 개최를 반대해오던 '반올림픽연합(Nolympia)'은 이를 두고 골리앗과의 싸움에서 다윗이 승리했다고 표현했다.


골리앗과의 싸움, 다윗이 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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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계올림픽 2022년 개최 유치 주민투표 찬성 (왼쪽) 반대 (오른쪽) 홍보포스터.

찬성 측과 반대 측 모두 지역의 미래를 강조하고 있다. ⓒ DPA

 

이들이 동계올림픽 개최에 반대한 이유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1. 산더미처럼 쌓이게 될 부채에 반대

2.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계약조건에 반대

 3. 지역발전 망상에 반대

4. 부동산 가격폭등에 반대

5. 자연환경파괴에 반대.

해당지역주민들은 반올림픽 연합과 같은 목소리로 의사표현을 했다.

물론 추진 측에게 주민투표 부결은 잔인한 패배였다.

반올림픽 연합은 여러 환경·사회·주민 단체들과 정당(녹색당, 좌파당)으로 구성되어 활동해 왔다.

이들은 올림픽 경기가 자연보호 및 생태, 경제, 사회적 공공 영역에서 부정적 영향만을 초래한다고 보았다.

이들은 올림픽에 반대하는 열여덟 가지 이유를 열거했다.

▲ 기후변화로 인해 겨울스포츠를 위한 장소로 적절치 않다.
▲ 겨울스포츠를 위한 눈이 충분하지 않아 결국 인공 눈을 만들기 위한 물 저장고와 추가 기술이 필요하다.
▲ 대형경기는 공동체의 자연 공간 용량을 과도하게 요구한다.
▲ 이름만 뮌헨이지, 사실상 뮌헨은 산이 없는 도시이므로 100킬로까지 떨어진 인근 작은 지역들에서

대부분의 경기가 개최되므로, 교통문제가 유발될 것이다. 이를 위해 추가 도로 건설이 불가피하게 된다.
▲ 이미 가르미슈 파르텐키르헨에서 2011 세계 스키대회 활강로와 인공눈 저장시설을 위해 대규모 자연파괴가 이루어졌다,

가르미슈 파르텐키르헨은 국제스키대회장 건축과 인공 눈 장비를 위한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공공주택의 많은 부분을 처분했고, 때문에 사회적 약자들의 거주공간이 불안해졌다.
▲  우리는 스포츠 도시 콘셉트에 찬성하지 않는다.
▲ 대형스포츠 행사가 수반하는 자연파괴로 인해 청정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상실할 것이다.

그럼에도 오늘날 올림픽은 친환경이란 이름을 팔고 있다.
▲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국내외 거대 기업과 부동산회사, 은행과 더불어 대회를 통해 이익을 보지만,

 지역공동체에 남는 것은 적자와 채무뿐이라는 것을 경험과 계산으로 알고 있다.

공식적으로 동계올림픽 2022년을 위한 비용은 33억 유로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비용은 이를 훨씬 능가하는 것으로 산정되고 있고,

결국 몇 년 후 개최지역들은 이 적자를 채무로 떠안게 될 것이며, 이는 세금으로 충당해야 할 것이다.
▲ 대회유치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진솔하게 담기보다 찬성 분위기로 왜곡하는 비민주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동계올림픽은 규모 자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지속 가능할 수도 친환경적일 수도 없는데,

17일 동안 진행되는 초대형행사와 IOC를 위해 알프스 자락과 알프스의 자연·문화·경관을 내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2022년 동계올림픽의 뮌헨 유치 시도가 주민투표로 신청조차 못하고 무산됐고, 뮌헨과 인근지역 주민들의 올림픽 반대운동은 승리했다.

하지만, 지역 내 올림픽 반대운동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독일올림픽 스포츠 연맹이 다음 잔치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4년 올림픽을 위해 함부르크와 베를린이 동시에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고, 반올림픽연합은 '함부르크 베를린 2024'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다.

지금 세계는 올림픽 '반대'가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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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집행위원인 김연아 피겨선수와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김진선 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세미나에 참석했다.

 

 

독일에서 '올림픽 유치 반대'는 지역발전을 저해하기는커녕 지속 가능한 지역발전을 위한 일로 여겨진다.

특정 이익집단을 위해 지역과 주민이 경제적 손실을 입는 일을 방지하는 일이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 파괴를 막는 일이고, 공적 예산을 공공성에 투여하도록 촉구하는 일이기 때문에

이 활동이 지탄을 받거나, 더군다나 매국적 행위와 동격으로 매도되는 일은 없다.

지금 동계올림픽 2022 유치신청은 카자흐스탄의 알마티, 중국의 베이징, 노르웨이의 오슬로로 압축되었다고 하는데,

우크라이나의 루비르의 경우 불안정한 정국으로 인해 유치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애초 추진지역이었던 스웨덴의 스톡홀름은 의회의 반대로, 독일과 마찬가지로 스위스의 생 모리츠-다보스,

폴란드의 크라카우는 주민투표 결과 반대가 우세해 동계올림픽 유치 신청 자체가 불가능하게 됐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역시 2028년 하계올림픽 개최 추진은 주민투표결과 압도적 다수의 반대로 포기된 바 있다.

당신이 확실한 환경재앙을 보고자 한다면?

54세의 환경운동가 블라디미르 키마예브(북 코카서스 환경감시단체 소속)는

소치야말로 올림픽 개최 과정에서 이제껏 존재하지 않았던 최악의 환경파괴가 이루어진 곳이라고 덧붙였다.

소치 올림픽 개최를 위해 소치 국립공원과 이메르친스카야 저지대가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이 곳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서코카서스 바로 인근에 위치한다.

주목이나 회양목 등 수령이 높았던 오랜 숲의 나무들이 소치 국립공원 내에서 베어졌다.

국립공원 내 설치된 불법적 폐기물 처리장도 문제였다.

키마예브는 올림픽 건설 자재를 채굴 중인 자연보호구역과, 협곡 뒤편으로 굽이쳐 흐르는 므짐타 강을 가리키며

 '이 강에서 일어나는 일은 범죄와 다를 바 없는 행위'라고, 그러나 누구도 처벌되지 않는 범죄라고 했다.

키마예브는 그동안 올림픽 준비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자연이 훼손되었는지를 기록해 왔다.

해안가에 위치한 아들러 지역 내 올림픽 종합경기장은 크라스야나 폴야나 산으로부터 40킬로미터 떨어져 있고, 이 산에서 스키 경기가 벌어졌다.

이 폴야나로 향하는 도로와 철도는 400억 유로가 투입된 가장 큰 인프라 구축사업이기도 했는데,

이는 북코카서스 자연보호구역을 지나야 한다.

 

이곳을 흐르던 러시아 내 유일무이한 생태적 독특성을 간직하고 있던 므짐타 강 바닥은

 신설된 진입 도로와 철로로 인해 심각히 훼손되었고,

강 주변을 감싸던 원시림들이 파괴되었다고 한다. 식수로 활용되던 이 강의 수질은 30%나 악화된 상태라고 한다.

소치올림픽 최후의 패자는 자연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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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 년 전부터 국제올림픽위원회는 다섯 동그라미의 깃발에 환경보호를 새겨 넣었고,

공식적으로 소치 역시 모든 환경규정과 함께 하는 친환경올림픽으로 거행하겠다고 선언해 왔다.

 

2006년부터 올림픽 경기가 치러지는 지역에서 자연과 환경을 고려하는 것이 의무화되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소치를 선정하기 전에 올림픽 경기를 위한 환경기준을 확정한 바 있다.

 이 규준은 선정된 후보지가 지켜야 할 사항이었다.

독일 자연보호연합(NABU, 나부) 부위원장 토마스 텐하르트는 "IOC는 이미 올림픽 개최장소로서 소치의 문제점들을 알고 있었고,

환경규준들을 확정했음에도, 어느 정도까지 러시아에 적용할지 여부는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다고 한다.

폐기물 대책이나 건설과정에서의 생태적 파괴문제에 대해 IOC는 환경규준 감시 의무를 지키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 토마스 바흐는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트 알게마니네>와의 인터뷰에서

벌목된 나무 한 그루당 3그루 이상의 나무를 식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키마예브는 "원시림을 베어놓고, 그곳의 경관이나 생태계와 전혀 무관한 해안가의 야자수나 덤불을 심고서

그걸 어찌 벌목을 만회했다고 할 수 있는가!"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소치 조직위원회는 친환경적 건설기준과 확장된 자연보호구역에 대해 즐겨 언급하며,

멸종위기에 처한 네 마리 작은 눈표범의 성공적 사육에 대한 홍보에 몰두하고 있단다.

푸틴 대통령은 개막식 전 표범사육장을 방문, 올림픽 이후 방생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를 하나의 그린워싱의 대표적 예라도 딱 잘라 말한다.

 

실제적 근거와 무관한 상투적 홍보문구에 불과하다는 것. 이런 인터뷰 또한 그에게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 상태라고 했다.

환경운동가로서 평화시위를 벌였던 예브게니 비티쉬코에게 러시아 크라스노다르주 법원은 3년형을 선고했다.

키마예브는 올림픽 시설 건설작업이나 준비과정에서 수치의 주민들이 함께 참여할 기회를 갖지 못한 것이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한다.

물론 국립공원 내 건설공사를 논의하기 위한 공식적 회합은 존재했으나, 지극히 관행적인 형태에 불과했다는 것.

환경부 장관 역시 자신의 소관사항을 시행당국에 무책임하게 위임해 버리고 말았단다.

독일 녹색당 관계자는 "IOC가 환경폐해나 제멋대로의 올림픽 시설 건축을 제지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고 말한다.

환경실책을 일일이 기록하기에 그 목록이 너무나 길다는 것.

그는 소치 동계올림픽 개최로 얻은 교훈은 "대형 스포츠 행사 계획 및 개최과정에서

환경 및 자연보호단체와의 협력이 얼마나 필요하고 중요한지 깨닫게 된 것" 이라고 말했다.

독일 언론은 전한다. 소치가 동계올림픽의 의미를 왜곡한 최초의 사례는 아니라고.

1968년 스키 활강로를 위해 프랑스 남동쪽 몽라셰산 기슭의 그르노블은 30만m³에 달하는 암석을 폭파해야 했다.

 

 4년 후 일본 삿포로에서는 화산 에니와 자연보호구역 내 활강구간에 반대해 환경운동가들의 시위가 있었고

 1992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였던 알베르빌 주변의 알프스 지역 역시 무차별적으로 훼손되었다.

봅슬레이나 썰매구간들은 암모니아를 냉각제로 써야 했고, 주민들에겐 가스마스크가 할당되었다고 한다.

독일 언론은 뮌헨과 스위스의 그라우 뷘덴, 스웨덴의 스톡홀름의 주민들은 동계올림픽 유치에 대해 처음부터 함께 논의하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는 점을 재언급하며 13000명의 언론인, 6000명의 선수와 코치, 2만5000명의 자원활동가,

그리고 수 만 명의 관객을 기대했던 소치에서 대규모 행사와 그를 위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

자연이 혹사되지 않는 경기를 처음부터 기대할 수 있는 것이었을까를 근본적으로 되묻는다.

2018년 개최되는 평창에서의 경기 역시 벌써 자연보호구역 내 계획된 스키구간에 대한 시위가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소개하면서.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대규모 국제행사 개최와 지역발전을 등식화하고 있는 듯하다.

500년 이상 보존해 온 산을 파헤치고, 공사비와 복원비용 2천억 원 낭비를 감내하면서 가리왕산에서의 활강경기를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대회 전 경기를 정선에서 개최하고 활강경기를 용평에서 개최하는 것으로 조정하면,

500년 숲의 가리왕산도 보전하고, 절약된 예산으로 주민들을 위한 공공분야에 투자할 수 있다는

시민단체의 제안은 최문순 강원도지사에 의해 거부되고 있다.

소치 올림픽은 '푸틴을 위한 잔치' '푸틴의 발밑에 놓인 자연생태계'란 말을 낳았다.

가리왕산 벌목이 임박해 있지만 아직 늦은 것은 아니다.

평창올림픽이라면 어떤 수식어가 붙을지, 강원도지사의 숙고와 결단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독일에서 거주하는 녹색연합 전문위원 임성희님입니다.

이 글을 축약한 글이 한겨레신문에 시론으로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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